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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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37화
37화 쓰레기 청소(1)
늦은 밤이었다.
제 3 기숙사부터 5 기숙사까지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동아리실 뒤편의 한 건물은 불이 켜진 상태였다. 경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경비실에는 경비가 없었다. 본래 경비는 순찰을 나섰고, 한참동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대신 지금 이 곳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구현식이었다. 경비를 순찰 보낸 것도, 그에게 오래도록 돌아오지 말 것을 지시한 것도 실은 구현식이었다.
쿡쿡거리며 웃음을 겨우 참는 그는 무언가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구현식의 기다림에 응답하듯이 덜컹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남자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선두는 서남주였다.
한데 서남주는 지금 등에 한 여성을 업고 있었다.
“여, 여기 데려왔어.”
서남주는 약간 두려운 듯이 구현식을 바라보면서 등에 업고 있던 여성을 바닥에 누였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쌔근대는 여성은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만한.
희연이었다.
그녀를 보자 사악하게 웃으면서 구현식은 서남주의 등을 두드렸다.
“수고했어.”
“이걸로... 됐지?”
두렵게 구현식을 바라보며 서남주가 말했다.
구현식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서려 있었다. 개를 길들이는 주인의 우월감으로 구현식은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건넸다.
“됐다마다. 여기 보수.”
“으, 응.”
공손하게 서남주는 그 봉투를 받아 내용물을 확인했다. 서남주의 표정이 환하게 펴졌다. 기뻐하는 서남주를 향해 구현식은 조소하듯 웃으면서 말했다.
“앞으로도 부탁해.”
“아, 알겠어.”
서남주는 굽신거리며 방을 나섰다.
이 관계는 꽤 오래 됐다.
구현식이 6 기숙사 쪽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면 서남주를 통해 조달해 오고 그에 대한 보상을 주는 간단하지만 더러운 관계.
관련된 뒤처리 역시도 서남주가 하고 있다. 돈과 권력은 편리해서 인간을 개처럼 부릴 수 있고, 욕망을 채우고도 그 뒤처리를 간단히 할 수도 있었다. 이번 건은 꽤 크지만 달라질 건 없다. 부산에서야 목소리 좀 낸다는 비연 길드 따위, 여기서는 시시한 구멍가게나 다름없다. 오히려 그 목소리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기든 모르는 척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구현식이 먹어온 신입생의 숫자는 아주 많았다.
그리고 오늘 하나가 더 추가된다.
구현식이 킬킬 웃으면서 희연에게 접근했다.
구현식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여러 차례 이 짓을 해 왔지만 이 정도로 끝내주는 물건은 처음이었다.
사락. 사락.
한참 동안 들려오던 천이 살결을 스치는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희연의 몸을 가리는 것은 위아래의 두 장 뿐이었다. 구현식은 침을 삼키면서 무방비하게 지체를 드러낸 희연의 몸을 감상했다. 급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이런 최고의 여자는 천천히 음미해야 했다.
마침내 구현식의 손길이 그녀의 브라에 가 닿는 순간이었다.
“으응...”
낳은 숨결을 뱉으며 희연이 눈을 떴다.
구현식은 일단 손길을 거뒀다. 약탈자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희연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는 쪽이 도리어 더 낫다고 생각해서였다.
“아, 정신을 차리셨나.”
“흑?!”
정신을 차린 희연은 겨우 속옷만 입다시피한 자신의 모습에 경악했고, 그 앞에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핥는 구현식의 모습에 공포를 느꼈다. 희연의 그 반응을 즐기듯이 웃으며 구현식이 말했다.
“뭐 그렇게 겁낼 필요는 없어. 잡아먹으려는 게 아니니까.”
“큭...”
희연이 마나를 운용하려 했다.
하지만 마나가 운용되지 않았다. 전신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구현식이 쿡쿡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고, 천천히 희연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물론 소용없어. 네가 먹은 건 특수한 약이다. 헌터용의 마취제니까. 치안부대에서 쓰는 거지.”
“뭐, 뭘 하려는 거죠?”
“어린애도 아닌데, 모르는 척 할 필요는 없잖아?”
