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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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93화
93화 연수의 음모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길드 슬레이어즈의 본사 건물이었다.
년 매출 오조가 넘고 순이익이 일조를 넘긴다는 길드에 걸맞게 삼성동에서도 번듯한 건물을 본거지로 두고 이들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본사 사장실이었다.
사장실에는 현재 길드 마스터인 유석현이었다.
유석현은 전형적인 후계자형 헌터다. 아버지의 길드 사업을 물려받아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능력을 폄하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헌터의 세계는 냉혹하고 헌터 개개인의 영향력이 커서 가족경영이 통하지 않는다.
본인의 실력과 인망이 증명되지 않으면 물려받아 봐야 금세 길드는 공중분해 당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석현은 길드의 붕괴를 막았고 오히려 더 크게 성장시켰다. 이것만 봐도 그의 수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게 가능했던 건 물론 그가 사업에 재능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역시 본인이 매우 강력한 헌터라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강남히어로라는 다소 창피한 별명을 가진 그의 실력은 부촌의 수호자에 걸맞게 한국에서 삼십위권 안쪽이라 한다. 길드장이란 입장 때문에 현장 활동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그를 아는 사람들은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하다고 인정하는 편이다.
그는 현재 길드의 각종 사업 보고서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헌터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일이지만 헌팅 레이드가 사업화되고 조직화 되면서 자연히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됐다.
그가 서류검토에 몰두해있는데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곧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날카로운 인상의 거한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보는 것만으로 위압감에 무릎에 힘이 풀릴 것 같은.
그럴만도 하다. 그는 김태우. 슬레이어즈의 대표적인 헌터 중 하나니까. 한국 전체를 뒤져도 그보다 뛰어나다고 할 만한 헌터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위압감 보다도 실제 손속은 훨씬 잔인한 것으로 알려진 헌터이기도 했다.
“부르셨습니까.”
“아, 미안하네. 바쁠 텐데.”
서류에서 시선을 거두면서 유석현이 김태우를 바라봤다.
빙긋 웃으며 김태우는 유석현에게 다가갔다. 외견이나 전투에서의 평가와 달리 윗사람에게 싹싹하게 잘 구는 것이 그가 지위를 단단히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아니요. 길드장이 부르신 건데 성실히 응해야겠지요.”
“실은 아들 때문이네.”
“그 녀석이 또 뭔가 했습니까?”
유석현의 말에 김태우는 피식 웃었다.
유석현의 아들 유민석은 헌터로서 재능은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 재능과 집안을 믿고 여러모로 사고를 많이 저질러 왔다. 김태우는 그 뒤처리를 자주 한 편이다.
유석현은 고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건 아닌데... 묘한 요청을 해 왔더라고.”
“묘한 요청?”
“자네 이번에 수호대 연수 나가지 않나.”
“그렇습니다만.”
수호대의 연수에 협력하는 것은 어떤 길드에게도 중요하다. 수호대의 인재를 확보해 두는 것이 길드의 장래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수호대 연수에 슬레이어즈는 간판 헌터인 김태우를 보내게 됐다.
유석현은 그를 향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서 이런 녀석을 좀 넣어달라는군.”
김태우는 서류를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그는 곧 의아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강성태? 뭐 하는 놈입니까?”
“성적은 제법 괜찮은 모양인데 배경은 전혀 없지. 뭐 그런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저 녀석이 아들 녀석 하는 일을 좀 방해한 모양이야.”
“아아, 알만합니다.”
김태우는 알았다는 표정이 됐다.
슬레이어즈에 김태우쯤 되면 수호대 학생이라도 골라 받는다. 실력만으로 연수에 갈 학생들을 선정하는 게 아니라 배경도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강성태란 녀석은 배경이 완전히 없었다. 게다가 슬레이어즈에 연수 신청을 넣은 것도 아니다.
이런 경우는 본래 관심도 안 두는게 보통인데, 굳이 연수에 넣어달라 한 건 사원私怨이 있었던 모양이다.
“던전 안에서 적당히 손봐 주겠다는 심산인 거 같더군.”
“흔한 일이죠.”
헌터는 힘을 사용하는데 제약이 많다.
그야 일반인에 비하면 개개인이 군대급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 경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역시 던전이다.
유석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매우 음산한 표정이 되어 한 마디를 추가했다.
“잘 부탁하네, 만일의 경우는...”
“그야 물론이지요.”
다 안다는 표정으로 김태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민석은 여러 사고를 쳐 왔고 김태우는 그 사고의 뒤처리를 해 왔다. 그런 사건사고는 흔한 싸움의 뒤처리도 있었고, 협박으로 무마하는 경우도, 법적 송사로 간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처치 곤란한 것들이 가장 깔끔하고 조용하게 처리됐다. ‘던전’이라는 수단을 통한 것이었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최후라지만 충분히 택할만한 선택지이기도 했다.
