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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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18화
118화 납치사건(1)
차 안이었다.
아주 넓고 안락했다.
차에 익숙한 사람이면 이곳이 고급형 리무진 내부라는 것을 알아볼 것이다.
무역이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싸든 비싸든 외국산 물건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줄어들었고 중국은 그런 측면이 한층 더한 나라였지만 양극화는 당연히 소비품과 얼마 안 되는 수입품목의 극단화를 불렀다.
그래서 이런 형편에서도 중국의 부호들은 수입차, 그중에서도 최고의 품질과 평가를 얻고 있는 리무진 같은 차량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그 차 안에 타고 있는 것은 바로 웨이링이었다.
그녀는 주말을 맞아 학교에서 나와 여가를 즐기던 중이었다.
차 안의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 파견된 중화그룹의 경호원들이었다.
“후암.”
지루한 듯 하품하는 그녀에게 수행원이 물었다.
“아가씨, 오늘은 어디로 갈까요?”
“항상 가던 곳으로.”
“알겠습니다.”
웨이링이 항상 가던 곳이라 말하는 곳은 북경의 한 백화점이다.
그곳에서 최상층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물품들을 사치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웨이링은 즐겼다. 그녀의 개인 자산만 100억 위안에 달한다. 사실상 쇼핑으로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도 줄어들지 않을 정도다.
그녀에게 쇼핑은 정말 물건을 가지고 싶은 것이라기 보다 자신의 힘을 확인하는 의식 같은 것에 더 가까웠다.
권력과 능력의 확인.
자기자신이 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실에 대한 새삼스런 인식.
그런 것을 하려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퍼뜩, 웨이링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기분 좋게 자기 능력을 확인하러 가려는 도중이기 때문에 최근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던 것들이 떠오른 것이다.
“참, 그것들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되고 있어?”
그것들이란 최근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일당을 뜻한다.
감히 자기보다 더 주목을 끌고 더 나은 실력이 있는 듯 나댔으며, 심지어 자기의 말을 거역하기까지 한 때려 죽일 놈들이었다.
“착착 진행중입니다. 덕분에 교환학생들에 대한 교내 평판은 이미 최악이라 할 수 있지요.”
“흥, 그 정도로는 부족해. 감히 내게 거역하는 쓰레기들이니까 지옥을 맛보도록 해 줘야지.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말야.”
“아예 삼합회 애들을 사용하도록 할까요?”
“가능하다면 그게 좋겠지.”
삼합회라는 말에 마음에 든 듯이 웨이링이 빙긋 웃었다.
삼합회는 헌터의 시대가 되고서 가장 중국에서 흥한 집단 중 하나다. 공산당의 강력한 권력이 무너지면서 그들의 네트워크는 도리어 강력해졌고, 법망을 피한 여러 사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헌터 산업에도 재빨리 뛰어들어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 외의 그들의 무력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을 하기까지 했다. 인신매매나 납치, 암살도 당연히 포함된다.
“배달원들로 위장시키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건 괜찮은 아이디어야.”
삼합회를 이용해 그 교환학생 무리를 모두 납치해 남자는 장기를 척출해 팔고 여자는 매춘굴에 넘겨 버리면 꽤 괜찮은 복수가 될 거라 생각하면서 웨이링은 빙긋 웃었다.
차는 이후로도 계속 도로 위를 달렸다.
한데 곧 멈춰 서더니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본래 이 시간대면 차가 많아서 쉽게 움직이기 힘든 구간이긴 했지만 이렇게 아예 막힌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웨이링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길이 막히는 군요. 뭔가 사고가 있는 모양입니다.”
운전석 쪽에서 난처하게 답했다.
“그런건 무시할 수 없어?”
“도로가 달리 있는게 아니라...”
웨이링이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는 차라리 헬기를 이용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헬기 이용에는 정부 허락을 구해야 하지만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웨이링이 짜증을 내며 길이 뚫리길 기다리는데 똑똑 소리가 창쪽으로 들려왔다. 운전석이 내려지자 공안복을 입은 남자가 경례하면서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도로 앞쪽에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교통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국은 본래부터 분리주의자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대만이나 티벳의 사례에서 보듯이 억지로 합병된 국가나 민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이 강성하고 공산당의 힘이 강할 때는 처절할 정도로 탄압당하면서 거의 절명상태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전체에 분리주의 세력이 강해진 것이다.
때문에 북경에서는 그들에 의한 테러사태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수고하시는군요. 여기...”
