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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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0화
10화 함정(4)
“뭐 하는 놈이냐?”
심호흡을 하면서 마나로 전신을 채우고 성만길은 호랑이처럼 물었다.
보통은 그의 기세를 접하면 부들부들 떨면서 답하게 되기 마련.
물론 성태하고는 인연이 없는 이야기다.
“네놈이 알바 아니지.”
“이 새끼가...”
새파랗게 어린놈이 유들유들하게 자신을 조롱하면서 대거리 하는 꼴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분노에 이를 갈면서 성만길은 양 주먹을 꽉 쥐었다.
귀신이 나타난 것 같은 위압감이 그의 거체에서 뿜어졌다.
성태는 가소롭게 그를 쳐다봤다.
“너야말로 창피하지 않냐? 쓰레기 같은 게 여기 헌터들을 매수해서 어린 애를 함정에 몰아 기습하고, 아예 더러운 짓을 한 다음에 죽이려 한다라... 진짜 나 같으면 자살한다.”
성태가 한 말에 성만길은 움찔했다. 아무리 뻔뻔하다 해도 지금 성태가 한 말에는 적잖게 찔리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희연도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연수에 투입된 헌터팀을 저들이 매수해서 그녀를 함정에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에게 단독행동을 하도록 하고 호각을 불어도 응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그 호각은 오히려 그녀의 위치를 이들에게 알려주는 표식이었을 것이다.
“네까짓 게 함부로 지껄일 일이 아니다!”
“자식새끼가 쓰레기면 부모도 쓰레기라더니 참 그 말 그대로군.”
성태는 가소롭게 성만길을 노려보며 코웃음 쳤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이...! 자식의 복수를 하는 것은 부모의 권리다!”
고금을 통틀어 죄지은 자가 잘못했다고 나서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자식 잘못을 변호하기 위해 나서는 부모의 경우 더욱 그렇다. 자식이 살인을 저질러도 그들의 눈에는 잘못을 한 게 아니다. 괜한 시비일 뿐이다.
“뇌가 썩은 돼지새끼가!”
성태가 눈을 번뜩이며 일갈했다.
“개소리도 듣자듣자 하니 정말 구역질이 나는군! 그 계집애는 내꺼다! 너 같은 개새끼가 건드리고 감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무, 무슨...”
성태의 외침에 희연이 당황했다.
“역시 여기저기 꼬리치고 다니는 창녀였군!”
성만길이 비웃으면서 성태를 향해 공격하려 한 순간이었다.
퍼억!
갑자기 울린 굉음.
그리고 순간이동을 하듯이 성태가 성만길의 앞에 어느샌가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성만길의 복부에 성태의 주먹이 꽂혀 들어가 있었다.
마치 바늘로 풍선을 후려친 것 같은 모습.
“개새끼가 어디 함부로 입을 놀려.”
“크, 크으윽...!”
격통에 입을 딱 벌리고 성만길은 그 자리에 무릎 꿇고 말았다.
그의 내려온 턱을 향해 성태의 발이 가볍게 날았다.
퍼억!
성만길의 턱이 수수깡처럼 박살나며 그의 거대한 몸이 옆으로 날아갔다. 바닥에 쓰러져 걸레처럼 꿈틀대는 성만길에게 성태는 차분하게 접근하며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바닥에 내 던졌다.
칼로 단숨에 멱을 딴다는 손쉬운 선택을 할 생각이 성태에게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으, 으으으으...”
단 이격에 전의를 잃은 성만길은 바닥을 기면서 성태와의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의 마나는 사천에 달한다.
체력과 힘에 집중해서 마나를 전환하는 운용법을 누대에 걸쳐 개발했다. 그것이 철권 길드이기도 했다. 변환율은 절반을 넘긴다. 방어에만 집중하면 체력만 이천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했다.
그 정도면 불사신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 방어가 아예 없는 것처럼 파괴됐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 방어를 뚫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인 것도 아니었는데. 아니, 그 전에,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이 성태가 이동해서 그를 공격했다.
성만길이 도저히 인식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단순히 마나가 강해서 스텟이 높고 특이한 스킬이 있어 그걸 잘 사용한다면 이해가 가능하지만 그것도 전혀 아니었는데...
‘마치 누볼...!’