일차적인 용무를 전달한 유석현은 다음 용건으로 넘겼다.
“그리고 그건 잘돼가고 있나?”
“아, 그건 물건 말이시군요.”
김태우는 즉각 알아들었다.
그 말을 하면서 얼굴에는 미세하지만 흥분의 기색도 깃들어 있었다. 마찬가지의 기대가 담긴 표정으로 유석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마무리 될 때 됐지?”
“보아하니 다 된 것 같습니다.”
“자 부탁하네. 사실 진짜 중요한 건 그쪽이니까.”
“그야 물론 알고 있습니다.”
지난번 일본에서 수호대에 사람이 왔을 때 한 은밀한 만남이 있었다. 물론 세이콘과의 만남이다. 거기서 유민석은 한 가지 물건을 거래했다. 매우 특수한 마법 아이템이었다.
완성시키는 것이 다소 어렵긴 하지만 완성하기만 한다면 현재 길드간 세력 구도를 완전히 바꿀만한 물건이었다. 엄청난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물건을 왜 자신에게 파느냐는데 대해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이에 대해 그들은 ‘이씨가문’이라는 답을 했고, 유민석은 그에 납득했다. 그들은 현재 이씨가문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길드간 권력 체계를 깨뜨리고 한국에 진출할 생각을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서로에게 나쁠 것이 없다.
그리고 그 거래는 이제 슬슬 일차적인 결실을 볼 모양이다.
유민석은 기쁘게 말했다.
“짜증나게 이씨세가하고 정형구 그놈도 움직여서 조사 중인 모양이라서 둘러대느라 꽤 고생했네.”
“조사해 봐야 나올 게 있습니까?”
“그래. 조사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지. 덕분에 쉽게 넘어간 거지만. 하여간 그래도 찜찜하니까 얼른 정리 했으면 하는군.”
거래는 철저하게 현금으로 이루어졌다.
큰 돈이었지만 물건의 가치에 비하면 푼돈이나 다름없었다.
제안 자체가 전격적이이서 그들의 만남 자체를 아는 사람도 없다. 무엇이 거래 됐는지 아는 자도 당연히 없다. 이시세가와 정형구가 움직인 건 솔직히 무서운 일이지만 그들이라 해봐야 별걸 찾았을 리는 없다.
“아마 이번에 연수에서 완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대하겠네.”
둘은 서로를 보면서 웃었다.
드디어 한국 최고가 바뀔 때가 왔다.
이씨가문의 이백 년 독주!
그 정도면 이제 그만 해처먹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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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대의 일학년 강의실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그도 그럴것이 여름 연수 신청 결과가 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배정된 팀을 보고 서로간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수신청한 거 결과 떴냐?”
“아, 떴더라.”
“너는 어디?”
“나는 형석 헌터.”
“오, 제법 괜찮네.”
한 학생이 형석 헌터라 말하자 다들 부러워하는 기색이었다. 형석이란 서형석 헌터를 말하는데 서울의 중견 길드 소속으로 이런 연수에 최적화된 헌터라는 평이었다. 즉 학생들의 인기가 좋다.
다만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건 연수의 본래 목적인 현재 자기 실력의 검토와 향후 발전 방향수립이란 것에 대해선 별로 좋지 않기 마련이라 교수들은 별로 안 좋아했다.
“뭐 친절하다고 하니까. 던전도 쉬엄쉬엄 가고. 너는?”
“나는 백석진.”
“아, 명복을 빈다.”
“그래. 살아돌아와라!”
한 학생이 우울하게 백석진이란 이름을 꺼내자 부정 타길 두려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의 주변에서 학생들이 물러나며 장례식장에 온 것처럼 양손을 모았다.
백석진도 서울 중견 길드 중 하나인 기린의 소속 길드다. 실력은 백대 헌터에 들어갈 정도로 출중하지만 연수 헌터로서는 매우 인기가 없다. 그도 그럴게 던전에서 연수생들을 험하게 굴리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젠장. 재수 없는 소리 마라. 연수 나갔다 진짜 뒤지는 새끼들도 있다고.”
“그래도 설마 죽도록이야 하겠냐. 열심히 구르다 와라.”
그렇게 학생들이 저마다 연수 길드나 헌터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한 편, 성태도 강의실 책상 중 한 곳에 앉아 자신의 연수표를 보고 있었다.
“흐음...”
“성태 너는 어떻게 떴어?”
막 강의실에 들어온 카에데가 성태를 발견하고 재깍 달려와서 물었다.
성태는 자신의 연수표를 카에데에게 내밀어 보였다.
“여기.”
“김태우? 뭐 하는 사람이야?”
“쓸만한 헌터야.”
쓸만한 헌터.
성태는 간결하게 축약해 답했다.
사실 성태가 아는 미래에 따르자면 전혀 쓸만한 헌터가 아니다.
