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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64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64화

64화 배신의 수확(2)

 

 

 

 

 

자이니치를 요직에 앉혀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만스러운 이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말도 안 되는 소리일 수밖에.

 

“할아버지……!”

 

다급해하는 카에데를 달래듯 세이콘은 말했다.

 

“카에데, 안심하거라. 일이 여기까지 진행된 이상 우리 역시 너를 내치거나 아마츠키 가문을 제거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비록 악심의 결과라고는 하나 도려내기엔 너무 커져 버렸지. 그래서 우리는 이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몇 가지 제약을 통해 그 자이니치의 피가 품고 있는 더러운 배신의 의지를 꺾고 나서 말이다.”

 

세 사람이 카에데에게 시선을 모으면서 말했다.

 

카에데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되물었다.

 

“그것이…… 이것입니까.”

 

“바로 그렇지.”

 

그들의 말하는 옆에서 지금 이러한 대화가 즐거운 듯이 킬킬 웃으면서 숨 막히는 마기를 여전히 뿌리고 있는 강대한 아크 데몬, 바틸라가 서 있었다. 느긋한 그의 모습은 인간들끼리의 치졸한 배신의 쇼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간단하다. 너는 그냥 원래 몇 가지 제약을 받아들이고 원래 그러했던 것처럼 삼신기의 후계자이자 아마츠키 가문의 후계자로서 모든 것을 이어받으면 된다.”

 

“그리고 이 녀석과 부부가 되어라.”

 

세이콘의 말에 이어 츠쿠요미의 주인이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그들 세 사람 옆에 한 청년이 걸어 나왔다.

 

키가 크고 잘생긴 미청년이었다.

 

하지만 여성이라면 누구나가 혹할 만한 용모의 그를 보고도 카에데는 거북스레 찌푸린 표정이 됐을 뿐이다.

 

“야마모토 호지로?”

 

“그렇다.”

 

“그의 조상은 천황에게까지 피가 거슬러 올라가는 최상위의 화족이다. 게다가 그의 집안인 야마모토 그룹은 아마츠키에는 밀린다 하나 현 일본최대의 경제적 거물. 네 상대로 부족함은 없지.”

 

야마모토가는 일본의 블록화 이후 화족이 부활하고 천황신의 사상이 부흥되면서 떠오른 신층 재벌이다. 하지만 그 근원을 따지자면 남북조 시대는 물론 전국시대의 거물까지 이어지는 거물이다.

 

기실 그들은 패전 이후 표면에서 활동을 못 했을 뿐 미츠비시 그룹을 비롯 다양한 일본 정재계의 거목을 뒤에서 지원해 오면서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아니, 오히려 네 열등한 자이니치의 피를 생각하면 과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의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모든 것을 이어받도록 하는 것이지.”

 

“그렇게 하면 네 더러운 자이니치의 피도 충분히 정화가 될 것이다.”

 

이것으로 이들의 진정한 속내가 드러났다. 말이야 화합이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궁극적인 속셈은 야마모토 가가 아마츠키를 완전히 잡아먹는 것이다. 카에데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에게 그 모든 걸 물려준다? 모를 일이다. 호지로가 여러 여자를 들인다면 그런 계획 정도는 순식간에 갈아엎고 깨끗한 피를 가진 일본인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도 안 돼요! 나는 저 자식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는데!”

 

카에데는 호지로를 싫어한다.

 

호지로가 소문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긴 하나 마찬가지로 일본 권력의 최상층에 있던 카에데에게까지 모든 기밀을 숨길 수는 없다. 흘러나온 몇 가지 소문만으로도 카에데가 호지로를 혐오하기에는 충분하다.

 

“이것 참, 장래의 ‘주인’을 두고 입이 험하기 짝이 없군.”

 

호지로가 여유롭게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 그것은 일본어로 남편을 고쥬진이라 하는 것에 빗댄 농담이자 진심이다. 고쥬진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주인님 정도의 의미가 된다.

 

여성이 남성에 대해 극도로 사회적 신분이 낮은 것이 부부 관계에도 반영된 호칭이다.

 

거기에 빗대 호지로는 카에데에게 자신이 그녀의 주인이 될 거라고 이야기한 셈이다.

 

카에데는 상처 입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네까짓 게!”

 

“후후, 입은 함부로 놀리지 않는 게 좋아, 카에데.”

 

이미 카에데의 주인이라도 된 듯이 거만한 자세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호지로는 말했다. 카에데가 분노해 뭐라 말하기 전에 삼신기의 주인이 나서서 그녀에게 엄하게 말했다.

 

“네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것은 국가의 중대사다. 한갓 계집애의 투정 따위가 끼어들 여지가 있으리라 착각하지 말거라.”

 

“이미 결정된 것

 

 

 

 

 

거역을 허락하지 않는 눈빛들이었다.

 

“사부님들……!”

 

카에데는 떨리는 눈동자로 그들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역시 이런 상황에 굴복할 수는 없었다. 가문을 빼앗기고, 명예를 빼앗기고,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빼앗기는 꼴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꼴을 자이니치이기 때문에 감당하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죄송하지만 그런 말에는…….”

 

카에데는 결심을 굳히고 말했다.

 

“따르지 않으면 네게 무슨 수가 있다는 거지?”

 

“너는 이미 이 안에 와 있다.”

 

“부탁하지.”

 

그러나 삼신기의 세 주인은 코웃음 쳤다.

 

그리고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은 바틸라에게 청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바틸라는 걸걸 웃으면서 손을 들었다.

 

-좋아. 슬슬 듣고 있기만도 지루한 참이었다.

 

카에데가 대응을 위해 무기를 잡고 마나를 전신에 돌렸다.