운전기사는 간결하게 답하며 품에서 면허증을 꺼내 내밀었다.
그 면허증을 확인하고 공안이 놀란 표정이 됐다.
“중화그룹 분이군요.”
“그렇습니다. 잘 부탁드리지요.”
“알겠습니다.”
기사는 귀찮은 통관 절차에서 빼달라는 뜻에서 말했고, 공안도 그 뜻을 알아챈 듯이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그리고 공안은 운전기사에게 면허증을 돌려주기 위해 손을 차 안으로 넣었다. 기사는 그에게서 면허증을 받았다.
한데 둘의 손이 마주한 순간이었다.
공안의 손이 강하게 기사의 손을 잡았다.
“읏?”
기사가 당황하면서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공안은 강하게 손을 끌어당겨 운전사의 몸을 박아 넣듯이 창안에 넣고는 문을 열었다. 이어 리무진의 구동계가 있는 전면부를 강하게 손으로 후려쳤다.
쾅!
그는 헌터 인듯, 단단하게 만들어진 핸들을 비롯한 각종 기계가 한 방에 과자처럼 볼품없이 망가졌다.
이걸로 리무진은 이제 운전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뒤쪽에 타고 있던 수행원과 경호원들이 다급하게 품에서 총을 꺼내 공안에게 겨누었다. 하지만 그들이 총을 꺼내 발사하는 것보다 먼저 공안이 리무진 밖으로 나섰다. 박살 난 계기판에 총알이 박히며 무의미한 불꽃이 몇 차례 더 피어난 것이 전부였다.
이어 경비병들이 무기를 들고 리무진 밖으로 나서려 하면서 웨이링에게 외쳤다.
“여기 계십시오!”
“나도 싸우겠어!”
“안 됩니다!”
웨이링이 헌터다운 자부심을 드러내며 직접 싸우려는 것을 경비들이 말렸다.
몬스터와의 싸움은 이런 테러리스트와의 싸움과는 또 다르다.
한데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 격렬한 공격을 맞이했다.
“이놈!”
“커억!”
“억!”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사방에서 달려들더니 파악할 틈조차 주지 않는데 그들을 채 대처 하지 못했다. 총을 채 쏘아보지도 못하고 들이닥친 적의 공격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케블라 방탄복은 물론이고 던전에서 구한 방어복을 입은 경비병까지 있었으나 적의 공격은 한 방 한 방이 그들의 방어력을 무시하고 몸속 깊숙이 파고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경비병들은 바닥에 인형처럼 널브러졌고, 문을 뜯듯이 열고 지금 공격해온 이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쉭!
엄청난 속도의 검격이 가장 먼저 문을 연 습격자를 향해 날아들었다.
웨이링의 공격이었다.
웨이링은 이 공격으로 최소한 한 사람의 목을 잘라내는 정도는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 판단은 어지간해서는 별로 틀릴 일이 없었다. 웨이링의 성품이 어쨌든, 그녀의 실력은 진짜다!
텁!
하지만 이변이 일었다.
웨이링이 날린 칼끝을 침입자가 한 손으로 잡아낸 것이다.
“앗?!”
웨이링이 놀라며 칼을 빼내며 했지만 거대한 프레스 사이에 기인 듯이 그녀의 검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프레스 기라 해도 웨이링이라면 뽑아낼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지금 적의 악력握力은 미친 수준이다. 강철을 종이처럼 찢어내고야 말리라!
그는 역으로 검을 당겼다.
웨이링은 상상도 못 한 상황에 대처가 늦어 검체로 쑤욱 이끌려 오고 말았다. 그녀의 약간 작은 체구는 풀썩 상대의 품 안에 안기다시피 했다.
얼굴을 가린 마스크 안쪽으로 흡족하게 웃으면서 그는 웨이링에게 요구했다.
“자, 순순히 따라 주실까!”
“웃기는...!”
웨이링은 이를 갈며 검에서 손을 놓고 적을 연타했다.
쾅! 콰과광!
웨이링의 양손이 연달아 적을 후려쳤다. 단단한 감촉이 느껴지는 동시에 웨이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강하게 후려치고 있음에도 상대에게서 이렇다 할 반응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마치 철벽을 후려친 듯이!
적이 반격했다.
퍼억!
복부로 들어온 적의 주먹을 웨이링은 막지 못했다.
너무도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휘청이면서 웨이링은 저도 모르게 벌렁 뒤의 의자로 쓰러지고 말았다.
