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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59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59화

59화 수수께끼의 만남(3)

 

 

 

 

 

“여.”

 

친근하게 손짓으로 인사하며 카에데에게 접근한 그 남자는 우습게도 얼굴을 가리는 패션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이곳 손님들은 신분 노출을 꺼려하는 부류가 많아서 저런 걸 착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긴 하다.

 

카에데는 짜증나는 듯 미간을 좁혔다가 경고했다.

 

“나는 지금 기분이 나쁘니까 꺼지도록 해.”

 

“까칠한 모습도 예쁘군.”

 

남자가 물러서지 않고 치근댔다.

 

카에데는 한숨을 쉬면서 칵테일 잔을 바 위에 놓았다.

 

“언제나 이런 종자들이 있지.”

 

이어서 그녀는 한 손으로 남자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따끔하게 한 방 먹여서 정신을 차리게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남자가 마주 손을 내밀어 그녀가 찌른 손을 받아 낸 것이다.

 

“응?”

 

카에데는 자신의 공격을 받아낸 남자에 대해 놀랍게 느꼈다. 제법 강한 헌터였던 것일까. 하지만 상대에게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만한 기색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그렇다 해도 카에데의 실력을 생각하면 그녀 앞에서 잘난 체할 수 있는 헌터란 건 거의 없는 것과 같다.

 

카에데는 본때를 보여 줄 생각으로 그 손을 통해 마나를 침투시켰다.

 

쩡!

 

하지만 그 마나의 침투 역시 강한 벽에 막힌 것처럼 손이 막힌 장소에서 멈췄다.

 

‘이것 봐라……!’

 

이렇게 되니 카에데는 호승심이 생겼다.

 

그녀는 마나의 구성을 바꾸고 운동 방식을 바꾸면서 상대를 본격적으로 공략해 들어갔다. 그에 맞추어 상대 역시 마나의 구성을 바꾸어 가며 상대했다.

 

‘제법!’

 

단순히 마나량만으로 밀어붙이는 바보가 아니라는 건 손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마나의 대결이 격렬해졌다.

 

맞댄 손 사이에서 힘이 분출되듯이 진동이 일고 소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웅, 웅-.

 

파직,

 

파직!

 

그럼에도 양자 가운데 누구도 이 싸움을 그만두지 않았다.

 

아니, 그만둘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기세가 오른 마나 대결은 한쪽이 손을 놓으면 지나치게 위험해진다.

 

파괴된 댐처럼 상대의 마나가 그대로 몸속으로 쏟아져 내부의 신경계와 혈관과 장기 등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치치치치치!

 

꾸웅!

 

결국 마나 대결의 반동을 이기지 못해 두 사람이 앉은 의지와 바가 동시에 박살 났고, 바닥 역시 크게 금이 가는 꼴에 이르러서야 싸움이 멈췄다.

 

놀란 시선이 두 사람에게 모였다.

 

카에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바텐더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미안해요.”

 

바텐더는 카드를 받고 흠칫 놀랐다.

 

그녀의 카드는 마스터 오브 마스터 클래스였다. 회사에 상관없이 최고 신용을 보장하기로 전 세계 핵심 카드사가 약정한 고객에게만 발행된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망이 거의 모두 파괴되어 국가 간 통신이 매우 힘들어진 지금도 이 카드는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고, 사용액에도 제한이 없다.

 

“수리비하고 같이 처리하도록 해요.”

 

바텐더는 살아서 직접 이 카드를 보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황송하게 카드를 받고 서둘러 물러갔다.

 

그가 계산을 하는 동안 카에데는 화난 시선으로 정체를 감춘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당신은…….”

 

“같이 이야기할 자리를 하나 마련했으면 하는데, 어떠신지?”

 

남자는 카에데의 시선을 전혀 두려움 없이 받아넘기면서 제안했다.

 

“좋아요.”

 

카에데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장난을 해 가면서 자신에게 접근한 남자라면 나름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결정을 하는 데는 당연히 카에데가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고맙군.”

 

그녀의 대답에 남자는 빙그레 웃었다.

 

마스크 안쪽에서 일이 생각대로 되어 감에 즐거워하는 남자는 다름 아닌 성태였다.

 

 

 

 

 

*****

 

 

 

 

 

두 사람이 향한 곳은 호텔의 옥상이었다.

