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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70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6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70화

70화 울부짖어라!(2)

 

 

 

 

 

‘뭐 조금만 더 즐길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면서 손을 쭉 폈다.

 

-히익!

 

악마는 공포에 비명을 질렀다.

 

한데 그 순간 그는 마력장에 대한 지배권이 자신에게 돌아왔음을 느꼈다. 성태가 잠시 방심한 사이 원래 창조주에게 권한이 돌아가 있던 것이다. 악마는 그때 어디 있는지도 모른 신적인 존재에게 감사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공간에서 탈출했다.

 

이 기회를 노려 기습?

 

그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앞으로 개처럼 기면서 인간에게 복종하는 일이 있으면 있었지 저 인간의 탈을 쓴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이상한 것에 대항해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자살행위다! 아니, 자살은 차라리 편안하다! 그건 끝없는 고통의 지옥에 스스로를 처박는 짓에 불과했다!

 

후왕!

 

그 결심만큼이나 빠르게 공간이 접히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가상공간에 빨려들었던 성태의 정신도 그에 따라 원래의 육신에 돌아가고 말았다.

 

“어!”

 

퍼뜩 정신을 차린 성태가 주변을 돌아보니 주변은 어둠이 자욱했다.

 

“아, 놓쳤다. 아쉽구먼.”

 

그는 마지막 손맛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목적이 있다고는 하나 원래의 강대한 신적 힘을 대부분 봉인당한 채 왜소하고 약한(?) 인간 헌터로 활동하고 있으려니 참 답답한 일이었다. 그걸 오랜만에 육체라는 틀에서 해방됨으로써 해소할 수 있었는데 근성 없는 악마가 그걸 못 버텨서 그만 놓치고 말았다.

 

너무 들떠서 틈을 줘버린 자기에게도 잘못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단은 목적달성인가.”

 

성태는 일단의 아쉬움을 거두고 그렇게 자평했다.

 

방금 그 악마가 바로 박수천의 조상격이 되는 악마임이 틀림없었다. 그 악마에게 물려받은 힘으로 박수천은 마법사로서 유례없는 성취를 이루게 되고, 동시에 사람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성태가 탈태환골을 통해 박수천의 몸의 구조를 바꿔버려서 그 연결이 틀어져 버린 모양이다. 서둘러서 찾아온 그 악마의 목적은 성태를 제거하고 박수천을 원래 상태로 바꾸려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실패하고 도망가 버렸으니까 그 연결은 이제 뒤틀려서 써먹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 짓을?

 

그 악마의 격은 대단히 높았다.

 

성태가 아는 악마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데몬 프린스급이었다. 자손이라고 해도 박수천 따위는 그의 입장에서는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은 것에 불과하리라.

 

그렇다면 뭘 노리고?

 

성태는 금세 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 새끼, 이 녀석을 만일에 대비한 씨앗으로 삼은 모양인데…….”

 

그것밖에 떠올릴 만한 게 없었다.

 

씨앗으로 삼는다.

 

널리 알려진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그 기원은 강렬하다. 성태가 겪은 세계에서 대전이 격화되면서 데몬 프린스도 여럿이 인간 헌터들의 협공에 의해 척살당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데몬 프린스들은 척살된 다음에도 금세 나타난다.

 

어떻게?

 

그 데몬 프린스에 의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인류 측으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답은 꽤 많은 피를 흘리고서야 얻을 수 있었다. 데몬 프린스급의 악마들은 육체가 죽는다해도 미리 준비해둔 클론에 혼을 이식해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클론의 제작 방법이 여럿이라는 것도 엄청난 피를 흘리고서야 겨우 알게 되는데, 그것은 데몬 프린스 가운데 흡혈귀 계열의 악마가 굳이 클론이 아니라 해도 자신의 종속에게 영혼을 전이해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계기였다.

 

그러니까 박수천의 조상 악마 역시 유사시를 대비한 부품 정도로 박수천을 아끼던 게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라 해도 박수천 자체가 워낙 재능이 뛰어나다.

