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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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5화
15화 대입시험(4)
성태는 빙그레 웃었다.
희연은 그의 웃음을 접하는 순간 숨이 막혔다. 그의 기도가 무게를 가지는 것처럼 자신을 깔아뭉갠다고 느껴졌다.
성태는 희연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너한테 내가 전에 뭐라고 했지?”
“세계를... 구할 거라고.”
“그런데 이씨 가문 따위에 움츠러들 사람으로 보여?”
“그 그렇진 않아.”
희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했다.
이씨 가문은 확실히 대단하다.
하지만 그런 이름에 위축되거나 경외되기에 성태는 너무 크다. 이것은 편향된 생각일 수도 있지만 희연은 이씨 가문보다 어쩌면 성태가 더 거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성태의 속삭임이 이어졌다.
“그래. 그리고 너는 그런 남자의 것이야. 저 계집애가 다소 잘났다고 해서 알아서 굽신거릴 필요는 없는 거야.”
희연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졌다.
성태는 그녀가 혜선을 거론하면서 저도 모르게 경어를 썼던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희연이 굳이 말을 높여야 한다면 그 대상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희연은 만족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으면 됐어.”
성태의 말에 희연은 애정 어린 미소를 보였다.
거기서 희연의 말은 일단 끝났다. 그녀가 성태에게 우선 먼저 설명해 둬야 한다 생각해둔 이들은 모두 소개를 끝낸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알고 있는 성태의 입장에서 보자면 저들 세 사람으로 이 곳에 주목할 만한 후보생이 누가 왔는가 이야기를 끝내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않다.
최소한 하나, 더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성태의 눈이 부지런히 본고사장을 훑었다.
곧 그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여기 틀림없이 있을 텐데 찾는 이의 모습이 쉽게 보이질 않아서다. 그가 알고 있는 목표의 모습은 미래의 용모이기 때문에 사실 전혀 이렇다 할 유명세가 없는 지금은 찾기 어려운 것도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아. 저깄군.’
성태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겨우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인진 모르겠다만 수십 년 뒤하고 지금하고 분위기는 판박이네.’
성태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바라보는 쪽에는 한 청년이 움츠러든 자세로 앉아 있었다.
마치 주변을 두려워하는 듯이 이리저리 바라보면서 불안하게 발을 떨고 있는 모습이 심하게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박수천’
박수천.
왜소하고 음침해 보이는 저 청년의 이름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최고의, 그리고 최악의 천재.’
성태가 수호대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 가운데 20% 정도는 바로 저 불안해 보이는 소년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 그리고 최악의 천재.
‘지금 다시 생각해도... 끔찍했다. 설마 데몬 프린스를 잡아먹어 버리다니.’
저 청년이야 말로 미래에 데몬 프린스 중 하나를 잡아먹어 그 힘을 제 것으로 하고, 아크 데몬과 함께 그 강대한 악마의 힘을 인류에게 향해 수천만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배신자다. 저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결코 손잡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세계의 열강이 손잡았고, 움직이지 않던 최강의 헌터들이 움직였다.
그러고도 엄청난 피가 흘렀다.
물론 일이 그렇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는 순수한 인간이 아니라 고위 악마와 인간의 혼혈이었다.
정말 극히 희귀한 존재다.
그리고 그 때문에 끊임없이 악마의 유혹을 받고 있었다.
타락에 대한 권유라고 할까.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박수천은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악마의 본능과 싸워야만 했다. 사실 그것은 일상생활에도 항상 그를 유혹하며 파괴나 살육을 유도하려 했다. 단지 정도가 약할 뿐이다.
그걸 생각하면 참극의 때까지 버틴 것만 해도 용하다.
한데 이런 의미에서는 오래도록 참고 버텼던 그의 근본적인 선한 성품이 큰 비극을 비룬 셈이다. 일찍 타락 했다면 쉽게 처리했을 테니까.
