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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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74화
74화 계약(4)
“그렇습니다.”
“미친 개소리는 작작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카에데는 성태에게 욕설을 날렸다.
카에데는 많은 강자들을 안다.
직접 만나본 이들도 많다.
그들을 혼자서 상대할 강자?
그런 게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현재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이들이 바로 삼신관이다. 그들 세 사람 각자가 그렇다!
“그렇게 들릴 수 있다는 건 압니다만…….”
“삼신관의 평균 마나량이 얼만지 알아? 사만이 넘어! 게다가 그 마나를 다루는 기술은 어떻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삼신관인 이유인 삼신기의 힘은 최상급의 아티팩트야! 이석훈이라 해도 한 사람을 상대해 승률은 50%나 될까? 아니, 그 딸내미의 실력을 보니 그것보다 훨씬 낮겠더군. 그런데, 그들을 상대하는데 혼자?”
말하면서 카에데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그녀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발을 크게 구르면서 성태에게 외쳤다.
쿵!
“개소리도 작작해!”
땅이 크게 흔들렸고 그녀가 내리친 바닥이 박살 나며 크게 패였다.
성태는 그녀의 분노 앞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맞습니다.”
헌터의 세계에 대한 상식이 있는 이라면 카에데처럼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9초대에서 세계 최고를 논하고 있는 단거리 육상의 세계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9초대 따위는 쉽사리 깰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성태는 바로 그런 존재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 다 알고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마치 세계 최강이기라도 한 듯한 발언이군.”
“맞습니다.”
카에데가 경멸스럽게 하는 말에 성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녀가 한 말이 실은 성태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나는 세계 최강입니다.”
카에데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무런 오만함도 느껴지지 않은 성태의 발언에서는 과대망상증자 특유의 허세 따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마치 무심하게 국어책이나 신문을 읽듯이 그 사실을 거론했다.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을 말하듯이.
그 사실이 카에데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상식적으로는 터무니없는 개소리지만…….
개소리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결국 카에데는 시간 낭비겠지만 일단 해 보기로 했다.
“좋아. 시험해 보지! 나를 5초 안에 꺾을 실력이 아니라면 이 이야기는 전부 없었던 걸로 돌려야 할 거야!”
“그걸 기다리고 있었지요.”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카에데가 움직였다.
팟!
카에데의 모습이 그녀가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고, 성태가 몸을 돌렸다. 카에데의 모습이 그의 뒤에 있었다.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박력으로 카에데는 등 뒤에서 성태를 향해 검격을 날렸다. 이때 그녀의 검은 새파란 힘을 띠고 있었고 주변에는 스파크가 작렬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나즈마키리! 삼신관의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던 카에데가 애용하는 기습 참격 기술이다. 순수한 위력만으로 상급 몬스터조차 단숨에 두 쪽 낼 수 있는 고등 기술!
꽈르릉!
눈부신 빛이 주변을 먹는 동시에 주변을 뒤흔드는 굉음이 터졌다.
마나 에너지의 갑작스러운 응축과 분출로 인한 대기의 팽창 폭발이 실제 번개와 극히 유사한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잡았-!’
카에데는 자신이 검을 내리치는 순간까지도 반응하지 못하고 있는 성태의 등을 보면서 승리를 확신했고 그를 경멸함과 동시에 실망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 아니었던 것이니까.
그런데 그녀의 검끝이 성태의 등을 후려치기 바로 직전이었다.
핏!
이변이 일어났다.
성태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사라졌다.
‘뭣!’
카에데가 당황했다.
그러나 대응은 불가능. 그녀의 검은 이미 그녀가 휘두른 힘에 따라 성태가 있던 공간을 예리하고 파괴적으로 갈렸다.
꽈르릉! 콰앙!
카에데의 검에 응축된 에너지가 단번에 해방되며 그 일대가 푸른 전격에 휘감기며 폭발했다. 거기 무언가가 있었다면 탱크의 장갑이라 해도 결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빛이 사라지고 풍격파가 사그라진 다음에 카에데의 검이 있는 곳에 남은 것은 그녀의 힘이 파괴해 엉망으로 뒤집어진 땅거죽과 강렬한 오존 냄새뿐, 성태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성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어떻습니까?”