비열한 욕망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희연을 위 아래로 핥으면서 말했다. 희연은 그 눈길에서 끈적한 질감마저 느껴져서 전신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어렵사리 몸을 뒤로 물리기 위해 발을 밀었지만 매끈한 두 다리가 움직이는 모습은 무력하고 또한 구현식의 욕망만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희연의 그런 모습에 더는 견딜 수 없었던 듯이 구현식은 희연을 덮쳤다.
그녀의 가녀린 양 팔이 구현식의 한 손에 묶였다.
“당신 어떻게 이런 짓을...”
“남자친구라고 있는 놈을 잘못 둔 걸 탓하는 게 좋겠지.”
한 손으로 자기 옷의 단추를 풀면서 구현식은 말했다.
희연은 당혹스럽게 반문했다.
“성태? 성태가 왜?”
“그 더러운 자식이 내 말을 거역하고 제 6기숙사로 갔더라고. 어처구니없는 일 아니겠어? 앞으로 또 짜증나는 배반자가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벌을 주는 거지. 남자새끼한테 주는 벌로 그 여자를 뺏는 것만큼 끝내주는 건 없는 법이고 말이야.”
희연은 어처구니가 없어 아무 말도 못했다. 성남경이 조심하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미친 짓을 해오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이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지는 거지? 이건 성태던가 하는 그 개자식이 아니더라도 너처럼 맛있는 계집앨 보면 빼 놓지 않고 해온 일이기도 하다고. 밖에 뭐라고 네가 지껄일 수 있다는 거지? 누가 들어줄 거라 생각해?”
“당신...”
희연은 분에 이를 악물었다.
하긴 사실이다.
구현식은 서울에서도 대규모 길드로 유명한 포에버 길드의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다. 희연은 그에게 무슨 짓을 당해도 쉽게 그를 고발할 수 없다. 비연 길드의 향후 활동이 제약됨은 물론 자칫 길드 자체가 쇠락하는 수가 있으니까.
결국 그 말에 지금 상황을 받아들인 듯이 희연은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후후후...”
풀죽은 희연의 표정이 구현식의 욕망을 더욱 돋웠다.
그의 손길이 부드러운 희연의 피부를 기대하며 뻗었다.
퍼억!
“어억...”
그런데 손을 뻗던 구현식을 맞이한 것은 따스하고 부드러운 여체의 감촉이 아니라 복부를 후려치는 강렬한 충격이었다.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면서 입을 딱 벌린 채 식은땀을 흘리던 구현식이 격통에도 너무나 황당해 겨우 고개를 들어 희연을 바라봤다.
“어, 어떻게...”
“흥.”
희연은 구현식을 비웃듯 바라보며 몸을 일으켰다.
분명히 헌터용의 마취제를 먹였을 텐데 그녀의 움직임에는 특별히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구현식은 배를 부여잡은 채로 각오를 다졌다.
“씨발, 이렇게 된 바에야...”
이렇게 되면 힘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다!
성적이 좋다고는 들었지만 그래봐야 신입생. 게다가 여자다. 구현식은 3학년 가운데 성적이 좋은 축에 들어간다. 단순 마나만 따져서 5000 정도. 실전 경험까지 고려하면 김희연 따위의 계집애에게 질 이유가 없었다!
“이년!”
구현식이 힘을 끌어올리고 희연을 공격하려 하는 순간이었다.
쾅!
문이 박살나면서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목을 부여잡고 질질 끌고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자, 거기까지.”
“으윽...”
문을 박살내며 안으로 들어온 것은 성태였고, 그에게 목을 잡힌 채 안으로 끌려 들어오고 있는 것은 서남주였다. 구현식의 얼굴색이 변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진 모르겠지만 뜻했던 대로 돌아가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 크게 망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네가!”
“성태!”
희연은 기뻐하면서 성태의 곁으로 다가갔다.
성태는 한 팔로 희연을 껴안으면서 구현식을 향해 외쳤다.
“보자보자 하니까 역시 더는 못 봐주겠군. 좀 더 긴급한 순간을 만드는 게 연출적으로는 더 멋있겠지만 내 여자에게 네놈 더러운 손이 닿는 걸 참는 것이 정말 못 견딜 일이었거든.”
