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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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99화
99화 재앙(3)
일학년들이 그의 주변으로 달려와 물었다.
“괜찮아?”
“괘, 괜찮아.”
성남경은 애써 고통을 참으면서 의연함을 가장했다.
지금 상황에서 전력이 될 수 있는 건 자기밖에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일학년들은 성남경이 무사하다고 말한데 안도했지만 그 안도는 금세 무너졌다. 촉수를 흐물거리며 도사리고 있는 적의 모습에 질려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팅구라니...”
“그것도 한 둘이 아니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몰라.”
지금 주변에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라팅구의 숫자만 해도 족히 여섯은 될 것 같았다. 하나하나가 상급 헌터 이상의 힘을 가진 괴물이다. 지친데다 부상도 심한 일학년 일행으로서는 이만한 숫자의 라팅구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확실한 건... 오늘 우린 다 여기서 죽게 됐다는 거야.”
“빌어먹을...”
“그, 그렇지만 김태우가 있잖아?”
한 학생이 희망을 담아 말했다.
김태우라면 라팅구라도 상대할 수 있을 거니 구해줄 수 있을거란 기대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김태우의 실력은 라팅구 정도야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라팅구가 곰팡이처럼 기어 나오고 있는데 김태우가 무슨 소용이야?”
“그래. 김태우가 강한건 알지만... 그 사람 혼자 살아남기도 어려울걸.”
“젠장...”
그렇다.
김태우의 실력이 출중하긴 하지만 라팅구의 숫자가 너무 많다. 아크데몬을 혼자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면 지금 상황을 타개하긴 힘들다. 그건 일본이라면 삼신관 급, 한국이라면 정형구 클래스나 되어야 기대할 법 하다.
그러는 사이 라팅구가 다시금 일학년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잔소리 말고 도와!”
성남경이 창을 들고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쾅!
콰광!
촉수와 창이 서로 충돌하며 충격파가 주변을 흔들었다.
일학년들도 각자의 무기를 들고 성남경과 싸우거나 주의가 팔린 라팅구의 허점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허점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허점이라 할 것은 있었으나 일학년들이 허점을 사용해 적들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몸 상태라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체력의 고갈과 부상으로 인해 그 허점에 달려드는 것이 자칫 자살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유일한 전력이던 성남경이 다시 뚫렸다.
퍼억!
“커억!”
창이 촉수를 방어하지 못했고, 가슴팍을 그대로 얻어맞은 성남경은 뒤로 튕겼다. 일학년들이 다급한 얼굴이 되어 그에게 다가갔다.
“성남경!”
“흐윽...”
바닥에 쓰러진 그는 신음을 흘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당연하다. 갈비뼈는 가루처럼 바스라진 상태일 테고 내장도 많이 상했을 것이다. 아무리 헌터라 해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일 리 없다.
그리고 성남경을 후려친 라팅구가 일학년들을 향해 다가왔다.
다들 그 라팅구를 바라보며 절망한 표정을 했다.
라팅구가 네 개의 촉수를 들어 올렸다.
‘끝장인가!’
모두들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감았다.
라팅구의 촉수가 움직였다.
퍼억!
굉음이 터졌다.
끄아악!
비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다.
“어?”
“사, 살아있네.”
“어, 어떻게 된 일이지?”
놀란 일학년들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죽지 않았을뿐더러 부상을 입은 이도 없었다.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모두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그들의 앞에 우뚝 선 그림자가 있었다.
“그야 당연하지. 어서 일어나.”
검을 들고 있는 또래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놀랍게도 라팅구가 목이 잘린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 청년의 일격에 라팅구가 절명하고만 모습이었다.
그를 보자마자 모두들 감격해서 외쳤다.
“성태!”
“무사했구나!”
“어, 어떻게 된 거야?”
“아... 김태우 그 개새끼가 뭔가 실수를 해서 지옥문을 열어버린 모양이야.”
성태가 간결하게 상황을 전달했다.
“지옥문을?”
“아이템 같은 게 있었는데 그걸 가동하는 바람에...”
잠시 기뻐했던 모두의 얼굴이 당혹스럽게 변했다.
지옥문이 열렸다니. 하긴 라팅구가 우글우글 솟아 나오다시피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지옥문이 열렸다고 표현해도 아무 무리가 없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성태가 설명한 것 같은 상황이 아니고서는 확실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니,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라팅구만 해도 이 던전의 본래 보스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진 않을 텐데, 그런 놈을 뚫고 보스를 발견해서 물리쳐야 된다는 거야?”
“그 지옥문이 이 던전을 녹여 먹으면서 자기 에너지로 쓰고 있으니까 버티기만 하면 조금만 버티면 알아서 열릴거야.”
성태가 절망적으로 말하는 동기를 위로하듯 말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그건 전혀 위로 거리가 안 된다.
“버티라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어떻게는!”
성태는 동기들의 말을 잘랐다.
그 순간 다른 라팅구들이 그들을 급습해 들어왔다. 김태우라 해도 막아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강렬한 공격이었다. 모두들 성태가 지금 공격에 산산조각 나다시피 얻어맞는 광경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눈을 감았다.
퍼거걱!
촤악!
고기 썰리는 소리.
그리고 피와 채액이 튀는 소리가 끔찍하게 났다. 모두들 성태가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절망했다. 한데 이제야말로 자기들 차례라는 생각으로 그들이 눈을 떴을 때에도 성태는 그들 앞에서 굳건하게 서 있었다.
오히려 누워 있는 것은 라팅구들.
심지어 쓰러진 라팅구들 뒤에 아직 멀쩡한 라팅구들은 성태를 두려워해서 공격해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성태는 놀란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는 동기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버티면 되는 거지!”