바로 카에데의 옆!
검을 내리친 자세로 굳은 그녀의 옆에 서서 검날로 카에데의 목줄기를 노리면서 차분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은 하나의 조각상 같아 보일 정도였다.
마법검에서 뿜어지는 예리한 마력을 목으로 느끼면서 카에데는 토하듯이 고했다.
“……졌어.”
후後의 선先이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늦게 공격하면서 먼저 도착한다는 것.
그로서 얻은 시간을 통해 상대의 모든 것을 파악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선의 후가 가능한 이는 그것이 불가능한 이에 대해 압도적인 우위에 설 수 있다.
카에데 역시도 목표로 하는 경지의 하나다.
그렇기에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성태의 대처는 카에데가 경험한 가운데 가장 완벽한 후의 선이었다.
소름 돋을 정도로!
자신을 완벽하게 파악한 다음에야 시작된 움직임이, 그녀의 검끝이 힘을 해방하기도 전에 끝나 목줄기에 차가운 예리함을 뿜고 있었으니까.
“그럼 납득하셨습니까?”
검을 수납하고 자세를 단정히 하면서 성태가 물었다.
그러나 카에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정도로 납득할 수는 없는 일이지. 이건 큰 건이라고.”
상대의 후의 선만 봐도 그 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알 수 있다.
그러나 상대는 마찬가지 괴물이다.
후의 선이란 기술적 경지 자체도 더 빠르고 더 침착한 자에 대해서는 통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건 기술적인 부분 이전에 물리적인 영역에서의 문제다. 민첩 스텟 10000을 찍은 자가 아무리 기술이 딸려도 민첩 1000인 자보다 느린 것은 있을 수 없으니까.
후의 선 같은 기술적 완성도 외에도 성태의 힘은 여러모로 검증되어 봐야만 했다.
“흠, 그럼 납득하실 때까지 얼마든지 어울려 드리지요.”
성태도 동의했다.
이건 카에데가 말한 것처럼 ‘큰 건수’다. 조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어 성태는 문득 생각난 듯이 말을 추가했다.
“그리고 한 가지 핸디캡을 추가하겠습니다.”
이어 그는 검을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검을 버리다니, 나를 맨손으로 상대하겠다는 거야?”
카에데가 땅바닥에 떨어진 성태의 마법검을 보고 당혹스럽게 물었다. 아무리 헌터가 초인이라고 해도 무기를 가지고 가지지 않고에 따른 전력 차이는 압도적이다. 아니, 초인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무기의 위력과 장점 역시 초인인 만큼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간의 싸움조차 방망이 하나라도 드느냐 안 드느냐가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나마 싸움 방식의 차이 같은 걸로 약간은 이 문제가 좁혀질 수 있기는 할 테지만 그래도 동격이라면 사실상 극복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최소한 한 단계 이상의 헌터라야 적수공권으로 무장한 헌터를 상대할 가능성이나마 있는 법이다. 카에데 정도라면 사실상 이석훈 클래스에서나 가능성이 있다. 이석훈 클래스. 그건 정말 세계 최강을 논하는 레벨이다.
“그렇습니다.”
“권사도 아닌 주제에?”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내야 말이 되지 않겠습니까?”
성태는 태연하게 답했다.
카에데는 빙긋 웃었다.
“그건 그렇군.”
상대는 스스로를 세계 최강이라 공언한 남자다.
실제 그가 하려는 일은 세계 최강이어야 현실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 정도를 해내지 못하고서는 말이 되질 않는다!
“시작하지요.”
“좋아!”
성태의 말에 카에데가 쾌활히 답했다.
카에데가 마찬가지로 먼저 움직였다.
‘이번에는!’