그리고 이런 사정으로 인해 그는 소극적이고 어두운 성격이었는데, 거기 더해서 일종의 악마의 아우라가 그의 주변에 은은하게 드리우게 된다.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박수천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불쾌하다’고 느끼게 되는 정도의 아우라였다.
박수천은 격세유전으로 인해 악마의 힘이 깨어난 존재다.
그의 본래 집안은 결코 잘사는 집안이 아니었다.
이런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저런 성격과 특성을 갖추고서 헌터 후보생이 된다면?
‘...참혹하게 당하게 되는 거지 뭐.’
성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란 잔인한 존재다.
그들은 상대를 배려할 줄 모른다.
이런 시대가 되면서 더욱 그 잔인함은 더해졌다. 교실은 작은 사회가 되어 폭력을 통해 위아래를 강력하게 나누었다. 영규 같은 놈의 존재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곳에서 박수천이 당할 꼴이란 건 뻔하다.
그는 고립됐고, 경멸당했고, 얻어맞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인간에 대한 증오를 배운다.
그나마 그를 지켜준 것은 그의 머리가 놀랍도록 좋았다는 것과, 그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혼혈로서의 특성이 가져다 준 여러 헌터로서의 장점이었다.
그는 악마의 혼혈로서 마도에 대한 몇 가지 스킬을 타고 났고, 이것을 사용해 어느 정도 자기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스킬의 진정한 힘과 마도에 대한 그의 재능은 단순히 몸을 지킬 수 있는 범주의 것이 아니었다. 수호대에 들어올 정도로 뛰어난 성과를 보이게 됐다는 점에서도 그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이후 드러난 바에 따르면 그런 것은 가소롭다.
그의 힘과 재능은 과거 세상을 바꾼 위업을 세운 헌터들에 비길만한 것들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 힘의 근원이 악마에 있기 때문에 그 힘의 성장과 더불어 수천을 향한 내부의 유혹 역시 강렬해져만 갔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어두운 경험과 그 자신의 힘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로 인해 그는 더더욱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성품이 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결국 도쿄 참극으로 이어졌지.’
도쿄 참극.
수천이 데몬 프린스를 흡수하고 인류를 향해 그 힘을 겨냥한 사건의 이름이다.
본래는 도쿄 상공에 데몬 프린스가 아크데몬과 함께 나타난 것을 처리하기 위해 한국에서 조력 차 보낸 헌터의 하나였던 것이나...
그 곳에서 박수천은 풍선이 터지듯 그 자신의 재능과 힘이 한꺼번에 폭발해 그 자신이 데몬 프린스를 잡아먹고 새로운 데몬 프린스가 되어 버리고 만다.
당시의 피해가 얼마나 컸던지, 사실 성태가 알고 있는 미래의 결정적인 사건이라 하면 도쿄 참극을 빼놓을 수가 없다. 당시에 세계의 촉망받던 헌터들이, 그리고 그때까지도 수호자나 마찬가지로 활동하던 헌터들이 무수히 죽었고, 던전을 통한 몬스터와 데몬의 침공을 제대로 막을 수 없게 되면서 그제까지의 모든 시스템이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성태가 알게 되는 파국이 다가온다.
‘여러 가지로 아까운 놈이야.’
과거를 되새기고 성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박수천 개인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선량하다.
악마의 자식으로 내면의 유혹을 받았고, 사회적으로 학대를 당했으면서 한국 최강의 헌터로 성장하기까지 그로 인해 그리 성품이 망가지지 않았다. 그냥 좀 사람이 음침하단 정돈데, 힘을 가진 개인이, 박수천 같은 과거를 지니고서 남을 괴롭히지 않고서 그 정도에 그친다는 건 정말 타고난 선인이란 말이다.
그러나 그건 폭탄의 화력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해서...
결국 도쿄 참극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내가 어떻게든 해야겠지.’
성태는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쓸 만한 인재는 이용해야지.’
박수천이라는 폭탄이 폭발하는 것은 성태의 입장에서도 매우 곤란한 일이다. 아니 그 전에 박수천의 힘과 가능성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그가 폭탄이 되도록 놓아둘 생각은 없었다.
