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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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09화
109화 면담(2) & 중국행(1)
“제게, 중국을?”
“그렇네. 중국쪽의 협력을 얻어 내는데 성공한다면 자네의 계획에는 전면적으로 협조하도록 하지.”
“난감하군요.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신다 해도...”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중국을 계획에 참여시키는 게 필요한 건 성태도 동감이지만 그걸 자기보고 해 달라고 하면 역시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도 준비해 둔 자료가 있네. 보상도 충분히 할 생각이지.”
“노리고 계신 거였습니까?”
성태는 처음부터 자기에게 이 일을 맡기려고 했느냐는 의심스런 시선으로 이석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석훈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단지 중국을 빼놓고선 현재 아시아 쪽의 통합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되던 바였기에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지.”
“흠, 그건 그렇군요.”
하기야 바보가 아니라면 중국을 빼놓고 국가 간 교류 재개 같은 걸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까지의 물류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진 지금 그나마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가까운 한일중의 삼국 연합이 현실적인 초국가 블록이다.
“어떤가? 실력과 입지 양 측면에서 자네가 이 일을 하기에 최적이라 싶네만.”
“그러면 일단 자료를 읽어보고 대답하겠습니다.”
“기다리도록 하지.”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품에서 usb 하나를 꺼내 성태에게 넘겼다. 성태는 그것을 공손히 받았다. 그 안에 중국을 무역 재개에 끼워넣기 위해 이석훈이 이제까지 진행해 온 일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을 것임은 틀림없었다.
이어 성태는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이쪽에서 질문해도 괜찮겠습니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하도록 하겠네.”
“이번 사건이 정리되고 말입니다. 세간이 여러모로 떠들었는데... 묘하게 조용하더군요.”
“충분히 시끄럽지 않았나?”
성태의 말에 이석훈은 모르는 척 답했다.
성태는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시끄럽긴 합니다만 제가 볼 때는 여기저기서 다 함께 물고뜯고씹고즐겨야 할 주제에 대해서는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싶어서 말입니다.”
데몬 프린스의 강림.
그 자체만으로 전 세계가 다 함께 들썩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당연히 모든 이들이, 모든 매스컴이, 아마 전 세계 매스컴이 다 함께 떠들었을 테고, 사실 아직도 떠들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이야기들은 이상하게도 한 가지, 모든 이들이 흥미진진하게 여기고, 또한 심각하게 여길만한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질 않고 있다.
“데몬 프린스에 대한 것 말인가.”
“잘라 말하면 그렇습니다.”
이석훈의 말에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몬 프린스 이영빈.
그는 본래 이씨가문의 촉망받는 천재였다.
그 사실이 전혀 이야기 되지 않고 있었다. 현장에 직접 있던 성태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이씨가문이기 때문이지.”
“적도 충분히 많지 않습니까?”
성태는 반문했다.
이씨가문의 위세가 대단한 건 물론 알고 있다. 현재 한국최고의 명문가라 하면 바로 이 이씨가문일 테니까. 그들의 영향력은 정재계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전부를 제왕적인 권력으로 장악하고 있냐 하면 그렇진 않다.
그들에 미치진 못한다 해도 강한 길드나 집단은 여럿 있고 이씨세가에 적대하는 이들도 그들 중에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씨가문에 치명적이 될 만한 정보가 이토록 깨끗하게 감춰진 건지는 역시 의문이다.
“다행히 직접 나서서 싸운 덕에 많은 이들이 보진 않았네.”
“그래서 그 정도는 감출 수 있었단 말이군요.”
그러고보니, 라고 생각하면서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몬프린스와의 싸움은 너무나 장렬해서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마기가 너무 강해 카메라 같은 것을 통해 촬영도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현장을 유심히 지켜볼 수 있던 몇몇 헌터만이 그나마 상황 파악이 가능했다.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대범하시군요. 저는 그러면 이씨가문의 약점을 쥔 셈이 되는데.”
성태는 놀리는 것처럼 이석훈에게 말했다.
한데 이석훈은 무심하게 반응했다.
“신경쓰지 않네.”
“어째서?”
“자네야말로 우리가 그런 혐의로 몰락하게 되면 그 불똥을 치울 수 있을 것 같나? 그런 의미에서는 운명공동체가 된 셈이지 않겠나.”
서늘하게 이석훈이 하는 말에 성태는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경탄했다.
‘이야, 이거 천년 묵은 너구리가 따로 없구만.’
지금 이석훈의 말은 성태의 출신성분이 불분명하고, 그에 반해 수호비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음으로 얼마든지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갈 자신이 있다는 말이었다. 확실히 이석훈이라면 그런 능력이 있음으로 양자는 서로의 목줄을 쥔 셈이 된다.
이런 경우는 약점이란 게 별반 소용이 없다.
“그 말씀도 옳긴 하군요.”
“이해했다니 기쁘게 생각하네.”
“그럼 다시 뵙겠습니다.”
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석훈에게 인사하고 그의 거처를 떠났다.
‘이석훈이라...’
그는 어둠 속을 달리면서 오늘 만나 대화한 이석훈에 대한 인상을 되새겨 봤다. 생각 이상의 거인이고, 동시에 생각 이상의 괴물이었다. 성태는 그를 살린 것은 물론 계획에 따라 필요한 일이니 후회하지 않지만, 앞으로 그를 이용하려는 일은 기대한 것처럼 잘 되진 않겠다고 혀를 찼다.
*******
중국행.
수호대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성태도 그 속에 섞여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수업 내용은 몬스터에 대한 설명과 대처 방안에 대한 이론적인 개요였다. 중학생 때부터 헌터라면 계속 받게 되는 내용이지만 프로 헌터가 되어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태는 시큰둥하게 그 수업을 받고 있었다.
