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79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79화
79화 이신관의 함정(1)
일본 헌터 협회 본부 건물.
도쿄의 중심부 긴자에 세워진 이 높은 건물은 현재 나가타초의 국회의사당 이상으로 강력한 권력을 자랑하는 일본의 핵심이 되어 있다.
일본 각지의 무수한 협회들을 종합 관리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부와 권력, 그리고 무력이 한 곳에 모인 권력의 정점이라 할 만한 곳.
공식적으로는 행정부 내부 치안대에 소속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제2의 행정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 본부 건물의 최상층.
삼신관을 위해 마련된 회의실이었다.
도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전면이 유리로 된 이곳에서 양복을 입고 밖을 바라보고 있는 키 큰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바로 세이콘이었다.
그가 가만히 도쿄를 내려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쾅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츠쿠요미의 주인이었다.
세이콘이 돌아보자 그는 다급하게 세이콘에게 접근해서 작게 이야기했다.
“산시로가 죽었네.”
어지간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세이콘도 지금 츠쿠요미의 주인이 하는 말에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죽었다?”
“그렇네. 오늘 새벽 도쿄 경시청에서 연락이 왔지.”
“사유는?”
“목에 생긴 커다란 절단상 때문이라고 하네.”
“목의 절단상이라면?”
절단상이라는 말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법이다. 자살했을 수도, 타살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 사실은 절상이라는 점에서 이미 명확해진 것인지도 모르지만 믿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건 받아들이기 힘든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확정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현장은 그의 집이었다고 하는데 주변은 심하게 파괴되어 있었다고 하지.”
여기까지 오면 상황은 명확해진다.
“……암살이라는 건가?”
“암살도 아니고 어느 놈이 쳐들어와서 정면 대결하고 죽인 거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을 정면대결로 죽이는 침입자.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그들은 근처 의자에 마주 앉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먼저 말한 것은 세이콘이었다.
“정면대결로 놈을 죽였다라…….”
“참고로 그날 놈이 품었던 계집아이가 멀지 않은 공원에 있던 것이 경찰에 발견되어 보호됐다는군.”
세이콘은 흥미의 기색을 보였다.
지금 들은 말대로라면 당시 상황에 대해 가장 자세한 정보를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다름 아닌 그 계집아이다.
“그 아이에게서는 뭔가 정보를 얻지 못했나?”
“전혀. 한바탕 일을 치르고 난 다음에 곯아떨어졌는데, 일어나 보니까 웬 공원이었다는군.”
“…….”
세이콘이 실망에 찌푸려진 얼굴로 침묵했다.
하지만 아주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산시로를 죽일 정도의 놈이었다면 그 계집도 굳이 살려줄 필요가 없었을 텐데 그랬다는 것은 나름의 정의심이나 기준 같은 걸 두고서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심상치 않아.”
“절상 사진과 현장 사진은 없나?”
“그 말을 기다렸네.”
세이콘의 말을 반기면서 츠쿠요미의 주인은 품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넘겼다. 세이콘은 그것을 받아 안의 내용물 가운데 현장 사진을 꺼내 살피기 시작했다.
“흠…….”
먼저 현장 사진을 꼼꼼히 살핀 세이콘이 그것을 일단 내려놓았다. 기대 어린 표정으로 츠쿠요미의 주인이 물었다.
“뭔가 발견했나?”
“우선 현장 사진만 보자면 산시로 이 멍청한 놈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했는데. 현장 사진 가운데 쓸 만한 기술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아. 삼라일식조차도…….”
“그렇지? 그게 정말 이상해. 이렇게 멍청하게 당할 놈은 절대 아니었단 말이지.”
지금 세이콘이 한 말에 동감의 뜻으로 츠쿠요미의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해당한 이는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다. 바보같이 당했을 리가 없다. 목숨이 걸린 싸움에서 그런 짓을 하는 놈이 삼신기의 주인이 될 정도로 삼신기의 주인을 결정하는 과정은 녹록하지 않다.
“그래 절대 아니었지.”
