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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75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6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75화

75화 일본으로!(1)

 

 

 

 

 

훈련장은 엉망으로 파괴되어 있었다.

 

곳곳의 땅거죽이 뒤집어져 있었고,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박살 나 널브러져 있었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어떤 곳에는 땅의 색이 새카맣게 변해 있기도 했고, 어떤 곳에는 땅에 마치 폭탄을 터뜨린 것처럼 커다란 크레이터가 발생해 있었다.

 

그리고 그 처참한 파괴의 중심에 두 사람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

 

남자는 서 있었고, 여자는 그 남자 앞에서 큰대자로 뻗은 채 누워 있었다. 바로 성태와 카에데였다. 훈련장의 처참한 파괴양상은 두 사람이 이제까지 벌인 대련의 흔적이었다.

 

“하악, 하악…….”

 

“이제 만족하셨는지.”

 

성태가 숨을 헐떡이고 있는 카에데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카에데는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 이 계약에 대해서는 성립됐다고 생각해도 문제없겠군요.”

 

끄응 하고 몸을 일으키면서 카에데는 말했다.

 

“그것도 맞아. 하지만 아직 한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지.”

 

“흠, 그게 뭔지요?”

 

“나를 가지겠다고까지 말한 협력자의 얼굴조차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아?”

 

“음, 그건 그렇겠군요.”

 

성태는 난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카에데에 비하면 이쪽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숨기고 있다. 심지어 얼굴마저도. 카에데가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자기를 가지겠다고 공언까지 한 사람인데 얼굴까지 숨기고 있다는 건 역시 문제가 있다.

 

“그래. 최소한 그 빌어먹을 마스크는 벗어주시지?”

 

“알겠습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가 사라지고 나타난 성태의 맨얼굴에 카에데는 당황한 표정이 됐다.

 

“어?”

 

“오, 설마 내 얼굴을 기억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생각보다 너무 젊어서 놀란 건가?”

 

성태는 씨익 웃으면서 물었다.

 

그는 경어를 버렸다. 얼굴까지 공개한 이상 굳이 그녀에게 경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생각해서였다.

 

“……둘 다야.”

 

성태의 얼굴을 여전히 놀란 눈길로 바라보면서 카에데는 답했다.

 

실제로 성태는 그녀가 기억하는 얼굴 가운데 하나였고, 또한 이런 일을 추진하고 해내기에 너무나도 젊은 사람이기도 했다.

 

“하긴, 둘 다가 더 그럴듯하군.”

 

“내 기억이 맞는다면 당신은 분명 성태라는 이름의…….”

 

“맞아. 잘도 조사했군. 나는 출전자도 아니었는데.”

 

카에데의 말에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의 성적 상위 입학자는 후일 한국에 중요한 헌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 신경을 쓰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하지.”

 

“그건 그래. 뭐 그런 면에서는 이쪽도 마찬가지니까.”

 

강력한 헌터 전력은 국가 전력이나 마찬가지다. 각국의 핵심적인 헌터를 파악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보 활동에 속한다. 성태는 그런 면에서 이번 년도의 4위 입학자였기 때문에 조사 대상이 될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이건…….”

 

그러나 카에데의 당혹감은 조금도 지워지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더 커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후후,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너, 대체 뭐야? 우리가 입수한 자료로는 도저히 이런 일을 벌일…….”

 

어이가 없어 묻다가 카에데는 말문이 막혔다. 새삼 너무 말도 안 된다고 여겨져서였다.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다.

 

성태는 일본 내에서 움트던 음모를 미리 알아냈을 뿐 아니라 카에데에게 그 음모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제공하기까지 했고, 이렇게 그녀를 이용해서 그 반란을 진압하려고까지 하고 있다.

 

뒤에 국가에 큰 영향을 끼칠 만한 초강력 길드가 있어서야 겨우 해 볼 만한 일이다. 실은 그 정도로도 어렵고 그런 길드 여럿이 뭉치고 국가까지 개입해서야 가능할 만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실력은 대체 뭐고?”

 

카에데가 겨우 충격을 삼키고 물었다.

 

성태의 배경도 신비하지만 역시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의 실력 그 자체였다. 카에데가 여러 시간 동안 대련을 지속하면서도 그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세계 최강.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사실인 것 같다고 결국 카에데도 인정하고 말았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런 실력은 기껏 자기와 비슷한 나이대가 가졌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적어도 또래 가운데서는 자신이 세계 최강일 거라는 꽤 근거 있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래서는 그것도 그저 완전히 개소리가 되고 만다.

 

“아마츠키 카에데.”

 

성태가 갑자기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카에데는 흠칫 놀라며 몸이 굳었다.

 

지금 성태에게서는 범접하기 힘들 정도의 위엄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말 정도의 위압감이었다.

 

침을 꼴깍 삼키며 자신을 바라보는 카에데에게 성태는 유혹처럼 속삭였다.

 

“세상에는 네가 알지 못하는 일이 아주 많다는 것만 알아두도록 해. 그리고 나는 그런 것들 가운데서도 최상위에 있는 것이지.”

 

“으…….”

 

카에데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서 성태는 뿜어내던 기세를 거두고.

 

“그런 의미에서 너는 최고의 조력자를 택한 셈이야.”

 

“……기대하지.”

 

카에데는 지금 성태의 말에 자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애써 차갑게 답했다.