하지만 이번에 카에데는 성태의 뒤나 옆을 노리지 않았다. 상대는 후의 선이 가능한 자다! 그런 자를 상대로 선수를 취하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신 그녀가 취한 것은 거리를 두는 것. 성태와 먼저 거리를 두면서 그녀는 양손을 모아 형태를 취했다.
웅!
웅웅웅!
그녀의 손 모양에 따라 등 뒤로 문양이 떠오르더니 거기서 형성된 마나의 덩어리가 화살처럼 성태를 향해 연달아 날아갔다.
음양도에 따르는 원거리 공격식이다.
지금 그녀가 쏘아낸 것은 그 가운데서도 신속함과 정확함으로 유명한 음양화살이다.
콰과광!
성태가 있던 곳으로 연달아 음양화살이 충돌하며 폭발이 일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견제용. 그사이 거리를 충분히 번 카에데는 마력을 끌어모아 가장 자신 있는 원거리 대인 공격술을 펼쳤다.
“하앗! 키리아메!”
기합성과 함께 그녀의 등 뒤로 구름 같은 음양진이 떠올랐다. 이어 그곳에서 마치 실과 같은 마력의 줄기가 수천, 아니 수만 줄기가 뻗어나가 성태가 있는 곳으로 나갔다.
그 휘황한 모습은 빛의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주변을 덮어버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기술의 이름이 안개비란 의미의 키리아메로 불린다.
콰과과광!
하지만 안개비란 서정적인 이름은 기술의 위력은 전혀 대변하지 못한다. 작은 건물이라면 금세 붕괴시키고 말 어마어마한 위력의 폭발이 일어나며 그 빛줄기가 닿은 곳은 모조리 가루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공격의 진짜 무서움은 그 공격력보다도 봉쇄력에 있다. 자잘하지만 강력한 아주 많은 공격이 대상의 사방을 완벽하게 조여 버리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카에데는 바로 그 점을 노리고 이 공격을 한 것이다.
꽈르릉!
과릉!
연이은 폭발이 주변을 뒤흔들었고 폭발로 인해 일어난 먼지 구름이 주변을 자욱하게 뒤덮었다. 그것을 보면서 카에데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이거면 이기진 못해도 분명히 상대를 가두는 정도는 해 뒀을 테니 시간 벌이는 성공했다. 이것만 해도 세계 최강이라 함부로 말하던 상대의 콧대 정도는 꺾은 셈이다.
이제 이걸 이용해 협상 조건을 좀 더…….
카에데가 그렇게 생각을 이어갈 때 그녀의 뒷덜미를 가볍게 건드리는 손길이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카에데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성태가 어느샌가 그녀의 등 뒤에 다가와 있었다.
그는 놀란 카에데에게 그녀의 목덜미를 건드렸던 손을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큭…….”
자신의 목덜미를 매만지며 카에데는 이를 악물었다.
목덜미에는 닭살이 심하게 돋아 있었다.
사실 목덜미만이 아니었다. 전신이 그랬다. 그만큼 조금 전 성태의 손길은 전율스러웠다. 사실상 그때 카에데의 목숨은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어떻게 그런 움직임이 가능한 것일까?
헌터로서 초일류의 영역에 들어선 카에데로서도 도저히 해명이 되지 않았다. 소리조차 제대로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나가 아주 많다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걸로 만족하셨습니까?”
성태는 그녀의 마음을 읽는 듯이 느긋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면서 물었다.
카에데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 다시……!”
“흠,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아직 모르는 거야!”
발을 구르면서 카에데는 재전을 재차 요구했다.
실력 차에 납득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 싸움 자체가 대단한 기회라고 느껴서였다. 그의 실력은 압도적이다. 이 대련을 계속해 나가면 헌터로서 틀림없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기회를 카에데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납득하실 때까지 어울려 드리지요.”
성태는 카에데의 그런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어울려 주기로 했다. 어차피 이 아가씨 역시 자신의 힘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성장을 도와주는 정도에 굳이 비싸게 굴 필요는 없다.
알파메일 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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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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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