그럼 대체 어째서 제대로 된 음양술식 하나 쓰지 못한 채 이렇게 당하고 만 것일까. 그걸 의문스레 생각하면서 세이콘은 이어 절상 사진을 찬찬히 살폈다. 이 절상 사진에는 의사들이 자세히 분석한 소견서도 첨부되어 있었지만 그것들은 전부 무시했다.
칼을 비롯한 날카로운 무기에 의한 상처에 대해서라면 세이콘의 눈은 그런 의사들 백 명이 뭉친 것보다 정확하다.
“…….”
꼼꼼히 그 절상을 분석하듯 살피던 세이콘의 표정이 급작스럽게 변모한 것은 십여 분쯤이 지난 무렵이었다.
츠쿠요미의 주인이 서둘러 물었다.
“절상에서는 뭔가 있나?”
“그렇다. 이 절상은 범상하지 않아.”
세이콘이 침중한 얼굴로 상처 사진에 시선을 집중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강자인 모양이군.”
츠쿠요미의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너무 당연한 말이다 싶어 스스로 어이없이 혀를 찼다. 산시로를 베어 죽인 자가 약한 검을 사용할 리가 없다.
그런데 세이콘이 이어 한 말은 예상외였다.
“단순히 상처의 특징만 보자면…… 그리 강한 검은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잘 쳐 줘야 초일류 정도다. 그 정도는 도저히 산시로를 어떻게 할 수 없지.”
“그럼?”
츠쿠요미의 주인도 당혹스러운 표정이 됐다.
초일류라니?
그 정도라면 상대가 마법사든 검사든 상관없다. 산시로와 상대하려면 군대 수준으로 덤벼들어야 한다. 그것이 일본의 수호신과 초일류 간의 격차다.
하지만 이 싸움의 흔적은 어떻게 봐도 일대일인데.
“하지만 현장 사진에 나온 몇 가지 단서들과 취합하면 한 가지 그림이 완성된다.”
“그림이라.”
츠쿠요미의 의문에 답하기 위해 세이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허리춤에 매고 있던 검을 뽑았다.
스릉 하는 청령하고 예리한 소리를 내며 뽑힌 검은 그 순간 주변을 장악하는 예기를 뽐냈다. 그 압도적인 예기에 츠쿠요미의 주인이 저도 모르게 등골을 타고 올라가는 소름을 느꼈을 정도였다.
저것이 바로 삼신기의 필두였다.
신광의 카타나,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를 쥐고 전투자세를 취한 세이콘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걸으면서 때때로 검을 휘둘렀다. 걸음과 휘두름 사이에 거슬림이 없는 매우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은 움직임이었다.
다섯 걸음 정도의 거리를 그렇게 이동한 다음 세이콘은 마지막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은 정확히 산시로의 목에 생기는 절상을 만든 검격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그다음에 그는 우뚝 멈추고 검을 회수했다.
“이런 것이지.”
“흐음…….”
츠쿠요미의 주인이 심각한 표정이 됐다.
지금 세이콘의 움직임에서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어느 정도 알아본 것이다.
“느꼈나.”
“믿을 수가 없는데.”
그렇다. 이건 믿을 수가 없는 결론이었다.
그것은 세이콘도 동감이었지만, 그래도 이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합리적이다.”
합리적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가능성은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현실의 법칙과 어긋나 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불가능해 보인다 해도 엄연히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한 영역에 있다.
츠쿠요미의 주인이 경악을 담아 중얼거렸다.
“산시로의 마법을 형성되기도 전에 해체해 버리는 검격을 사용하는 자가 있다고?”
“그래.”
세이콘의 검무가 설명하는 것.
그것은 산시로를 죽인 자는 산시로의 마법이 제대로 형상을 이루기 전에 검격으로 그것들의 맥을 하나하나 끊어 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시로는 제대로 된 마법을 하나도 사용하지 못하고 맥없이 죽은 것처럼 보이게 됐다.
그것만이 현장 사진과 산시로의 절상을 해부하듯 살펴 세이콘이 도달한 결론이었다.
