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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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49화
49화 전리품 정리
장진호가 도플갱어의 절단 난 시신을 앞에 두고 당혹스러워 할 때, 무사히 보관소를 탈출한 성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후후후후.”
기분 좋게 웃으며 방의 중앙에 서 있는 그의 앞에는 칼과 팔과 다리를 보호하는 갑옷 조각이 늘어서 있었다. 강렬한 마법적 파장을 주변으로 뿌리던 그것들은 물론 보물수집꾼 도플갱어가 사용하던 것이다.
도플갱어를 죽이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챙겨 돌아온 것이다.
“음, 만족스럽군. 여러 가지 전리품도 얻었고.”
한데 자신의 전리품을 그윽하게 바라보던 성태의 표정이 살짝 아쉬워졌다.
‘아공간까지 털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니 그건 어쩔 수 없지.’
보물수집꾼 도플갱어는 자신의 보물을 저장하는 아공간 창고를 가지고 있다. 언제나 접속할 수 있는 그 창고는 방대하며, 또한 많은 마법 아이템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죽을지언정 그 창고를 다른 이에게 넘기진 않으니 안타깝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장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것도 문제인데.”
성태는 얼굴이 아쉬워졌다.
마법 아이템을 여럿 건진 거야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마법 아이템이란 본래 그 성능과 효과를 정확히 알아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면 자칫 재수 없게 저주에 당하거나 잘못된 효과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한 마법이 실재하는데, 어려운 마법은 아니나 마법사 자체가 적다 보니 사용하기 어려운 편이다.
“뭐 그건 천천히 해결하도록 하고…….”
아쉽게 성태는 주섬주섬 일단 그 물건들을 정리했다.
마력이 음산하게 뿜어져 나오지만 이불에 꽁꽁 묶인 다음에 그 이불에 성태가 자신의 마력을 부여해 가두어 버리니 감쪽같이 그냥 평범한 짐 같아 보였다.
그렇게 단순한 짐 뭉치로 만든 다음 방의 한쪽 구석에 일단 치워두고 성태는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 위를 바라보는 성태의 표정은 방금보다도 훨씬 더 큰 만족감에 가득 차 있었다.
“역시 가장 큰 수확은 이 물건이지.”
성태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한 권의 마법서였다.
음산한 마력을 계속해서 내뿜고 있는.
바로 아르쿠르의 마법서!
이 물건을 위해서 성태는 수호대의 경비팀원들이 죽어가는 것도 눈감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개입해 도플갱어를 죽인 것이다.
만족스럽게 책을 어루만지던 성태는 곧 입맛을 다셨다.
“진짜 가지고 싶던 건 따로 있지만…….”
이 마법서가 있던 곳에 널려 있던 아티팩트들의 광경이 기억났다. 그 가운데서도 역시 성태가 가장 가지고 싶던 것은 크라운의 손이었다.
하지만 그건 현재의 성태 입장에서는 준다고 해도 사용하기 어려우니까 받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아르쿠르의 마법서 정도는 일을 뒤처리하면서 힘들다고 추적을 포기하겠지만 크라운의 손이 걸려 있다면 결코 그럴 리가 없다. 차원을 넘어가 버렸다면 그 차원이 어딘지를 찾아서라도 다시 회수하려 들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는 것이 좋았다.
거기 있는 다른 물건들을 위해서는 달리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일단 그러면 이것부터 시작해 볼까.”
성태는 일단 책을 잡았다.
이 책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마력을 제어해 평범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책을 굴복시키는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후우.”
심호흡과 동시에 성태는 책의 표지를 넘겼다.
우웅, 우웅, 우웅!
그러자 책이 우는 것처럼 떨리면서 막대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마력은 성태와 연결되었다.
이어 성태의 정신을 침식하는 것처럼 마력의 흐름이 만드는 속삭임이 성태의 정신을 흘러들어 시야를 시꺼멓게 만들었다.
광기와의 대결이다.
하지만 이것은 금세 끝났다. 탈태환골을 두 차례나 이루고 천인합일을 이룬 성태에게 아르쿠르의 광기 정도는 아무 의미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다음이었다.
성태는 일부러 물러가는 아르쿠르의 광기를 잡아 그 책을 구성하는 마력의 핵심으로 파고들어 갔다.
쿠웅!
성태의 정신과 마법서의 핵심이 연결됐다.
‘이것이 아르쿠르……!’
