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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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11화
111화 왕 웨이링(1)
서울 근교의 공항에 비행기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경비행기로 2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비행기를 향해 차분한 걸음으로 이동하고 있는 여성이 하나 있었다. 보는 이가 칼날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절세미인이었다.
이혜선이었다.
“오르시죠.”
“......”
그녀는 비행기 탑승구 앞에 선 군인의 안내를 따라 경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기 안은 널찍하고 청결했다. 이미 몇몇 사람이 탑승해 있었고, 그들 중 하나가 손을 들며 그녀를 맞았다.
“여, 반갑군.”
“네가...”
이혜선이 흠칫, 하는 표정이 됐다.
이 비행기 안에 있는 이들은 대체로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이 지금 그녀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아는 체 한 인물이었다.
성태였다.
성태는 놀리는 듯한 웃음으로 물었다.
“놀랐어?”
“...아니.”
이혜선은 고개를 저었다.
놀랐다고 답해서 상대를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않아서 고집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그녀는 의외라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놀랐다면 성태가 여기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묘한 직감으로 그녀는 그가 ‘특별’하다는 것을 줄곧 느끼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 해도 설마 데몬 프린스로 전락한 오빠와 싸워 대등한 상황을 보일 수 있을 정도의 특별함이었다고는 역시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말이다.
성태는 아쉽게 투덜거렸다.
“놀라지 않았다니 그쪽이 더 아쉽군.”
“그러게. 이쪽은 진짜 놀랐는데.”
“나는 아니야.”
성남경과 박수천이 차례로 말했다.
성남경이야 어쨌든 박수천은 갑자기 성태에게 불려 이런 곳까지 오게 됐음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도 당연한 일이었다. 성태는 그의 인생을 바꾸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를 거의 숭배하다시피 하는 박수천에게야 이 정도는 놀랄 만한 일이 못 된다.
“하긴 뭐 따지고 보면 나도 의외로 놀라진 않았으니까.”
뒤늦게 발을 빼듯이 성남경도 한 마디를 덧붙였다.
반쯤은 사실이다.
처음부터 성태에 대해 특이하다고 느꼈었고 그의 실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던 것은 연수에 갔었을 때였으니까. 특히 연수로 간 던전에서 성태가 보여준 실력을 본 이후 그런 생각이 더 굳었었다.
“으음... 눈에 안 띄게 노력했는데.”
이렇게 되니 성태가 도리어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어떻게든 특별함을 티 내지 않고 학생노릇을 하려 했던 건데... 잘 안 됐다는 말이니까.
“다들 익숙한 얼굴이군.”
혜선은 이어 비행기 내부를 둘러 살펴 다른 이들을 쭉 살피고 말했다. 성태, 박수천, 성남경 외에 카에데와 희연이 있었다. 혜선까지 합쳐서 여섯 명이었다. 확실히 익숙한 얼굴들이다. 하지만 지금 혜선의 말에는 곤혹스러움이 묻어났다.
가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이걸로 감당이 될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뭐 가서 행동하기 편한 인선을 택했기 때문이지.”
“내가 알기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것도 고려한 인선이지.”
당연한 혜선의 말에 씨익 웃으면서 성태는 답했다.
그 미소 앞에서 혜선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에게서는 마치 아버지를 대하는 것 같은 기도가 느껴졌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이어 성태는 장난스럽게 표정을 바꾸고 청했다.
“아참, 당연한 말이지만 학교에서는 비밀로 부탁한다.”
“왜 굳이?”
혜선의 물음은 다른 이들도 동일하게 품고 있는 의문이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냐? 충분히 나무가 성장하기 전에 귀찮은 벌레들이 달라붙으면 성장에 지장이 생기잖아. 그러니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귀찮은 주목을 피하려고 성태는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감추고 있는 거야.”
답을 한 것은 성태가 아니라 그의 근처에 있던 카에데였다. 그녀가 불쑥 성태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대신 답한 것이다. 희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고, 박수천과 성남경의 표정이 부러움에 무너지는 가운데 이혜선도 고개를 흔들었다.
“...내게 도리어 놀라운 건 그쪽이었는데.”
“내가 왜?”
“이건 한국의 일이니까.”
