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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44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44화

44화 보물사냥꾼 도플갱어(1)

 

 

 

 

 

해가 졌다.

 

서울은 밤에 잠겼다.

 

수호대 역시 마찬가지.

 

몇몇 연구시설과 기숙사 정도만 붉을 밝힌 채 수호대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수호대의 정문 쪽은 한층 더 엄중하고 바빠졌다.

 

만에 하나를 대비한 경비가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 수호대의 정문 입구 쪽으로 한 대의 트럭이 들어오려 했다.

 

바리케이트 앞으로 무장한 헌터가 나서서 그 차의 앞을 막아섰다.

 

“정지.”

 

트럭이 멈춰 섰다.

 

그 트럭 앞의 운전석 앞으로 헌터가 다가가자 운전사는 창을 내렸다. 약간 긴장한 얼굴의 평범한 중년 남자였다.

 

“어디서 왔지?”

 

“정선 식품입니다. 제4 기숙사 식당 식품 배달차…….”

 

늘 있는 배달 건인 모양이었다. 정선 식품이라면 자주 듣는 이름이기도 했다. 별문제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는 일단 확인을 거치기로 했다.

 

“흠…… 잠시만 기다려 봐.”

 

돌아간 헌터는 제4 기숙사에 연락해 오늘 식품 배달 건이 있는지를 확인했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선식품에서 고기와 야채를 배달하기로 했다 한다.

 

운전사가 말하는 내용과 일치했다. 그는 돌아와서 바리케이트를 올리며 말했다.

 

“맞네. 들어가도 좋아.”

 

그 말에 고개를 숙여 목례하고 트럭은 안으로 들어갔다.

 

수호대의 넓은 부지 안으로 들어간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운전사의 긴장한 듯하던 평범한 얼굴이 무표정하게 변한 것이다. 마치 조각상처럼!

 

“…….”

 

그 변화는 너무 빠르고 극단적이라 기괴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법하다. 그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가 지금 취하고 있는 모습은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원래 주인의 모습을 갈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수호대의 도로를 따라 잠시 달리던 트럭이 갑자기 도로 중간에서 멈췄다.

 

멈춘 트럭의 뒷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흐르듯이 모습을 나타냈다. 마찬가지로 도플갱어 들이다. 운전석에서 우두머리 도플갱어가 내렸다.

 

그들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나더니 사아악 하는 소리가 났다.

 

언어가 아니라 초능력으로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우두머리 도플갱어가 기숙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부하 도플갱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메뚜기가 뛰듯 날아가는 그 몸은 놀랍도록 빨랐다. 그들이 기숙사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우두머리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시선을 돌린 쪽에는 별반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곳은 수호대의 아티팩트 창고가 있는 곳이었다.

 

우두머리 도플갱어의 몸이 카멜레온처럼 색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검어졌다. 곧 그는 어둠에 동화되어 거의 보이지 않게 됐고 아티팩트가 흘리는 마나의 기운을 쫓아 이동을 시작했다.

 

 

 

 

 

******

 

 

 

 

 

“젠장, 재미없군.”

 

장진호는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의 화면을 반복적으로 바꾸면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몬스터가 나타난 이후 인류의 기술 발전은 거의 정지해 버렸고 엔터테이너 사업도 별반 진전이 없다.

 

헌터의 육성에 인류의 역량이 거의 모두 집결되어 버린 데다 그 인류의 역량 자체가 세계의 블록화가 극심해져 많이 약해진 때문이다.

 

덕분에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독신 남성의 모습은 20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겨우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물론 장진호는 최고 수준의 헌터인 만큼 부유하고, 그걸로 굳이 뛰어난 기술이 필요한 즐거움을 누리지 않아도 인류가 오래도록 추구한 즐거움을 누릴 수는 있다.

 

대표적으로 여자라든지.

 

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다.

 

비번이라서다.

 

“차라리 재미없는 회의라지만 내가 갈걸 그랬나…….”

 

리모컨을 던지고 침대에 누우면서 그는 투덜거렸다.

 

동아시아 헌터 교류회가 곧 있을 예정이라 그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이씨가문과 주요 길드의 마스터, 그리고 정형구하고 몇 사람이 지금 같이 한국 밖으로 나가 있다.

 

이 회의 결과에 따라서 학교간의 교류회 같은 것이 열릴 수도 있다고 한다. 세계의 블록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얼마나 잘될지는 의문이지만.

 

장진호는 그로 인해 수호대의 수비에 공백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 강제로 여기에 묶게 됐다. 그러니 밖에 나가서 놀고 온다거나 하는 건 할 수가 없다.

 

“쳇, 뭐 별일 있을 거라고…….”

 

장진호는 걱정도 팔자라고 생각했다.