성태의 입장에서야 이미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익히고 있는 것들이어서는 아니다.
그런 면도 있지만 그 보다도, 얼마 전 받은 자료의 내용을 되새기고 있었다.
‘흠... 중국이라.’
성태가 받은 자료 속에는 현재 이씨가문이 접촉 중인 중국 측 세력과, 그들과의 협력을 통해 교역 재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전체 로드맵이 들어 있었다.
“공략 목표긴 한데...”
내용은 간단하다.
현재 중국은 지방 권력이 매우 강해져 있다.
나라가 워낙 크기 때문에 몬스터가 출몰하기 시작한 뒤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한 일국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게 되고, 각 지역별로 각자도생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든 중국이라는 한 덩어리로 유지되긴 하고 있지만 그건 외부에 대해 위세를 부리기 위한 것으로 내적으로는 분열과 반목이 극심했다.
이석훈은 바로 그 분열을 이용해서 중국 내부의 한 파벌에게 힘을 보태주고 그들이 권력을 잡으면 그 대가로 교역을 재개하게 한다는 방식을 취하려 하고 있었다.
‘이것도 제법 까다로운 주문이군.’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지금 이석훈이 연줄을 대고 있는 상대가 좋지 않았다. 대만에서 유래한 상업집단이었는데, 자금은 풍부하지만 군사력과 헌터의 숫자가 다른 파벌에 비해서 매우 부족했다. 이석훈의 뜻이 성취되려면 이들을 도와서 중국내 패권을 쥐어야 한다는 건데...
쉬워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한다...”
특히 지원 파벌의 핵심에 있는 이가
왕이령이라는 이름의 젊은 아가씨였다.
나이는 열 여섯.
엄청난 자산을 물려받은 세력가지만... 중국과 같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그런 세력과 자산을 물려받았다는 것이 좋은 일인가는 말하기 어렵다. 도리어 세력간의 이합집산과 암투가 극심한 만큼 다음날 목숨 조차 장담할 수 없는 꼴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어린애를 데리고 중국의 패권이라.
물론 자료 내부에는 그걸 위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긴 했다만...
성태는 세상일에 대해 쉽게 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계획대로 세상이 쉽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면 세상에 고생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두 놈 이상한 것들 암살하면 된다고 하면 그게 훨씬 편할 텐데 말야.’
고개를 흔들며 성태는 그리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수업이 끝났고, 점심시간이 됐다.
성태가 근처 학생 식당으로 가서 식판에 식사를 담아 빈자리에 앉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한 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여.”
성남경이었다.
그는 몸 곳곳에 아직 붕대를 감고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지만 라팅구와 싸우면서 얼마나 심한 부상을 입었던가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상세가 많이 나아져 있었다.
성태는 반기며 그를 맞았다.
“아, 몸은 괜찮냐?”
“보다시피 말짱하지.”
성태 맞은편에 식판을 놓으면서 성남경이 웃었다.
“그것 다행이군.”
“그보다 정말 신세 많이 졌다.”
“뭘, 당연한 거지.”
“당연하긴. 안에 들어갔던 사람 중에 살아남은 거 우리뿐이었잖아. 선배들하고 심지어 연수담당 헌터도 죽었는데.”
“그건 충격이긴 했어.”
성태는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김태우야 몬스터들과 싸우다 뒈졌다지만 다른 놈들은 성태가 직접 처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 직접 처리했다.
“솔직히 좋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렇게 몰살당하니까 말야.”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게 어디야. 데몬 프린스가 강림했다는데.”
“데몬 프린스라. 정말 끔찍하군.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말야 직접 못 본 게 좀 아쉽다. 미친 것 같지 않냐?”
“아, 그 마음 이해해. 그러니까 우리가 헌터 아니겠냐.”
“그렇지.”
성남경과 성태는 서로를 보면서 낄낄 웃었다.
성태 덕에 목숨을 건진 덕분인지 수호대로 돌아오고 나서 성남경은 성태에게 이전보다 친근한 태도를 보였다. 성태 입장에서도 별로 나쁠 건 없어서 이렇게 받아주고 있는 참이었다.
그런데 성태 양옆에 두 사람이 나오더니 식판을 놓고 앉았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어?”
“궁금하데.”
카에데와 희연이었다.
성태를 둘러싼 라이벌로 서로 싸우고 있는 이 아름다운 두 소녀는 역으로 그 때문에 서로에게서 붙어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성태에게 누가 먼저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중이랄까.
그러다 보니 묘한 우정이 싹트는 중이라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쿵짝이 잘 맞게 행동하고 있었다.
“아, 이번에 데몬 프린스 나타난 거.”
“아, 그거 나도 들었어. 이석훈 가주가 해결했다면서?”
“그렇다고 하던데. 역시 이석훈 가주라고 할까.”
카에데가 아는체 하며 하는 말에 희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희연의 모습에서는 묘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법하다. 데몬 프린스를 홀로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석훈이야 이미 세계레벨로 인정받는 헌터긴 하지만 데몬 프린스를 상대로 패퇴시켰다는 건 확실히 격이 다른 업적이다.
그런 헌터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역시 민족적인 자부심이 부풀게 된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걸. 이석훈 가주가 아무리 강하기로서니 혼자서 데몬프린스를?”
카에데는 불만스럽게 반론했다.
“그건 뭐... 그래도 이석훈은 전설적인 강자니까.”
“아무리 전설적인 강자라도 말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그건 대종사 이건 정도밖에 못 했던 거 아냐?”
카에게가 강하게 나섰다.
알파메일 1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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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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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