음, 그건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성남경과 박수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여섯 명의 인선 가운데 가장 특이한 건 사실 성태보다는 카에데다. 그녀는 일본의 귀빈으로 대단히 높은 신분이다. 그런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다시 또 중국에 간다니.
그러나 카에데의 입장에서는 같이 행동하는 게 매우 당연했다.
“흥, 우스운 소리를 하는군. 이건 한국이 아니라 성태의 일인거야. 그러니 내가 가는 것도 당연한 거지.”
그렇게 말하면서 카에게는 성태에게 한층 찰싹 달라붙었다.
이혜선은 살짝 불편한 표정으로 카에데를 바라봤다가 성태에게 물었다.
“네 일이라고?”
“뭐 나한테 향후 떨어질 몫이 많다는 거지.”
이 일에 막대한 이득이 걸려 있다는 것은 이혜선도 안다.
어떤 방식으로 이득이 생기는 것인지도.
그렇다면 성태가 이 일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도 추리할 수 있다.
“길드를 만들기로 한 거야?”
“그 비슷한 거지. 어때? 졸업하면 너도 오지 않겠어?”
성태는 웃으며 제안해 봤다. 성남경이 코웃음 쳤다.
“통할 리가 있냐. 쟤는 오라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가야 할 곳도 있잖아.”
“그건 그래.”
희선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그 말에 동의했다.
이혜선의 고려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신생 길드 따위에 흥미가 있을 리가. 게다가 그녀는 이씨가문의 차세대다. 졸업 후 이씨가문의 중진이 될 게 거의 틀림없다. 굳이 그녀가 그런 선택을 않는다면 그건 자신의 길드를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꼭 그런건 아냐.”
혜선이 작게 속삭이듯 말했지만 그걸 들은 이들은 없었다.
성태가 잠시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워낙 금세 원래 표정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정말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비행기가 출발했다.
이 시대에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어지간히 돈이 많은 이들에게도 생경한 경험이다. 관광이라는 것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들 비행기 체험을 잠시 즐겁게 즐겼고, 성태는 동기들이 비행기에 익숙해졌을 때쯤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중국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의 임무를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지.”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성태에게서 간략한 자료를 받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간략한 것이다. 여러 가지 민감한 사정이 있어서 상세한 내용을 받을 수는 없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왕 웨이링이라는 소녀를 지키는 것이지.”
성태가 이번 임무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기다렸다는 듯 성남경이 손을 들어 물었다.
“미리 받은 자료를 통해 일단 보긴 했는데... 그 정도로 사람이 없어?”
“보디가드로 우리 같은 학생들이 얼마나 쓸모가 있을진 솔직히...”
성남경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다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럴만도 한데 요인의 호위다. 그런 일을 학생들을 시켜서 하고자 한다니?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정상이긴 하다. 물론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그녀의 입장이 다소 특수하기 때문이지. 본래 대만 출신인 건 봤지?”
“봤지.”
왕웨이링은 중국 본토 출신이 아니다.
현재 북경대학에 재학중이지만 그녀는 대만 사람이다. 본래 대만은 독립국이었으나 중국의 하나의 중국이란 정책에 의해 외교권을 비롯한 주권침탈을 크게 겪게 되고 중국이 세계적인 강국이 되어가면서 결국 흡수당하게 된다.
다만 홍콩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자치정부를 남겨서 반발을 무마한 형식하고 본토와 교류하는 형식이 됐다.
이 때문에 대만 중국인들과 본토 중국인들 사이에는 아직도 상당한 앙금이 존재한다.
“몇 년 전에 이 아가씨가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화그룹의 차기 총수가 되실 귀하신 몸으로 결정이 됐단 말야.”
중화그룹은 중국 최대의 기업집단 중 하나다.
중국의 최대 기업집단은 대부분 공기업이지만 홍콩이나 대만이 본토와 합병되면서 살아남은 사기업은 본토라는 환경을 잘 활용해서 성장을 이뤘고 중화그룹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집단이다.
사실상 대만 자치구의 왕이나 다름없다.
거기다가 대만 자치구의 왕 정도로 북경과 상해 등 주요 상업 도시들간의 광범위한 동맹을 성립시키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이 계획이 성공하게 되면 그들은 어쩌면 수백년만에 공산당을 넘어서는 힘을 가진 집단이 중국에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그건 중화그룹의 성장보다는 공산당이 분권화로 인해 그만큼 몰락한 탓이라 봐야 하겠지만.