 

제아무리 아크 데몬이라도 카에데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탈출로 정도는…….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바틸라가 들어 올린 손을 내리치자마자 그의 전신에 둘러져 있던 마력이 회오리치면서 카에데가 서 있는 바로 그 대지로 흡수됐다. 그러자 그 대지에서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러자 카에데는 자신의 전신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악!”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의 발끝을 통해 아크 데몬의 힘이 몸속으로 침입해서 마치 뿌리를 내리듯이 전신을 구속해 가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카에데는 그 힘에서 저항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크으윽……. 아무리 아크 데몬이라도…….”

 

그러나 그녀의 몸속에 뿌리내린 바틸라의 마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이것은 그녀의 마나와 그 운용 방법을 바틸라가 철저하게 분석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바틸라는 카에데를 비웃었다.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이 일은 꽤 오래전부터 준비됐다. 이들과 나와의 대화도 꽤 전부터 진전된 것이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으, 큿…….”

 

카에데는 분해 이를 악물

 

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전신에서 힘이 꺾인 그녀는 바닥에 엎드리고 말았다.

 

그걸 보고 바틸라가 말했다.

 

-자, 그러면 시작하도록 할까.

 

“사부님들 대체 뭘 어쩌시려고…….”

 

헐떡이면서 카에데가 물었다.

 

삼신관은 십 년이 넘도록 자신들이 가르친 제자의 무참한 모습 앞에서 아무런 동정심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으로 말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네 마음을…… 마비시키는 것이지.”

 

“마음을 마비시킨다고요?”

 

“그렇다.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너를 바꾸어 일본에 충성하는 수호신으로 만들 것이다. 네게 주어지는 힘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하는 것이 온당치 않겠느냐.”

 

바틸라와의 계약도 바로 이것을 위해 필요했던 것이다.

 

마법에 대해 아직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현재 인류로서는 카에데의 성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반항심이 없는 인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크 데몬급의 악마가 구사하는 마법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정신이라고 하는 미묘한 영역에 대한 조작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어떻게…….”

 

결국 여러 감정에 북받쳐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원망을 하려면 네 더러운 피를 원망해라.”

 

“그 더러운 피를 가지고 너무 이 나라의 권력 핵심을 쥐고자 방자하게 굴어온 네 조상들에게도 말이지.”

 

“이것은 정화淨化다.”

 

-시작한다.

 

바틸라가 양손을 들었다.

 

그의 양손에 모인 마나가 번개 치듯이 스파크를 일으켰다.

 

세이콘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하지.”

 

-맹약에 따라 의식을 거행한다!

 

바틸라가 양손을 내리쳤다.

 

꽈르릉!

 

카에데를 향해 일직선의 번개가 후려쳤다.

 

“아, 아아아!”

 

마력으로 형성된 전격에 얻어맞은 카에데는 고통에 몸을 구부리고 덜덜 떨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허공에서 연달아 마력의 덩어리가 연성되더니 그곳에서 전격이 형성되어 카에데를 향해 계속 주사됐다.

 

파직!

 

파지직!

 

퉁!

 

투두둥!

 

“아아악!”

 

눈부신 천둥 번개의 빛이 주변 다른 사물의 색을 모조리 지워버릴 지경이었다. 그 중심에서 카에데는 부들대며 비명을 지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점점 더 머릿속의 모든 것이 새하얗게 지워져 가는 기분이었다.

 

카에데에게 집중되는 마법의 힘이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던 모양이다. 그걸 찌푸린 얼굴로 보면서 세이콘이 물었다.

 

“잘 되고 있는 건가?”

 

-물론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저 계집아이의 자의식은 철저하게 파괴될 테니까!

 

자신만만하게 바틸라는 답했다.

 

“너무 파괴되는 건 곤란한데.”

 

“우리가 사용하기 좋은 정도가 되어 줘야 한다.”

 

어디까지나 쓸모 있는 인형이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자의식이 없는 백치 따위야 있으나 마나한 존재일 뿐이다. 특히 삼신기의 후계자로서 카에데의 재능은 실제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부분이다. 비록 더러운 피라 하나 그걸 놓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바틸라는 코웃음 쳤다.

 

-바라는 게 많군. 하지만 그런 면에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쓸데없는 자의식이 사라진 만큼 더욱 잘 배우고 수행하는 너희가 하는 말에 따르자면 말 잘 듣는 ‘기계’ 같은 것이 될 테니까.

 

“음, 좋군.”

 

“기대하겠네.”

 

바틸라의 말에 삼신관은 안심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격은 사정없이 카에데를 후려치며 그녀의 정신을 파괴해 가고 있었다. 그 마력의 중심을 눈을 좁힌 채 바라보면서 츠쿠요미의 주인이 입맛을 다셨다.

 

“그렇지만 아쉽군.”

 

“뭐가 말인가?”

 

“저 아이를 저 녀석에게 줘야 한다는 게 말이지.”

 

츠쿠요미의 주인은 카에데에서 호지로에게로 한 차례씩 눈동자를 옮겼다. 세이콘이 어이가 없는 듯이 피식 웃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지만 저만큼이나 예쁜데 말이지…….”

 

“그런 생각이 아주 없었다면 거짓말이 되겠지.”

 

세이콘과 달리 츠쿠요미와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은 적잖은 아쉬움을 카에데에게 품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단순하게 생각해 본다면 카에데는 무척이나 빼어난 미소녀다.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가르쳐 온 게 아닌 이들에게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에 대한 음심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다.

 

그 점에서는 세이콘도 실은 별 차이가 없다.

 

“호지로 저 녀석의 취향을 생각하면 나중에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지금 하는 일에나 집중하게.”

 

 

 

 

 

알파메일 64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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