성태는 처음부터 이들의 어설픈 계획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도리어 이걸 역으로 이용하기로 하고 그 함정에 걸린 척 해서 이 순간을 노렸다. 적이 만든 함정을 이용해서 도리어 적을 박살내고 그들을 묻어버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구현식은 성태에게 제압당해 쩔쩔매고 있는 서남주에게 버럭 화를 내며 외쳤다.
“멍청한 새끼 일 처리를 어떻게 하길래!”
“미, 미안...”
성태에게 목을 잡힌 채로 서남주는 사과했다.
이런 꼴이 되고서도 그에게 있어 강자란 구현식이었다.
성태는 빙그레 웃으면서 구현식을 비웃었다.
“네놈이 이런 짓을 자주 해 왔다는 걸 미리 알던 것뿐이야. 심지어 동아리 회장 이런 놈들 데리고 신입생들 술 먹이고 강간하는 비공식 클럽까지 만들었다면서?”
구현식이 운영한 강간클럽은 결국 들키게 되고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구현식이 손을 뗀 시점이라 구현식 본인에게까지는 불똥이 튀지 않는다. 의심하는 사람은 여럿 있었지만 개념인 코스프레를 매우 잘 했기 때문에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증거도 없이 개소리는...!”
일그러진 얼굴로 구현식은 반발하면서 양 손에 마나를 끌어 모았다. 그의 전공은 검투술이다. 검과 권을 함께 사용하는 현란한 기술인데 헌터이기에 가능한 극한의 전투기술로 평가받는다. 검이 없다고 해도 전투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짓이 증거 아닌가?”
“누가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구현식은 전투자세를 취했다.
이미 그의 전신에서는 전의와 살기가 풀풀 날려 왔다.
성태는 반가워서 빙긋 웃었다.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이제라도 항복하면 봐줄 생각도...”
가벼운 풋워크를 시전하면서 구현식은 권유했다.
물론 봐줄 생각은 없다. 자신의 비밀을 안 이상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쉽게 죽이기 위해서 온화한 척하는 정도야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성태가 고개를 저으며 돌린 답은 그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친절한 권유지만 아쉽군. 나는 너를 죽여 버릴 생각이라서 말이지.”
“미친 새끼가!”
구현식이 성태에게 달려들며 주먹질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늦었다.
‘어?!’
그가 성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간 순간, 성태는 이미 그의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구현식이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몸을 빼려는 순간에 씨익 웃는 성태의 잔인한 미소가 눈 안에 들어왔다.
퍼억!
복부의 충격과 함께 구현식은 뒤로 튕겨나갔다.
벽을 등으로 한 차례 후려치고 주변 집기를 와장창 박살내면서야 몸을 멈출 수 있었다. 구현식은 충격에 눈앞이 흔들거렸지만 억지로 일어나 전투자세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웨액...”
참을 수 없는 토기에 저도 모르게 속의 것을 눈물과 함께 게워냈다. 그러는 도중에 저벅 저벅, 조용히 다가오는 성태의 모습을 봐야만 했다. 반격해야 하는데. 피해야 하는데. 생각은 이어졌지만 아무 것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다시 성태는 눈앞이었다.
퍼억!
성태의 발끝이 올라갔고, 구현식의 턱끝이 같이 올라갔다가, 그의 전신과 함께 바닥에 침몰했다. 어으으 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진 구현식은 울면서 신음을 내뱉었다. 성태는 전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쓰레기 새끼가.”
유쾌하게. 마치 놀이를 하듯이 웃으면서 성태는 발로 쓰러져 있는 그의 손을 밟았다. 으저적 하면서 성태의 발아래서 그의 손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장인이 섬세하게 무두질을 하듯이 성태는 그의 양팔과 양다리를 하나하나 밟아가며 모조리 부서뜨렸다.
“후우.”
성태가 상쾌하게 웃으며 작업을 끝냈을 때, 구현식은 고통에 전신을 벌벌 떠는 한 마리의 벌레가 되어 있었다.
“허으으...”
비명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쉰 목소리로 구현식은 성태에게 무어라 이야기 했다. 성태는 쭈그려 앉아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응, 뭐라고?”
“자, 잘못했습...니다...”
“새끼, 이제야 좀 주제를 안 모양이네.”
알파메일 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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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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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