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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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7화
17화 본고사장(2)
정형구는 한 방안에 들어갔다.
벽면 가득히 수백 개의 화면이 들어차 있는 방이었다.
그 화면 앞에 여러 오퍼레이터가 앉아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오퍼레이터의 대장 쯤 되는 사람 곁으로 다가가 그 많은 화면을 슬쩍 바라보면서 정형구는 물었다.
“상황은 어떤가?”
“대체로 예측한 대로입니다.”
남자는 지루한 표정으로 답했다.
화면을 무표정하게 보고 있는 남자의 눈동자는 끊임없이 흔들렸다. 기실 이 남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저 수백 개의 화면을 모조리 다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의 이름은 신문석.
수호대의 선생 중 하나다.
특이하게 전투능력보다는 탁월한 인지능력을 사용해서 전투를 보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시야에 잡힌 적은 설령 데몬 프린스라고 해도 약점을 폭로당하고 만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만큼 어마어마한 인지력과 특이한 스킬을 겸비하고 있다.
“흠, 공주님이 일등이란 소리군.”
정형구는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공주님.
그것은 이혜선을 말한다.
이씨 가문 가주의 자식들은 사실상 한국의 왕족이나 마찬가지니 저런 별명도 어울린다.
“네. 그리고 예전부터 주목하던 후보생들이 약진하고 있지요.”
마찬가지로 별로 재미없다는 투로 신문석이 말했다.
예전부터 인재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다.
천재로 알려진 학생이라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는 건 과거도 그랬다.
하지만 뛰어난 헌터 후보생은 지금에 와서는 그런 차원을 넘어선 존재가 됐다. 그들은 국가, 인류의 보물이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게 그들 하나하나가 족히 수백만, 어쩌면 수천만의 목숨을 지탱하고 짊어진다.
그러니 수호대에서 미리 촉망받는 후보생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호대의 합격생들은 사전에 거의 결정되다시피 하는 편이었다. 수호대에서 편의를 봐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일단 상위표 보여줘.”
“네.”
정형구의 말에 신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정형구가 보는 화면의 앞에 홀로그램으로 된 표가 하나 떠올랐다.
2-25
24-24
144-23
111-21
200-20
313-19
300-19
411-17
480-15
520-10
상위자 10명의 점수표였다.
아직은 섀도 비스트가 고작이니 저 점수가 모두 쓰러뜨린 적의 숫자였다. 정형구는 그걸 흥미롭다는 듯이 보면서 말했다.
“2번이 공주님이겠고, 24번이 창 쓰는 놈인 모양이고... 144번이 그 마나 잘 올린다는 놈인 모양이군.”
“맞습니다.”
“나머진 뭐지?”
“화면 열겠습니다.”
“부탁하지.”
정형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3위까지는 유명하니까 예측할 수 있지만 그 아래쪽은 사실 변수도 많고 해서 알 수 없다. 신문석이 홀로그램 옆에 새로운 화면을 연달아 띄웠다. 각자의 배지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가 전달하는 현장 영상과 개개인의 인물사진이었다.
4위의 얼굴을 보고 정형구가 의아한 표정이 됐다.
“흠? 111번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한창 섀도 비스트를 상대로 날카로운 검을 날리고 있는 영상을 보면서 정형구가 말했다. 그 영상 옆에는 눈에 띄게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얼굴이었다.
4위에 그가 모르는 얼굴이 올라온다는 것은 확실히 특이한 일이다.
“111번은 부산의 비연 길드의 후계자입니다.”
“아, 거기 말이군. 요즘 별 볼 일 없던데.”
희연과 별개로 비연 길드는 나름 명성이 있다.
다만 갈수록 죽어가는 길드라는 평가지만.
“딸아이는 대단히 재능이 있다더군요. 이번에 운이 좋아서 3000포인트 정도의 마나 중석도 얻었고. 그 성과를 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 해도 이건 놀랍군. 상위 세 사람에 버금간다니.”
“그렇죠.”
신문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희연이 수호대에 입학하게 될 거란 건 미리 정보가 들어왔다. 마나 중석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에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고성적을 낼 줄이야.
정형구가 이어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480번도 특이해.”
“박수천 말이시군요.”
“그래. 종종 마법을 쓰는 헌터가 있긴 했지만 이건 아예 전문화한 것 같은데?”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 박수천이 전투를 마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영상을 보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는 적들을 향해 마나로 구성된 어둡거나 푸른 덩어리들을 연달아 쏘아 보내거나 마력으로 형성된 힘으로 적들의 움직임을 막아내는 방식의 전투를 했다.
전형적인 롤플레잉 게임의 마법사가 싸우는 방식의 전투였다.
마나를 스텟으로 바꾸어 육체를 강화해 직접 싸우는 방식이 현재의 주류다. 그 외의 방식은 다양한 스킬을 필요로 하는데 이 스킬을 모으는 데 필요한 시간이 적지 않고 스킬도 육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는 성장이 쉽지 않은 탓이다. 마법사의 성장에는 반드시라 해도 좋을 만큼 조직의 조력이 필요하다.
“네. 정말 희귀한 타입입니다. 하지만 좀 곤란하기도 하죠. 향후 어떻게 성장해서 팀을 짜야 할지 대책이 안 선다고 할까...”
희귀한 만큼 팀을 짠다든가 하는 합동 운용 역시도 쉽지 않다. 경험이 다들 없어서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도 잘 모른다.