당장의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파벌 싸움 같은 것에 골몰해 자신의 지위를 굳히는데 신경을 쓰다 위기의 순간 자기가 소속되어 있던 길드가 크나큰 피해를 입도록 했으며, 이후로도 비슷한 짓을 하다가 담당구역이 뚫려 그걸 직접 감당하다가 죽고만, 한 마디로 쓰레기다.
그리고 현재 김태우의 위상은 쓸만한 헌터 정도로 머무르는 게 아니니 사실 올바른 대답은 아닌 셈이다.
카에데는 아쉬운 표정이었다.
“음, 아깝다. 나는 백석진이란 사람인데.”
“좋은 헌터니까 괜찮아. 엄격하다고는 하지만 네 수준에야.”
백석진은 악평이 많지만 실력이 있으면 다 소용없는 법이다.
그리고 카에데 실력이면 백석진과 정식으로 팀을 짜도 될 텐데 연수생으로 들어가서 고생할 일은 없다. 일부러 골리거나 할 생각이 아니면야. 그리고 카에데의 지위를 생각하면 누구도 목숨이 아까운 줄 안다면 그런 또라이짓을 할 리는 없다.
카에데는 쳇, 하고 아쉽게 혀를 찼다.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 너랑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같이 신청했었잖아.”
“그럼 좋겠지만 신청한다고 신청하는 대로 다 되는 건 아니니까. 그냥 누굴 선호하냐 정도 물어보는 거지. 결국 결정은 교수하고 연수 나오는 헌터들 사정 따라 결정되는 거지.”
원래 이런 경우는 학생의사는 대체로 그냥 참고 의견 정도이기 마련이다. 전공과 취향 부분에서 아주 확고하게 맞는 경우가 있는게 아니라면 경험이 풍부한 프로 헌터나 교수진들의 의견이 더 중요시 여겨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때 갑자기 벼린 칼날처럼 싸늘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사이들 좋으시네.”
카에데는 여유롭게, 성태는 헉, 놀라면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역시나 희연이었다. 그녀도 막 받은 연수표를 들고 있었다. 카에데는 성태의 목에 팔을 둘러 친밀함을 과시하면서 희연을 도발했다.
“그럼, 좋고 말고.”
두 아가씨 사이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다고 성태는 느꼈다. 그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싸늘한 감촉을 느끼면서 서둘러 두 사람 사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희, 희연 너는 어디야?”
“나는 우영국.”
싸늘하게 한 차례 카에데를 흘겨본 다음 희연은 답했다.
여러 사람 보는데 소란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성태의 의도를 알면서 거기 따라 준 것이다. 물론 나중에 성태에겐 톡톡히 바가지를 긁을 생각이었다.
“괜찮네.”
“응. 나쁘진 않아. 사실 나도 너랑 같은 헌터 지원 했었는데...”
시무룩하게 희연은 말했다.
카에데와 마찬가지로 사실 그녀도 성태와 같은 헌터를 지원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우영국이 나쁜 헌터가 아니라는데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하긴 성공했더라도 성태는 지원도 안 했던 김태우에게 갔으니 결국 희망은 성취되지 못했겠지만.
“한 사람도 원했던 헌터는 못 간 셈이군. 어쩔 수 없지. 원래는 이거 되는게 도리어 드물다더라.”
“시시하게. 일본이었음 내가 다...”
카에데가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성태가 그녀의 뒷말을 서둘러 막았다.
들을 필요도 없다. 돈과 권력으로 그 정도는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는 것이겠지. 그녀의 실력과 아마츠키의 힘을 생각하면 그 정도야 간단할 것이다. 그래도 그런걸 다른 사람들 있는데서 들으라고 이야기 하는 건 문제가 된다.
“여긴 한국이니까. 그리고 그거 별로 좋은 거 아니다.”
카에데는 아쉬워했지만 성태의 충고를 순순히 받아들여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정말 받아들였다기보다는 그냥 성태가 말하니까 그런 척한 것이다. 사람의 생활 태도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그럼 연수 가면 몸 조심해.”
“희연 너야말로 어디 안 다치게 조심해.”
희연과 성태가 서로를 보면서 덕담을 나누자 카에데가 욱했다.
“나는!”
“카에데 너도 당연한 거고.”
성태는 다급하게 카에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자상하게 말했다. 그제서야 만족한 듯이 “후훗.” 하고 웃으면서 카에데는 지지 않았다는 눈빛으로 희연을 노려봤다. 희연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카에데를 바라봤다.
둘의 눈빛이 허공에서 다시 충돌하며 보이지 않는 불꽃을 만들었다. 성태는 속으로 ‘아, 이거 쉽지 않군’ 이라고 혀를 찼다.
그래도 자기를 두고서 이런 미인 두 사람이 싸우고 있다는 건 나쁜 기분은 아니다.
알파메일 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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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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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