 

 

 

 

 

***

 

 

 

 

 

일본 왕궁.

 

도쿄에 있는 이 왕궁은 왕궁이라기보다 거대한 저택이다.

 

본래 패전 이후 천황이 인간 선언을 하고 실질적인 권력을 빼앗기면서 국가에 반납된 것이었으나 헌터의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금 천황의 사지私地가 됐다.

 

일본에 있어 헌터의 시대는 헌터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계급사회를 형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히 천황의 복권으로도 이어지게 됐다.

 

천황의 복권.

 

그것은 인간신의 귀환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본은 패전 이후 인간 선언을 하고서도 천황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어떤 깊은 신앙심이나 존중 같은 것을 보인 나라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것에 불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천황은 일본의 정점에 서서 일본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치했다.

 

그렇기에 이 일본 왕궁은 현재 나가타초 이상으로 권력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의회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한 강력한 거부권까지도 현재 천황은 보유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

 

 

 

 

 

천황의 알현실이었다.

 

상석에 슈트를 입고 앉아 있는 늙은 노인이 있었다.

 

기품 있는 용모는 온화해 보였지만 오랜 피로가 묻어나는 얼굴이기도 했다.

 

그가 바로 현 일본의 천황인 히로모토 덴노였다. 그리고 히로모토 덴노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대기해 있는 것은 바로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었다.

 

지금 그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고, 천왕의 재인을 받으려는 참이었다. 하지만 그 서류의 내용을 살핀 천황의 표정은 도무지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기 국새를 찍으라고?”

 

“부디 부탁드립니다.”

 

“이건 엄청난 피가 흐르는 일이 아닌가?”

 

매우 불편한 표정으로 히로모토 천황은 반문했다.

 

지금 삼신관이 국회의 총의라면서 내민 이 서류는 한반도로의 진출 계획서였다. 말이 진출이지 사실상 ‘침공’이다.

 

헌터의 시대가 열리고 군사기술의 발전은 거의 정지하게 됐지만 그래도 사람 간의 싸움에는 여전히 총화기가 의미가 있다. 국가 간의 분쟁에는 헌터와 군대가 같이 움직이기 마련이고 이것은 엄청난 피가 흐르는 싸움으로 발전하기 쉽다.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은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저들의 피만이 아니야. 우리의 피도 엄청나게 흐르게 될 걸세.”

 

“감수할 가치가 있습니다.”

 

“정복과 약탈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나!”

 

히로모토 덴노는 역정을 냈다.

 

일본이 제국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는 잘 안다. 일본은 이제 겨우 몬스터의 위협에서 안정이 되어가고 있다. 이 평화를 깨드리고 싶지 않았다.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반론했다.

 

“그때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현재 세계는 블록화가 극심하고 무역은 쇠퇴해 있습니다. 이것은 특히 우리 일본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우환입니다. 이제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일본은 한국에 진출해야 합니다. 유라시아 진출 교두보로서 말이지요.”

 

이백 년에 걸친 고립에서 버티는 것도 이제 한계다. 일본은 거기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은 자원이 풍요로운 곳은 아니다. 핵융합발전에 겨우 성공해서 전력 걱정은 없지만 각종 원자재는 극히 부족하다.

 

리사이클링 기술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본격적인 무역로가 필요했다.

 

물론 히로모토 덴노 역시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그게 필요하다면 한국 측과 이야기하면 충분하지 않나? 분명 현 이씨 가문의 가주가 무역로 회복에 큰 관심이 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곤란합니다. 결국 한국은 한국 땅일 뿐 아닙니까. 우리는 그들에게 목줄을 죄이는 셈이 됩니다. 우리는 그곳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역로가 중요한 만큼 일본에게 한국의 가치는 커진다. 한국이 그걸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삼신관은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

 

“다소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 그러나 유라시아 진출이 성공하게 되면 거기서 우리가 얻게 될 이득은 막대하네. 겨우 한국에 대해 약간 약세를 띄게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해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은 너무 어리석군.”

 

히로모토는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무역로를 통해 일본이 발전하게 되면 한국 역시 이득을 볼 수 있다. 한두 차례 거래하고 말 것도 아닌데 그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소 비싼 값을 치르게 된다 해도 전체적인 무역로의 관리비 같은걸 고려하면 한국은 있는 쪽이 더 낫다.

 

“당장은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길게 본다면 어리석은 것이 아닙니다. 벌써 이백 년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앞으로 몇백 년 더 계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으음…….”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하는 말에 히로모토 덴노는 침음했다.

 

납득한 것이 아니다.

 

설득이 소용없다고 여긴 것이다.

 

“부디.”

 

“이것은…… 자네들 전원의 총의인가?”

 

천황이 서류를 다시 살피며 물었다.

 

물론 이것은 일본 국회를 비롯해 정재계 핵심 인사들의 총의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천황에게까지 서류가 제출될 수 없다. 이것이 이렇게 단단하게 침략을 향해 굳어져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물은 것이다.

 

“그렇습니다.”

 

“아마츠키도?”

 

천황이 물었다.

 

아마츠키는 탐욕스럽지만 합리적인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이니치라는 것을 천황은 알고 있다. 아마츠키가 자이니치이기 때문에 한국에 소속감을 가진다는 건 있을 수 없지만 보통 일본인들이 빠지기 쉬운 맹목적인 증오심 같은 것도 없다.

 

 

 

 

 

알파메일 75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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