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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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24화
24화 초절기교超絶技巧(2)
여긴 수호대다.
그러니 좌절을 모르고 주변에서 떠받들리기만 하다 오는 놈들이 많이 있다. 그런 어설픈 자신감과 여유는 지겹도록 접해봤다. 솔직히 고백하면 정형구는 그런 놈들의 자신감을 산산조각내서 울면서 엄마를 찾도록 만들어 주는 게 취미 중 하나일 정도다.
그런데 이놈은 이상했다.
그런 어설픈 자신감이 아니었다.
이상한 노련미가 주변에 감돈달까?
물론 착각이겠지만, 정말 특이한 놈이었다.
일단 정형구는 관심을 끊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자 그러면 대망의 1위군.”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수석발표다.
가장 기대되는 장면인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뭐, 길게 끌 것도 없지. 이혜선 나와라.”
정형구가 발표했다.
그러자 그제까지 후보생들 사이에 감돌던 웅성거림이 확 번져나갔다.
“역시...”
“뭐 처음부터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이씨 가문의 공주님다운 성적이지.”
“마지막 괴물도 역시 공주님이겠지?”
“달리 누가 있겠어?”
이혜선.
그 이름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미 전설이다.
게다가 그녀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신분, 실력, 미모를 모두 갖춘 그녀가 수호대의 후보생들 사이에서조차 선망과 기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의 구름 사이로 이혜선이 나섰다.
학생들은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그녀를 위해 길을 만들었다. 이혜선은 그 길을 따라 정형구의 앞으로 나섰다.
정형구가 수석을 위한 표창장과 증명서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자, 1위는 213점인 이혜선 너다.”
“......”
이혜선은 그것을 받았다.
한데 수석합격증을 받으면서도 이혜선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정형구는 그녀를 위한 짧은 품평을 이었다.
“가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실력이었지. 마나의 운용이나 검식의 완성도, 거의 모든 면에서 사실 이미 일류 중에서도 상위의 영역에 도달했다 할 만하다. 그야말로 퍼펙트 지니어스라 할 만하군.”
“......”
정형구의 이혜선에 대한 평가는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정형구가 남을 칭찬하는 데 얼마나 인색한지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 정도의 것이다. 그는 진짜 천재라 할 만한 후보생을 봐야 간혹 ‘쓸 만하다’고 평가할까 말까 한 위인이다.
본인도 천재출신이라 그렇다.
그러나 그 평가를 듣는 이혜선은 전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별로 기쁘지 않은 모양인데?”
정형구가 놀리듯이 웃었다.
이어 그는 성태를 향해 눈짓하며 물었다.
“오라비에게 졌다고 생각되어서냐? 아니면 저 녀석에게?”
흠칫 이혜선의 몸이 떨렸다.
지금 정형구의 말은 그녀의 마음 심부를 찔렀다.
“그건...”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내가 보기에 너는 그런 쓸데없는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것이 앞으로 중요할 것 같군.”
변명하려는 이혜선의 말을 자르고 정형구는 충고했다.
이것은 놀리는 말이 아니었다.
이혜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었다.
이혜선은 입술을 물고 성태의 옆에 섰다. 성태는 그녀가 자신의 옆에 서자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했지만 이혜선은 무시했다.
발표가 끝난 뒤 정형구가 말했다.
“이상의 세 명이 성적 상위자다. 이들에게는 수호대의 창고에 들어갈 자격이 주어진다. 합격자들은 나랑 같은 버스에 탄다. 이 일이 끝나고 즉각 나를 따라오도록.”
수호대는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 즉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 학교 시설도 입학 예비생들에게 거의 공개된다. 전원 기숙사제에 학비 면제인 환경인 덕분이다. 물론 원한다면 입학식 날짜에 맞춰서 올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 전에 기숙사에 들어온다. 그래야 그 전에 클럽을 살펴본다든가, 학생들끼리 친분을 쌓아둔다든가 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리고 일단 이것으로 합격자 발표를 정형구가 멈추려는 순간이었다.
“이의 있습니다!”
후보생들 사이에서 누군가 손을 들며 거칠게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그 쪽으로 모였다.
씩씩거리며 손을 든 그 후보생은 무척이나 덩치가 큰 근육질의 거한이었다. 그리고 적잖은 후보생들에게 그 얼굴을 이미 알리고 있는 유명인이기도 했다.
바로 최연우였다.
“이의?”
미간을 좁히면서 정형구가 되물었다.
짜증스러워 하는 정형구의 눈빛에 위축되지 않고 최연우는 크게 외쳤다.
“그렇습니다!”
“흠, 너는... 최연우이군.”
“예!”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대충 짐작이 되긴 하는데, 그래도 일단 말해 봐라.”
뻔한 소리겠지만, 그 뻔한 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선생의 의무다.
최연우는 외쳤다.
“저는 강성태의 2위 판정에 납득할 수 없습니다!”
“역시.”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 생각했던 대로의 대답이었다.
