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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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20화
20화 진짜 시험!(1)
시험장을 관측하고 있는 방 내부에서였다.
“끝났습니다.”
일급 몬스터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배치 몬스터의 숫자가 제로가 된 것을 확인하고 신문석이 말했다. 지루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정형구가 신문석 옆에 섰다.
“어디 볼까.”
신문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영상을 하나 재생했다.
섀도 자이언트가 소멸하기까지의 전투장면이었다.
처음 등장해서 최연우가 어떻게든 싸웠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이때 성남경이 등장, 참전함으로써 상황은 호전됐다. 하지만 둘이서 협공을 함에도 상황은 약간 우세가 됐을 뿐 크게 나아진 것은 없었다.
그런데 이혜선이 등장했고,
그녀의 검이 단번에 섀도 자이언트를 두 쪽 냈다.
“오오.”
“역시 이씨 가문이군요.”
정형구와 신문석, 두 사람 모두 이혜선이 섀도 자이언트를 두 쪽 낸 검기를 보고 감탄했다. 마치 한 줄기 벼락이 어둠을 가르는 듯한 힘 있고 예리한 검격이었다.
“음, 천둥떨구기. 역시 대단하군.”
정형구가 감탄해 고개를 끄덕이며 검격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이씨 세가는 헌터가 되기로 한 이들에게 별로 많은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종사 이건의 수호무비를 철저히 익히게 하고, 온갖 무술의 기본이 되는 단조로운 체술을 어느 정도 익히게 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기초를 단단히 하고 수호무비를 제대로 공부하면 무기를 쥠에 따라 자연스레 특정한 형태의 무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이 검이라면 수호검천守護劍天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는 일련의 초식이 된다.
창이나 도, 권 등에도 물론 다 개별적인 이름이 있다.
그리고 천둥 떨구기는 그 수호검천에 속해 있는 초식의 하나다.
강력한 마나로 천둥이 떨어지듯이 빠르고 예리한 검격을 구사하는 것.
중력 가속도만 가지고서는 구현 불가능한 속도와 파괴력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마나에 대한 초일류 수준의 제어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이나즈마 발도술이나 유럽 쪽의 소닉 피어싱 정도가 아니면 속도와 예리함에서 비견할 검기가 없다고 하는 기술이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신문석이 말했다. 이런 완성도 높은 검식을 가진 것은 물론 한국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이 없는 나라는 붕괴해 다른 나라에 흡수될 수밖에 없었다.
통상병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몬스터는 헌터가 아니고선 대항이 불가능한 재앙이다.
눈을 좁히며 다시 반복해 이혜선의 검격을 살펴보고는 혀를 차며 정형구는 말했다.
“뭐 완성도 면에서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저만한 기술을 선보이면서 마나의 밀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법이니까.”
“그거야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애니까요.”
신문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천둥떨구기가 수호검천의 하위 초식이라 하나 스물 전에 수호검천을 실전에 사용한다는 것만 해도 퍼펙트 지니어스가 아니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수호무비의 난해함은 거의 전설의 영역에 도달해있다.
그러나 정형구는 팔짱을 꼈다.
“흥, 하지만 왕자님은 했지.”
“아, 그...”
신문석도 잠시 할 말이 없었다.
왕자님.
확실히 그렇긴 하다.
그 녀석은 해냈었다.
문제라면...
“그래. 지나친 재능이 화를 불렀다만.”
“그렇긴 합니다.”
그 왕자님은 거론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씨 세가의 입장도 있고 해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언제까지고 감출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건 저 공주님은 그 왕자님 일도 맡아야 할 테니까 재능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너무 큰 짐을 벌써 짊어진 셈이다.
불행하게도.
정형구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 하여간 이걸로 공주님도 실력을 증명한 셈이니...”
기다렸다는 듯이 신문석이 새로운 화면 하나를 펼쳤다.
그 화면에는 불타오르는 듯한 화염이 가득했다. 화면 너머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정형구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 놈을 다행히 놀리지 않겠군.”
“해방하겠습니다.”
신문석이 구속해제 버튼을 눌렀다.
******
계속해서 충격을 받은 듯한 이혜선의 시선이 성태를 향하던 때였다.
우우우우우우!
쿠우우우!
갑자기 도시의 하늘이 변모했다.
소낙비라도 내릴 듯이 먹구름이 진하게 끼었다. 거기서 그친 게 아니다. 먹구름의 중심부가 회오리치는 듯한 형상을 그렸고 그곳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굉음이 일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주변으로 파직거리는 스파크가 주변에 보일 정도로 강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음?!”
“이건...”
강풍을 정면으로 받으며 성태와 이혜선은 그 폭풍의 중심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변이가 계속 일어나기 시작해서, 지금은 검은 덩어리 같은 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자연계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 가장 흡사한 것은 한 가지뿐.
바로 던전!
“흠, 수호대 놈들이 뭔가 장난을 치는 모양인데.”
성태가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콰르릉.
콰릉!
번개가 치는 듯한 굉음이 일면서 공간이 찢어졌다. 그리고 번쩍임의 다음 순간에 일대가 밝아졌다. 밝아졌을 뿐만 아니라 뜨끈한 열기마저 느껴졌다.