 

이 연결을 유지함으로써 언제고 그의 혼과 육체를 손에 넣어 조종할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목적이 뭐였든 간에 성태의 손에 걸려 모두 박살이 나게 됐지만.

 

“뭐 일단 깨울까.”

 

성태는 유쾌하게 박수천을 흔들었다.

 

“박수천.”

 

“으, 으으…….”

 

박수천은 악몽에 시달리는 듯 끙끙대며 일어나지 않았다.

 

성태는 한층 강하게 박수천의 몸을 흔들며 그를 깨웠다.

 

“박수천, 일어나.”

 

“허, 허억!”

 

그제야 발작하듯이 몸을 떨면서 박수천이 일어났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겨우 일어서는 그의 모습에서는 희세의 기연이라 할 수 있는 탈태환골을 맞이했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기야 그건 굳이 얼굴색이 아니라 해도 주변에 흘리고 온몸에 덕지덕지 묻은 오물만 봐도 그렇긴 하다.

 

“깨어났어?!”

 

“이 개, 개…….”

 

박수천은 성태의 얼굴을 보자마자 일그러진 얼굴로 그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그의 척수를 장악한 채 정신을 잃지도 못하게 하고 고통을 줬던 걸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기야 그건 산 채로 몸이 찢기는 것과 비길만 했을 것이다. 아무리 박수천의 성격이 착하고 호구 같아도 그런 경험을 했는데 성태를 계속 좋게만 보긴 무리였다.

 

“개, 뭐?”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그러나 성태가 냉정한 눈동자로 바라보면서 되묻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쭈그러들고 말았다. 성태가 노려보는 순간 혼을 압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도무지 분노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호구의 본능이랄까.

 

그렇게 겨우 분노가 진정되고 나서야 박수천은 지금 일대가 묘한 악취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뭐야? 냄새가…….”

 

“뭐긴 네가 싸지른 똥이지.”

 

혀를 차면서 성태가 설명했다.

 

“내가?”

 

당황하면서 박수천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제야 자신의 온몸에 정체 모를 오물이 덕지덕지 묻어 있고 주변에도 그런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주변을 매운 악취는 거기서 비롯되고 있었다.

 

이게 정말 똥이란 말인가.

 

박수천이 크게 당황하는데 성태는 그를 놀리듯이 말했다.

 

“그래. 사내자식이 이것도 못 견디고 죽겠다고 아주 돼지 멱따듯이 비명을 지르더라. 덕분에 나도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 그건…….”

 

지금 상황도 잊고 박수천은 분노해서 성태에게 항변하려 했다.

 

그 고통을 견뎌야 남자라면 남자 안 하고 말지 뭐 하러 남자 따위 한단 말인가!

 

하지만 당시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던지 생각하니 이게 다 자기 몸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게 됐다. 왜 사람이 너무 무섭고 아프고 하면 똥오줌을 지린다고 하지 않던가.

 

박수천이 분노와 수치심 가운데 다음 할 말을 못 찾고 있었는데 성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에게 말했다.

 

“뭐 그런 건 됐고, 작업은 성공했어.”

 

“뭐?”

 

믿어지지 않는 말에 박수천은 눈을 크게 하고 되물었다.

 

박수천의 놀란 얼굴에 대고 성태는 놀리듯이 다시 말했다.

 

“성공했다고.”

 

“저, 정말이야?”

 

기쁨이 넘쳐흐르는 표정인 동시에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럴 만도 하다.

 

출생에 따른 불길한 오라는 이제까지 그를 괴롭힌 것이다. 평생 그걸 고치기 위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큰돈도 써 봤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쉽게? 물론 엄밀히 말하면 쉽게는 아니지만.

 

“차츰 알게 되겠지만 맞아.”

 

“고, 고마워!”

 

성태의 확언에 눈물이라도 흘릴 듯이 기쁜 모습이 되어서 박수천은 그를 껴안기 위해 달려들려 했다. 성태가 서둘러 그를 말렸다.

 

“어허, 오지 마.”

 

“으, 응.”

 

박수천도 지금 자기 상황을 깨닫고 몸을 멈췄다.

