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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28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128화

128화 트레이닝(4)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카에데와 웨이링.

 

둘 모두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이미 초일류의 영역에 들어서 있는 헌터! 비록 대련이라 하나 실제로 마나를 사용하면서 싸우는 이상 그 막대한 힘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필연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쩡!

 

캉!

 

차자창!

 

쩡!

 

쿠쾅!

 

둘의 무기가 충돌할 때마다 공기가 파열했다.

 

불꽃이 튀면서 주변의 빛을 압도했다.

 

그러면서 그 충격에 휘청거리듯 둘은 튕겨 나갔고, 튕겨 나간 직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서로 달려와서 무기를 휘둘렀다. 암석을 베고, 강철을 절단 내는 공격들이었다. 어찌나 강렬한지 쩌렁쩌렁한 충격의 파편들이 실질적인 물리적 충격처럼 주변을 뒤흔들 정도였다.

 

“…….”

 

“…….”

 

성태와 이혜선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그 대련을 치열하게 바라봤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현란함으로 이리저리 검을 움직이며 두 사람이 팽팽히 대련하던 도중 이변이 생겼다.

 

쩌정!

 

유리가 깨지듯 공방의 균형이 이 순간 흔들렸다.

 

성태와 이혜선, 둘 모두 이걸로 승부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

 

쾅!

 

텅!

 

굉음이 한차례 터지더니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웨이링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낙법도 못한 채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에 뒤이어, 맞은편에 카에데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단정하게 바닥에 착지하며 자신의 검을 허리춤으로 수납했다.

 

“크윽…….”

 

이를 악물고 웨이링은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지간히 강하게 얻어맞은 모양이었다.

 

더 이상 대련을 지속해도 의미없다 생각한 성태가 개입해 판정했다.

 

“거기까지.”

 

둘 모두 그 말을 드는 순간 바늘처럼 돋우던 전의를 가라앉혔다.

 

스치기만 해도 정전기가 일듯이 메마르게 돋아 있던 훈련장 내부의 공기가 동시에 부드러워졌다.

 

카에데가 겨우 몸을 일으키는 웨이링을 보면서 말했다.

 

“흐흥, 제법이군.”

 

“하악, 하악…….”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웨이링은 아직 몸을 제대로 추스를 수 있는 것 같은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카에데는 상관하지 않고 그녀에게 고개를 저으며 쓴소리를 이었다.

 

“하지만 아직 전혀 아니야. 내가 보기에 중화신경의 제1식과 3식은 자기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적의 균형을 깨뜨리는 데 있는 거야. 그걸 위해서는 치고 들어가는 살기를 위조해 내는 것이 중요하지. 하지만 넌 그게 전혀 되질 않잖아.”

 

“으음…….”

 

입술을 물면서도 웨이링은 진지하게 카에데의 말을 받아들였다. 지금 한 대련을 반추해 보면 그녀의 말이 옳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힘의 차이를 직접 겪고 체득하기 위해서 굳이 대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피부로 느끼고서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모든 교육이 의미가 없다.

 

“뭐,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건 인정하겠어. 하지만 그 영상에 대면 영 아니야.”

 

“알겠어.”

 

웨이링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에데가 쌍심지를 올렸다.

 

“그리고, 할 말이 있겠지?”

 

웨이링은 약간 머쓱한 표정이 됐다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으, 으음…… 고마워.”

 

“그래야지.”

 

그제야 카에데는 만족한 표정을 보였다.

 

그걸 멀지 않은 곳에서 보면서 성태도 만족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어.”

 

웨이링이 이런 대련을 통한 중화신경의 해석 훈련을 한 지는 이제 한 달을 조금 넘겼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웨이링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이제까지 그녀를 가두고 있던 껍질을 부수고 점점 형체를 갖추고 있달까.

 

단순히 이전에 부족했던 전사로서의 자기 개성을 중화신경을 체득하는 가운데 드러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짧은 훈련을 통해 얻은 새로운 해석들이 거기 첨가되면서 이전보다 격이 다른 헌터로서 각성해 가는 과정에 있었다.

 

‘사람 대하는 법도 배운 거 같고 말이지.’

 

성태는 이런 말을 속으로 덧붙였다.

 

실제로 이 부분도 그간 웨이링에게 있던 변화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헌터로서, 후계자로서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것보다도 더 중요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중화신경의 이해를 통해 헌터로서 성장하는 건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기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그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그녀가 인간으로서 진정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다음.”

 

“내 차례군.”

 

이혜선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카에데의 맞은편으로 이동했다. 카에데는 반대로 서둘러 성태가 있는 쪽까지 와서 그 옆에 앉고는 몸을 찰싹 붙였다.

 

웨이링의 맞은편에 선 이혜선은 우선 그녀가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길 기다린 다음에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먼저 설명해 줄게. 나는 중화신경의 해석을 수호비무와 비교해서 태극의 원리에 있다고 생각해.”

 

“태극?”

 

웨이링이 아리송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태극의 원리라.

 

물론 도교와 불교의 원리를 원용해서 만들어진 마나 체계다. 거기 태극의 원리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우습다. 게다가 태극은 그 자체로 동양권에서는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상징이자 비유라서 무엇이든 태극을 내세워 설명할 수 있다.

 

우주의 원리나 세상 그 자체도 가능하다.

 

그러니 이혜선의 지금 이야기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원으로 흐르는 일체의 운동으로 모든 것을 흡수하고 토해내는 과정.”

 

간결하게 이혜선은 자신이 말한 태극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것을 듣는 순간 웨이링은 깨달은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측면이 있긴 하지.”

