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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23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123화

123화 중화연이란?(1)

 

 

 

 

 

왕 웨이링은 이후 얼마 되지 않아 학교로 돌아왔다.

 

개인에게야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부상이 심한 것은 아니라 몸을 금세 추스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교로 돌아온 왕 웨이링은 교내의 한 휴게실에서 성태가 마련한 자리를 통해 희연을 비롯한 교환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왕 웨이링의 모습에 모두 당혹스러운 표정이 됐다.

 

“…….”

 

“아, 이거 참…….”

 

“뭐라고 할까…….”

 

“으음…….”

 

“허…….”

 

오늘 이 자리에서 왕 웨이링이 사과할 거라고 성태에게 듣기는 했다. 하지만 정작 눈앞에서 이렇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자니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얼마 전에 그들에게 저질렀던 횡포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과하는데 내치기도 그렇고……

 

어색한 분위기만이 딱딱하게 흐르던 중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해 성태가 나섰다.

 

“자자, 이렇게 사과하는데 받아주지 그래?”

 

“흥! 사과한다고 해서 반드시 받아줘야 하는 건 아냐.”

 

카에데가 먼저 반발했다.

 

역시 아쉬운 게 없는 입장인 카에데로서는 그저 고개 좀 숙였다고 아 그래, 하고 사과를 받아들이고 그녀가 저지른 일을 모른 척하고서 앞으로 잘 지낸다고 하는 걸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하다.

 

오히려 이걸 기회 삼아 강하게 나가서 웨이링과의 관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잡아두는 게 더 낫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당한 걸 생각하면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

 

“뭐, 그게 순리긴 한데…….”

 

다들 카에데의 태도에 조금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또 사과한다고 다 받아줘야 하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그녀의 태도는 정당했다. 무엇보다 평범하게 생각해 봐도 웨이링이 그들에게 저지른 일은 사과한다고 그저 받아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 미안해.”

 

카에데의 날선 태도에 웨이링은 입술을 물고 다시 사과했다.

 

웨이링은 수세적으로 물었다.

 

“미안한 줄 알면 행동으로 보여야겠지?”

 

“어떻게 하면 될까?”

 

“글쎄…… 어떻게 하면 될까…….”

 

카에데는 고분고분하게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는 웨이링의 태도에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빙그레 웃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 표정은 사악하다는 것에 아주 어울리는 것이어서 이대로 그녀가 말하게 놔두면 웨이링이 겨우 마음을 고쳐먹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지금 상황을 아작내고 말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어서 성태가 얼른 카에데에게 눈치를 주고 허공에 손짓으로 글을 적었다.

 

‘그래도 우리 임무도 있고, 적당히 받아줘야 서로 의 상하지 않을 거 아냐? 이런 건 용서하는 쪽이 이기는 거라고.’

 

웨이링을 어떻게 골려줄까 하는 사악한 즐거움에 들떠 있던 카에데가 입술을 삐죽인 다음 표정을 풀었다. 성태가 저리 나오는 이상 개인적인 즐거움은 미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뭐, 사과를 한다니 받아주도록 하지.”

 

“고, 고마워.”

 

카에데가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해 올까 내심 긴장하고 있던 웨이링은 카에데가 쉽사리 물러서자 안도하면서도 내심 의아하게 여겼다. 저 카에데란 여자애에게서는 어쩐지 자신과 비슷한 냄새가 났기 때문에 저렇게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았는데.

 

성태와 카에데 사이를 모르는 웨이링의 입장으로서야 상황을 추리하기 어려운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카에데는 어쨌거나 엄숙한 표정이 되어 웨이링에게 엄포를 놓았다.

 

“다시는 이전에 보였던 것 같은 행패를 부리지 마!”

 

“그래, 그건 여러모로 좀…… 깨더라.”

 

다른 이들도 동의했다.