쿠아아!
이어진 것은 굉음 하나.
그 원인을 보고 시험장에 있는 모든 후보생은 경악했다.
“우와.”
“저건!”
성태는 즐거운 듯이 히죽 웃으며 지금 나타난 것을 감상했고, 이혜선은 굳은 표정이 되어 자신의 검을 잡았다.
그들이 보는 곳에는 족히 키가 10m는 될 것으로 보이는 화염의 거인이 서 있었다. 그야말로 불로 되어 있는 그 화염의 거인은 주변을 불태우면서 자랑하듯 포효했다.
쿠오오오!
콰과광!
그 거인은 포효마저 뜨거운 듯, 주변이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성태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야, 아무리 잘나신 수호대 시험이라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애들 시험에 파이어 자이언트를 데리고 오다니!”
파이어 자이언트.
분명히 일급의 몬스터!
초일류급의 헌터가 아니라면 감히 혼자선 상대해선 안 되는 괴물이다.
전신은 불덩어리로 되어 있으며 보통 사람이라면 접근하는 것만으로 심한 화상을 입거나 타 죽을 수조차 있다. 마나로 체력을 200 이상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접근조차 불가능하다고 하는 괴수!
싸우는 게 아니다. 접근하기 위한 최저 조건이 저렇다!
그런 주제에 힘도 세고 화염을 토하거나 던져 원거리 공격도 가능해서 상대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저런 걸 기껏해야 대학 본고사장 수험 문제로 내 놓는다니, 미친놈들이란 소릴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도리어 그게 성태는 마음에 들었다.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오만한 수호대의 방침이야 말로 그들의 힘과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하기에 한 국가를 감히 자기들이 ‘수호’한다고 나대면서 인재와 지원을 쪽쪽 빨아가는 것이겠지.
오히려 이 쯤 되는 광기에 가까운 자신감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성태는 실망했을 것이다.
“너는 도망쳐.”
뜨끈한 열풍을 맞이하며 이혜선은 건조하게 성태에게 그리 말하고는 파이어 자이언트를 향해 달려갔다. 현재 이 곳에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멀어져 가는 이혜선의 등을 바라보며 성태는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이씨 가문이라는 건가. 기개는 좋군.”
과거 그녀와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지만 저런 면은 싫어하지 않았다.
“그 기개가 넘쳐서 오빠 쪽은 아주 끝장이 나버렸지만 말야.”
저런 면이 지나쳐서 박수천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세상을 조져버린 그 오빠를 생각하면 싫어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걸 알지만 역시 저런 건 미워할 수 없는 성격이다. 그리고 저런 성격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 성태는 여기 온 것이기도 하다.
******
뜨거운 폭풍이 불고 그 폭풍의 중앙에서 포효하는 거인을 보고 있는 것은 물론 이 시험장에 와있는 모든 수험생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는 희연도 물론 있었다. 그녀는 당혹스럽게 화염의 거인이 주변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파괴하고 있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아무리 여기가 수호대 본고사장이라지만...”
저런 게 나타났는데도 주최 측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이게 정상적인 과정이란 뜻이다.
수호대 본고사가 상식을 벗어난 짓을 하곤 한다는 이야길 듣긴 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희연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해 하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희연은 반갑게 고개를 돌렸다. 언제 등장했는지 모르게 성태가 뒤쪽에서 그녀를 향해 가벼운 걸음으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성태!”
“어때?”
“나, 나는 괜찮아.”
성태의 걱정에 수줍게 답했다. 성태는 희연의 배지를 확인했다. 점수는 110점. 낮지 않다. 아마 5위권 안에는 들어갈 것이다.
“오오, 점수도 높네.”
“네 덕분이야. 그런데...”
쑥스럽게 웃으며 희연은 성태의 배지를 확인했다.
95점.
그의 실력을 보자면 기이한 점수다.
성태는 멋쩍게 변명했다.
“아, 일단 합격할 정도로만 할까 하고. 흙수저 학생이 갑자기 너무 주목받는 것도 좀?”
“지금까지 한 것만 해도 영 아닌 것 같은데.”
“그건 할 말이 없군.”
피식 웃으며 희연이 한 말에 성태는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주목받지 않기 위해서 일단 좀 참자,고 생각했던 것은 틀림없다. 이차 환골탈태 전까지는 너무 주목 받으면 다소 앞으로 피곤해질 수 있다. 수호대 내부에는 여러 파벌이 있고 이들은 유력한 신입생을 흡수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런 귀찮은 손길은 당장은 피하고 싶다.
희연은 주제를 바꿔 파이어 자이언트를 가리켰다.
“그나저나 저건 뭐야?”
“아무래도 주최 측의 장난질인 모양이지.”
“제정신이 아냐...”
“뭐 그러니 수호대 아니겠어.”
어이없어 하는 희연을 달래듯 성태는 말했다.
원래 실력에 자신 있는 놈들은 터무니없는 일을 자주 저지르곤 하는 법이다. 바로 지금처럼. 하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일반 학생들을 노린 것이 아니다.
미쳤긴 하지만 노리고 있는 건 알만했다.
알파메일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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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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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