정형구가 코웃음 쳤다.
“그런 건 벌써 걱정할 필요 없어. 정 어려우면 아예 특별히 팀을 만들어서 다른 나라와 교류해서 써먹기라도 해도 되는 거고. 저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제대로 운용하는 놈들은 어마어마한 전과를 낸다면서?”
“그렇긴 하겠지요.”
신문석도 그건 인정했다.
마법사 헌터 가운데서도 제대로 된 스킬과 능력을 가지고 팀을 짜서 활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들의 경우 팀의 전력을 두 배 세 배로 강하게 해 준다 할 정도로 강력한 시너지를 보여준다.
당장 좀 운용하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버려두기엔 정말 찬란한 가능성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진짜 수호대에 걸맞은 인재다. 갈고 닦아 진정한 거목으로 키워내야 할 테니까.
이어 정형구가 보는 것은 마지막 번호였다.
“그런데 520번은 뭐야?”
순위 10위를 보는 정형구의 미간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10위면 스치듯 듣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이놈은 완전히 무명이었다.
“강성태라는 놈입니다.”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과거 성적도 조회해 보니 기껏해야 하급 헌터 수준이었는데... 최근 급격히 성장했더군요.”
신문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비교적 후보생들에게 무관심한 정형구는 물론이고 이 강성태라는 후보생은 신문석에게도 알려진 게 제로였다. 부랴부랴 새로 조사했는데, 그래서 알게 된 건 더 어이가 없었다.
완전 3류.
헌터로서 겨우겨우 소모품이나 할 수 있을 재목이었다고 한다.
그런 놈이 갑자기 수호대의 본고사 실전 시험에서 10위라니.
“그런 경우가 있나?”
“아주 없진 않죠. 던전에서 운 좋게 뭘 건지거나 하면야. 김희연이 3000포인트짜리 마나중석을 얻은 던전에 같이 말려들어갔었다고 하니까요. 던전 수준에 비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의 보상이었습니다.”
“흠, 거기가 아주 보물창고였던 모양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간혹 그런 던전이 있다.
마치 초보자를 위해 선심을 쓰듯이 아무 것도 아닌 던전인데 대단한 보상을 제공해서 지역적인 파워 밸런스를 뒤흔드는 경우가.
그것도 그런 던전에 속했던 게 아닐까.
“......”
그러나 강성태를 향하는 정형구의 시선은 여전히 의혹을 품었다.
전투 장면을 계속 보면서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이상하게 너무 노련한데. 이 새끼 실력을 감추고 있는 건?’
정형구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지금 강성태의 싸우는 모습이 마치 어마어마한 실력자가 실력을 감추고 어설프게 적을 상대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서다.
아니 정확히는 잘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여겨졌다.
다 알면서 일부러 어설프게 피하고 어설프게 공격하는 것 같은 그런 묘한 여유가 느껴졌다. 하지만 정형구는 결국 곧 고개를 젓고 말았다.
‘아니, 내 착각이겠지. 아무리 저놈이 특이해서 설령 전생부터 싸워왔다 해도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리는 없단 말이야.’
준비한 몬스터라고 해도 싸우면 위험한 적이라는 건 틀림없다. 그런 적을 상대로 정형구 수준의 초강자의 안목을 속이는 헐렁한 싸움을 절묘하게 연출한다는 것은 이제는 사라진 오스카상을 십년쯤 연속으로 받을 대배우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저 강성태라는 후보생의 마나량은 불과 2000이라는데, 그 정도 마나로는 제 아무리 잘났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정말 그런 게 가능하다고 치면...’
오싹한 전율이 정형구의 등골을 타고 올랐다.
정말 그렇다고 치면 그 자의 실력은 대체 어떤 정도란 말인가?
어쩌면 인류 최강의 헌터로 지금도 칭송받고 있는 이씨 세가의 시조, 대종사 이건에 비할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자신의 생각에 정형구는 피식 웃었다.
“뭐, 좀 더 두고 보도록 하지.”
“네.”
신문석은 동의했다.
정형구가 화제를 바꿨다.
“아, 그리고 그거 준비는 다 됐나?”
“물론입니다. 언제든 명령만 하시면.”
신문석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형구는 빙긋 웃었다.
“올해는 좀 썼으면 좋겠군. 공주님도 왔으니 말야.”
“왕자님 때도 썼으니까 공주님 때도 쓰겠죠.”
기껏 준비한 ‘이것’은 아무래도 수험생들이 감당하기에 버겁다. 때문에 좀 특별한 애들이 올 때만 사용한다. 삼년 전에 한 번 썼고 작년엔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올해도 귀한 후보생이 왔으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점수를 봐서의 이야기긴 한데, 설마 이씨 가문에서 허약한 병아리를 내놨을 리는 없는 일이다.
“뭐, 그러길 바라네. 안 그러면 공들여서 준비했는데, 아깝잖아.”
“아, 또 표정관리 안 되시네.”
신문석이 혀를 찼다.
정형구의 표정이 사악해져 가는걸 봐서다. 킬킬 웃으면서 ‘그것’을 사용할 순간을 기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신문석은 한숨 쉬었다.
“잘난 애들 괴롭히는 거 너무 좋아하신다니까.”
그렇게 말하는 신문석도 기대에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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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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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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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