 

수비공백을 우려한 정형구의 으름장 때문에 그가 여기 있게 됐지만, 장진호는 그게 너무한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여긴 수호대다.

 

일이 있어 최강자들이 수호대에서 쭉 빠져나간 상황이라 해도 학내 치안을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은 이씨가문의 직속 경비팀이다.

 

데몬 프린스쯤 등장하지 않고서야 이 학교에 ‘위기’란 것이 도래할 리는 없다.

 

장진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루함에 하품을 할 때였다.

 

쾅!

 

갑작스러운 굉음이 터졌다.

 

발아래가 흔들렸다.

 

“흠?!”

 

장진호의 얼굴이 변했다.

 

이 폭발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파악한 것이다.

 

삐리릭.

 

방 안의 인터폰이 울렸다. 장진호는 서둘러 그것을 받았다.

 

“무슨 일이냐?”

 

-제2 경비팀장입니다! 몬스터의 습격입니다! 제4 기숙사 쪽을 습격했습니다!

 

“던전이 열렸나?”

 

장진호는 서둘러 물었다.

 

보통 몬스터가 직접 세상에 나와 공격을 하는 것은 던전 공략에 실패해 그곳 몬스터가 해방되는 경우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부정적이었다.

 

-최근 공략에 실패한 던전이 수호대 근처에 있다는 보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종류는?”

 

-도플갱어입니다!

 

“도플갱어?”

 

장진호의 표정이 당혹스럽게 변했다.

 

도플갱어라니.

 

잘 봐줘야 중급이다.

 

희생자의 모습과 기억을 빼앗기 때문에 등급에 비하면 대처가 매우 까다롭긴 하지만 모습이 드러난 도플갱어는 대단할 것이 없는 적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이런 다급한 연락이 온다니? 게다가 방금 그 폭발은 뭐란 말인가.

 

그런 장진호의 생각을 짐작한 듯이 인터폰 너머에서 외쳤다.

 

-평범한 도플갱어가 아닙니다! 어마어마하게 셉니다!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이씨가문의 주둔 경비팀이 대응하고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장진호의 표정이 흠칫 변했다.

 

이씨가문의 주둔 경비팀이 당하고 있다면 일이 심상치 않다. 그들의 역량은 정말 대단하다.

 

한 명, 한 명이 일급헌터이고, 그들이 모인다면 아크 데몬 클라스의 적이라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다고 하는데.

 

장진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일단 지시했다.

 

“알겠다. 시간을 끌어! 내가 간다! 다른 곳에 있는 수비팀도 다 부르고!”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장진호는 인터폰을 끊고 장비를 챙겼다.

 

“도플갱어 따위가…….”

 

그는 살의에 번뜩이는 눈을 하면서 양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 눈에는 즐거움과 호기심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루하던 차였다. 초일류의 헌터로서 이씨가문의 경비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도플갱어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는 놈들이었다.

 

 

 

 

 

*******

 

 

 

 

 

콰앙.

 

굉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낡은 기숙사가 한차례 흔들렸다.

 

스피커를 통해 다급한 안내방송이 기숙사 내에 흘러나왔다.

 

-몬스터의 습격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침착하게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우선 제6 기숙사 쪽에는 아무런 위험도 없으니 여러분은 방에서 나오지 마시고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성태는 책을 덮고 일어났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멀리 기숙사가 보였다. 거기서는 희미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태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시작됐군.”

 

기대했던 순간이 드디어 왔다.

 

“그럼 나도 준비해 볼까.”

 

그는 자신의 아이스 블레이드를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성태는 누구의 눈에도 띄는 일 없이 곧 제6 기숙사에서 모습을 감췄다.

 

 

 

 

 

*******

 

 

 

 

 

화르르!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다.

 

파괴된 건물의 파편들 위로 회색빛 괴물이 올라서 있었다. 사람과 비슷한 체형을 하고 있지만 사람은 전혀 아니었다.

 

흔히 도플갱어라 불리는 인간형의 괴물이다.

 

숫자는 넷.

 

그것들을 수십의 인간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포위하고 있었다. 이 구역을 수비하고 있는 헌터들이었다. 그 헌터들의 대장이 부관에게 물었다.

 

“피난은?”

 

“이 구획은 끝났습니다.”

 

“좋아. 장진호 헌터에게 연락은 했나?”

 

“지금 한창 오고 있을 겁니다.”

 

“다행이군. 그렇다면 저 괴물들이 여길 벗어나지 못하도록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길 사수한다!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부관이 답했다.

 

그러나 긴장의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현장을 잘 살펴보면 이곳에는 이미 곳곳에 경비대로 보이는 이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호대의 일반 경비원은 물론이고 이씨가문의 직속 경비팀원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적은 강하다.

