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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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22화
22화 진짜 시험!(3)
천둥의 번뜩임이 세상을 휩쓴 다음 깃털이 내려앉듯 사뿐하게 이혜선은 대지에 착지했다.
“큿!”
하지만 착지하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살짝 찡그려졌다.
마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몸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이혜선은 다급하게 몸을 돌렸다.
쿠아아아아아!
퍼억!
그때 파이어 자이언트가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그것의 몸이 풍선이 터지듯 천둥떨구기에 베인 선을 따라 터졌다. 피와 화염이 그 상처를 따라 주변에 홍수처럼 쏟아졌다. 마치 용광로가 터져 주변에 화염을 쏟아내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피와 열기로 가득한 상처는 곧 아물었다.
“......”
그 광경에 이혜선은 이를 악물었다.
방금 봤던 그 재수 없는 웃음의 남자애가 기억났다.
‘그 검격, 종말단계의 마나 정리가 잘 안 되고 있지?’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그것이 검 전체의 힘을 죽여 버리고 말았다. 일직선으로 완성된 마나의 길이 검격이 끝난 순간 한 번에 폭발하면서 천둥이 치듯이 목표를 완전히 파괴해 버리는 것이야 말로 천둥떨구기의 진수!
이것을 위해서는 마나의 봉합처리가 완벽해야 한다.
완벽한 폭발력을 얻기 위해 철저하게 화약을 밀봉해야 하듯!
그러나 이혜선은 그러지 못했다.
크, 크으으으...
피 범벅이 된 얼굴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파이어 자이언트는 이혜선을 노려봤다. 이혜선은 검을 잡고 다시 자세 잡았다. 죽이지 못했지만 피해는 확실하다. 한 번 더 기회를 얻는다면 이번엔 확실하게...
그러나 그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이혜선의 지금 일격에 크게 겁먹은 파이어 자이언트는 두려운 듯이 눈동자를 굴리더니 홱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간다!”
“추적해!”
최연우와 성남경이 놀라 파이어 자이언트를 쫒았다.
“서둘러야!”
다급하게 이혜선도 쫒았다. 만에 하나 저 괴물이 다른 후보생들이 있는 곳에 가기라도 하면 참극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도 슬슬.”
타오르는 한 빌딩의 위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성태는 중얼거렸다. 그의 모습은 불길이 만든 광풍이 그가 있는 곳을 삼킨다 싶더니 사라지고 없었다.
******
한 건물의 폐허 안쪽이었다.
그곳의 낡아빠진 의자에 앉아 우울한 풍경을 바라보는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의 분위기가 지극히 우울했기 때문에 도리어 이 스산하고 울적한 폐허의 풍경이 밝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박수천이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천생이 울적한 표정인 그는 어울리지 않게 빙긋 웃으며 자신의 배지를 만족스럽게 보고 있었다. 그 배지에는 90점이란 점수가 나타나 있었다.
“나도 이제 수호대에...”
수호대의 합격 커트라인은 상위 10%. 그리고 평균적으로 70점을 넘기면 이 안에 들 수 있다고 한다. 90점이면 안정적이다. 박수천은 이걸로 학창생활의 악몽이 조금은 보상받은 것 같았다. 집에서도 기뻐해 줄 것이다.
“...이제야 겨우 인정받을 수 있어.”
그것이 가장 기뻤다.
박수천은 오래도록 노력했다.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헌터로서의 실력도 높이려고 했고, 선량하게 살려고도 했다.
그래야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해 줄 테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항상 그를 표적으로 삼아 괴롭히려고 하는 무리가 있었다.
박수천의 실력이 수호대를 노릴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면 끔찍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 그런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박수천을 괴롭히는 자들은 모함과 쪽수로 언제나 그를 괴롭히려 했고, 자주 성공을 거뒀을 정도다.
집에서조차 부모님이 그를 어쩐지 피한다고 느껴지는 일은 자주 있었다.
박수천의 오래된 고민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이 미움 받는 것을 느낄 때마다 박수천의 마음속에서는 미움이 불쑥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미움은 항상 박수천에게 ‘그렇다면 너도 미워해 버리면 되지 않겠어?’ 라고 유혹했다. 물론 박수천은 그런 유혹을 항상 억눌렀다.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하지만 박수천의 강한 의지와 상관없이 이 때문에 그의 성격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대체 왜 사람들은 나를 미워하고 피하는 걸까?
그래도 이 정도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수호대란 한국에서 그만큼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다.
그러니까 이제 자신을 괴롭히던 그 증오의 충동에서 해방되어도 좋을 것이다.
“어?”
한데 그의 눈이 커졌다.
깨진 창 너머로 보이던 풍경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굉음이 연달아 들린다 싶더니 길모퉁이 쪽의 한 건물이 모래성처럼 박살났고, 그 흙먼지 너머로 거대한 불덩어리가, 아니 불덩어리 형상의 거인이 나타났다.
“파, 파이어 자이언트!”