 

웨이링의 행패에 대해서는 변명이나 옹호의 여지가 없다. 웨이링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창피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으, 으응. 나는 사실 다른 사람을 대할 줄 몰라서…….”

 

“아무리 그래도…….”

 

“그래, 다시 생각만 해도 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온다.”

 

“으음…….”

 

다들 웨이링에게 당했던 당시의 기억이 생각나는 듯 가라앉았던 표정 곳곳에 균열을 드러냈다. 웨이링의 표정이 다시금 곤혹스러워졌다. 이대로면 다시금 웨이링의 입장이 난처하겠다 싶어서 성태가 얼른 끼어들어서 말했다.

 

“자자, 뭐 가끔 그런 경우도 있는 거지. 입장이 좀 특수하기도 했고. 사람 대하는 데 서툴러서 대인관계에 장애를 겪는 경우야 흔한 거 아냐? 우리 중에도 사실 있고.”

 

성태가 그렇게 말하면서 바라본 것은 혜선이었다.

 

“하긴.”

 

“아…… 뭐.”

 

“맞는 말이긴 한데…….”

 

다들 그건 그렇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혜선도 타인을 대하는 데 심각하게 서툴러서 일상생활에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곤 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느냐 아니냐 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양자 모두 일종의 대인관계 장애, 그것도 특수한 환경에 의한 장애라는 면에서 공통된 면이 있긴 하다.

 

“…….”

 

난데없이 갑자기 공격의 대상이 된 혜선은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성태가 분위기를 정리하듯 선뜻 나서서 웨이링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랬으면…… 좋겠어.”

 

“뭐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천천히 갚으면 되겠지.”

 

“이자 붙여서.”

 

“응, 다시 사과할게.”

 

웨이링도 부드럽게 웃으며 성태의 손을 잡아 일단 사과를 마무리했다.

 

얼마나 제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성태를 비롯하여, 이들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또 앞으로 친구로서 잘해 나가려 노력할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그녀를 위험에서 구했고, 또 무엇보다 이들의 중심에는 성태가 있다.

 

웨이링은 결코 성태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이제 웨이링을 자기 그룹에 끼워넣는 데 성공했다 여긴 성태는 좀 더 중요한, 그러니까 진짜 이곳에 온 임무를 슬슬 수행하기로 했다.

 

“아, 그런데 너 말이야, 중화 그룹의 후계자라 했잖아?”

 

“맞아.”

 

“그건 확정된 거야?”

 

“확정……되진 않았지만 문제없을 거야. 그룹 내에 나만큼 입지가 단단한 후보는 없으니까.”

 

약간 자신 없는 어투로 웨이링은 답했다.

 

“뭐야, 그건 즉 확실한 건 아니란 소리네?”

 

“그러면 안심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두 사람의 말이 맞아. 사람의 욕망은 상상 이상이라서 그 앞에서 ‘안심’ 같은 소리를 하면 안 되는 거야. 확실한 기반이 있다면 모르지만.”

 

성남경과 박수천이 하는 말에 카에데도 한마디 보탰다.

 

“카에데가 말하니 무게가 있군.”

 

성태는 아마츠키 가문의 후계자인데다 삼신기를 한 몸에 이어받는 절세 기재가 저런 말을 하니 흘려들을 수 없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카에데는 당장 얼마 전에 바로 그 욕망이 휘몰아치는 음모와 사건 가운데서 모든 것을 잃을 뻔했다가 성태 덕에 구원받았다.

 

비록 어리다 하나 그녀의 말에 심상치 않은 무게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카에데의 말에 웨이링은 진지하게 미간을 좁혔다.

 

자신의 지금까지 태도가 너무 안이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네가 그걸 바라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그런데 이혜선이 이어 한 말에 무겁던 분위기를 깼다.

 

웨이링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자신이 잘못됐던가 생각하던 차에 자신과 마찬가지의, 어쩌면 더 책임이 무거운 입장에 있는 이혜선이 그리 말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성태로서는 불만이었다.

