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3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3화
3화 구출과 처단(1)
쾅!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한 사람이 뒤로 튕겼다.
정련된 돌벽에 충돌한 다음 바닥에 떨어진 그 사람은 한 여성이었다. 어깨까지 오는 길이의 검은 머리에 앙칼진 표정의 소녀였다. 약간은 앳된 인상이 남아 있지만 벌써 어른스러운 굴곡이 완연해서 이제 사실상 소녀와 여자의 경계선에 있다 여겨지는 아름다운 여성.
그녀의 이름은 희연.
헌터 후보생들이 모인 남연고의 현재 학생회장 직위를 맡고 있는 소녀다.
“으...”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즉시 몸을 굴려 떨어진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녀가 있던 곳으로 인영이 들이닥쳤다.
굉음이 한 차례 더 일고 바닥이 부서졌다.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 사이에서 인영이 일어섰다. 히죽히죽 야비하게 웃고 있는 남자였다. 소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나이대로 보였지만 덩치가 무척이나 거대해서 어지간히 건장한 성인 남성 따위는 압도할 것 같았다.
몸을 굴려 그를 피한 소녀는 들고 있던 검을 내밀면서 그를 향해 분노한 외침을 던졌다.
“성영규! 이게 무슨 미친 짓이지!”
“미친 짓이라니, 사이 좀 좋게 지내자니까.”
영규는 어깨를 으쓱이며 조롱처럼 답했다.
“이 개자식이...!”
희연은 이를 악물고 표독하게 말을 되돌렸지만 그녀의 표정과 태도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이 곳에 아군은 자기 혼자뿐이다.
자기를 따르던 다른 이들은 지금 모두 저 더러운 개자식과 그 부하 놈들의 기습에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평소에도 미친 새끼라곤 알고 있었지만 설마 던전 안쪽에서 같은 학생을 공격할 줄이야...! 성장과 업적을 동시에 달성할 기회라 여겨 아군과 함께 너무 열심히 싸운 것이 패착이었다. 게다가 던전 심부의 보물창고를 발견해 눈이 돌아가 버린 것도 문제였다.
희연의 당혹스러운 모습을 즐거운 듯이 보며 영규는 손을 들었다.
우드득, 우드득.
관절이 꺾이면서 주먹을 꽉 쥐는 동작이 위협적이었다.
희연은 이를 악물었다.
‘저 개자식의 측정 마나 한계량은 2000 정도라고 하던데... 다 채웠을까? 집에서 놀지만은 않았을 테니 1000은 채워서 여기에 왔겠지. 그 정도라면...’
승산은 있다는 것이 희연의 생각이었다.
그녀가 여기까지 오면서 채운 마력량은 250 정도. 마찬가지로 자신도 집에서 훈련하며 채워 온 마냐량이 1000 정도가 있다. 게다가 그녀의 집안에서 사용하는 운용법은 대단한 고효율로 민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초보적인 수준에서도 4할, 최고로 숙련되면 7할까지도 가능하다! 이씨 가문 같은 예외가 아니라면야 최상위권이다.
탁!
호흡을 정돈한 즉시 희연은 마나를 끌어모았고, 그것을 해방하여 민첩능력을 보조해 영규를 향해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그녀의 운용법에 개인적인 재능이 겹쳐 민첩을 보조한 결과 순간적이지만 스텟상 그녀의 현재 민첩 수치는 700에 달했다
어지간한 중견 프로급!
덕분에 지금 희연의 속도는 섬전이나 마찬가지!
쉬잉!
이걸로 저놈의 목줄을 쥔다면 이 더러운 꼴을 벗어날 수 있다! 확신과 기대에 가득한 희연의 검격이 영규의 목을 향해 서릿발처럼 날았다.
퍽!
“아!”
희연의 검끝이 영규를 관통했다. 그러나 노렸던 것처럼 목 끝에 가 닿지는 못했다. 그에 앞서 영규의 손이 그녀의 검을 막았고, 희연의 검은 두터운 강철판을 관통하는 듯한 감촉과 함께 노리던 목 끝을 놓쳤다.
민첩에 지나치게 투자해 힘에 소홀했던 것이 패인!
희연의 얼굴로는 당혹감이 스쳤고,
반대로 영규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이럴 줄 알았지!”
영규는 검에 관통당한 손을 옆으로 젖혀 검을 빼내면서 희연과의 거리를 좁혔다. 희연은 얼른 검을 빼내며 그를 피하려 했지만 검에서 손을 놓지 못해 거리를 벌리지 못했다. 그 사이 공격권에 희연을 둔 영규는 주먹으로 그녀의 배를 후려쳤다.