누볼은 상급 던전에서 종종 나타나는 강력한 몬스터다. 대부분의 몬스터와 달리 데몬 프린스에게도 복종하지 않는다는 저들은 타고난 암살자로 기척을 숨기고 이동하다가 적의 허점을 한 순간에 찔러 적의 목숨을 끊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다고 한다.
어찌나 그 허점을 찌르는 능력이 강력한지 누볼은 자기들이 소유한 마나의 10배를 가진 적을 상대로도 이길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성만길은 과거 상위 길드와의 협력을 통해 상급 던전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그 누볼을 상대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악몽 같았다.
하지만 그 누볼조차도 사실 이 놈에 비하면 이해하기 쉬운 것 같았는데...
그러나 당황한 성만길은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그 성태가 성만길의 앞을 막고 있었다.
“자식새끼 제대로 교육 못해 사고 저지르다 뒈졌으면 창피한줄 알고 사과하진 못할망정, 참 수준하고는.”
“으, 으으...”
공포에 절로 떨면서 그는 고개를 들었다.
냉혹하게, 아니 즐기듯이 자기를 내려다보는 성태의 모습이 있었다.
성태가 그의 머리를 향해 발을 갈겼다.
“커억!”
퍽!
공처럼 그의 머리가 튕기며 성만길의 거체가 옆으로 굴렀다. 성만길은 얻어맞은 머리 부위를 양 손으로 감싸면서 끙끙댔다.
성태는 그에게 다가가며 웃었다.
“새끼, 벌써 우는 소리는.”
이어서 그가 발로 걷어찬 것은 성만길의 복부였다.
퍽!
“커억!”
퍽!
“아악!”
연달아 성만길이 성태에게 얻어맞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입으로 토악질을 했고 엉엉 울었다. 산처럼 큰 덩치의 남정네가 울면서 떠는 모습은 초현실적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그의 머리 위에 발을 올려 강하게 꾸욱 누르면서 성태는 그를 조롱했다.
“자,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어디 갔지?”
“사, 살려주게...”
성만길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그의 이런 모습을 보더라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성만길이라 하면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강자중 하나이며 그 강함에 걸맞은 마초스런 모습을 보여 왔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지금 이렇게 울며 목숨을 구걸한다니.
그러나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모든 허울이 거둬지기 마련이다.
“이제 좀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
만족한 표정으로 흐뭇하게 웃으면서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쩌나.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뭐-ㅅ?!”
성만길이 다급하게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성만길의 머리를 밟은 성태의 발에 힘이 더해졌다.
왼발에서 왼손, 그리고 심장에서 머리, 다시 심장으로 돌아와 오른손으로 흘러가고 거기서 빠져나와 왼쪽 다리로 흘러가며 치열하게 가속되고 집중된 마나가 성태의 다리를 흉기로 바꾸었다!
퍼억!
마치 연약한 수박을 깨부수듯, 성만길의 머리가 박살나며 피와 뇌수가 주변에 뿌려졌다. 머리를 잃은 거대한 성만길의 몸이 침 맞은 벌레처럼 파르르 떨다가 멈췄다.
성태는 무감각하게 그 시체를 넘어 자기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희연을 향해 다가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괜찮아?”
“덕분에요.”
그가 내민 손을 잡으면서 희연은 의연하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너무 큰 위기에 몰려 있던 탓인지 그녀의 몸은 아직 떨리고 있었다. 성태의 손으로도 그녀의 몸에서 일고 있는 작은 떨림이 뚜렷하게 읽힐 정도로.
성태는 그녀를 안았다.
“흠, 미안해.”
“미안해할 이유가...”
당황하면서도 성태의 포옹을 거절하지 않고 애써 논리적으로 희연은 대처하려 했다. 어린아이를 달래듯 성태는 이어 희연에게 말했다.
“좀 더 빨리 구했어야 하는데 널 팔아넘긴 헌터 새끼들을 먼저 처리하느라 조금 늦었지.”
희연은 스스로도 알기 어려운 감정에 소리 없이 울었다. 그리고 성태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성태는 가슴을 빌려준 채 그녀의 감정이 정리되길 기다렸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겨우 어느 정도 감정이 정리된 희연은 고개를 들고서 성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어떻게 자신이 이런 함정에 빠질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었냐는 물음이다.
그렇긴 하다.
심지어 성태는 이 연수의 참여자도 아니었다.
