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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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8화
8화 함정(2)
비연 길드의 사정에 대해 다소 아는 헌터들이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연 길드의 현 마스터는 여자를 좋아해서 여러 아내를 들였다. 헌터의 시대가 되고 남녀 상관없이 강자를 중심으로 중혼은 흔한 일이 됐다. 그리고 그 여자들이 낳은 자식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인류사의 가장 지루하고 뻔한 사건이다.
“자질은 계집아이가 더 뛰어나지만 실제 길드 내 지지 세력은 후처의 자식들이 압도적이라더니...”
“이런 방식으로 그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군요. 다른 조건은 없습니까?”
“중부 쪽 관리권을 넘기라는군.”
“중부라면...”
중부는 철권 길드와 비연 길드가 서로의 영역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길드의 관할권은 영지의 영토와 비슷한 것이기 때문에 격렬한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싸움을 줄이기 위해 중립지대로 설정했다.
이걸 완전히 넘기라는 건 정말 크다.
돈으로 따지면 족히 사업권으로 천억은 된다.
“제법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흥, 뭐 괜찮지. 이걸로 복수도 하고 비연 길드의 인재도 없애는 셈이니까 십년이면 부산 전체를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을 거다. 머저리 새끼들이 대가리가 되면 우리야 좋지.”
“마스터의 말씀대롭니다.”
“그렇죠.”
“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겁니다.”
성만길이 하는 말에 다들 동의했다.
실제 비연 길드는 현재 위세는 부산 제일이라지만 속은 썩어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다. 중견, 하급 헌터는 잘 갖춰져 있지만 길드의 얼굴이자 핵심이 될 상위 헌터가 별로 없고 그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헌터는 일반적인 사업이 아니다.
결국 누구라도 인정할 최고의 강자가 있어야만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성장된다.
그런데 그런 형편에 대단한 자질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희연을 내친다면...
그들의 미래는 없다.
“방법은 어떻게?”
“후후, 그것도 언급되어 있어. 적절한 던전을 마련해 줄 모양이군.”
“그럼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 이 계집아이에게 죗값을 치르게 해 줘야겠지!”
복수심에 불타는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성만길은 킬킬 웃었다.
아들의 원수를 갚고, 길드의 미래를 쟁취할 기회를 쥐었다는 생각에 그는 벌써부터 흥분해 전신이 뜨거워져 있었다.
******
연수 이후 학교에서는 본격적으로 대입 준비가 시작됐다.
대입 준비는 별 다른 것 없었다.
학생들의 경우 훈련과 병행해 지역 길드를 찾아가서 선배 헌터들을 도와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우선은 마나를 채우기 위해서다.
마나 수용량은 마나중석으로 늘릴 수 있지만 마나만큼은 직접 싸워서 늘려야 했다. 헌터의 시대가 열리고도 마나 자체를 회복시켜주는 아이템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마나는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었다.
때문에 제아무리 금수저라 해도 직접 싸워서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마나의 효율을 올리거나 타인의 마나를 흡수하게 하는 아이템 같은 것들은 있었다.) 그래서 마나는 지금 세계에서 풍족하지만 결코 풍족하지 않은 자원이 되어 있었다. 결코 얻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오로지 자기 피와 노력으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헌터 후보생들이 중고등학생 기간 동안 채우면 되지 않겠나 싶기도 하나 그들은 중, 고등학생의 기간 동안은 실습을 가지 않는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금수저이면서 자질 면에서 축복받은 헌터 후보생의 경우 방학 등을 이용해서 마나를 채우는 경우가 있지만 마나 자체는 꾸준히 던전 공략을 하면 대체로 큰 문제없이 한계까지 채울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굳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예외를 제외하면 중, 고등학교 생활 동안 후보생들은 주로 던전 공략에 앞서 다양한 몬스터와 던전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숙지하고 헌터로서 연계작전에 익숙해지기 위한 합동 훈련을 했다. 이것만으로도 중 고등학교의 6년이 부족하다고 할 정도로 배워야 할 것은 많았다.
그리고 첫 연수 훈련을 갔다 오고 나면 본격적으로 마나를 채우면서 대입 준비를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헌터로서 제대로 된 성장을 시작하게 된다.
