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27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27화
127화 트레이닝(3)
웨이링이 이제까지 그 존재조차 몰랐다는 것은 저들의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던지를 알려준다. 동시에 이제야 그가 세상에 드러났다는 것은 어쩌면 이석훈이 뛰어난 능력으로 찾아낸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공개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제 와서……!”
메일링은 이를 악물었다.
후계자 자리 따위 아쉽게 여긴 적은 없었다.
그러나 적들에게 당해서 그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심지어 그들은 아직 확실하진 않으나 그녀의 원수일지도 모른다. 아니, 과거의 대립상을 생각해 보면 그들이 직접 부모님을 죽이는 짓을 하지 않았다 해도 이미 원수라 봐야 했다.
그런데 그런 자들에게 패배한다고?!
“빌어먹을!”
견딜 수 없었던 웨이링은 욕설을 내뱉으며 발로 땅을 쾅 굴렀다.
꾸앙, 하는 무거운 소리가 나고 그녀 주변의 땅이 움푹 꺼졌다. 그녀의 발 중심으로 콘크리트 건물이 금이 쩌적 갔고 교실 전체가 조금 기울었다. 건물 전체가 아마 이때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지금이 딱 적절하다 싶어 성태가 슬쩍 웨이링에게 말을 걸었다.
“흠, 우리가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도울 수 있다고?”
약간 부정적으로 웨이링이 되물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그녀의 말투 이면에는 감출 수 없는 초조함과 간절함 같은 것도 묻어나고 있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입장인 것도 있고…… 심오한 무란 본래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 아니겠어? 그런 면에서 여기 수호비무에다가 삼신기의 후계자가 있으니 도움을 얻기에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데.”
수호비무와 일본 삼신기의 무리는 그 심오함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그 정식 후계자들의 실력과 그들의 무리에 대한 이해라면 확실히 중화신경의 이해에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얼핏 웨이링의 눈에 스쳤다.
그러나 그 기대의 기색은 이내 스러졌다.
“너희를 무시하는 건 아냐. 오히려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중화신경의 해석은 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석훈이 온다 해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거야. 너희 정도로는…….”
“너-.”
카에데가 그 말에 이를 갈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기껏 도와주려는데 무시당하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카에데도 사실 성격 더럽고 자존심 세기로 따진다면 웨이링한테 안 밀린다. 이대로 놔두면 진짜로 싸울지도 모르겠다 싶어 얼른 성태가 끼어들었다.
“당장 두 달 뒤잖아. 이제 와서 사람을 수배해서 실력을 올려서 중화연을 대비하는 건 힘들지 않아? 그럴 바에야 정통이 아닌 새로운 해석에 기대하는 게 어때? 단순 실력을 보자면 네 말처럼 우리만으로는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 그러나 이미 그런 실력만 가지고는 극복하기 힘든 영역까지 와 버렸잖아?”
그 말에 웨이링은 곰곰이 생각했다.
본래라면 저 정도 말에 그녀가 움직일 리 없지만 상대가 성태이기 때문에 나름 배려해서 진지하게 고려해 보기로 한 것이다.
꽤 오래 고민하던 모양새이던 웨이링이 흘깃 성태를 보면서 물었다.
“너도 도와줄 거야?”
“물론이지.”
성태는 쾌히 답했다.
사실 그가 직접 나서야 한다.
카에데나 이혜선은 그냥 겉으로 내세운 핑계에 불과하고 역시 성태가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이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었다.
웨이링은 그 말에 조금 수줍은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러면…… 잘 부탁해.”
“맡겨두라고!”
가슴을 탁 치면서 성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거기 만족한 듯 웨이링이 환하게 웃었다. 그걸 보고 카에데의 표정이 확 찌푸려졌다. 희연도 마찬가지였다. 저 계집애가 꼬리치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중요 인물이라 화가 나지만 갈등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둘 모두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꿀꺽 삼키고 참았다. 나중에 성태에게 이 분노에 대한 값을 받아낼 생각이었다.
성태도 성태 나름대로 고초가 있었다.
‘이거 피곤하군. 아무래도 현재 입장이나 내 실력을 완전히 드러내긴 어려우니까……’
무엇보다 당장 피곤한 것은 역시 제대로 사정을 밝히고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서 웨이링을 설득할 수가 없다는 것. 만일 그게 가능했다면 이런 귀찮은 방식은 필요 없이 당장 실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웨이링과의 관계가 위험해질 수도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실력을 숨겨 놔야 이걸 통해 덫에 걸려들 놈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처음부터 전력을 드러낸다면 그 쥐새끼들은 몸을 사리느라 정리할 기회를 그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일단 이걸 학교에다 잘 설명해야겠군.”
“그러게 좀…….”
이야기가 그렇게 정리되는 것을 보고서 성남경과 희연이 난처하게 말했다.
그들이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은 웨이링이 서 있는 바닥이었다. 크게 붕괴한 채 처참히 박살 나 있는 교실 바닥.
곧 사람이 들이닥칠 건 분명하다.
이런 꼴을 보고 당황할 학교 관계자들에게 뭐라 변명하면 좋단 말인가.
“괜찮아. 내가 해결할 테니까.”
하지만 웨이링은 아주 태연하게 생긋 웃으면서 그들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금수저는 다르구먼.”
“그것도 보통 금수저가 아니니 말이지.”
성남경과 박수천은 안도하는 한편 왠지 모를 억울함과 분기를 느꼈다. 물론 그것은 이 세상의 무참한 양극화를 실감하는 데서 오는 박탈감이다.
