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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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4화
14화 대입시험(3)
생긴 값을 하는 놈으로 유명했다.
그러니까 여자들과 많이 놀아났다.
젊은 시절 허덕대며 살았기 때문에 성태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야말로 흙수저의 삶! 그런 의미에서는 매우 미운 놈이었다.
“응. 역시 아는구나. 블링크 스킬이 있어서 근접전에서 아주 강하다고 해. 게다가 창술에 있어 벌써 초일류의 프로 헌터급에 도달했을 정도라고 하니까. 실제로 대련에서 일류급의 헌터는 어렵지 않게 이긴다고 해.”
블링크 스킬은 짧은 거리의 순간이동이다. 마나를 사용해서 반짝이듯 위치를 바꿀 수 있는데 덕분에 근접전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우위에 설 수 있다. 상대의 예측을 완전히 벗어난 움직임으로 공격이 가능하니까.
성남경의 집안에서는 이 블링크 스킬이 담긴 마법석을 오래전에 얻었으나 아낀 채로 쭉 쓰지 않았다. 블링크 같은 고급 스킬은 한평생 던전에 몸담아도 구하기 힘든 것이다. 그의 집안은 본래 길드를 운영하다가 몰락한 마스터 출신이었다.
집안의 부흥, 그러니까 집안의 길드를 부활시키는 것이 오랜 염원이었던 만큼 그 고급 스킬석을 애지중지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성남경이 태어났다.
그의 천재적인 전투센스는 금세 세간의 화제를 모았고, 날이 갈수록 발전해 나갔다.
성태도 성남경 만큼 뛰어난 전투센스를 타고난 헌터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모른다. 전투기술만 따지자면 데몬 프린스에 버금갈 정도였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성태’ 본인은 제외한 것이지만.
어쨌건 그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였다. 성남경의 집안에서는 그에게 블링크 스킬을 부여하기로 결정한다.
그 결정은 매우 현명했던 것으로 드러난다.
경험과 재능이 겹쳐 성태가 아는 미래에서 성남경은 환골탈태를 거칠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하는 헌터가 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헌터인 셈이다. 덕분에 다시 길드를 만들어 크게 부흥시키는 데 성공한다.
“신세도 기구하고 말이지.”
혀를 차며 성태가 말을 더했다.
희연이 성태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약간 난처하게 성태는 말을 얼버무렸다.
사실은 미래에서 왔습니다! 같은 건 설명할 도리가 없다. 설명해 봐야 귀찮기만 하고. 희연은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잘못 들었으려니 하고 다른 이를 찾아 나섰다.
진짜 중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한데 희연이 본고사장을 둘러봐도 찾는 이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래?”
“아니, 틀림없이 있을 건데 안 보여서...”
희연이 약간 당황하며 답했다.
설마 여기 오지 않은 걸까?
그럴 리가 없는데.
실력이나 입지만 보자면 물론 수호대에 오지 않더라도 별문제가 없는 최고의 천재이기는 하지만 오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들이 이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화 되어 있는 일인데...
술렁.
갑자기 본고사장이 술렁였다.
뒤쪽에서부터 파도가 치듯이 술렁임이 전파되었다.
희연이 뒤를 바라봤다.
“아, 오셨다.”
“저 녀석은...”
성태도 봤다.
보는 순간 왜 희연이 말을 높였는지도 이해했다.
움직이기에 편하도록 개량된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허리춤에 검을 찬 늘씬하게 아름다운 소녀였다. 정말로 아름다운 소녀였다. 희연도 아름답지만 저 소녀에 비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다소 처진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소녀의 가장 특이하고 놀라운 점은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주변을 아우르는 위엄, 혹은 기품이라 할 것이 보통이 아니었다. 아직 스물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은 도도한 절대자의 위엄이 이미 그녀에게는 도사리고 있었다.
그 오연한 기도를 보여주듯, 그녀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모였다는 이 곳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조리 흡수하면서도 그 어떤 이의 시선에 대해서도 눈길을 되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곳에 있는 듯 빈자리를 찾아가 앉은 것이다.
“역시 아무리 너라도 해도 저 사람은 아는구나. 하지만 말 조심해. 이씨 가문의 한 사람이니까.”