“알겠다. 그래서 노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거지?”
성태가 희연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면 한국에서 경호를 담당한다는 게 역시 설명이 안 되는데.”
“물론 그렇지. 하지만 지금 이 아가씨의 경우는 말 그대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입장이란 말이야.”
“내부에 적이 있다는?”
“맞아. 왕 회장의 죽음이 전혀 설명이 안 된단 말야. 내부자 소행으로 보이는데 그게 누군지 짐작이 되질 않는 상황이야. 그래서 차라리 우리가 가는 거지.”
“그러면 북경대학에 있는 것도?”
알겠다는 표정으로 카에데가 물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만보다 오히려 그쪽이 더 안전할 거란 계산인 거지.”
“일리가 있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이 믿을 수 없다는 것으로 판정났다.
그렇다면 본거지에 있는 것이 도리어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주변 관계를 끊고 여러 시선이 지켜보고 있는 학교 내부 같은 곳이 더 안전한 것도 당연하다. 특히 북경 대학이라면 여전히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으로 이곳 재학생들은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다.
그 점을 이용해 대학은 수백년에 걸쳐 대학을 일종의 자치구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사실상 성공했다. 북경 대학쯤 되면 작은 독립국이나 마찬가지다. 설령 공산당이라 해도 이곳에 대해서는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
“우리는 어떻게 믿고.”
희연이 의아하게 물었다.
성태는 당연하지 않냐는 투로 답했다.
“이익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있어.”
“하긴 신뢰보다 강한 것은 이익이니까.”
“피보다 돈이 진한 법이라.”
“씁쓸하지만 그 말이 진실이지.”
모두들 성태의 말에 동감했다.
의리나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는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위태롭다. 상대의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것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언제 모든 것이 뒤집어질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이익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관계의 근거일지도 모른다.
최소한 그것은 언제 배신할지, 왜 배신할지, 언제까지 관계가 지속될지에 대한 예상이 가능하게 해 준다.
“그런데 가능할까? 우리 실력으로? 중국이라 하면 인구 수만큼 괴물들이 많지 않아?”
성남경이 걱정스레 말했다.
중국의 인구는 인도에게 추월당했지만 아직도 15억에 이른다.
그 어마어마한 인구에 비례해서 괴물같이 강력한 헌터들도 얼마든지 있다. 가령 비명에 죽었던 왕 회장만 해도 일본의 삼신관에 비겨 별로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한데 학생들이 가서 요인을 호위한다는 건 이상하다.
성태가 웃었다.
“그거야 뭐...”
“-아무 걱정 없어요. 성태씨가 있으니까.”
“음,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성태의 웃음에 보증하듯이 박수천과 희연, 카에데가 나서서 그의 실력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 보였다.
“뭐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나도 알지만...”
“괜찮습니다. 그의 실력에 대해서는 나도 들은 바가 있으니까요.”
결국 혜선이 나서서 설명했다.
사실 그녀는 이번 일 자체가 성태를 중심으로 편성된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 일은 최소한 가문의 중진들 가운데서도 최고로 꼽히는 이들이 움직여야 한다.
성남경은 혜선까지 나서서 성태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자 억울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야, 나 모르는 사이에 뭐 대단한 일이라도 했냐?”
“뭐 그런게 약간 있어.”
아마 머지않아 성남경도 성태의 실력을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굳이 자기 입으로 그런 사실을 밝히는 것도 우스운 것이라 여겨 성태는 그냥 어물어물 넘어갔다. 그리고 동기들에게 가서 할 일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다.
“에헴, 하여간 그러니까 다들 걔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벽 역할을 하면 되는 거야. 같이 생활하면서 말이지. 마침 북경대 재학중이니까.”
“아, 그래서 전부 학생이로구만.”
성남경이 이제야 인선을 이해하겠다는 표정이 됐다.
직접적인 호위는 성태가 하고 다른 이들은 웨이링의 주변에 사람의 벽을 만들어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아보고 연락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원래는 방문 연구원이란 핑계로 교수들도 올 생각이었는데 역시 그건 생활 전반을 체크할 순 없는 거니까.”
“그럼 방은 우리 중에 하나가 같이 쓰겠네?”
알파메일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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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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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