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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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23화
23화 초절기교超絶技巧(1)
빛이 사그라드는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관측실에도 전달되어 왔다.
홀린 듯이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신문석은 겨우 입을 열었다.
“저건 뭐지요?”
“저건...”
그 빛의 흐름에, 그리고 형태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던 정형구는 무어라 말하려 했다. 하지만 말을 만들려던 그의 입이 멈췄다.
지금 떠올린 것이 정말일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그런 불안을 만에 하나라도 공식화 하고 싶지 않았다.
“......”
정형구는 고개를 흔들면서 답했다.
“나도 모르겠네.”
“믿기 힘들군요. 선배님이 모른다니.”
신문석은 아쉽게 말했다.
눈치 빠른 그는 정말로 지금 정형구가 알아채지 못한 게 아니라 무언가 감은 잡았지만 물러선 거란 점을 알아챘다.
하지만 굳이 찌르지 않았다. 선배가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굳이 몰라도 되는 사실이란 게 있다. 그것도 의외로 많다.
정형구는 변명처럼 말했다.
“으음, 저 정도의 검식을 내가 모른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세상은 넓고, 던전을 통해 새로 세상에 나타나는 지식과 아이템은 많아.”
“그렇긴 합니다만...”
신문석은 애매하게 동의했다.
좀 더 나은 변명을 나중에 따로 만들어 두는 게 좋으리란 충고의 몸짓이기도 했다. 지금 저 빛이 강성태란 학생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면 아무리 던전을 통해 새로이 세상에 드러난 힘, 혹은 아이템이라 해도 좀 많이 황당하다.
한데 정형구는 다른 걸 걱정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저 검술 같은 게 아니지.”
“네. 그렇습니다.”
신문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다.
“저 후보생이 가장 놀랍군요.”
방금 번쩍인 검광 같은 거야 놀랍긴 해도 모른다고 잡아떼면 넘어갈 수도 있는데 강성태란 학생의 존재 자체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눈을 좁히고 멀리서 촬영한 전투장면을 다시 반복해 재생하면서 정형구는 신문석에게 물었다.
“저 놈, 마나량이 2000이라는 게 맞나?”
“측정치를 보자면 분명합니다.”
수험생은 일종의 신체검사를 거친다. 마나량도 그때 측정하게 된다. 대단한 정밀도를 지닌 스킬을 사용해서 보유 스킬이나 마나의 운용 숙련도까지 측정해 내는 능력자도 있다곤 하는데 입학 정도론 보통 거기까진 하지 않는다. 길드에 가입해 핵심 전투원이 된다거나 하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2000이라.”
이천.
적진 않다.
또래 치곤 제법 높다. 이곳이 수호대 입학을 위해 모인 엘리트라는 걸 고려하고서도 중위권은 된다. 하지만 수호대 상위권을 바라보기엔 터무니없이 적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본 광경은 두 사람을 특히 황당한 심경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었다.
“2000으로 저런 게 가능합니까?”
“불가능하진 않아.”
정형구는 답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궁색하고 어처구니없는지는, 검을 다루기에 잘 알고 있다. 정말 어이가 없는 대답이다. 이씨 세가의 천재로서 엘리트 교육을 물처럼 소화하고 이 자리에 선 이혜선이 오천의 마나로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규모와 위력의 검격을 그 이상의 위력으로, 그 이상의 완성도로 해냈다. 그런데 운용 가능한 마나는 반절도 되지 않는다라...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앞선 신문석의 말에 답하지 못한 채 침묵을 돌리고 말았던 것이기도 하다.
“불가능하진 않을 뿐이지.”
정말 불가능하지 않을 뿐이었다.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이다.
그리고 그 이론을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너무 많았고 그 조건을 만일 저 강성태라는 놈이 구현할 수 있는 말단만이라도 쥐고 있다면...
아찔했다.
신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겠지요.”
“여하간 전혀 주목 하지 않았는데 터무니없는 게 걸려들었군. 아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대단한 스킬이나 마나 운용법에 대한 지식이 있겠어.”
아마 스킬일 것이리라고 정형구는 생각했다.
아니면 아주 특별한 아이템이거나.
검리와 마리魔理만으로 저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정형구는 계속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서 불안을 가두고 죽였다.
신문석도 저 특이한 학생에게는 흥미가 있었다.
“흠, 그건 향후 입학 하고 난 뒤에 조금씩 알아보도록 하죠.”
“그래. 성급하게 알아내려 들면 반감만 살 테니까.”
스킬에 대한 것이라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힘의 근본인 마나 운용법이나 그것과 연동된 무리武理 자체에 기반하는 것이라면 그걸 알아내려 든다는 자체가 남의 기둥뿌리를 털어먹으려는 것과 별 차이 없는 짓이다.
아무리 알고 싶어도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접근하는 게 좋다.
다행히 시간과 기회는 충분히 있다.
저 녀석은 수호대에 들어올 테니까.
어쨌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전장의 상황은 정리된 듯 했다. 신문석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정형구에게 앞자리를 양보하며 권했다.
“그러면 가시죠.”