희연이 경외를 담아 충고했다.
“이씨 가문이라.”
이씨 가문.
지금의 한국을 만든 가문이라 해도 좋다.
몬스터가 나타나고 헌터가 속속들이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은 극심한 혼란기에 접어든다. 그리고 한 불세출의 천재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이건이다.
이후 대종사라고 불리게 되는 헌터다.
신의 사랑을 받은 듯한 자질에 놀라운 행운이 여러 차례 겹치면서 그는 가히 인간이되 신이라 할 만한 높이의 무력을 소유하게 된다.
전성기 그의 보유 마나는 55000.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헌터 중 하나임에 틀림없는 수치였다.
게다가 저런 어마어마한 마나가 오히려 부족할 정도로 압도적인 전투센스를 자랑하는 기교파이기도 했다.
결코 힘에 기댄 무식한 무투가가 아닌 것이다.
그걸 증명하는 싸움이 있다.
서울대격전.
학살을 위해 방문했던 데몬 프린스와 그 휘하 8대 아크 데몬을 이건이 홀로 막아선 싸움이다. 그리고 악마의 귀족 아홉은 그에 의해 몰살당했다.
역사에 남아 칭송되고 있는 싸움이다.
일주일에 걸친 그 싸움의 흔적은 아직도 남아 당시의 장절했던 싸움을 상상하게 하고 있었다.
도시 하나의 넓이에 걸쳐 펼쳐진 어마어마한 폐허!
그 폐허의 곳곳에 남아 있는 크레이터는 큼지막한 운석이 떨어져 생긴 것 같지만 실은 데몬 프린스와 이건의 힘이 충돌한 결과였다. 그것은 헌터의 시대가 열리고 어째서 기존 군사 시스템이 폐기될 수밖에 없었던 지를 설명해줬다.
그런 힘을 갖춘 사람이었던 만큼 그는 당시 한국을 뒤덮던 혼란을 종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길드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정립해 치안을 안정화함으로써 한국은 혼란에 빠져든 여러 국가들 가운데서 빠르게 정상을 회복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은 이씨 가문의 지도 아래 그 우위를 이용해 세계적인 선도 국가로 오늘에 이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씨 가문이 오늘날에도 당시의 지위와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선조의 공에 기댄 것이 아니다.
헌터로서 이건의 자식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불세출의 천재였던 것이다.
그의 자손들은 누구나 몇 가지 자질을 타고 태어난다.
대표적으로 나열하면 이런 것이다.
첫째로, 마나의 변환 효율이 지극히 높다.
마나 100을 투입해 100이 나오면 표준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보다 높거나 낮은 효율로 변환되는 이들이 있다. 이씨 세가의 자손들은 보통 110정도의 효율로 마나를 사용한다. 즉, 그들이 100의 마나를 투입하면 110정도의 마나로 스텟을 보조한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의 독자 마나운용법은 대단히 효율이 높아서 극치에 이르면 8할에 달하는 효율을 보인다. 사실상 이씨 가문 내에서 정점에 이른 헌터라면 투입 마나의 90%에 가까운 마나를 스텟으로 변환 가능한 셈이다.
둘째로, 마나의 성장이 빠르다.
앞선 최연우가 그런 것처럼 마나수용량을 늘리는 데 필요한 마나량이 적고, 마나량을 늘릴 때마다 늘어나는 양은 많다.
사실 이씨 세가의 혈족에 한정해 이건 그렇게 큰 장점은 아니다.
이들의 힘과 권위는 너무나 커서 마나수용량을 키우는 데 마나중석을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나중석의 효과는 사용자의 마나수용량이 커질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자면 역시 대단한 재능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전투센스가 탁월하다.
천성의 감이라고 할까.
무술을 익히면 그 무술을 응용해서 실전적으로 소화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형식을 금세 뛰어넘는 것이다.
황당하달까, 그 당연한 귀결이랄까. 이씨 세가의 전용무술은 그런 이씨 세가의 혈족들에게조차 버겁고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점정에 있는 것이 ‘수호무비守護武秘’라는 대종사 이건의 무론武論이다. 자세나 운동의 형태가 아니라 개념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는 그것의 응용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그런 만큼 차라리 철학서에 가깝다는 평가다.
