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10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10화
110화 중국행(2)
실제로 공식 발표를 믿지 않고 뭔가 잘못된 정보라고 믿는 이들이 넷상에는 부지기수였다. 아니면 데몬 프린스가 처음부터 오래 있을 수 없었던 것이었을 뿐이라거나. 그들이 그렇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
데몬 프린스를 상대로 헌터가 일대일 대결로 승리했다는 건 역사를 뒤져도 거의 찾을 수 없다. 이석훈은 이씨가문의 가주들 가운데서 강한 편이지만 이건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일단 기록에 남은 건 그 정도긴 하지만...”
“실제로 그에 관련된 도시전설도 있나보더라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던 성남경이 끼어들었다.
“도시전설?”
“그래. 사실은 데몬 프린스를 물리친 건 이석훈이 아니라 다른 헌터라고.”
모두들 피식 웃었다.
희연이 손을 내저었다.
“에이, 그게 더 말이 안 된다. 이석훈도 안 되는 판에 다른 헌터 따위 대체 누가? 그런 소문에 기대면 나는 더 황당한 것도 알고 있는데.”
“어떤 거?”
“데몬 프린스가 이씨가문 출신이라는 거지.”
“뭐?”
희연이 말하자마자 모두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이 되어 그녀에게 시선을 모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면서 희연은 항변했다.
“헛소리란 거 알고 있으니까 나한테 그런 표정 짓지 말고. 그 정도로 황당한 소문이 많이 돌고 있다는 거야.”
‘의외로 음모론이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군. 하기야 이런 세상이니...’
일의 전모를 아는 성태만은 넷상에서 돌고 있는 소문의 예리함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어쩌면 현장에 있었던 헌터들 가운데 몇몇이 넷에 흘린 걸지도 모른다. 넷은 입막힌 이들이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걸 속 시원히 밝힐 수 있는 희소한 장소니까.
그렇게 네 사람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이었다.
“아, 저기 소문의 당사자가 간다. 불러서 물어보자.”
카에데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손을 들었다.
그녀가 보는 쪽으로 식사를 막 마친 듯한 이혜선이 걸어가고 있었다. 성태는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
“아, 아니 실례잖아. 그만두는게-”
“이혜선!”
늦었다.
카에데는 성태에 신경 쓰지 않고 혜선을 불렀고, 이혜선은 우뚝 서서 일행쪽을 바라봤다. 카에데가 손짓으로 그녀를 청했다. 이혜선은 망설이는 표정이다가 성태를 일별하고 다가왔다.
“용무라도?”
“실은 이번 데모 프린스 강림 문제 때문에 이야기가 여럿 있단 말야. 그중에서도 특히 정말 이석훈 가주가 혼자서 상대해 이겼느냐는 말이 있는데... 현장에 있었다며? 넌 좀 알거 아냐?”
카에데가 그냥 직구를 던졌다.
혜선은 잠시 멈칫 하더니 답했다.
“...혼자는 아니었어. 다른 헌터들이 도왔지.”
“역시! 아무리 이석훈이라 해도 혼자서 상대할 수 있을 리가...”
“하긴 현장에 장진호라던가 정형구 같은 초특급도 있었다고 하니까.”
그러면 그렇지, 라는 식으로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매스컴에서는 참사 가운데 낭보다 보니 좀 부풀린 측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여러 헌터들의 조력이 있었다고는 해도 이석훈이 데몬 프린스를 상대해 낸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다.
혜선은 성태 일행이 떠드는 것을 잠시 보다가 성태쪽으로 눈길을 한 차례 주고 몸을 돌렸다. 성태 역시 혜선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쿡, 성태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카에데가 불쾌한 듯이 물어왔다.
성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무마하려 들었다.
“아니, 그냥.”
“아무리 독차지하는 걸 포기했다고 해도 옆에 있는데 다른 여자에게 눈길이 가는걸 좋게 보아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넓진 못하다는 걸 이해했으면 하는데 말이야.”
“오랜만에 그건 서로 의견이 일치하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카에데는 물론 희연 역시 마찬가지 심경이라는 듯 동맹전선을 강화하고는 성태를 압박했다. 아무리 뻔뻔한 성태라지만 이렇게 둘이서 공격해 오는 데야 약세일 수밖에 없다. 쩔쩔 매면서 두 아가씨에게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미, 미안...”
성태가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남경은 피식 웃었지만 어째서일까, 가슴이 쓰라렸다!
이후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몇 가지 그닥 유익하다 말하긴 어려운 대화를 다소 나누다가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판을 지정된 자리에 놓고 돌아오는 길목에 갑자기 카에데가 성태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아참 그런데...”
“응? 왜?”
“데몬 프린스 상대한 거, 실은 너 아냐?”
귓속말로 속삭이듯 카에데가 묻는 말에 성태는 씨익 웃었다. 하긴 카에데는 성태의 진정한 실력을 어느 정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데몬 프린스의 힘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면 성태가 개입했으리라 추측해 보는 것도 당연하다.
자기 여자에게 잘난척하고 싶은 건 수컷의 본능인지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살짝 조력은 했다는 정도지.”
“그럴 줄 알았어.”
카에데는 만족해 뿌듯하게 웃으면서 성태를 껴안으려다가...
쳇, 하면서 물러났다.
바로 뒤에서 희연이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이석훈은 자신의 방에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명상하며 그가 되새기고 있는 것은 타락한 그의 아들, 영빈과의 싸움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빈과 그 알 수 없는 조력자의 싸움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 싸움은 수호비무의 해석을 두고 일어난 치열한 투쟁이었다. 그 치열하고 강력한 무에 대한 해석을 둔 직접적인 경쟁.