“너...”
“왜 그렇게 세진 거야?”
다들 놀라 물었다.
지금 성태의 실력은 상식을 초월했다. 김태우? 아니 그 정도는 훨씬 넘어섰고 장진호나 정형구 클라스에 근접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어느 쪽이든 성태 나이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카에데나 이혜선 조차 지금 성태가 보여준 ‘신위神威’에는 감히 범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니까!
“몰라. 그 문 열리면서 나도 뭔가 검은 마기 같은 걸 잔뜩 마셨는데 그 덕에 엄청나게 힘이 샘솟는 것 같은 기분이니까.”
성태는 얼른 변명했다.
동기들을 살린답시고 실력을 다소 드러내는 상황에 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도망갈 구멍을 없애고 싶진 않았다.
“와, 재수네.”
“운 좋으면 살아나는 거 아냐?”
“그러게...!”
동시들은 그저 반갑게 성태의 이야기에 반응했다.
자세히 생각해 본다면 의혹이 일만한 이야기였지만 상황이 워낙 급하니 그런걸 따질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저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중요했다.
“살아나야지!”
성태가 쾌활하게 그들의 말에 긍정하면서 검을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라팅구들이 주춤 하다가 총수를 현란하게 움직여 성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 헌터와 여러 라팅구 간의 현란한 전투가 시작됐다.
긴장된 시선으로 일학년들은 그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지만 그들 중 단 하나, 성남경 만은 어딘가 의아한 시선으로 성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의심하는 것처럼.
*********
이석훈은 눈 감은 채 검을 들고 있었다.
그가 지금 들고 검은 달무리란 이름의 환도다.
특별한 마법은 부여되지 않았다. 그저 깨끗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평범한 검이었다. 그 검을 들고 서 있는 이석훈은 마치 조각상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정말로 완벽한 정지였다.
생명체로서의 최소한의 기척마저도 제거된 것 같은.
그리하여 자신의 주변 공간과 시간마저 같이 고정시켜 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 완벽한 정적 속에서 시간은 유독 느리게 흘렀다.
스윽.
이석훈이 움직였다.
그가 움직인 순간 이 세상의 모든 동결이 풀린 것처럼 공간과 시간이 움직였다. 이석훈은 눈을 뜨고서는 쥐고 있던 검을 바라봤다.
“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수호비무의 후반결은 역시 무리군.’
이석훈은 불만스럽게 혀를 찼다.
지금 그가 연습하고 있던 것은 수호비무의 후반식 가운데 하나다. 정동을 자유로이 오가며 공간과 시간을 지배해 적을 참살하는 수법이다. 완벽한 자기제어를 통해 정동을 오가기 때문에 검을 마주한 입장에서는 상대가 시공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일종의 궁극적인 운신기運身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쉽지 않았다.
이석훈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사람.
완벽한 정靜을 구현하는 것은 본래 사람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실제로 해낸 사람이 아예 없던 건 아닌 모양이다.
바로 수호비무의 저자인 대종사 이건이 그걸 실제로 해냈었던 걸로 알려져 있으니까. 그러나 이건 이후로는 아쉽지만 그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없었다.
이석훈 역시 그 점에서는 차이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 녀석이라면 어떨까...’
이석훈은 아쉽게 그런 생각을 해 봤고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는 일이다.
그리고 결국 어떤 재능을 지니고 있었든지 간에 그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거기 휘둘렸다면 결국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리는 없다. 이혜선만 해도 재능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어 있던 형편이라 최근까지도 정체해 있었을 정도다.
그 녀석이야...
훈련장 안으로 조심스럽게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이석훈의 비서였다.
“무슨 일이지?”
“연락 왔습니다. 정형구 교수입니다.”
“음.”
이석훈은 비서가 내미는 폰을 받았다. 정형구는 이석훈과 직접 통화 가능한 몇 안 되는 이들 가운데 하나다. 지위가 높은건 아니지만 실력과 인품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훈이 전화를 받자 즉각 정형구가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서울 각지에서 몬스터들이 소환되는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던전 입구를 말하는 것 같지는 않고... 정확히 설명해 보게.”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 몬스터가 소환되는 차원문이 열려 서울 곳곳이 혼란 상태입니다.
이석훈의 표정도 당혹스럽게 변했다.
던전 입구가 여럿 생긴 것도 아니고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게이트가 갑자기 여럿 생겨나다니? 그건 대단한 비상사태일 수밖에 없다.
이석훈이 물었다.
“공략에 실패한 건가?”
몬스터가 세상에 흘러나오는 것은 보통 던전 공략 실패로 인해서다. 공략에 실패하면 던전내의 남은 몬스터들이 세상에 흘러나오게 되는 구조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차원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몬스터들은 이전 던전에서 예측되던 몬스터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습니다.
“차원문이 갑자기 열릴 수가 있나?”
-모르겠습니다. 연수로 들어간 던전이 갑자기 변형되면서 몬스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정형구도 난감하게 답했다.
이석훈은 한숨을 쉬었다. 이 일이 생긴데 대한 원인 규명은 다소 뒤로 미뤄야 될 것 같았다. 그는 일단 다른 문제를 물었다.
“들어간 학생들은?”
-아직 귀환에 성공한 이들은...
“유감이군.”
게이트화 된 던전에서 나오지 못했다면 그들의 운명은 매우 어둡다.
-정부측에서도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에게 나서 달라는 건가.”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런 일일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한국의 수호자라는 의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기에 이씨가문이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한국 최대, 최고의 가문 중 하나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알파메일 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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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