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68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68화
68화 벌모세수(2)
괜히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속아 크고 작은 돈을 집에서 날린 게 전부였다.
때문에 이제는 포기하다시피 하는 형편이었다.
그걸 이제 와서 들어봐야…….
성태가 웃으며 선언했다.
“내가 고쳐 주지!”
“뭐?”
박수천은 놀라며 성태를 돌아봤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박수천에게 성태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흠, 내가 이런 부분에는 다소 재주가 있단 말이야.”
“하, 하지만 이걸 어떻게…….”
더듬거리며 박수천은 되물었다.
현대 의학은 물론 마법이나 강력한 헌터의 마나 운용법 같은 걸로도 그의 혈통 자체에 스며든 그 불길한 기운은 지울 수 없었다. 박수천에게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혹시 앞으로 헌터생활을 하면서 이런 기운을 지울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 같은 걸 발견하는 것뿐이었다.
그걸 성태가 고칠 수 있다고 말해도 믿어지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만 믿어. 뭐 실패해도 본전 아냐?”
“그야 그렇긴 한데…….”
“자, 이리로 와서 내가 시키는 대로 마나를 운용해 봐.”
“으, 응.”
박수천은 큰 기대감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다가갔다.
성태가 대단하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 봐야 학생이다. 박수천이 이 문제로 만나온 이들 가운데는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헌터도 여럿 있었다. 일단은 그냥 호의에 답한다는 면에서 따르기로 했다.
박수천이 자기 앞에 서자 성태는 일단 그에게 마나 운용법을 일러줬다.
제법 복잡한 운용식이었다.
“해 봐.”
“으, 으음…….”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박수천은 곧장 운용을 시작했다.
성태가 박수천의 등에 손을 대고 운행을 살폈다. 거의 막힘이 없었고, 자신이 일러준 내용과 일치했다.
‘역시.’
성태는 새삼 박수천의 재능에 감탄했다.
그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 중 하나이리라 싶었다. 하나 이혜선보다 아래고 카에데와 비슷하거나 약간 아래인 정도가 아닐까?
이런 마나에 대한 이해력에다 혈통에서 타고난 다양한 마나와 마에 대한 친화력이 뒤섞였으니 결과적으로 재앙이 됐다고는 하나 데몬 프린스 클래스의 괴물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박수천의 전신은 성태의 지시대로 운용한 마나로 가득 찼다. 그에 따라 박수천의 몸 위로 은은하게 빛무리 같은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태는 이제 적절한 때가 됐다 싶어 일단 박수천에게 말했다.
“시작한다.”
“응.”
눈을 감고 박수천은 성태에게 답했다.
성태는 곧장 자신의 마나를 뻗어 박수천의 마나와 합류시켰다.
‘으……!’
박수천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등골을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꽉 장악하는 느낌은 소름 돋았다. 그야말로 상대의 손아귀에 자신의 모든 것이 올라간 듯한 느낌.
사실은 느낌만이 아니다. 본래 마나의 대결이란 자체가 양자 모두에 위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마나가 자기 몸속에 들어와 마음대로 휘젓는다는 건 실제로 생사여탈권을 그에게 건넨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였다.
성태는 척추 부분의 혈맥을 중심으로 박수천의 마나를 철저하게 파악하기 위해 우선 시간을 들였다. 이 전체 지도의 완성은 작업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성태는 시간을 들여 아주 세밀하게 외워 나갔다.
그리고 그 작업이 끝났을 때 일단 박수천에게 말했다.
“참아. 지금부터는 약간 아플 수도 있어.”
“으, 응.”
박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절로 침을 꼴깍 삼켰다.
어딘가 몸 전체가 붕 뜬 느낌이었다. 전에는 한 번도 이런 느낌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마치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어느 세계와 자신이 연결되어 버린 것 같을 정도!
여전히 기대는 옅다.
하지만 이런 특이한 감각과 체험 가운데 박수천은 ‘혹시’라는 기대를 점점 품게 되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하아.”
심호흡을 하면서 성태는 자신의 마나를 한곳에 모았고,
“후!”