성태는 흥미롭게 마법책이 만들어낸 세계를 둘러봤다. 어둡고 기묘한 세계는 음침한 비명과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어떤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진흙이나 그림자처럼 부풀어 오르고 꺼지길 반복했다.
현실에서 가장 비슷한 예를 찾자면 어두운 심해일 것이다.
그 심해의 사방에서 광기가 엄습하는 그런 광경이었다.
보통이라면 그 광기에 접하는 순간 그는 미쳐버렸을 것이다.
성태는 가만히 그 광기에 몸을 맡겼다.
생전 아르쿠르의 온갖 원한과 욕망이 성태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그 아르쿠르의 광기가 성태의 정신을 장악하려고 온갖 유혹과 위협을 가했다.
잠시 그 아르쿠르의 정신을 상대하던 성태는 피식 웃었다.
‘시시한 미치광이였군.’
아르쿠르에 대한 성태의 결론이었다.
주제에 걸맞지 않은 힘을 추구하다가, 결국 거기 먹혀 버렸고, 이제는 마법서의 형태로 그 욕망을 세상에 남기고 있는 저열한 영혼일 뿐이었다.
어쨌건 성태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르쿠르가 어떤 인간이었든 그는 이 마법서 자체를 장악하려 할 뿐이니까.
성태의 눈이 갑자기 번뜩였다.
‘찾았다!’
이 마법서의 핵심이 되는 마나의 흐름을 그는 발견한 것이다.
주저하지 않고 성태는 그 흐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콱!
거친 광물을 잡아내듯이 성태의 손이 마법서의 마력을 잡아챘다. 마법서를 구성하는 마력들이, 그리고 그 마력을 중심으로 아직도 남아 있는 아르쿠르의 원념이 미친 듯이 아우성쳤다.
하지만 성태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은 마치 우주의 기둥을 잡는 거인의 손 같아서 흔들림이 없었고, 그 마나의 흐름을 단단히 잡아 자신의 쪽으로 이끌어 왔다.
키이이이잉!
마나가 흔들리며 울었다.
마치 세계와 인간의 대결 같았다.
작지만 정말로 인간 대 세계의 대결이기도 했다.
아르쿠르의 마법서는 초고위의 마법서다. 이 수준의 마법서는 어떤 물질의 형태를 이루고 있어도 실은 막대한 마나가 물질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했다.
그런 아티팩트의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 마나를 통해 만들어진 작은 폐쇄계 속으로 돌입한다는 것과 같다.
평범한 인간의 정신은 결코 그런 폐쇄계를 적으로 돌리고서 버틸 수 없다.
인간의 정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자신이 사는 세계를 기준으로 해서인데, 폐쇄계 속에 들어가면 그 기준을 전부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인합일을 이룬 성태라면 상관없다.
그에게 이미 우주는 그 자신이다!
“자, 착하지.”
화난 개를 달래듯이 그 마나를 이끌어 당기면서 성태는 마법서를 복속시켰다.
“착하지……!”
용을 잡은 낚시꾼처럼 실을 풀었다 쥐면서 마나를 굴복시켰다.
실을 양쪽에서 잡아당긴 듯이 팽팽히 긴장된 시간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고 한순간!
“잡았다!
성태가 웃으며 외쳤다.
광기로 보호하던 세계의 핵심이 완전히 성태의 손아귀에 잡혔다.
우오오오오오!
마법서를 덮던 아르쿠르의 욕망과 광기가 쓸려 나갔다.
마법서의 마력이 요동쳤다.
그리고 진정한 마력의 주인이 나타났다.
그것은 거대하고 잔학한 한 악마의 모습이었다. 그 악마야말로 아르쿠르와 계약하고 이 마법서를 만들어냈던 존재였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실체가 아닌 그림자임에도 마치 의식을 가진 것처럼 이 세계를 아직도 지배하고 관리하고 있을 정도였다.
성태는 흐릿하게 남은 그 마나의 의식에서 진정한 악마의 이름을 읽어낼 수 있었을 정도였다.
카루토스!
흥미본위로 미치광이 마법사와 계약해 이런 마물을 만들어낸 데몬 프린스 클라스의 강력한 악마였다.
“개새끼!”
성태는 자신이 쥐고 있는 마력의 덩어리를 통해 그 악마에게 자신의 마력을 역으로 쏘아 보냈다. 시시하고 별것 아닌 양이었다.
마치 바다를 한 바가지 강물로 뒤엎으려는 노력처럼.