 

온몸에 이런 오물이 묻은 꼴로는 고맙다고 성태를 포옹하는 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꼴이 되고 만다. 성태는 피식 웃고 양팔을 걷으면서 제안했다.

 

“일단 여기 좀 정리하고, 씻은 다음에 들어가자.”

 

“알겠어.”

 

이런 꼴로 만들고 훈련장을 떠날 수야 없다. 양심이 있다면 청소를 제대로 하고 떠나야지. 원래 사람이 뜸하긴 하던 곳인데 무슨 일인지 오늘은 아예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다시피 해서 잡음 없이 청소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작업을 시작했다.

 

성태는 일단 손을 씻고 박수천의 옷을 가지러 갔다 왔고, 그사이 박수천은 샤워를 얼른 하고 청소를 했다. 이후 성태가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고 둘은 같이 청소를 시작했다. 한 30분 정도로 청소는 끝낼 수 있었다.

 

청소를 끝내고 나서는 길에 성태가 박수천의 어깨를 탁탁 치면서 말했다.

 

“앞으로 열심히 해라.”

 

“이 은혜는 반드시 갚을게. 목숨과 바꿔서라도!!”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박수천은 성태에게 맹세했다.

 

성태는 거북한 듯이 피식 웃었다.

 

“무슨, 목숨이라니, 과장되게.”

 

“저, 정말이야!”

 

박수천도 약간 창피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 말하긴 그렇다 해도 목숨이라도 아끼지 않고 성태를 위해 뭐든 하겠다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성태가 이제까지 그에게 해 준 일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성태는 웃으면서 그 말도 흘려 받았다.

 

“하하, 됐어.”

 

“정말이래도!”

 

“마음만 고맙게 받도록 하지.”

 

그렇게 이야기를 정리하고 성태는 박수천과 헤어졌다.

 

그런데 박수천과 헤어지면서 자기 방으로 향하는 성태의 얼굴에는 만족스럽고, 약간은 교활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사실 그 말을 듣고 싶어서 이 일을 한 게 맞지만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성태가 오늘과 같은 수고를 일부러 감수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박수천이라는 재능 넘치는 천재를 완벽하게 자기편으로 미리 끌어들여 두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의 목적이었고, 그것은 훌륭히 성공했다.

 

 

 

 

 

***

 

 

 

 

 

방으로 돌아온 성태는 얼른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푸아.”

 

참았던 피로가 노곤노곤하게 전신으로 밀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적은 마나로 엄청난 일들을 해야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 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탈태환골이었다.

 

“역사 탈태환골은 다른 것보다 뒤처리가 제일 고역이란 말이지.”

 

자기 때도 그랬지만 몸의 노폐물이란 게 사실상 똥오줌과 다를 게 없다 보니 일 끝나고 나면 그걸 치우는 게 힘들었다. 남들한테 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성태의 작업 자체가 일종의 기밀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아, 그래도 오늘은 일 많이 했다. 숙제 큰 거 하나도 해결했고.”

 

숙제란 물론 박수천이었다.

 

그는 시간을 역행해 이 세계로 돌아온 성태가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인 인재다. 다루기 쉽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오늘 겪은 여러 가지 사건도 바로 그런 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들이라 할 만했다.

 

특히 박수천의 조상이 되는 바로 그 악마는 성태의 관점에서 봐도 거물이었다.

 

“흠, 그런데 그 악마는…….”

 

성태가 표정을 묘하게 찡그렸다.

 

본 적이 없는 악마였다.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데몬 프린스 클래스인데 성태가 모른다니. 매우 특이한 일이었다. 물론 아무리 성태라 해도 모든 악마를 다 파악하던 것은 아니지만 원래 세계에서 대전이 격화되며 많은 데몬 프린스가 세상에 나타났고, 그들을 알게 됐다. 그 가운데 없었다니.

 

‘어쩌면…….’

 

박수천이 데몬 프린스를 잡아먹었을 때가 기억났다.

 

그 당시 박수천의 힘은 일반적인 데몬 프린스를 초월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건 단순히 데몬 프린스 하나를 흡수했기 때문이 아닐지도?

 

 

 

 

 

알파메일 70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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