들이쉰 호흡을 단번에 내쉬면서 동시에 모아들였던 마나 역시 동시에 뿜어냈다.
쾅!
“……!”
그 순간 박수천은 입을 딱 벌렸다. 박수천 본인에게만 들리는 굉음과 함께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그를 엄습했다.
‘조금’ 아플 거라고? 그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이게 조금이면 요로결석은 찰과상이다! 하지만 성태는 박수천에게 불평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박수천의 전신을 따라 자신의 마나를 순환시키면서 그 마나의 순환속도를 점점 끌어 올렸다.
“꺼…… 끄…….”
그 속도가 올라갈수록 박수천의 고통은 가중됐다.
참다못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몸을 벌벌 떨었을 정도였다.
성태는 계속해서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면서 박수천에게 인내를 강요했다.
“사내 자식이 이 정도 가지고! 참아!”
“아, 으…….”
성격 좋은 박수천이 속으로 성태에게 개새끼라고 욕을 비처럼 퍼부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박수천의 속에서 마나를 계속해서 돌리던 성태는 적당히 그 힘이 가속됐다 싶었을 때 자신의 힘에 그 마나를 전부 모아서 박수천의 백회혈에 때려박았다.
콰앙!
처음 굉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굉음이 터졌다.
박수천의 몸이 한층 더 크게 진동했다.
박수천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그 자세로 쩔쩔매며 울었다.
그런데 성태가 미친 소리를 했다.
“응, 힘이 부족한가. 다시!”
하지 말라고, 몸을 뒤틀어서라도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처음 척수를 장악한 성태의 힘은 이제 박수천의 전신을 장악했다. 완전히 박수천은 성태의 인형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성태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성태의 하는 짓을 맨몸으로 감당해야만 했다.
그것은 산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쾅!
콰과광!
쾅!
꺼으…….
꺽…….
성태는 연속해서 마나를 순환해 속도를 늘리고는 그것을 한 점에 모아 백회혈에 충돌시켰다. 계속해서 그랬다. 그때마다 박수천은 고통의 지옥에 풍덩풍덩 빠졌다. 울지도 못하고, 비명도 못 지르고. 기절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물론 성태라고 좋아서 박수천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박수천의 현재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극적인 체질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탈태환골해야만 한다. 탈태환골만으로 해결될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없이는 어떻게도 되지 않는다. 혈통 자체에서 오는 것인 만큼 그러하다. 근본적인 체질이 바뀔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금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근데 이거 진짜 어마어마한데…….’
성태도 지금 혀를 내두르고 있는 상태였다.
이 정도로 박수천의 탈태환골이 어려울 거라곤 그도 상상을 못 했다. 탁기가 많이 쌓였니 뭐니 해도 자질이 뛰어난 인간은 쉽게 탈태환골도 하는 법이다. 그런데 박수천의 몸은 전혀 안 그랬다. 아예 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 같을 정도였다.
‘이것도 혈통 때문인가…….’
그럴 가능성도 적잖아 보였다.
격세유전된 악마의 힘.
그것이 박수천의 육체를 일반적인 인간의 육체와 본질에 있어 차이를 두게 만들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인간이라면 벌써 탈태환골을 했을 만한 힘 앞에서도 강고하게 저항하고 있는지도.
‘그럼 더 질 수 없지! 시시한 악마의 혈통 따위가 감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할 수 있을까 보냐!’
성태는 이를 악물었고 마나를 계속 돌렸다.
이번에야말로 백회혈을 뚫어내어 박수천을 탈태환골시킬 각오로!
물론 박수천은 아플 것이다.
하지만 성태는 그것까지 고려해 줄 수는 없었다. 애당초 그걸 고려하지 않아도 좋도록 그의 척수 부분을 완전 장악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태 본인으로서도 이건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
본래 수배의 마나를 가져도 상대의 마나를 백회혈을 뚫기 충분한 위력의 마나로 가속하는 것은 힘든 일인데 성태는 기껏해야 박수천에 비해 두 배 정도의 마나일 뿐이다. 게다가 그 정도 마나는 본래 탈태환골에는 턱도 없는 양이다. 그걸 순전히 기술만으로 위력을 증폭해서 탈태환골을 시키려는 것이다.
