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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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89화
89화 다시, 대학 생활(2)
한편, 대련장을 떠난 카에데는 발랄한 동작으로 성태에게 접근하며 물었다.
“성태, 어땠어?”
“으, 으음. 좋았어.”
성태는 카에데의 접근에 약간 부담을 느끼는 표정으로 그녀의 말에 응대했다. 카에데가 교환학생으로 오고서 여러모로 친근하게 다가서는 바람에 성태는 지금 꽤 난처한 상태였다. 그녀가 싫다기 보다는 역시 눈에 띈다는 게 문제다.
“그렇지? 지난번에 대련해 준 덕분에 한 두 단계 정도 더 나아진 것 같아.”
“그건 알겠지만, 나랑 훈련했던 건 비밀로. 알겠지?”
“후후, 물론 나도 사정은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성태가 서둘러 하는 말에 카에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슬쩍 팔짱을 꼈다. 성태의 비밀을 쥐고서 살짝 협박하는 모양새이기도 해서, 성태는 그녀의 팔짱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 그래.”
“그런데 이기긴 했는데 말야, 쟤도 좀 짜증나게 변했더라?”
이어 카에데는 이혜선 쪽을 보면서 살짝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그랬지. 너랑 싸웠던 때 많이 배웠으니까.”
“네게서 배우지 못했더라면... 그래도 지진 않았겠지만 피곤했을 것 같아.”
“그랬겠지.”
성태는 카에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대련에서 카에데의 승리는 운의 결과물이라는 게 성태의 생각이었다.
카에데 본인은 성태와 만나면서 그와 많은 대련을 할 기회를 얻었다. 그 경험은 카에데를 분명 크게 성장시켰다.
만일 그 성장이 아니었다면 오늘 대결에서 그녀가 이혜선을 상대로 이길 수 있었을까? 본인은 가능했을 거라 이야기 하지만 성태는 어려웠으리라 여겼다. 오늘 본 대련에서 그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그녀의 검은...
조금 자유로워져 있었으니까.
“그래도 쟤는 또 같은 꼴을 겪게 될걸.”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흥 하고 카에데는 이혜선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럴지도.”
쓴웃음을 지으면서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에데의 기분에 맞춰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직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형식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게 아니다. 그 자유는 임시적이며 언제든 다시 원래의 구속으로 넘어갈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그녀가 본 가장 완벽한 형식이 바로 그것인 한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자신의 형식을 갖추거나 그보다 더 완전한 형식을 접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였다.
“으흠.”
불편한 헛기침이 성태의 빈 옆구리 쪽에서 들려왔다.
성태는 척추로 서늘한 것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그쪽을 바라보니 희연이 매우 불쾌해하는 표정으로 카에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적의 넘치는 희연의 시선을 카에데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면서 도리어 되물었다.
“왜 그러시죠?”
“좀 떨어져 주실래요?”
“어머, 뭐 어때서요?”
빙긋 웃으면서 카에데는 도리어 성태에게 한층 몸을 밀착시켰다. 성태는 부드러운 카에데의 몸 감촉을 한층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문제라면 지금 그 따스하고 부드러운 여체의 감촉이 기분이 좋기는커녕 가시방석처럼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크흠...”
“남의 남자에 대고 너무 친밀한 척 구는 건 일본에선 예의가 아니라고 들었는데요.”
매우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희연은 대놓고 카에데에게 말했다.
카에데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성태를 바라봤다.
“남의 남자?”
“아니...”
지금 상황에서 성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 리는 없다. 카에데가 사정을 이해하고 성태를 찌릿 노려봤다가 희연에게 우호적인 미소를 보냈다.
“아아... 사정은 알만하네요. 너무 화내지 말아요. 친하게 지내는 게 어때요?”
“친하게 지낸다니?”
희연의 입장에서는 그저 황당한 말일 뿐이었다.
남의 남자를 마치 자기 애인처럼 대하면서 진짜 애인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말한다니. 역시 일본 애라서 뻔뻔한 건가, 하는 차별적인 생각을 희연이 했을 정도였다.
“그래, 카에데는 일본에서 막 한국에 온 참이잖아. 생활에 불안도 많고 할 테니까 주변에서 도와줘야지.”
성태가 서둘러 끼어들어 카에데를 편들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희연이 성태를 노려보는데 카에데가 손을 내밀었다.
“후후, 그러니까요. 잘 부탁해요.”
“...나중에 설명해야 돼.”
“아, 알겠어.”