 

“먼저 보여줄게. 그런 해석을 기초로 해서 수호비무를 해석한 동작이야.”

 

말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듯 이혜선은 검을 들어 올렸다. 웨이링도 거기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두 사람 모두 무인이다. 말은 지침에 불과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동작, 운동에 있다는 것을 안다.

 

말이 때로 운동보다 중요해지는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런 건 대체로 운동이란 방식으로도 세상에 드러낼 수 없는 지극한 심오함의 영역에서의 이야기다. 그녀들은 천재지만 거기까지 다다르지는 못했다.

 

이혜선이 검을 들고 자신이 해석한 중화신경의 동작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름답게 흐르는 동작들이었다.

 

물이 흘러 바다가 되려는 듯한.

 

바람이 불어 초목이 흔들리는 듯한.

 

태풍을 맞이한 구름의 유동인 듯한.

 

“아.”

 

“와.”

 

“좋군.”

 

그걸 보고 모두 경탄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물론 경탄에서 이어진 반응은 각자 조금씩 달랐다. 웨이링은 한 동작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순식간에 몰입해서 그녀의 동작을 바라봤고, 카에데는 감탄하면서도 질투 어린 시선이 됐다. 성태의 경우는 스승이 성장한 제자를 보는 듯한 표정이랄까.

 

카에데가 성태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네가 조언한 거야?”

 

“그런 거 안 했는데.”

 

“하지만 안 그러면 어떻게 저렇게 단번에……!”

 

카에데가 화를 참는 표정으로 따지듯 말했다.

 

그녀는 내심 지금 보여주고 있는 이혜선의 성취가 성태가 손을 쓴 결과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혜선이 지금 보여주는 중화신경의 해석이 너무 수준이 높았던 것이다.

 

분하게도 그녀 자신보다!

 

성태는 어깨를 으쓱이며 모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그러니까 이혜선 아니겠어?”

 

“그런 거라면 나도……!”

 

자존심에 불을 지르는 성태의 말에 분노하면서 카에데는 외쳤다.

 

하긴 재능만 따져서 카에데가 이혜선에게 밀릴 리가 없다. 성태는 약간 이혜선이 위라 보고 있지만 일반적인 평가는 오히려 카에데가 더 위다. 결국 대충 둘은 비슷한 수준의 천재라 보면 된다.

 

물론 성태도 그 점은 안다.

 

“물론 그렇긴 한데 삼신기는 내가 볼 때 중화신경하고 좀 궁합이 안 맞거든.”

 

“그런가…….”

 

흠칫, 표정이 바뀌었다가 카에데는 미묘하게 납득하는 표정이 됐다.

 

중화신경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그런 걸 잘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이혜선을 보니 성태가 하는 말을 알 것 같았다.

 

“삼신기의 기본 원리이자 목표가 직선의 구현이라면 수호비무는 핵심에 점을 두니까.”

 

“으음…….”

 

맞다. 사무라이적이라고나 할까.

 

삼신기는 검과 보법, 심지어 그 수법에 있어서도 직선적이다. 단정하고 꾸밈없이 핵심만을 드러내는 직선적인 효율을 모든 면에서 아주 중요시한다. 소름끼치게 잘 갈린 무사의 칼날! 그것이 삼신기의 핵심이다.

 

여기엔 다른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 그야말로 일본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중화신경은 그게 아니었다.

 

온갖 잡다한 것들을 그 속에 끌어안으면서 제 것으로 소화하는 무경이었다. 물론 그런 무차별적인 포옹도 물론 극치에 이르면 직선적인 미학과 합치될 수 있다.

 

그러한 믿음으로 카에데는 중화신경을 해석했고 제법 성과를 냈던 것인데…… 이혜선을 보자면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직선의 담백함을 억지로 온갖 것을 끌어안는 복잡 광대함과 화해시키려 들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점이라는 건 뭐야?”

 

“수호비무 안 읽어 봤어?”

 

“바쁘다 보니.”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신기의 공부만 해도 바쁜 그녀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다른 무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것이 아무리 뛰어난 것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수호비무만 가지고서 높은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은 그것이 공개된 이후 이씨 가문 외에 수호비무에 근간을 든 강력한 헌터를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미 증명됐다.

 

“음, 점은 모든 것의 시작이잖아.”

 

“그렇긴 하지.”

 

“그것은 가능성의 근원이지. 그런 면에서 삼신기하고도, 중화신경하고도 저렇게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거야.”

 

“뭐야 그러면 수호비무가 최고라는 거 아냐?”

 

성태의 말에 카에데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성태의 말투는 아무래도 수호비무를 높게 치는 걸로만 들렸다. 삼신기의 후계자로서 거기 불만을 가지지 않기 어렵다.

 

성태는 감출 일도 아니라 싶어서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뭐, 나는 그렇게 생각해.”

 

“흐응.”

 

“관심 가면 구해 봐. 내가 볼 때는 카에데 네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할 말은 많지만, 일단 네 말이라면 받아들여 보도록 할게.”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어쨌거나 카에데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이혜선의 해석이 끝났다. 그리고 그 해석에 대한 몇 가지 질의응답을 한 다음 웨이링과 이혜선 두 사람은 검을 들고 대치했다.

 

이제부터 대련이다.

 

“자, 시작한다.”

 

“으음…….”

 

카에데는 제법 긴장한 눈길로 그 싸움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흥미를 가지지 않기 어려운 싸움이다.

 

승패가 아니라 해석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알파메일 128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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