이런 특이체질을!
쉬운 작업일 리가 없다.
실제로 성태는 벌써 전신이 땀범벅이었다.
웅!
우우우우웅!
그러나 성태다.
남들에게는 불가능해도, 성태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다.
이를 악물고 마나를 돌려서 그 위력을 더했다.
박수천의 몸 안에서 지금 그와 성태의 마나 덩어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혈맥을 돌면서 그 위력이 증강되었다. 가히 몸속에 총알이 흘러 다니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
“이번엔!”
확신을 가지고 성태는 그 마나 덩어리를 백회혈에 인도했다.
뭉치고 응축된 마나가 엄청난 속도로 백회혈에 충돌했다.
콰-앙!
이제까지 그 어떤 충돌보다 격렬하게 백회혈의 막힌 곳에서 굉음이 일었다.
당연히 박수천의 몸 역시 가장 크게 흔들렸다.
“커……. 끄…….”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신음을 내뱉었다.
정신을 잃지 못한 채 그 고통을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박수천은 성태를 저주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무언가 엄청나게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전신에서 힘이 빠졌다. 그러고 나서야 박수천은 정신을 잃을 수 있었다.
막혀 있던 백회혈을 마침내 뚫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에 따라 박수천의 몸이 새로이 세상의 마나를 받아들이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성태와 큰 차이는 없었다. 몸의 골격이 새로 맞춰지고 노폐물을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금세 주변은 독한 오물 냄새로 가득 찼다.
“어후…….”
하지만 변이를 시작한 박수천 곁에 쓰러진 성태는 그런 냄새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담에 흠뻑 젖은 몸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와 진짜 힘들다. 겨우 일 단계 탈태환골 주제에 아예 사람을 잡겠네…….”
체질이 특이할 수도 있고, 탁기가 많이 쌓여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혈이 단단히 막혀 있는 건 정말 놀라웠다.
그렇지만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탈태환골은 일종의 토대 다지기. 여기사 한 단계를 더 해야지 정말로 작업이 끝난다.
“하여간 한 단계 더…….”
성태는 시간낭비 하지 않고 주저 없이 박수천의 등에 다시 손을 댔다.
오물이 배어나기 시작해서 냄새가 독했지만 이 정도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으샤…….”
정신을 집중하고 성태는 마나를 그의 몸속으로 쏘아 넣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변이가 시작되고 있는 박수천의 몸속을 탐색했다. 이제부터 불길한 오라의 근원을 찾아 그곳을 변형하거나 차단해 버리면 된다.
우웅.
웅.
웅웅웅.
그런데 기묘했다.
박수천의 몸속에서 에너지가 단순하게 운동하고 있지 않았다.
‘응?’
성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지금 박수천의 몸속에서 움직이는 마나들은 마치 의지를 가진 것 같았다. 그리고 각자가 의지를 가지면서 특정한 형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것은 박수천의 몸속에 형성되고 있는 혈맥의 흐름과는 완전히 상이한 것이었다.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특이체질이라도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이런 게 가능하려면 아예 몸에다 강력한 마력진이나 아이템을 심어놔야 하는 건데, 그런 게 만일 있었다면 탈태환골 전 성태의 탐색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성태가 이게 무슨 일인지 곰곰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후왁!
‘읏?!’
격렬한 마나의 흐름이 박수천의 몸속에서 새로이 일어나더니 성태의 정신 자체가 박수천의 몸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정확히는 그의 마력장을 통해 형성된 가상 세계 속으로.
그리고 성태의 눈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저것이 박수천의 몸속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던 마력들이 형성해낸 것인 모양이었다. 그 마력진은 가상적인 공간 가운데서 빛을 번쩍 뿜더니 공간을 찢어발겼고, 그 찢어발겨진 공간의 너머로 무언가가 나타났다.
어마어마한 마력과 마기를 품은-
강대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알파메일 68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