놀라며 박수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는 사이 파이어 자이언트는 그가 있는 쪽까지 달려왔다. 파이어 자이언트의 눈이 겁먹은 박수천을 잡았다. 몬스터에게 인간은 최고의 보양제이자 치료제다. 상처를 입어 전신으로 철철 뜨거운 피를 흘리던 파이어 자이언트가 이걸 놓칠 리 없었다.
파이어 자이언트가 박수천을 향해 타오르는 손을 뻗었다.
쿠어어어!
“아아악!”
박수천은 자신을 향해 들이닥치는 불덩어리를 보면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
파이어 자이언트의 뒤를 쫓던 상위 후보 세 사람은 그 거대한 손이 폐허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을 봤다.
“아!”
“누군가 있다!”
“젠장! 미친 선생놈들! 진짜 하나 죽은 거 같은데!”
셋 다 당혹한 표정이 됐다.
저것은 분명 인간을 포획하기 위한 동작이다!
일이 저기까지 이르렀다면 저 손아귀를 피할 수 있는 후보생은 사실상 없다. 이혜선 정도를 제외하면 여기 있는 다른 두 사람도 위험할 것이다. 사방이 꽉 막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호대의 본고사 시험이 미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지만 이건 정말로 사람이 죽는 게 아닌가? 왜 아직까지 구출대가 출동하지 않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야!”
그때 무너지는 폐허와 그로 인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를 보고 있던 이혜선이 갑작스레 외쳤다.
그 외침에 놀라면서 둘은 이혜선이 유심히 바라보는 곳을 향해 인지능력을 키워 살폈다. 이혜선의 말이 맞았다. 건물이 무너진 폐허 위에 누가 서 있었다. 아니, 누군가가 안에 있던 것으로 보이는 후보생을 구출해 끌고 나와 같이 서 있었다.
최연우의 얼굴이 꿈틀 움직였다.
“저 새끼는...”
“강성태?”
성남경도 상대를 겨우 알아봤다.
섀도 자이언트를 상대할 때 만났던 독특한 분위기의 후보생, 강성태였다. 그가 어떻게 저기에... 아니, 설마 그가 저 폐허 안에 있던 후보생을 구출했단 말인가?
*******
그 상황은 관측실을 통해서도 전달되고 있었다.
놀란 표정으로 폐허 위에 우뚝 선 성태를 보면서 정형구는 당혹스럽게 중얼거렸다.
“저 새끼 뭐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은?”
신문석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초조하게 물었다. 그는 이미 구조팀의 발동콜을 띄워 올린 상태였다. 사실은 방금 전에 누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성태가 끼어드는 바람에 누르지 못했다.
그러나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정형구가 황당한 소리를 했다.
“아니, 조금만 두고 보자.”
“하지만...”
신문석이 당혹스럽게
“두고 보자고! 책임은 내가 진다.”
정형구는 신문석을 윽박질렀다. 신문석은 곤혹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구조팀의 발동 콜에서 손을 뗐다. 정형구의 시선이 성태에게 고정됐다. 폐허 위에 우뚝 서서 파이어 자이언트를 바라보고 이상하게 여유롭게 웃는 후보생. 그 마나는 불과 2000 수준이라고 한다.
결코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런데 이상한 기대를 하게 된다.
*******
불타는 손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뭔가가 파괴됐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박수천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아아아...”
하지만 너무나 무서웠고, 또 혼란스러웠다.
지금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원래 있던 건물은 완전히 박살나서 쓰레기 더미가 되어 버린 모양이었다. 건물을 그 꼴로 만든 괴물의 열기가 바로 옆에서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일까. 혼란과 공포에 사로잡혀 울기만 하면서 박수천은 떨었다.
“엎드리고 있어.”
그런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놀라서 그제야 박수천은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등이 보였다.
겨우 자기 또래의.
하지만... 어처구니없이 넓게 보이는 등이었다. 저 등은 심지어 오늘 만났던 초일류 헌터 정형구보다도 많은 것을 짊어졌던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크아아아아!
그 등 너머로 분노한 것처럼 활활 타오르며 양 손을 들어 올린 거인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을 공격하고, 건물을 일격에 분쇄한 불의 거인이다.
하지만 그 거인조차 묘하게도 이 또래의 등 너머로 보자니 별로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파이어 자이언트가 치켜든 양 손을 둘이 있는 폐허의 꼭대기를 향해 내리쳤다. 그것은 마치 운석 두 덩이가 떨어지는 것 같아 보였다.
성태는 그것을 보면서 심호흡했다.
“후우.”
그리고 검을 뽑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하늘로 자라나는 한 줄기 선이 그 순간 천지를 이었다.
시간이 멈춰 있던 것 같은 짧은 순간이 지나갔다.
케에에엑!!
비명과 함께 파이어 자이언트가 두 쪽으로 무너졌다.
속의 열과 피를 쏟아내며 무너지는 거인 앞에서 성태는 검을 수납했다. 놀라움에 압도당한 눈으로 그를 박수천은 바라봤다. 아니 그만이 아니었다. 지금 성태가 한 것을 볼 수 있는 모든 이들은 같은 놀라움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저건’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란 것은 이혜선이었다.
그녀가 본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지금 저 성태라는 후보생이 보여준 검격은...!
알파메일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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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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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