“뭐, 우리도 금수저가 많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그렇지. 소외감 느낀다…….”
“어째 여성 비율이 높지만?”
“아예 전부지.”
체념하듯 성남경이 투덜대는데 박수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옳다. 성태의 그룹에 들어온 직후 성남경도, 박수천도 주변에 금수저가 즐비하게 됐다. 일단 카에데야 세계적인 금수저이고, 희연도 그렇다. 이혜선은 말할 필요가 없고, 여기 이제 웨이링까지 들어왔다.
수호대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기득권 공고화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긴 해도 무서운 비율이다. 지금 박수천이 이야기한 것처럼 금수저들이 전부 여자라는 건 또 특이한 일이다.
‘설마 우연이겠지만 말이야.’
성남경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건 너무도 분한 상황이 아닌가!
***
성태는 자신의 방에서 한 권의 책을 읽고 있었다.
어설프게 제본되어 만듦새는 그리 좋지 못했고, 페이지 수는 많은 책이었다. 대학에서 흔히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만드는 프린트 책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책의 정체를 아는 이라면 기절초풍 할 것이다.
바로 중화신경.
중화 그룹의 근간이 되는, 중국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무경 중 하나였다.
성태는 그 책의 내용을 받아 학교 내 도서관에서 간단한 작업을 통해 이렇게 책의 형태로 바꾸어 가지고 온 다음에 읽고 있는 중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기괴하기까지 한 장면이었다.
중국 최고의 기밀이라 할 만한 무경의 내용이 이토록 허술하게 유출되어 부외자에게 읽힌다니. 하지만 관련자들이 바로 그 권력의 핵심에 있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사실 이런 무경은 그것만 안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기도 하고.
느긋한 자세로 계속 그 책을 읽던 성태의 손이 마침내 멈춘 것은 깊은 밤이 되어서였다.
“이게 중화신경이란 거군. 꽤 괜찮은데.”
책을 덮으면서 한마디로 정리한 중화신경에 대한 성태의 평가였다.
중국 최고라고 하기에 괜찮은 완성도일 거라고는 예상했다.
하지만 성태의 현재 수준에 비교하면 그리 기대는 안 했는데 의외로 흥미롭고 실전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도가적인 풍모와 불규칙적인 풍모가 뒤섞여 우주에 대한 자기류의 원리를 만들고, 그 원리에 맞춰서 마나의 운행 방식을 창조해 모든 동작에 섞어 넣는 체계화의 완성도가 대단했다.
마나란 본래 근원이 없는 것이라서 어떤 방식으로도 변용이 가능하지만, 그 변용은 결국 변용이 시작되는 근본의 시작점에 근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나의 체계는 그 시작점에 맞추어 볼 때 얼마나 논리적인 허점이 없고 전체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는가가 완성도를 좌우한다.
그런 면에서 성태는 여기 비할 만한 마나의 체계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굳이 이야기한다면 일본 쪽의 삼신기 시스템과, 이씨 가문의 수호비무다.
“수호비무에 비하면 약간 떨어진다만…….”
성태가 이어 중얼거렸다.
하지만 수호비무에 비견해서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 전혀 창피한 것이 아니다. 너는 아인슈타인이나 존 폰 노이만보다 머리가 나빠, 라고 말해도 그게 머리가 나쁘다는 평가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호비무는 현재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마나에 대한 무경이다.
그것을 넘어서는 마나의 지식을 가진 자는 오직 단 하나, 성태뿐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널리 공개되어 이후의 헌터 세계를 구성하는 데 핵심이 됐다. 그 영향력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까지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대종사 이건이 난놈이긴 했어.”
그 수호비무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씨 가문의 선조인 대종사 이건이다.
정말이지 대종사라는 설명이 잘 어울리는 진정한 천재라 할 수 있다.
대종사 이건 이후 무수한 천재와 전설이 세상에 나타났지만 그 어떤 것도 대종사 이건의 위업에는 감히 비기지 못한다.
성태만 빼고.
“생각해 보면 나도 결국 이건 덕을 본 거고…….”
새삼 감탄하며 성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성태도 지금의 높이에 이르기 위한 기반으로 대종사 이건의 지식에 많이 기댔다. 만일 그것이 없었더라면 성태가 제아무리 천재에다 운이 따라줬다 해도 신을 상대로 이기는 위치까지 오르는 데는 적어도 수십 년 이상이 더 걸렸을 테고, 그러면 세상은 바뀌지 않은 채 여전히 그 악신의 손아귀에 놓인 채 농락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흠, 한번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란 말이야.”
성태는 그 점을 아쉽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간을 거기까지 되돌리는 건 역시 어렵다. 기준이 될 자기 자신이 그 시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정도면 일단 충분하겠군.”
여러 가지 생각을 거기서 일단 정리하고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중화신경이 어떤 물건인지 확실히 알았으니 이걸 이용해서 웨이링을 위한 커리큘럼을 짜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
훈련장이었다.
성태 일행은 북경대 내에서 여러 곳에 마련된 훈련장 중 하나를 지금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훈련장 중앙에서는 대련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서로 상대하고 있는 것은 웨이링과 카에데였다.
대련이 시작된 지는 꽤 시간이 지난 듯, 훈련장 곳곳에는 파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런 훈련장은 소음 공사는 물론이고 헌터들의 훈련인 만큼 매우 건물 자체를 튼튼하게 지음에도 이 정도 파괴 흔적이 남는다는 건 이 대련이 말이 대련이지 실제로는 가벼운 동작 하나에도 사람의 목숨 정도는 쉽사리 날려버릴 만한 힘이 오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알파메일 1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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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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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