희연은 당장 여기서 카에데와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래도 짐작 가는 바가 있기도 해서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어차피 이 남자를 자기 혼자서 독차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희연도 기대를 안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그때가 빨리 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이걸 좋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일 수야 없는 일이다. 그래서야 앞으로 이런 꼴을 얼마나 보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 남녀 사이의 실랑이에 다른 학생들의 관심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뭐야, 저 녀석, 미인을 둘이나...”
“게다가 하나는 카에데라니...”
“희연만 해도 대단한 미인인데...”
특히 남학생들이 성태를 둘러싼 두 여성의 신경전을 멀찍이서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성의 인기가 있다는 것만 해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족한데, 아예 미인을 차지한 남성이라면 다른 남자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 중 하나가 희연을 아쉽게 바라보면서 탄식하듯 말했다.
“솔직히 희연을 노리는 사람이 많았지. 이번 신입생 중에서는 일등 아냐.”
“그건 혜선 아냐?”
한 학생이 즉각 반론했다.
다른 이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희연이 대단히 미인이긴 하지만 솔직히 혜선에 비한다면 격이 좀 떨어진다. 카에데에 비해서도 그렇고.
희연을 거론한 학생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걔는 예쁜 걸로 따지면 최고긴 한데 너무 무섭잖아. 근처에 못 가겠더라.”
“하긴.”
“예쁜 여자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작품 같다는 느낌이긴 하지.”
다들 그 말에는 동의했다.
희연이 대단한 미인이긴 한데 여성적인 매력은 사실 없다. 용모 때문이 아니라 분위기와 배경 같은 것 때문이다.
단순히 용모만 따지자면 엄청난 미인이고 몸매도 뛰어나고 해서 남자들이 목숨을 걸고 구애할만한 대상이지만 풍기는 분위기라던가 이씨가문 장녀라던가 하는 것 때문에 그런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저절로 사라지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이성으로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여자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혜선보다 희연이 도리어 더 낫다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성태 저 녀석 무슨 재주가 있어서...”
“진짜 희연은 그렇다 쳐도 카에데는 신기하다. 뭐 어디서 만난 것도 아닐 거 아냐.”
“그러게.”
게다가 성태에게 지금 달라붙어 있는 것은 카에데다!
희연은 그렇다 쳐도 카에데가 대체 어떻게 성태에게 반한 건지에 대해서는 벌써 학교 내에서 일종의 수수께끼가 되어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학생들의 대화는 자연히 성태에 대한 것으로 옮아갔다.
“실력은 있는거 같지만 딱히 배경도 없고 한데.”
“그냥 고아 출신이래.”
“진짜 어이가 없네.”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이 됐다.
설마하니 고아 출신일 줄은 몰랐다는 뜻이다.
특별히 고아이기 때문에 이들이 차별의식이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고아 출신의 헌터라는 건 정말 헌터로서 대성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강력한 헌터는 혼자만의 재능으로 탄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마법 무구와 마나석을 비롯한 다양한 성정보조 아이템의 투입이 절실하다. 헌터 시대 초창기도 아니고 이백년이나 된 지금 고아 출신이 그런 성공이라니.
“그래도 묘하게 존재감이 있지. 타고난 것 같다고 할까. 우리도 저 녀석이 한마디 하면 아무래도 다 따르잖아?”
“그렇긴 해. 가끔 저 녀석 하고 있는거 보면 학생인지 교수님인지 모르겠다 싶을 때도 있고.”
“맞아. 우리 또랜데 마치 어른을 대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지.”
성태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 중 하나는 이상하게 노련미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같은 또래인데 대화하고 만나고 할 때마다 마치 교수님이나 그 외 선배 헌터를 만나는 것처럼 이상할 정도의 위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게 참 신기해. 또 실력은 있지만 압도적인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삼위 판정 받았다가 결국 밖으로 떨어졌다면서.”
“뭐 그 정도면 대단한 거긴 해도 이혜선이나 카에데 같은 진짜에 비하면 부족하지. 그런데 가끔 느끼는 걸로만 따지면 이혜선보다 저 녀석이 오히려 더 어렵다니까.”
“진짜 그렇지. 이상하게 분위기를 휘어잡는 타입이야. 노련한 느낌이고.”
“맞아. 묘한 녀석이라니까.”
다들 신기하다는 시선으로 성태를 바라봤다.
실력은 있지만 압도적인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주변을 압도한다 할 만한 노련미와 성숙미를 저도 모르게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말해 정말 묘한 녀석이다, 라는 것이 결국 현재 동기들의 성태에 대한 평가였다.