“흠, 귀찮지만... 뭐 이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
정형구는 매우 싫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보였지만 그도 이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점은 알고 있었기에 투덜대면서도 그 앞자리를 얌전히 차지했다.
******
피곤한 안색으로 후보생들은 시험장 근처에 마련된 공터에 줄을 서 있었다. 그곳의 단상 위에 정형구와 신문석이 올라갔다.
정형구는 지루한 눈길로 후보생들을 훑어본 다음 말을 시작했다.
“제군들의 분투는 잘 봤다.”
심드렁한 어투였다.
어차피 이런 의례사는 듣는 쪽에게 환영받지 못하기 마련이지만, 정형구의 경우는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간결하게 고지했다.
“쓸 만한 것들도 있었고 영 아닌 애들도 있었다. 늘상 그러했듯이 좀 쓸 만하다 싶은 것들을 추려서 수호대의 입학을 허락하려고 한다. 보자... 뱃지에 54점 이상 획득하는 데 성공한 후보생은 합격자다.”
환호성이 폐허 위로 울려 퍼졌다.
떨어진 후보생들이야 그저 실망해 침묵할 뿐이니 없는 것과 같았고, 합격한 학생들은 신이 나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신나 하는 광경으로만 보일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1/10의 경쟁률이었다.
실질적으로는 대다수가 떨어졌다.
무신경하게 귀를 후비면서 정형구는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성적 상위자를 발표한다.”
후보생들의 관심이 새로이 모였다.
자기가 합격자가 되느냐 다음으로 관심 있는 주제다.
누가 과연 수석이 됐을까?
그리고 그 상위 성적자들에게는 다른 대단한 특권이 주어지기까지 한다.
“우선 3위는 성남경이다. 나와라.”
정형구가 말했다.
학생들 사이를 헤치고 성남경이 앞으로 나섰다. 늘씬한 그의 모습은 여러 전투를 거쳐 지금은 많이 더럽혀져 있었다.
하지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성남경이 전투로 더럽혀진 모습으로 정형구 앞에 나서는 모습은 멋진 그림이 됐다. 덕분에 남자들은 어쨌든 여자 후보생들 사이에서는 감탄한 눈빛을 그에게 보냈다.
정형구는 그에게 준비된 표창장을 건넸다.
“142점이지.”
“감사합니다.”
성남경은 깍듯이 인사했다.
정형구는 코웃음 친 다음 시니컬하게 품평했다.
“쫄랑쫄랑 시원찮은 창 들고 돌아다니면서 약한 것들 때리며 죽이는 꼴이 볼만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겠다만 열심히 하면 그만한 보상이 있을 거다. 열심히 해라.”
“하,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인지 알 수 없는 평가지만 정형구만 한 고수의 입장에서 보자면 성남경 수준은 아무리 또래에 비해 높아도 가소로워 보이는 것도 별수 없는 일이었다.
이어 정형구는 손을 내저었고, 성남경은 단상 위 정형구 옆의 빈 곳에 다소곳하게 섰다.
정형구가 발표를 이었다.
“그리고 2위는 강성태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어서다.
이곳에 올 정도의 후보생들이라면 최상위권의 이름 정도는 숙지하는 게 보통인데 강성태라니. 정말 무명이었다.
“적당히 할 것 같은 눈치더니?”
희연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학내 파벌 같은 데 휩쓸리지 않기 위해선 지지기반이 없는 학생이 두각을 드러내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
성태의 지지기반은 비연길드지만 지역 문제도 있고 솔직히 수호대 내부 서클의 힘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비연길드는 힘이 없는 군소길드에 불과하다.
“그러려고 했지만 사정이 생겨서 말야.”
쑥스럽게 성태는 웃었다.
“너무 눈에 띄면 안 좋은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희연의 걱정 어린 눈에 그리 답하면서 성태는 정형구 앞으로 갔다. 정형구는 성태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성태는 약간 웃는 얼굴로 그 시선을 흘려 받으면서 그의 앞에 섰다. 정형구의 시선에 의혹이 한층 더해졌다.
“193점이다.”
성태의 점수가 발표됐다.
파이어 자이언트의 점수가 100점이었던 모양이다. 이걸로 단번에 2위였다.
“이위 합격,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성태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정형구가 건넨 표창장을 받았다. 그런데 정형구가 표창장을 강하게 잡고서 성태에게 그걸 넘기려 하지 않았다. 대신 얼굴을 가까이하고 그의 귓가에다가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우리 눈을 너무 무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요.”
의뭉스럽게 웃으며 성태는 그 말을 받아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정형구는 눈을 좁혔다. 번뜩이면서 그의 눈빛이 성태를 훑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형구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신문석 역시 성태를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 묘한 대치상태는 곧 끝났다.
정형구는 표창장을 쥔 손에서 힘을 줄이면서 경고하듯이 성태에게 말했다.
“두고 보도록 하지.”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기대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여유롭게 성태는 답했다.
“흥! 어서 저기로 꺼져.”
성태는 정형구의 턱짓에 따라 성남경의 옆에 가 섰다. 그가 가는 길에도 정형구와 신문석은 성태를 바라봤다.
역시 묘한 놈이었다.
알파메일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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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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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