“으윽...”
“제법 훌륭한 공격이군. 하지만 소용없다.”
이어 적은 그녀의 목덜미를 쥐고 리무진 밖으로 질질 끌어 내렸다.
밖으로 나오니 주변에는 경호원들과 수행원들이 모두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이를 악물고 웨이링이 적들을 향해 자신의 이름값을 들이밀어 보려 했다.
“너,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고...”
“물론 알고 있지.”
빙긋 웃듯이 가벼운 답이 돌아왔다.
지금 답에는 웨이링의 얼굴이 정말로 심각하게 바뀌고 말았다.
“설마...”
자신의 정체를 알고서도 이런 폭거를 저지를 수 있는 자들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들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공산당으로 주축으로 하는 하나 된 중국을 부르짖는 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중화그룹의 다른 파벌이다!
그리고 양자 가운데 어느 쪽이든 웨이링으로서는 이제 매우 곤혹스럽게 됐다.
양쪽 모두 웨이링이 살아 있는 것 보다 죽는 쪽을 더 기뻐할 자들이기 때문이다.
웨이링을 손쉽게 압도한 납치범은 히죽 웃으면서 그녀의 불안에 답했다.
“아마 그 생각이 옳을 거야.”
“이...”
웨이링은 이를 악물고 그에게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저항하기 전에 한 번 더 그녀의 복부로 거대한 충격이 들이켰다. 해일에 얻어맞은 배처럼 그녀의 정신은 어둠으로 침몰했다.
*********
쓰라린 어둠이었다.
콜록대면서 아픔을 느끼던 웨이링의 정신이 희미하게 현실로 돌아왔다.
“으응...”
차가운 바닥을 느끼면서 웨이링은 눈떴다.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습하고 차가운 곳이었다. 콘크리트 냄새가 진하게 났다. 웨이링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다.
역시나, 구속되어 있었다.
아주 단단히.
헌터의 근력은 일반인을 훨씬 넘어선다. 스킬도 있다. 마법을 사용하는 자도 있다. 때문에 헌터의 구속에는 특별한 방법을 쓴다. 나노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케이블 타이에다가 마나의 흐름 중심에 설치에 그 흐름을 흩어 버리는 전자석을 추가한다.
지금 웨이링은 양자 모두에 의해 구속된 상태였다.
‘여기는...?’
웨이링은 얼굴을 찌푸리며 일단 몸을 일으켰다.
결국 납치된 모양이지만 향후 탈출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상황파악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빛이 들어오는 쪽으로 갔다.
문이 있는 곳이었다. 거기 귀를 댔다.
대화가 들려왔다.
‘상황은 어때?’
‘괜찮아. 납치가 성공적이잖아.’
‘이제 어쩌지?’
‘놈들은 당장 죽여버리길 원하는 모양이던데...’
보초병으로 보이는 자들의 대화를 훔쳐 듣던 웨이링이 흠칫 놀란 표정을 했다.
‘죽인다고...!’
살해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강했고, 그녀의 주변은 또한 강한 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랬던 현실이 이토록 간단히 파괴되고, 지금은 적들의 손아귀에 자신의 모든 것이 쥐어져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하긴, 그놈들 입장에서는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군.’
‘그러나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너무 불리하지.’
‘맞아.’
낄낄 웃으며 저들이 나누는 소름끼치는 대화를 웨이링은 공포를 견디고 유심히 들었다.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모아야 했으니까. 그래야만 협상이든 사기를 치든 해서 지금 상황에서 탈찰할 수가 있다.
‘놈들은 어디 소속이지?’
이야기 하는 것을 보자니 특정한 거대 단체에 소속된 것은 아닌 듯 싶었다.
만일 그렇다면 이미 방침이 정해져 있어야 할 테니까.
이제와서 이차적으로 협상을 한다는 걸 보자면 의뢰를 받은 범죄 집단인 것 같은데... 솔직히 그럴 놈들은 아주 많다. 다만 납치할 때의 상황을 돌이키면 실력은 굉장했다. 중국어가 약간 어색한 걸 보면 외국 집단인 것도 같았고...
저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면 일단은 협상을 하는 건가?’
‘그렇게 되겠지?’
‘헤헤, 재밌겠는데.’
‘그래. 우리가 가장 즐거워하는 순간이지.’
키득대는 남치범들의 이야기 속에 음흉한 기대가 서렸다.
웨이링의 표정이 굳었다.
알파메일 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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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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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