 

‘이 계집애가 분위기 좋은데 왜 초를……!’

 

웨이링의 유유자적한 태도를 반성시켜야 앞으로 할 일을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돕지는 못할망정 초를 치다니.

 

“그것도 그런가.”

 

“뭐, 평안감사도 자기 싫으면 그만이라 하니.”

 

거기다 눈치 없는 성남경과 박수천도 그 말에 동조하기까지 했다.

 

성태는 둘 다 한 대씩 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

 

웨이링은 다시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러다가는 진전이 없겠다 여긴 성태가 직접 나서서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왜?”

 

웨이링이 아니었다. 이혜선이 물었다. 날카롭게. 성태는 날선 그녀의 물음에 속으로 혀를 찼다. 원래부터 쌓인 게 많은 계집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모습을 하필 지금 웨이링에 투영시키고 있다니.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이석훈에게 의뢰받은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성태는 강하게 나섰다.

 

“이미 이런 일까지 겪었잖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웨이링을 노리는 자들이 나타날 거란 소리지.”

 

“그건…….”

 

물러서지 않은 태세이던 이혜선이 그 말에 말문을 잃었다.

 

당연한 일이다. 지난번 납치야 기실 조작된 것이라고 해도 그와는 별개로 웨이링이 다양한 위협에 처해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것은 그녀의 개인적인 바람과는 상관없이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는 종류의 위험이다.

 

“카에데가 말했잖아? 욕망이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무서운 것이라고. 이런 형편에 그룹의 지배권 같은 건 관심이 없습니다. 신경 끄시고 저는 놓아 주세요~ 라고 하면 그걸로 끝일 것 같아?”

 

“그러면 지분을 전부 놓아버리면…….”

 

이혜선이 말했다.

 

웨이링이 그룹에 관련된 지분을 포기해 버리면 향후 그런 위험을 피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 물론 성태는 코웃음 쳤다. 웨이링이 그걸 포기할 수 있을 리도 없지만 설령 포기한다고 해도 성태가 제기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도 웃기는 소리지. 지금 같은 시대의 혈족 계승되는 그룹이 단순한 지분 문제로 지배권이 결정될 거라고 생각해? 카에데, 너만 해도 아니지?”

 

“뭐…… 실질 지분 소유량이 얼마 없긴 해.”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츠키 그룹은 개인이 아니라 여러 친족과 그들이 경영하는 은행이 주식을 나눠 가지고 그룹 전체의 총의를 결정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카에데가 후계자로서 자기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되면 아마 개인으로서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지게 되겠지만 결코 혼자서 모든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지 않다.

 

“그것 봐. 이런 건 혈족 내 합의 같은 게 훨씬 중요한 거야.”

 

“실은 우리도 그래.”

 

“…….”

 

자기를 위해 나서준 이혜선의 말에 반박하는 의견을 내려니 약간 멋쩍은 듯한 모습을 취하면서도 웨이링은 성태의 말에 동의했고, 이혜선은 더욱 할 말이 없게 됐다. 기실 이씨 가문도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이씨 가문은 이익을 노리는 집단 같은 게 아니기 때문에 주식 같은 건 의미가 없고 전통과 무예 같은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렇다 해도 그 의사결정이 개인의 일방적인 진행보다는 분산된 권력이 한곳에 모여 서로 회의하고 의사를 하나로 통합해 진행하는 걸 더 이상으로 삼는다. 이석훈 이후로 조금 빛이 바래긴 했지만.

 

“지분을 포기한다고 해도 그 지분을 회수할 다른 혈족들 간의 싸움 같은 데 말려들게 되면 별로 소용없다는 거지. 중국의 그 무수한 왕조 싸움을 봐. 그래서 뒤탈이 없도록 지워버리는 경우가 흔하잖아?”

 

 

 

 

 

알파메일 123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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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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