성태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냥 네 사정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 성만길 성격 더러운 건 널리 알려져 있고, 비연 길드에서 네 입지는 별로 안 좋고.”
“그래서 그들이 나를 노릴 거라고...?”
놀란 눈으로 희연이 성태를 바라보고 되물었다.
지금 성태 말대로라면 그는 희연의 연수마다 따라다니면서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지켜줬다는 말이었다.
당연하지 않느냐는 태도로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 일 없이 끝나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큰일이잖아?”
“그렇군요... 하지만... 정말 큰 신세를 졌어요.”
정말로 정말로 큰 신세였다.
그리고 이상하게 마음이 든든했다. 희연은 이제까지 세상에서 기댈 곳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 왔다. 아마 다른 사람이 그런 이야길 들으면 비웃거나 가소롭게 여길 것이다. 그녀는 많은 것을 타고 났으니까. 하지만 정작 희연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지가 않았다.
그녀는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이었다.
이렇게 자신을 지켜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고마웠다.
“후후, 그렇게 생각하면 그걸 갚으면 되지.”
“제안했던 대로 나보고 당신 부하가 되라는 건가요?”
희연은 되물었다.
성태가 성만길을 향해 희연을 내 것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조금 이상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희연은 그때 짜릿함을 느꼈다.
“아니야.”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희연은 눈에 띄게 실망했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여자라는 게 이번 일로 판명 나서 부하로 들일 가치도 없다고 여겨지고 만 것일까.
하지만 이어진 성태의 말은 놀라웠다.
“희연, 내 여자가 돼라.”
희연은 그의 놀라운 제안에 아무 대답도 못 한 채 입만 작게 벌렸다.
짜릿한 전류 같은 것이 그녀의 전신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성태는 말을 이었다.
“너 하나만 바라보고 산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나는 본래 호색한인데다가 정치적으로 스스로를 사용할 생각이기도 해서 여러 여자를 거느릴 생각이니까. 그러나 최고의 남자가 될 것은 맹세할 수 있다. 너의 앞에 드리운 것은 모두 치워주지.”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고 계시다는 것... 알고 있나요?”
성태의 웃음이 짙어졌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개소리를 당당하게 할 수 있어야만 이런 시대에는 진짜 남자인 법이지. 나는 남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개새끼에 욕심쟁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내 영역에 넣어 보호하고 지배하고 싶다. 네 대답을 듣고 싶군.”
“...알겠어요.”
놀라울 정도로 답은 쉽게 나왔다.
희연은 아마도 그가 영규에게서 자신을 구한 순간부터 이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던 것이라고 느꼈다.
“좋아. 이건 그 대답에 대한 내 선물이다.”
성태가 만족해 웃으면서 희연에게 뭔가를 건넸다. 마나중석이었다. 선뜻 이것을 자신에게 건네는 성태의 배포에 놀라면서 희연은 다시금 물었다.
“당신은 정말 누구죠?”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를 구할 남자지.”
농담처럼 속삭이며 성태는 희연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희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눈 감은 희연을 보면서 성태는 처음 계획했던 대로 자신이 이 소녀를 완전히 손에 넣었음을 느끼고 만족했다.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쳤다.
잠시 뜸을 들인 다음 성태는 희연에게서 얼굴을 떼어냈다.
희연의 얼굴은 부끄러움과 기쁨이 뒤섞인 상태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너를 안고 싶지만 여긴 자리가 별로군.”
성태는 그 모습에 무척 아쉽게 말했다.
한층 희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엉큼하군요.”
“그야 그렇지. 말했듯이 나는 여자를 좋아하거든. 하여간 일단 여기서 같이 나가도록 하자.”
“네.”
두 사람은 서로 떨어졌고, 성태는 검을 다시 주워 들고 석판 앞에 섰다.
희연이 그 옆에 마찬가지로 검을 들고 섰다.
둘은 동시에 검을 후려쳤다.
쾅!
거의 동시에 두 무기가 석판을 후려치자 육중한 문이 쿠르르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 너머로 넓은 보스 스테이지의 공간이 보였다.
“그럼 먼저 이걸 같이 처리해야겠군.”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고, 성태가 선두로 안으로 들어갔다.
크르르르르.
마수의 모습이 나타나며 그 포효가 날카롭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성태에게는 새끼고양이의 울음소리 비슷하게 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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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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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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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