금수저 헌터 후보생들은 이 시점에도 물론 많은 부분에서 다른 후보생들과는 차이가 크다. 그들은 자질을 타고난 경우가 많았고, 자질이 부족하다면 아이템으로 이걸 보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물론 아무리 금수저라 해도 마나와 스텟을 아이템으로 쑥쑥 올려 성장할 수 있을 정도인 경우는 드물다.
희연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그녀 역시 바지런히 연수를 다니면서 마나를 채우고 마나 운용법을 본격적으로 몸에 익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희연의 경우는 그래도 매우 큰 이득을 보면서 연수를 하고 있었다.
비연 길드의 입김이 닿는 길드를 이용해서 많은 편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강력한 몬스터들을 프로 헌터들이 거의 잡고 희연이 막타를 쳐서 보상을 몰아 받는다든가, 고레벨 던전을 강력한 헌터들의 보조를 통해 어렵지 않게 공략한다든가 하는 것이었다.
*****
부글부글.
공기가 뜨거운 던전이었다.
동굴 여기저기서 붉은 용암이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전형적인 화염계 던전이다.
그 뜨거운 공기 가운데서 한 무리의 헌터들은 거대한 불덩어리 형상의 인간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 불덩어리 형상의 인간들은 파이어맨이라 불리는 몬스터로 화염계 중급 몬스터에 속했다.
마나량은 500정도이고 스텟 중에는 힘과 체력이 매우 강했다. 몸이 불꽃으로 되어 있는 만큼 마나를 제대로 담은 공격이 아니면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까다로운 점이었다.
하지만 몬스터들을 몰아가는 헌터들은 제법 노련해서 한 사람은 그들의 주의를 끌고, 한 사람은 그들의 공격을 받고, 한 사람은 그렇게 해서 생긴 허점을 후려치는 식으로 파이어맨들을 어렵지 않게 압도해갔다.
그리고 파티를 이끄는 선두로 보이는 헌터가 외쳤다.
“아가씨, 거기!”
그의 외침에 따라 파티의 뒤에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한 인영이 움직였다. 그 속도는 가히 섬전!
이제까지 선두에서 파이어맨들과 상대하던 프로 헌터들과 비교해도 오히려 더 빠르다 싶을 정도였다. 그 인영은 약화된 파이어맨을 향해 달려가더니 검으로 연속해서 후려쳤다.
퍼걱!
화염인간이 마나를 머금은 검에 두부처럼 썰리고 허공에서 사그라들었다. 순식간에 세 체의 파이어맨을 죽인 인영을 향해 파이어맨이 남긴 마나가 빨려들어갔다.
“하아.”
긴장된 한숨을 내쉬며 파이어맨을 죽인 주인공은 검을 수납했다.
유성 같은 동작으로 화염인간을 죽이고 한숨을 내쉬는 것은 그린 듯이 아름다운 소녀, 바로 희연이었다.
그녀는 비연 길드의 입김이 닿는 지역에서 중형 길드와 함께 던전에 연수를 와 있는 참이었다. 물론 연수라 하지만 실상은 희연이 상전이기 때문에 프로 헌터들이 사냥을 해다 희연에게 몬스터를 바치는 방식이었다.
“대단합니다!”
박수를 치며 헌터들을 이끄는 리더가 그녀를 칭찬했다.
희연이 단정한 태도로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 저도 충분히 감이 쌓였으니까 더는 이런 방식으로 돕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성태와의 대면에서 보이던 흔들리는 모습은 없었다.
얼음여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이유가 수긍이 갈 정도로 사무적인 태도였다. 사실 이쪽이 희연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하하, 확실히 그런 말을 할 만한 실력입니다. 솔직히 저희 길드의 중견 헌터 이상 가는 솜씨로 보이는군요. 이제 갓 성장을 시작했다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지금은 현장입니다. 이런 곳에서 아부를 할 정도로 분별없진 않습니다. 실력이 부족했다면 아무리 비연의 아가씨라 해도 쫒아 보냈을 겁니다. 여긴 목숨이 오가는 곳이니까 말이지요.”
리더는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그는 희연이 비연 길드의 아가씨라서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방금 전 파이어맨을 셋이나 연속해서 처리한 희연의 움직임은 일류급 헌터에 육박했다. 연수 기간 동안 마나를 2000에 가깝게 모은 그녀는 민첩을 순간적이라곤 해도 800에 가깝게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저도 전투의 일익을 제대로 담당하는 걸 허락해 주시겠지요.”