정통적인 것은 우습게도 타락한 그의 아들이 보여주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경의 구슬을 먹었다고 주장하는 조력자의 해석은 자유분방하고 새로웠다. 어느 쪽이 좀 더 수호비무의 본질에 근접해 있는 것일까.
가주로서, 이석훈은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것은. 아버지로서의 관심이기도 했다.
“......”
오래도록 명상하던 이석훈은 눈을 떴다.
생각을 끝냈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명상을 하고 비교를 할수록 생각할 것은 늘어났다. 지금 그가 눈을 뜬 것은 한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방안에는 어느샌가 모르게 한 사람이 들어서 있었다.
성태였다.
“왔나.”
“그동안 건내주신 자료, 검토해 봤습니다.”
맞은편에 앉으면서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석훈은 빙그레 웃었다.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군.”
“일단, 기대하신 대로의 대답을 돌려드릴 수 있겠습니다.”
중국 내 파벌 가운데 하나를 지원해 최대 세력으로 등극시킨 다음 그들의 협력을 얻어 한중일의 삼국 동맹을 만든다.
이 꿈같은 일을 진행하기 위해 이미 이석훈은 많은 것을 진행했고, 또한 적잖은 성과를 이루었다는 것을 자료를 검토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진행된 일이라면 까다롭기는 해도 충분히 할만하다는 것이 성태의 결론이었다.
“그것 반가운 이야기군.”
“일단 한 가지 확실히 해 두지요.”
이석훈의 흡족한 웃음 앞에서 성태는 엄숙한 표정이 됐다.
이석훈도 바보는 아니다. 성태가 뭘 말하고 싶은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사업권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 일을 하고서도 제가 사업 자체에 대해 주도권을 쥐지 못하게 된다면 그 또한 참 바보 같은 꼴이 아니겠습니까?”
한중일 삼각 동맹과 교역을 부활시키게 되면 교역으로 인한 국가간 교류가 엄청나게 늘어 이로 인한 경제효과도 막대해진다. 그 이익을 정작 공로자인 성태가 충분히 얻지 못한다면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쓸모없게 된다.
물론 성태의 목적은 인류 자체를 후일의 패망에서 구해내는 것이라서 사적 이익의 유무를 떠나서 강하게 진행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사적 이익을 먹을 기회가 있는데 거절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물론이네. 하지만 주변의 다른 눈들도 있으니 내 뜻만으로 모든 것을 넘길 순 없다는 것도 이해해 줬으면 하는군.”
“그 정도는 이해합니다.”
별로 빽이랄 것도 없는 성태가 공로자란 이유로 홀라당 먹는 건 애당초 무리다. 게다가 물류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다른 사업권 확보만 해도 성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조직력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
최소한 오십조 규모의 사업은 될 텐데 그걸 감당할 만한 시스템과 인재를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어 물었다.
“달리 없나?”
“또 중요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인선은 제가 하고 싶군요.”
“인선을 말인가.”
이석훈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 성태의 말은 중국에 가서의 행동에 대해 이석훈에게 일체 터치를 안 당하겠다는 뜻이다. 맹견을 목줄을 풀어놓고 놔두고 싶은 사람은 없다.
“어차피 이번 일도 학교간 교류 형식으로 하게 될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현장에서 푸닥거리해야 하는 건 결국 저입니다. 그 정도 청은 들어주셨으면 하는군요. 게다가 결국 수호대에서 선발될 학생들입니다. 누가 되든 그 능력에 큰 의문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
이석훈은 찌푸린 얼굴로 아무 말도 못 했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다. 가서 해야 할 일은 생각하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고...
“그 정도 자유도는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알겠네.”
결국 이석훈은 성태의 요구를 받아주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한 가지 조건을 내걸지.”
“무엇이신지?”
“내 딸아이를 데려가게.”
“혜선 양을, 말씀이십니까?”
성태가 조금 놀라면서 되물었다.
이번 작전은 결코 쉽지 않다.
일 자체의 난이도는 그렇다 쳐도 주변에서 달갑게 보지 않고 있는 세력이 아주 많다. 함부로 움직이다간 파견 나간 이들 중 몇몇이 암중에 죽을지도 모른다. 국가간 교류가 단절되다시피한 만큼 이런 위험은 아주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혜선을 보내고 싶다니?
“그래. 수호대의 학생들을 통해 팀을 구성하고 싶다면 그 아이를 빼놓는다는 건 말이되질 않지.”
“그야 뭐 실력은 확실합니다만...”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석훈의 말은 옳지만 역시 딸 아이에게 왜 그런 위험을?
“그렇다면 더 말할 건 없겠군.”
“위험할 텐데, 괜찮겠습니까?”
“위험없이 대체 뭘 얻을 수 있지?”
“알겠습니다.”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답하는 이석훈을 보고서 성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의 말처럼 이혜선이라면 하고자 하는 일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납득했다니 나도 기쁘군.”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필요한 준비는 이쪽에서 해 두지.”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이고 성태는 나타날 때처럼 조용히 이석훈의 방에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난 다음 이석훈은 계속 앉은 채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자신의 것을 찾았으면 좋겠군.”
그의 중얼거림이 향하는 대상은 이혜선이었다.
그는 이미 자식을 기르는데 있어 너무나 큰 실패를 겪었다. 그리고 딸아이 역시 삐걱거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치명적인 것은 역시 그것이다.
이석훈은 부디 이혜선이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헌터를 저 기묘한 헌터에게서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외부에서, 심지어 이씨가문 내부에서도 이석훈의 이혜선에 대한 대우가 너무 심하다고 평가되는 이유의 핵심은 실은 바로 그것이었다.
알파메일 1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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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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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