퍽!
“윽...!”
족히 세 배는 체중차가 날 것 같은 남성, 그것도 또래 가운데서는 최고수준의 자질을 가진 헌터 후보생의 주먹이었다. 영규의 집안은 본래 육체 강화에 일가견이 있었고 그 교육을 받아 왔으니 그 충격이 작을 리 없다.
희연은 작은 조약돌처럼 뒤로 튕겨나가 바닥을 굴렀고,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헐떡대면서 전신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 고작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헐떡대는 희연을 향해 영규가 음산하게 웃으며 접근했다. 그의 손을 관통했던 커다란 손의 상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었다. 영규네 집안은 체력에 마나를 배분해 운용하는 데 특별한 기술을 지니고 있었고, 체력이 높으면 전체적인 방어력은 물론 이렇게 상처의 즉각적인 재생능력까지 생긴다.
그는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 희연의 곁에 양아치 자세로 주저앉고는 그녀의 얼굴을 한 손에 쥐었다. 그리고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욕망에 물든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헤, 평소 학교에서 잘난 척하면서 깝죽대던 네년이 참 고까웠거든. 내 아래에 깔리면 어떤 신음을 흘릴지 꼭 들어보고 싶었어.”
“크윽...”
자신을 바라보는 영규의 눈동자를 보면서 희연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 더러운 놈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이 뻔했다. 실제 학내 카스트가 낮은 여자아이들이 이 놈에게 희롱당하다 학교를 그만 두었다는 소문은 종종 들었다.
던전에서 몬스터보다 무서운 것이 인간.
오래된 경구인데 어리석게 잊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이 개자식이라도 이렇게까지 분별이 없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는 쪽이 옳다.
콱!
영규는 희연의 양 팔과 다리를 가지고 있던 케이블 타이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봉쇄한 다음 그녀의 갑주를 벗겼고, 그 아래에 입고 있던 덧옷을 찢었다. 찌익, 소리가 요란했다. 희연의 맨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오.”
“역시 끝내주는데요.”
“이걸 이제부터...”
“으...”
탐욕에 물든 눈동자가 어느샌가 둥그렇게 그녀의 주변을 둘러싸고 현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영규의 부하들이었다. 이런 일을 여러 차례 해 왔던 것처럼 그들의 태도는 태연하고 잔인했다.
“이 더러운 새끼들이!”
“아가씨를 놔 줘!”
“너희들 비연 길드에서 알면 어떻게 될 거라고...”
퍽! 퍼벅! 퍽!
악을 쓰며 희연의 부하들이 그들을 막으려 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영규가 나설 필요도 없이 그 부하들이 익숙하게 그들의 머리를 후려치고 입안에 발을 처넣어 말도 못 하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씨발, 비연 길드만 길든 줄 아나. 병신 같은 것들이.”
“형님 기분 건드리지 말고 닥치고 있어라. 안 그러면 편하게 죽지도 못한다.”
영규의 부하들은 희연의 부하들을 조롱했다.
남자 주제에 여자 치마폭에 휘둘려서 잘난 척하던 병신들이라 언제고 작살내줄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맞아 아예 모조리 박살내고 그 대장인 계집애는 전리품으로 얻기까지 했으니 기세등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비연 길드는 제법 무섭지만,
영규의 부모가 운영하고 있는 철권 길드도 그리 꿀리지 않는다. 게다가 여긴 던전. 일 틀어진 다 치면 다 쳐죽여 버린 다음 제대로 클리어 해서 탈출한다면 여기서 있었던 일을 누가 알게 뭐란 말인가.
그러는 사이 극도로 흥분한 영규는 입에서 흐르는 침을 닦으며 희연에게 손을 가져갔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늘씬한 다리 사이에 닿았고, 희연은 이를 악물며 눈을 감았다. 이제부터 있을 끔찍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다.
퍼억!
“커억!”
갑자기 큰 소리와 비명이 동시에 났다.
뒤에서 묶여 있던 희연의 부하들을 감시하던 영규의 부하가 뒤로 튕겨 나갔다. 지금부터 있을 더러운 축제에 흥분해 있던 것들이 놀라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야!”
던전의 어두운 골목을 달려오는 소년이 보였다.
“저 새끼가!”
“이 새끼 죽고 싶어!”
“이게 돌았나!”
그를 보자마자 영규의 부하들은 험상궂은 표정이 됐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나 그가 어떤 위치에 있던 놈인지는 기억하고 있다. 학내 카스트로 따지자면 겨우 셔틀을 면한 찌끄래기다. 버스에서 얌전히 구조나 기다리고 있을 열등생이 이런 곳에 와서 심지어 아군을 공격한다고? 어처구니도 없어 분노한 그들은 일그러진 얼굴로 성태를 향해 달려갔다.