 

원래 밤에는 출입 금지된 곳이지만 성태가 이미 손을 써서 열어둔 곳이었다. 수영장과 정원이 마련되어 있는 초고층 호텔 정상의 풍경은 화려했다.

 

그곳에서 팔짱을 낀 자신만만한 자세로 카에데는 성태를 상대해 말했다.

 

“제법 이름 있는 한국의 헌터이신 것 같은데, 이런 장난질을 해 가면서 나를 불러낸 이유는 뭐지요?”

 

“당신이 아마츠키 카에데이기 때문이지.”

 

카에데는 한숨을 쉬었다.

 

“그거야 당연한 거겠죠. 내가 묻는 건 그 가운데 뭘 원하는 거냔 거예요. 서로 바보도 아닐 테고 두루뭉술하게 모르는 척 구는 건 그만두죠.”

 

“흠, 그것도 그런가.”

 

남자는 카에데의 짜증난다는 어투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도 신분이 신분인 만큼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성태도 이런 건 두루뭉술하게 나오는 것보다 그냥 직선적으로 나가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게다가 카에데라는 아가씨의 성격 자체도 그가 아는 바에 따르면 외교적인 밀당 같은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당신의 비밀 한 가지를 알고 있지.”

 

“내 비밀?”

 

카에데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치명적인.”

 

어처구니없어서 카에데는 깔깔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크게 실망한 표정이 됐다. 흥미로운 상대라서 귀한 시간을 내어 이런 놀이에 기껏 어울려 주기까지 했는데 한다는 소리가 겨우 비밀로 협박을 하겠다는 거라니.

 

게다가 카에데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치명적인 비밀이라니!

 

그런 것은 없다!

 

“웃기는 소릴 하는군요. 어디 그 비밀이란 걸 들어보도록 할까요.”

 

자신만만하게 카에데는 물었다.

 

이 남자가 무슨 헛소리를 할지 기대하면서.

 

그런데 성태는 정말로 카에데가 상상조차 못 한 이야기를 했다.

 

“너는 일본인이 아니야.”

 

“뭐?”

 

카에데가 너무 황당한 말에 대응할 말조차 못 찾았다.

 

그러는 사이 성태는 말을 이었다.

 

“자이니치지.”

 

자이니치.

 

재일在日이라는 뜻이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에 사는 사람.

 

주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건너가 산 조선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 특유의 폐쇄성 문제도 있고, 한일 양국의 묵은 감정 문제도 있어서 자이니치에 대한 일본의 대우는 매우 나쁘다.

 

덕분에 야쿠자, 스포츠맨, 연예인이 아니면 먹고살 길이 없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고, 이런 속설 때문에 일본의 주요 스포츠맨과 연예인은 실은 재일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항상 돌 정도다.

 

그런데 카에데가 그 자이니치라고?

 

삼신기의 후계자가?

 

아마츠키 그룹의 후계자가?

 

“미친 새끼가!”

 

카에데는 지금 말에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든지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이를 갈면서 성태를 향해 몸을 날렸다.

 

벼락이 내리는 듯한 돌격!

 

하지만 성태는 여유롭게 이를 받았다.

 

꽈르릉!

 

콰릉!

 

쾅!

 

두 사람의 손발이 얽힐 때마다 공간이 흔들리며 번쩍이는 폭발이 일었고, 단단한 빌딩의 천장 바닥이 박살 나듯 큰 흔적을 만들었다.

 

하지만 카에데도 성태가 이 정도 공격을 받아낼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실력에 대해서는 바에서 이미 어느 정도 알아낸 것이다.

 

“흥!”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카에데는 허점을 찾아 칼처럼 파고들어 가면서 성태를 후려쳤다.

 

하지만 그 정도 기교를 성태가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

 

“어허.”

 

“앗!”

 

성태는 칼날처럼 치고 들어오는 카에데의 공격을 한 손으로 쳐서 튕겨 나가게 한 것과 동시에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어깨로 몸을 받아버렸다.

 

퍼억!

 

“윽!”

 

카에데는 옆으로 튕겨 나갔고 겨우 균형을 찾으면서 성태를 향해 자세를 취했다. 그녀 앞에서 성태가 손을 내밀면서 반은 놀라듯 말했다.