그리고 남에 대한 이야기도 슬슬 물려서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각자 훈련으로 돌아가려는 찰나였다.
“야!”
갑자기 큰 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짜증과 화가 한데 뒤섞인 그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몰렸다.
“헉?”
“어, 선배들이다.”
“갑자기 왜...”
“무슨 일 있나. 분위기가 영...”
학생들이 당황했다.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훈련장 안에 들어온 한 무리의 사람들은 수호대의 선배들이었다. 모두들 살기가 등등한 게 어디 몬스터라도 때려잡으러 가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한데 선두의 선배가 발을 구르면서 험상궂은 표정으로 외쳤다.
“훈련장 누가 쓰라고 했어!”
훈련장을 쓰던 학생들은 모두 두려움에 굳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상하지 못한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공기가 단번에 차갑게 얼어붙는 듯한 분위기였다.
결국 학생이 나서 더듬거리며 항변했다.
“후, 훈련장은 그냥 써도 되는 거 아닙니까.”
선배 학생들은 어이가 없는 듯 그 학생을 보다가 서로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새끼가 아주 주제를 모르네.”
“갓 들어온 일학년들 따위가 함부로 훈련장을 사용해? 니들 뒤지고 싶냐?”
“문 닫아.”
선두 학생이 차갑게 말했고, 뒤따라온 다른 선배들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훈련장 문을 닫았다. 쾅. 문 닫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왔다. 문이 닫히자마자 즉시 훈련장은 완전한 격리공간이 됐다.
헌터 훈련에 따른 소음을 격리 가능할 정도의 시설이다. 문만 닫으면 사실상 다른 세상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선두의 선배가 성큼 앞으로 나서며 항의성 발언을 한 학생에게 접근했다.
“보자보자 하니까 선배들이 영 호구로 보이는가 보지?”
“그건 아니고...”
긴장의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항의했던 학생이 뒤로 물러났다.
선두의 선배는 추적하듯이 그를 쫓아갔다. 그리고 그의 손이 크게 올라갔다.
퍽!
소리가 크게 나고 항의했던 학생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자기 한쪽 볼을 부여잡고 있었다. 방금 선배에게 얻어맞은 것이다. 그것도 주먹으로. 선두 선배는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
“씨발 어디서 말대꾸야.”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뿐이 아니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조각상처럼 굳고 말았다. 후배들의 긴장에 굳은 모습을 즐기듯이 쭉 훑어보고는 외쳤다.
“갓 학교 올라와서 아직 현실을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모양인데, 니들 학교에서도 다 선후관계라는 게 있거든.”
“일학년들이 함부로 시설 사용하면서 깝치고 다니면 안 된다는 거야.”
“오늘 니들한테 사회란 걸 가르쳐 줘야겠구만.”
다른 선배들도 가세해서 위협적으로 말을 했다.
흐응, 하고 성태는 학생들 사이에서 살짝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돌아가는 꼴이 재밌다고 느낀 것이다. 어디나 있다면 있는 일이지만, 결국 여기서도 비슷한 꼴을 보게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곳의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선두에 섰던 선배가 후배들 전체를 향해서 외쳤다.
“다 엎드려뻗쳐!”
“저희가 왜...”
또 한 학생이 나서서 항변했다. 폭언까지는 피해가 없으니 일단 가만히 있었지만 기합을 주려 하니 역시 반발하는 것이다. 이걸 노렸다는 듯 기합을 주기 위해 외쳤던 선배가 나서서 항의하는 학생에게 으름장을 놨다.
“죽고싶냐?”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건 모두의...”
“씨발 새끼가!”
그는 항변하는 후배의 발을 욕설과 함께 걷어찼다.
퍼억!
“억...!”
고통인지 당황인지 모를 소리를 내면서 항변하던 학생이 옆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후배의 배를 그는 이어 걷어찼다. 엄청난 충격에 그는 비명도 제대로 내지르지 못하고 꺽꺽대기만 했다. 그 광경을 보고 다른 학생들은 아무 말도 못 하게 됐다.
“또 맞고 싶은 새끼 있으면 기어 나와서 씨부려 보든가.”
“빨리 빨리 하자. 빨리빨리.”
이걸로 반항하려던 미약한 싹도 완전히 밟았다고 생각한 듯 후배들을 향해 엎드려뻗치라고 말하는 선배라는 이들의 태도는 매우 위압적이었고, 장난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학생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씩 바닥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
이혜선이 그걸 보다 못해 앞으로 나서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을 잡는 손길이 있었다.
이혜선이 돌아보니 성태였다.
알파메일 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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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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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