“물론입니다. 적의 주의를 끌고, 허점이 생기면 공격하는 역할을 맡아 주십시오.”
“자신 있습니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희연은 리더의 말에 답했다. 민첩에 집중한 비연 길드의 혈족은 원래 적을 현혹하는 움직임에 매우 능숙하다.
“그러면 좀 더 안쪽으로 가 보죠. 보스 스테이지는 아마 좀 더 안쪽에 들어가면 있을 겁니다.”
“네.”
희연의 담당을 결정한 다음 그들은 던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부글부글...
던전 깊숙이 들어가는 만큼 공기가 뜨거워졌다.
용암의 실개천이 곳곳에서 흘렀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익어버리는 것 같았다.
마나를 통해 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헌터가 아니라면 도저히 활동 불가능한 환경이다. 체력이 강화되면 다양한 극한 환경에서 문제없이 활동 가능한 것은 물론 재생능력까지 얻게 된다.
그렇다 해도 철권 길드처럼 체력 특화형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선 이런 환경은 역시 힘들다. 헌터들은 물론 희연도 마찬가지로 더위에 전신이 땀으로 젖었다.
리더가 길을 살피며 말을 걸었다.
“뜨겁지요?”
“네. 화염지대 던전에 대한 이야기는 미리 들은바가 있는데, 상상 이상입니다.”
“사실 원래 연수생이 여기까지 오기는 힘듭니다. 이런 수준의 던전에 연수생이 들어온 것만 해도 희연양의 실력을 고려한 예외적인 일이었습니다. 힘들면 언제든...”
리더가 넌지시 물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지만 뒤로 물러서라는 말은 도리어 희연의 각오를 다지게 하는 말일 뿐이었다. 자신은 홀로 꿋꿋이 고난을 이겨내고 남들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으니까.
“그러시면야...”
리더는 더 권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 던전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가는 길목에서 종종 살라만다라든가 파이어맨 같은 몬스터들을 만났다.
열기에 힘을 얻는 것처럼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것들도 강해졌지만 희연이 가세하고 또한 즉각 제 몫을 해냄으로써 어렵지 않게 처리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넓은 공터 같은 곳에 도착했다.
리더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흠, 여기 있는 것 같은데...”
더 이상 길이 없었다.
보통은 길이 막히면 이 근처에 던전의 보스 스테이지가 있다는 말이다.
희연도 마찬가지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잘 보이지 않는군요.”
“아무래도 지도 같은 게 있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큰 던전은 직접 지도를 그리든가 아니면 지도를 만들어주는 아이템 같은 걸 사용해야 한다. 그런 곳은 정말로 미로가 된다. 하지만 지금 이 던전은 큰 규모는 아니었기에 그냥 들어왔다.
“일단 흩어져서 찾아보고 연락하도록 하죠. 통신 장비는 안 된다지만 호각소리 같은 건 가능하니까 몬스터와 만나거나 목표를 찾으면 그걸로 동료를 부르도록 하고 말입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리더가 제안했고 희연이 동의했다.
던전과 같이 마나에 가득 찬 공간은 무선장비 같은 게 안 되는 게 일반적이다.
파티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찢어졌다.
희연은 남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운 좋게 따로 몬스터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남쪽 길을 한참 내려가던 희연은 곧 또 다른 공터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아, 찾았다!”
그 공터에서 희연은 환한 표정이 됐다. 석판이 하나 옆에 놓인 거대한 문이 앞에 있었다. 전형적인 보스 스테이지였다.
“어디...”
일단 희연은 석판에 다가가 내용을 읽었다. 석판의 글은 마법적인 문장이라서 세계의 누가 읽더라도 자신의 모국어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힘과 민첩을 합쳐 500을 넘는 두 사람이 석판을 치면 길이 열릴 것이다...”
석판에는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흠, 파티 플레이를 해야 하는 모양인데...”
수수께끼 같은 거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만 역시 이런 파티플을 요구하는 몬스터가 흔한 편이다. 어쨌건 목표한 곳을 찾았으니 다른 이들을 불러야 했다.
준비한 호각을 불었다.
삐익!
특수 호각은 귀가 찡해지는 고주파 소리를 멀리까지 전달했다. 약간의 훈련을 거치면 전투의 굉음 속에서도 수km가 떨어져 있어도 이것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호각을 분 다음 희연은 차분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알파메일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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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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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