신문석도 쓴웃음을 지었다.
“뭐, 그럴 줄 알았죠.”
“왜 납득할 수 없다는 건지 이야기 해 볼까.”
경멸을 담아 최연우를 바라보면서 정형구가 물었다. 초일류의 냉혹한 눈빛 앞에서 최연우는 흠칫 척추가 떨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감각을 억누르고 앞으로 나서면서 한 손으로 성태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 녀석은 그 파이어 자이언트를 쓰러뜨릴 수 없었습니다!”
성태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 최연우는 파이어 자이언트가 어떻게 쓰러졌는지 정확히 못 본 모양이다. 아마 이혜선이 천둥 떨구기를 두 번째 사용하고서도 파이어 자이언트를 못 죽였고 겨우겨우 목숨을 잇고 있던 걸 성태가 막타를 때려 점수를 다 먹어 2위가 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후보생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리면서 거기 동조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후보생이 갑자기 차석 입학이라니. 확실히 뭔가 이상한 일이긴 했다.
정형구는 떼쓰는 아이를 향하는 짜증을 겨우 억누르는 태도로 말했다.
“그 배지의 판정 능력은 확실하다. 센서는 마법적으로 마지막 일격을 감지해서 점수를 넣는 거야.”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강성태는 우리와 이혜선이 이를 악물고 싸워서 거의 죽기 직전까지 몰아넣은 걸 운 좋게 때려잡았을 뿐입니다! 그런 걸 그대로 점수로 인정해서 2위 합격이라니...!”
최연우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그는 1위까지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결과는 저 단상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부모님을 비롯해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던 길드의 여러 어르신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런 부당한 대접은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정형구가 외쳤다.
“최연우! 분명히 내가 말했을 텐데! 협력해서 점수를 얻는 것까지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점수는 오직 막타를 때린 놈만 먹는다고!”
으르렁!
맹수의 포효 같은 외침이었다.
대기가 덜덜 떨었고 후보생들은 그 포효에 담긴 강렬한 짜증에 절로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먹이가 포식자에 대해 본능적으로 가지게 되는 공포와 같은 것이었다.
꼭지가 돌아 눈앞이 좁아져 있던 최연우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제 정신이 됐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얼굴색이 파리해진 그가 당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앞에는 정형구가 이를 갈며 서 있었다.
정형구가!
최연우는 더듬거리며 변명했다.
“그, 그렇긴 합니다만 그건 너무 크지 않습니까? 100점짜리였습니다!”
“100점이 아니라 1000점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는 정당한 실력평가를...”
쾅!
굉음이 터졌다.
최연우의 개소리를 중단시키기 위해 정형구가 발을 구른 것이다. 정형구가 올라가 있는 단상은 물론 주변 대지가 흔들렸다.
그러고서도 놀랍게도 발을 구른 장소에는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았다.
우르르...
진동이 멈췄을 때 최연우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멍청한 소리를 끔찍하게 해대는군...!”
혀를 차면서 정형구가 최연우를 노려봤다.
최연우는 전신의 피가 싹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파이어 자이언트를 마주했을 때의 공포 따위는 지금 느끼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절대예도.
어째서 정형구에게 그런 별칭이 붙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정형구의 기도에 모두가 압도당해 있을 때였다.
갑자기 성태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정형구가 미간을 좁히고 물었다.
성태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최연우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본인이 저렇게 못 믿겠다고 하니 정당하게 겨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지요.”
“그만 두는 게...”
신문석이 나섰다.
정형구는 단순히 누구 편을 들기 위해서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다. 자칫 하면 둘 다 같이 작살나는 수가 있다. 5위 이내 성적으로 합격한 이 가운데 둘이 정형구에게 작살나는 사태는 뒤처리를 해야 하는 신문석에게 끔찍하다.
그러니 성태를 말려야 했다.
그런데 의외로 신문석을 정형구가 도리어 막았다.
그리고 흥미롭다는 눈으로 성태를 봤다.
원래라면 저 바보와 함께 박살내 버렸을 테지만, 이 성태라는 합격자는 정형구에게도 알 수 없는 구석이 많았고, 또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뜻대로 움직이게 해주는 건 정보를 얻을 기회일 수 있었다.
“흠, 쓸데없는 짓을 하려는군.”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뭐지?”
“이 결과가 어쨌든 창고에 대한 권리는 양보하지 않겠습니다.”
창고에 대한 권리는 양보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실상 이걸로 최연우가 이위가 되든 아니든 실익은 없는 셈이다. 정형구는 최연우에게 의향을 물었다.
“저렇게 말하는데 어때?”
“물론 받아들입니다!”
의외로 답은 단번에 돌아왔다.
아티팩트도 물론 소중하지만 당장의 최연우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자존심, 가문의 자존심, 길드의 자존심이었다.
정형구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생각 외로 재밌는 막간극을 구경하게 됐군. 방법은 뭐든 좋다. 상대를 때려 눕혀라. 판정은 내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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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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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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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