 

“쯧쯧. 성급하게 주먹을 휘두를 필요는 없지. 아직 내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닌데 말이지.”

 

“크으윽…….”

 

카에데는 성태의 태도에 분해 이를 물었지만 덤벼들지는 못했다. 지금 성태의 말에 설득됐기 때문은 아니었다.

 

몇 수 교환해 본 것으로 깨달은 것이다.

 

‘설마설마했는데 이자, 나보다 강하다……!’

 

공격이란 공격은 족족 전부 막혔고 허점이란 허점은 전부 간파당했다. 이제까지의 싸움은 그걸 보란 듯이 알려주는 과정에 불과했다.

 

상대 남자가 원했다면 카에데는 자신이 이미 죽었을 거란 걸 고통스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카에데가 진정됐다 싶은 시점에서 성태는 말했다.

 

“이 비밀로 당신을 협박하겠다는 것도 아니니까 좀 더 들어 보시지.”

 

“무슨 개소리를 더 한답시고……!”

 

카에데는 발을 굴렸다.

 

쾅, 하면서 호텔 바닥이 크게 파괴됐다.

 

“나는 정진정명 야마토 일족이다!”

 

그 파괴에 맞춰 카에데는 당당하게 외쳤다.

 

성태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비웃었다.

 

“하하하, 만세일계라는 천황가조차 백제계라는 걸 인정하는데 이제 와서 순혈 같은 걸 말하는 게 의미가 있나. 그리고 순혈은 유전적으로 굉장히 열등하다고.”

 

만세일계는 천황가를 설명하는 유명한 표어다. 한 핏줄이 끊인 적 없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물론 날조다.

 

천황가 자체가 백제계의 혈통인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며 그 핏줄조차 실은 전란의 시대가 많았던 일본 역사의 특성상 실은 몇 차례 끊어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웃기는 소리를!”

 

버럭 화내면서 성태의 말을 부정했지만 덤벼들진 않았다. 그래 봐야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은, 아니 일방적으로 질 거란 건 명백하다. 대체 이자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너무 강했다.

 

강하다는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음에도!

 

싸워서 득 될 것은 없었다.

 

“웃기는 소리는 그쪽이지. 어쨌건 네가 자이니치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내가 어떤 집안 출신인 줄 알고……!”

 

카에데는 분노에 타오르는 눈동자로 성태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성태는 그 사실을 모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자이니치라는 거지. 아마츠키가 원래 어떤 집안이라고 생각하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카에데는 상대가 너무 자신만만하자 슬슬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아마츠키 카에데.

 

일본 최대의 재벌.

 

한때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던 경제적 영향력을 지배하던 황금의 군주였다. 블록화로 인해 그 위세가 줄어들었다곤 하나 여전히 그 부와 권력은 가늠하기 힘들다.

 

아니 일본이라는 국가에 한정해 본다면 외려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을 정도!

 

그런 재벌의 정통 후계자인 카에데를 일러 자이니치라 주장하면서 이렇게 당당하다니.

 

성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희 집안의 조상으로 떠받들고 있는 아마츠키 하야시의 본명은 남의석이다. 하지만 타고난 사업 수완이 좋았던 그는 채권투자로 금세 큰돈을 벌었고, 평생의 짐이 될 자이니치의 신분을 완전히 청소해 아마츠키라는 가문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적당한 보수를 주고 아들이 없고 신분이 좋던 노부부의 양자로 들어가는 거야. 그것이 진정한 아마츠키 가문의 시작이다.”

 

카에데의 입이 딱 벌어졌다.

 

성태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 이후는 뭐 너도 잘 알 거다. 통신회사와 IT기업을 필두로 해서 일본의 주요 산업들을 거침없이 집어삼켰고, 그 위세가 중국과 미국에까지 이르는 일본 경제의 새로운 총아로 등장하게 된 거였지!”

 

분명 그렇다.

 

아마츠키 하야시는 엄청난 사업 수완으로 믿기 힘든 성공을 해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각종 사업에 대한 투자와 합병기술이었다.

 

그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기업들을 십 년 이십 년 미래를 두고 투자해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는 혜안을 가진 것으로 특히 유명했다.

 

 

 

 

 

알파메일 59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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