“죽여 버려!”
“죽여!”
“곱게 뒤지진 못할 줄 알아라!”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영규의 부하들이 성태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아무 주저 없는 동작에 살기가 넘쳐흘러서 도저히 고3이 휘두르는 검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하기야 고3이니 뭐니 해도 이미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다. 헌터 후보생으로서 고등학생이라면 실제 몬스터와의 실전을 치르거나 심지어 길드간 전투에서 사람을 죽인 경험이 있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세상은 헌터와 길드를 중심으로 한, 힘이 지배하는 시대로 넘어간 지 오래 됐다.
“어?”
“씨발?”
성태를 먼저 공격한 영규의 부하들의 표정이 변했다.
공격하는 순간 반응이 묘했던 것이다.
그는 둘이 마치 어디를 미리 공격할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움직여 공격을 피해냈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들은 몸을 돌리며 성태를 다시금 공격하려 했다.
서걱.
늦었다.
먼저 선두에 달려들던 둘은 목덜미에서 서늘함을 느꼈고, 그 서늘함은 이내 강렬한 뜨거움으로 바뀌었다. 둘의 목이 떨어졌다.
성태를 향해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영규의 부하들이 순간 얼음처럼 굳고 말았다. 그들은 목에서 붉은 피를 콸콸 흘리며 쓰러진 자기 동료 둘을 보면서 질린 얼굴로 우는 것처럼 외쳤다.
“이, 이 새끼가 사람을 죽였어!”
“또라이 새끼가!”
“미친...!”
성태는 자신을 마치 악마처럼 쳐다보며 비난하기 시작한 영규의 부하들을 보며 지루함을 느꼈다. 자신의 기억에 이들은 장래 보통 사람의 인생을 장난감처럼 희롱하고 파괴하고, 심지어 죽이는 짓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사실 아직 학생인 지금까지도 그런 일을 많이 해 왔다. 바로 저기 희연이 겪으려는 것처럼.
성태는 쓰레기들의 울부짖음 따위에는 아무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파고드는 듯이 먼저 움직였다. 사회를 위해서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도 그는 이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달려오는 성태를 보고 영규의 부하들이 대응하려 했지만 늦었다.
퍼걱.
하나의 목이 떠올랐다.
퍼걱!
하나의 다리가 절단됐다.
퍼걱!
하나의 허리가 끊어졌다.
금세 성태에게 덤벼들던 영규의 부하는 반절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들은 공포에 질려 덤벼들지 못했다. 이상했다. 그들이 아는 성태는... 결코 이런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는데? 아니, 지금도 당장 동작만 보자면 그리 특별할 게 없는데 그의 공격 하나하나를 도저히 방어할 수가 없었다.
침착하고 평범한 동작마다 종이인형이 찢기듯 영규의 부하 양아치들은 죽어 나자빠졌다.
“흐아악!”
“이 새끼 돌았어!”
“히익!”
동료들이 성태의 검 앞에 아무 반항도 못하고 줄줄이 죽어 나자빠지고 던전이 피비린내를 짙게 풍기기 시작하자 영규의 부하들은 공포에 질려 울며 개미새끼들처럼 도망치기 시작했다.
성태는 그들도 물론 놓치지 않고 공격권에 들어서기만 하면 꼼꼼하게 하나하나 죽여 없앴다.
그리고 또 한 양아치 목에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이 새끼가, 적당히 해라!”
희연을 농락하려던 영규가 일그러진 얼굴로 드디어 일어섰다.
성태는 무표정하게 검을 멈춰 영규 쪽을 바라봤다.
“혀, 형님...”
성태의 검 앞에 죽을 위기에 처했던 영규의 부하가 울면서 기뻐하는 얼굴로 영규를 불렀다. 성태의 검이 움직였다. 서걱 소리가 났고 그의 머리가 절단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몸이 함께 쓰러지며 던전의 바닥에 피를 왈칵 쏟아냈다.
“넌 진짜 처참히 죽여주마!”
자기를 모욕하기 위해 부하를 죽이는 광경을 보고 영규는 눈이 뒤집혔다. 아니, 오랫동안 노리던 계집을 손에 넣어 드디어 맛보려던 순간이었는데 그걸 방해한 것만 해도 죽이기엔 충분하다. 부하들을 이렇게 죽인 건 쉽게 죽이지 못하게 만들 이유다.
영규가 움직였다.
알파메일 3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