“강한 자는 얼마든지 있다! 빠른 검을 가진 이도, 강력한 검을 가진 이도! 정확한 검을 가진 이도 물론 있겠지. 하지만……. 이런 마나에 대한 간파력과 동시에 이런 기계 같은 정확도를 갖춘 놈은…….”
하지만 츠쿠요미의 주인은 어이가 없는 듯이 외쳤다.
아무리 가능하다 운운해 봐야 이론의 영역일 뿐이다. 애당초 마나의 구성을 검으로 끊어 마법을 해체한다는 초고등 기술을 자유로이 구사하는 헌터 따위 들어본 적이 없다.
세이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아는 바가 없다.”
세이콘은 세계 최강에 손꼽힐 만한 검사다.
그의 검은 예리하며, 빠르고, 정확하다. 검사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세이콘조차 산시로 정도의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한다면 비록 일대일의 근접대결에서라도 마나의 맥을 검으로 잘라낸다는 모험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뽑자면…….”
세이콘은 찬찬히 자신이 아는 헌터들 가운데 이런 짓을 해낼 수 있을 만한 이를 검토해 봤다.
츠쿠요미의 주인이 한 말처럼 강자는 많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해낼 수 있는 이는 거의 없고, 그들 가운데서도 굳이 그런 짓을 할 미친 실력과 건담을 가진 자는 더욱 없다.
그래도 꼽는다면…… 하나 있긴 했다.
“이석훈.”
이석훈.
현 한국 이씨 가문의 가주.
그의 실력은 전설적이다.
세간에서는 아직 잘 모르고 그와 이석훈을 동격에 두고 있다. 세이콘만이 아니고 강하다고 거론되는 각지의 강력한 헌터들을 이석훈과 동등한 위치에 두고 있다. 큰 실수다. 그들은 이석훈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다.
이석훈은 현재 존재하는 검을 쓰는 그 어떤 헌터와도 일선을 긋는 존재다.
터무니없는 천성이 압도적인 전통과 합쳐져 만들어진 궁극의 무기. 그것이 세이콘의 이석훈에 대한 느낌일 정도였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이석훈을 만나기 전만 해도 이제는 이석훈을 상대해 오 대 오로 승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그는 여전히 넘기 힘든 벽으로 느껴졌다.
츠쿠요미의 주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석훈이 움직였다고 생각하나?”
“그럴 가능성은 적다만…….”
세이콘은 일단 부정적으로 봤다.
아직은 모른다. 당장 이것을 가지고 이석훈까지 움직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최강의 카드다. 경거망동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 계집애가 한국에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뒀다면 성공적으로 탈출해서 연결고리를 만들어 뒀을 수도 있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만……. 그것도 가능성의 하나로 고려하도록 하지.”
“그걸로 끝인가?”
“한 가지 더 있다.”
“아끼지 말고 어서 이야기해라.”
츠쿠요미의 주인이 짜증스럽게 재촉했다. 산시로가 죽은 판에 세이콘이 이렇게 여유롭게 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세이콘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세이콘은 고개를 끄덕이고 품에서 USB를 하나 꺼냈다.
“이것이지.”
“흠, 그게 뭐지?”
“일전 카에데 그 계집애가 어떻게 탈출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나?”
“그랬었지. 전혀 방도를 알 수 없어서 곤혹스러웠었는데…….”
“그 계집애가 청정한 땅에 오기 전 머무른 곳에 남긴 사물이다. 그런데 이 안에 굉장히 재밌는 기록이 한 가지 들어 있더군.”
“흠, 재밌는 기록?”
“마나 운용식이었다.”
“마나 운용식이라니? 어떤 거였지?”
“모르겠다. 꽤 복잡한 것이었는데 용도는 알 수 없었다.”
세이콘이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에 츠쿠요미의 주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용도를 알 수 없는 마나운용식이라니…….”
삼신관은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마나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에 관해서도 모두 대가의 경지에 이르러 있다. 그들이 마나 운용식을 보고도 그 효과와 용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이어진 세이콘의 말은 츠쿠요미의 주인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지난번 바틸라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지 않나?”
알파메일 79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