어쨌건 그 수호무비는 조건을 갖춘 헌터라면 누구나 열람 가능하도록 공개되어 있으나 그걸 익혀 성공하는 건 역시 이씨 세가의 혈족들뿐이다. 그만큼 그들 혈족의 전투 센스는 타고난 것이다.
성남경과 마찬가지다.
다만 성남경이 가문의 로또였다면, 이씨 세가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야 말로 천재의 가문!
“...전에도 봤지만 정말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분이셔.”
꿈을 꾸는 듯이 희연이 지금 들어온 소녀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그래. 정말 그렇지.”
성태도 어느 정도 동감했다.
이혜선.
현재 이씨 세가의 장녀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예전부터 무척 유명했다.
하지만 아름다움 이상으로 천재성이 더욱 유명했다.
완벽한 천재.
그것이 저 소녀에게 주어진 별명이다.
과거의 성태와는 별로 좋은 인연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서로 성격도, 입장도 꽤나 충돌했었으니까.
“......”
하지만 지금이라면 어떨까?
그녀의 입장을 알고,
추구하는 바도 알고,
이뤄줄 힘도 지금은 있는데.
‘재밌겠는데.’
성태는 살짝 입술을 혀로 핥았다.
성태의 생각이 거기서 끊어졌다.
자신을 뚫어져라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 희연의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왜 그래?”
“흥.”
성태가 묻자 희연은 답 대신 짜증을 냈다.
성태도 바보는 아니다. 희연이 왜 저런 태도를 보이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자길 놔두고 다른 여자에게 너무 시선을 주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리라.
“자기가 이쁘다고 해 놓고선.”
성태는 투덜댔다.
물론 그렇긴 하다.
희연조차도 혜선의 아름다움에는 경외를 보냈으니까.
하지만 역시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를 보면서 그 여자의 미모에 감탄하는 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성태는 그런 마음을 읽고 달래듯이 빙긋 웃으면서 삐져 있는 희연에게 말했다.
“하지만 뭐, 굳이 한마디를 더 한다면 너도 별로 밀리진 않지.”
“어, 엎드려 절 받는 꼴은 별로...”
투덜댔지만 성태의 말이 기분이 나쁘진 않은 모양이었다.
성태가 희연에게 몸을 살짝 기댔고 그녀의 귓가에다 속삭이듯 말했다.
“진심이야.”
“으으......”
희연의 얼굴이 붉어졌고, 그녀는 아무 말도 못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꼼지락 대는 모습에서 기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게 뻔히 보여서 성태는 귀엽다고 느꼈다.
“하지만 뭐 이쁜 건 그렇다 치고... 음, 역시 한눈에 알겠어. 센데.”
성태는 다시 혜선에게 시선을 주고 그녀를 살피면서 말했다.
“역시 그렇지?”
희연은 단정하게 앉아 있는 혜선의 모습이 고아하고 아름답다 여긴 게 전부였지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고 있다. 성태의 실력을 생각하면 그의 안목이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실력을 어느 정도 읽어냈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여긴 것이다.
“천재의 가문으로 유명한 이씨가문에서도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천재 중의 천재니까.”
천재의 가문으로도 유명한 이씨 가문에서도 이혜선은 특별하다.
황당한 것은 그 이혜선조차 실은 열등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열등감은 이씨 가문 안쪽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게다가 마나에 대한 자질이 엄청나서 최연우처럼 반의 반절까진 아니라 해도 반 정도는 되는 것 같고... 여러모로 정말 타고난 가문이야.”
“괜히 천족 같은 말로 불리는 건 아니지.”
천족.
하늘의 일족이란 뜻.
이씨 가문은 그런 별칭이 어울린다.
“맞아.”
“하지만 기껏해야 우리 동년배일 뿐이기도 하지.”
코웃음 치며 성태는 혜선을 별 것 아니라는 투로 깔아뭉갰다.
놀라워하는 희연의 시선이 성태를 향했다.
“......”
“왜?”
“이씨 가문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알파메일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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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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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