하지만 역류한 성태의 마력이 그 악마의 형상에게 도달했을 때, 그 요동치는 악마의 형상이 처참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보틀리눔 독신을 아는가.
보틀리누스균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 독은 지상 최강의 독성을 자랑한다.
불과 100g 정도로 인류 전체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마찬가지였다.
성태가 쏘아 보낸 마나의 양 자체는 대단한 것이 못 됐다.
그러나 성태가 쏘아 보낸 마나는 그의 마나에 대한 어마어마한 지식에 의해 악마에 대해 치명적인 효과를 가지도록 그 구성이 변형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 상대량으로 보자면 비교도 되지 않으나 거기 접촉함으로써 마법서의 악마는 파괴되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오오오오오오!
비명을 내지르면서 결국 마법서의 악마는 완전히 사그라졌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마법서는 성태에게 완전히 복종했다.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고, 성태의 의식은 본래의 세계로 돌아갔다.
“후.”
낮은 한숨을 쉬면서 성태는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는 여전히 마력을 내뿜고 있는 마법서가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성태가 제압하기 전까지만 해도 원독에 찬 아우성이 마력의 형태로 줄줄 흘러나오는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강한 마력이 뿜어지기는 해도 저주스럽거나 악마적인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강력한 마법 아이템들이 보통 그러한 것처럼 마나를 뿜어낼 뿐이었다.
완전히 아르쿠르의 광기, 정확히는 이 마법서를 만들었던 악마의 저주에서 해방되었다는 뜻이었다.
“이 상태라도 이게 아르쿠루의 마법서란 걸 알아보긴 힘들 테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건 마찬가지니까 좀 손을 봐야겠지.”
성태는 다시 마법서에 손을 댔다.
성태의 마력과 마법서의 마력이 다시 연결됐다.
“오오…….”
성태는 자신이 마법서에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느꼈다. 초보적인 것들이지만 마법을 계속 사용해서 스킬을 발전시켜 나가면 이것들이 연동되면서 거대한 마법의 스킬 트리를 만들 것이다.
그 트리가 얼마나 크고 효율적으로 성장하느냐가 결국 마법사의 역량을 결정하는 셈이다.
‘이대로 마법을 좀 배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성태는 흥미진진하게 마법서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주전공이 따로 있으니 그만두자. 달리 쓰기로 이미 정해 둔 곳도 있었고 말이지.’
결국 성태는 유혹을 뿌리치고 마법서에 대한 이차 작업에 들어갔다.
마법서를 놓아 둔 다음 그 위에 손을 올리고서는 자신의 마력을 그 위에 붓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묘하게도 성태의 마력과 마법서의 마력이 반응하면서 중화반응을 일으켜, 곧 마법서에서는 아무런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가 됐다.
일종의 마력 코팅이었다.
“드디어 끝났다. 제법 길었군.”
성태는 한숨을 쉬면서 이마를 한 손으로 닦았다.
작업이 끝나기까지 마나의 소모가 심해서 성태도 꽤 땀을 흘린 상태였다. 그의 마나를 다루는 기술 자체야 초절해도 없는 마나가 생기는 건 아니라서 이런 대규모 마나 작업을 뚝딱 해치우는 건 역시 힘든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기왕에 책을 얻은 김에 일단…….”
성태는 전리품인 마법서를 쥐어 다시금 마법서의 스킬을 획득했다. 그런 다음 눈을 감고 각 스킬의 마나 구성을 꼼꼼하게 분석, 기억해 뒀다.
모두 기억한 다음에 성태는 마법서를 침대에 내려놨다.
그러자 성태가 사용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마법들이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성태는 그 마법들의 마나 구성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다면 필요한 순간에 재현해낼 수 있다.
“흠, 그렇지만 고위 마법은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게 아쉽군.”
결국 고위 마법은 스킬을 완성해 스킬 트리를 만들어야 얻을 수 있다. 복사 능력이 있다고 해도 마법서를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면 마법의 복제도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성태는 별 걱정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래도 계획대로만 된다면야.’
그가 이 마법서에 대해 세워둔 계획은 실현되기만 하면 굳이 성태가 직접 스킬을 성장시킬 필요 없이 고위 마법을 복제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보람찬 하루였어.”
작업을 모두 끝마친 성태는 책을 숨기고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방 밖으로 나갔다. 수호대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경계신호는 어느새 멈춘 상태였다.
알파메일 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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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