 

그 적을 상대해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 명령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은 없었다.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헌터. 몬스터와의 싸움이란 게 결국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이들은 없다.

 

그리고 포위망을 살피던 도플갱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팀장이 외쳤다.

 

“온다!”

 

대응을 위해 헌터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그들은 각 도플갱어의 움직임에 맞춰 포위망을 유기적으로 변환시키면서 거리를 좁히며 각자의 무기와 스킬을 활성화해 공격에 들어갔다.

 

적의에 찬 인간들의 포위망 앞에서 도플갱어의 눈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큭!”

 

“아악!”

 

비명이 곳곳에서 터졌다.

 

헌터들의 자연스러운 대응에도 불구하고 도플갱어가 전투는 압도했다.

 

그들의 운동능력 자체가 헌터들보다 훨씬 우월했고, 포위망이 완성되어 위기에 몰린다 싶은 시점이면 어김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 아이템을 사용했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폭탄이나 불꽃을 일으키는 것, 연기를 일으켜 주변 헌터들의 눈을 멀게 하는 것, 자기 자신을 순간적으로 강화하는 것 등 매우 다양했다.

 

도플갱어의 숫자는 넷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전투력을 보자면 마치 말벌을 상대로 벌꿀들이 분투하고 있는 꼴이었다.

 

수호대의 주둔 경비대 하나하나가 중급 헌터 수준은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것은 공포스러운 광경이다.

 

언제라도 방어선이 파괴되고 도플갱어가 학생들을 향해 습격을 시작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방어선은 그런 불리한 싸움 와중에서도 잘 버티고 있었는데, 그것은 수호대의 주둔 경비팀과는 다른 복장을 한 소수의 어떤 지원 세력 덕분이었다.

 

쉬쉬쉬쉬!

 

퍼억!

 

퍽!

 

그들은 놀라운 실력으로 포위망이 파괴될 것 같은 곳마다 달려가서 경비대를 도왔고, 도플갱어와 싸웠다.

 

전체적인 숫자는 경비팀에 비해 반의 반절도 되지 않았지만 실력은 월등해서 위태로운 상황이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 포위망은 금세 파괴됐을 것이다.

 

“역시 이씨가문…….”

 

“저런 실력자들이 외부 파견팀에 불과하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바로 이씨세가에서 수호대를 위해 파견한 지원 경비팀이었다.

 

경비대의 팀장은 그들의 활약에 놀라워하면서 말했고, 부관은 거기 동의했다.

 

현란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개인 전투력에도 유기적인 연계, 그리고 상황 판단력. 이씨가문에서 파견한 지원 경비팀의 실력은 대단했다.

 

심지어 그들은 외부 파견이기 때문에 이씨가문의 내부에서 육성하고 있는 진짜 팀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저런 강함이라니.

 

이씨가문의 저력을 새삼 느끼게 되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전투가 지속되면서 그 평행 상태도 점점 흐트러졌다.

 

도플갱어의 일격에 헌터들이 죽고 쓰러지는데 그 고백을 아무리 뛰어나다 하나 이씨가문의 헌터들만으로 채우기는 무리였다.

 

심지어 그 이씨가문의 헌터들마저 하나하나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사용하는 무기가 너무 강력합니다.”

 

“게다가 종류도…….”

 

현장을 지휘하는 헌터들 사이에서 답답함과 다급함을 담은 말들이 터져 나왔다. 도플갱어의 순수 전투력은 일류와 초일류 사이로 보였다.

 

이것만 해도 환장할 노릇인데 이 도플갱어들은 위기의 순간에 처하면 숨겨뒀던 마법 아이템을 꺼내 아낌없이 사용했다.

 

자기를 회복시키거나 강화하고, 적을 공격하거나 약화시키는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그들 아이템들은 아직 인류가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던전 공략을 통해 겨우 얻어내고 있는 것들이었다.

 

도플갱어 본래의 강함에 이런 아이템들이 결합되니 지금 현장 병력으로는 대응이 정말 어려웠다.

 

“이씨가문이 아니었으면 벌써 끝장났을지도…….”

 

모두가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서서히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점차 방어선이 흔들렸고, 팀장은 헌터들을 독려했다.

 

“학생들은 지켜야 한다! 물러서지 마라!”

 

단순하게 실력만 보고 말한다면 사실 경비대원들보다 학생들이 더 강할지도 모른다. 이곳은 수호대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상황에도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경비대원들이었다.

 

비록 현재 강한 것을 따지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학생들이 더 강할 수 있지만 장래성을 보자면 단순히 현재 쓸 만하다고 해서 수호대 학생들을 위기에 처넣는 것은 결코 해선 안 된다.

 

그건 국가의 미래 자체를 파탄에 빠트리는 짓이다.

 

 

 

 

 

알파메일 44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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