그런 계획을 세우고 성태가 후후 웃고 있으려니 희연이 다시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는 사이 본고사장의 강단 위로 사람이 올라왔다.
그가 올라오는 순간 본고사장이 조용해졌다.
드디어 본고사가 시작되기 때문이기도 했고, 단상 위에 올라선 이에게서 느껴진 위엄 때문이기도 했다.
200이 넘을 듯이 큰 키에 메마른 몸이었다. 하지만 팔 다리가 이상하리만치 길었고, 허리춤에는 그 키에 어울리는 긴 검을 두 자루 매고 있었다.
몸 전체에 스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는데, 근처에 가기만 해도 그 기운에 베일 것 같기도 했다. 나이는 상당히 많은 듯, 얼굴에는 풍상의 흔적이 많았고, 그 풍상보다도 많은 전투의 흔적이 있었다.
정형구.
단상 위에 올라선 남자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는 현재 한국 최강의 헌터 중 하나였다.
이씨 가문의 유력한 동맹 헌터 길드인 인천 길드의 원로로 쾌검에 관한 한 세계 제일의 권위자 중 하나로 평가해도 무리가 없다는 강자 중의 강자!
그의 보유마나는 24000.
민첩과 힘을 동시에 6할 5푼에 이르기까지 변환할 수 있다고 하는 그의 독자운용법은 최고의 쾌검을 동시에 중검으로 만든다.
때문에 그의 별칭은 절대예도.
못 베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절대예도 정형구의 검은 일격에 구세대 탱크조차 베어버린 적이 있으며, 여러 차례의 전투에서 증명된 바에 따르면 아크데몬조차 정통으로 그의 검을 받으면 버틸 수 없다! 단순한 피부가 아니라 십수 겹의 마법적 결계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그 강대한 존재들이 말이다.
그는 현재는 인천 길드에서 형식적으로 물러나고 이렇게 수호대에서 선생 노릇을 하는 중이다. 절대예도 급의 강자에 대해서는 나라에서 강사복무가 의무화 되어 있다.
그 정도 강자가 전투 노하우를 혼자만 습득하고 죽어버리거나 하면 국가적인, 아니 인류적인 손실이라는 이유에서다.
과거 한국의 징병제처럼 시급 400원의 열악한 대우도 아니고 각종 혜택도 좋은 편이라서 여기 해당되는 이들은 투덜대면서도 그래도 협력해 주는 편이었다.
일단 수호대의 선생으로 재직한다는 것은 한국 최강 중 하나라고 공인 됐다는 뜻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아, 잘 되나? 음, 잘 되는군.”
정형구는 우선 마이크를 툭툭 쳐서 성량을 확인한 다음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반갑다. 제군. 올해도 한국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개인의 영달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많은걸 보니 무척 기쁘다.”
조롱으로도 들릴만한 신랄한 첫 마디였다.
‘역시 솔직한 아저씨로군만.’
정형구의 독설은 유명하다. 해병대 교관타입의 선생이기도 해서 본격적으로 그에게 훈련을 받게 되면 헌터로서의 실력보다 욕을 더 많이 배울 거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성태는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
“수호대는 너희의 야망과 욕망을 실현시키는 데 최고의 발판이 되어 준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너희가 욕심을 위해 이 곳을 선택한 만큼 우리 역시 어중이떠중이를 여기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모두들 눈을 번뜩이면서 정형구의 말에 집중했다.
다들 자기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품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정도에 기가 꺾일 리 없는 이들이었다.
“최고 중의 최고만이 여기 들어올 자격이 있지.”
그 최고가 내가 될 것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의 눈이 그걸 말하고 있었다.
그 눈빛이 마음에 든 듯이 한 차례 학생들을 쭉 훑어보고는 정형구는 몸을 폈다.
“긴말하지 않겠다. 지금부터 그 최고를 뽑는 시험을 치르도록 한다. 따라와라.”
그는 단상에서 내려와 본고사장을 나섰다.
학생들은 차례로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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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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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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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