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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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화
1화 허망한 승리
불타는 세계였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스러지고 무너져 가는.
그 세계의 중앙에서 격렬한 에너지의 흐름이 그 세계의 업화를 가속하듯이 충돌하며 굉음과 충격파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웅맹한 충격의 순간마다 공간이 일그러졌고, 충격파의 흐름은 대지에 거인의 손톱자국 같은 흔적을 만들었다. 그 업화는 대기를 꿰뚫어 우주에까지 닿았고, 충격파는 지반을 넘어 맨틀에까지 닿았다.
그러던 한 순간이었다.
퍼억!
굉음이 겹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폭력의 세계 가운데서, 갑자기 모든 굉음을 초월하는 선명한 충격음이 날카롭게 세계를 관통했다. 그리고 불타는 세계의 중앙에서 일렁이며 춤추던 에너지의 회오리가 멈췄다. 세상을 파괴할 듯이 뻗어나가던 충격파와 굉음 역시 사그라들었다. 일그러져 보이지 않던 폭풍의 중앙부가 선명해졌다.
거기에는 두 남자가 서 있었다.
아니, 그들 중 하나를 남자라 말해도 좋을지는 알 수 없었다.
키는 2m가 넘는 것 같았고, 피부색은 푸르렀다. 이마를 두르듯이 뿔이 나 있었으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장으로 몸을 두르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는 보석을 담았고 빛을 머금어 가장 아름다운 보석보다도 아름다웠다. 단순한 외견만 보자면 남성에 가깝지만, 남성이나 여성이란 인간적인 기준을 넘어선 무언가 다른 존재였다. 하지만 그의 다름을 구성하는 태반은 외견의 이질성보다는, 그 분위기의 초월성이었다. 무어라고 할까. 신이 이 세상에 내려선 것 같은 절대성이 그 푸른빛의 남성에게는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자의 배는 지금 상대의 주먹에 관통당한 상태였다.
“크윽...”
그는 신음을 흘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주먹이 배에서 빠지면서 뻥 뚫린 구멍이 나타났다. 묘한 일이었다. 본래 그는 어떤 상처도 입지 않는다. 이런 상처 따위는 발생한 즉시 사라져야만 했다. 세상에 속한 그 어떤 것도 그를 상처입히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지금 세상의 무력한 피조물처럼 상처 입은 채 피 흘렸고, 마침내 죽어가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감싸 안으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커, 크윽... 이겼다고 생각하나?”
그의 배에 구멍을 만든 주먹을 쥔 자는 남성이었다.
푸른빛의 존재에 비해서는 키가 현격히 작지만 인간으로 친다면 결코 작지 않아서 키가 훤칠하게 컸고, 오랜 고난을 겪은 듯, 얼굴에 고됨이 묻어나는 노년의 남성이었다. 한데 피 묻은 주먹으로 자신이 쓰러트린 강대한 적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는 기쁨의 기색이 없었다.
“......”
“아니야. 너는 진 거다.”
도리어 상처 입고 죽어가는 푸른빛의 존재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남자를 조롱했다.
남자는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를 바라봤다.
“......”
“흐, 흐흐흐흐- 하지만 정말 대단하군. 비록 너 혼자 남았다곤 해도 여기까지 해낼 수 있었다니. 지루하기 짝이 없는 생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시시한 유희가 이런 결과를 부를 거라곤 과연 나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었다만... 흐흐, 그래도 너 같은 특이점과 조우했다는 점에서 억겁의 지루함은 마침내 충족되었다.”
푸른 피부의 존재는 알 수 없는 소리를 광기처럼 중얼거렸다.
말이 이어지면서 그의 눈에서는 점차로 생기가 사라져 갔다.
“-자, 이제 네 차례다...”
유언처럼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무너져 가는 세계에 쓰러졌고, 더는 일어나지 못했다.
홀로 남은 남자는 쓰러진 적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보였다.
과거에는 푸르렀던 하늘이었다. 하지만 그 푸르렀던 기색은 사라지고, 온갖 색의 에너지가 미친 듯이 충돌하는, 지옥의 하늘이었다.
“......”
잠시 그 하늘을 바라보던 남자는 시선을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
쿠르릉.
쿠릉.
무너져 가는 세계의 풍경이 눈 안에 들어섰다. 멀리 산이 무너지고, 바다는 죽음의 독액으로 들끓었다. 갈라진 대지의 틈마다 죽음의 가스가 피어올랐으며, 일그러진 대기는 일그러진 마나의 흐름이 때때로 토해놓는 충격파로 주변을 잘게 바스러뜨렸다. 그야말로 멸망해가는 세계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멸망해가는 세계의 풍경에서, 남자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이 세계에 남은 것이 그 혼자뿐이라는 점이었다. 겨우 여기에 이르러, 목적을 달성했는데, 남은 것은 자기 혼자뿐이었다.
저 자의 말이 맞았다.
이건 이긴 것이 아니었다.
진 것이다.
그는 만족하고 죽었고,
그를 죽이기 위해 신과 같은 권능을 손에 넣은 자신은 그와 닮은 영원을 앞으로 구가해야만 할 것이다. 홀로, 외로이. 이미 마모된 마음을 이끌고. 그 마모의 끝이 이 악마의 모습과 닮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씨이발...”
사무치는 마음의 고통을 토해내며 그는 분노로 눈을 번뜩였다.
너무나 억울했다.
이제 겨우 승리했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위치와 평화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겨우 맞이한 것이 어처구니없이 적막한 신성이라니!
이걸 위해서 이제까지 이런 개고생을 해 온 게 아니었는데!
부, 명성, 미녀!
그런 것들을 질리도록 즐긴 다음이라면야,
그래. 신성을 획득하고 우화등선하듯 세상을 떠나는 것도 좋다!
“...이렇게 쌈박질만 하다 내가 끝날 줄 아냐...!”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세상에 아직 여유가 있을 때 그는 강자들 아래 신음하는 별것 아닌 하류 인생이었고, 운이 좋아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을 때는 세상 자체가 절멸의 위기에 처해서 힘을 이용해 개인적인 쾌락을 즐길 틈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그의 인생은 전혀 원하지 않던 금욕의 철로였다.
“두고 봐라...! 내가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았는데!”
분해서 그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일 수도 있었다.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그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얻은 지식과 힘은 한 차례의 가능성을 더 제공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위험하다. 하지만,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잃을 것이 없는 자신에겐 두려워할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성큼 걸어 바닥에 쓰러진 적의 시신에 손을 댔다. 그의 힘과 아직 남아 그 시신에 머물러 있던 적의 힘이 반응해 어마어마한 빛이 일어났다. 그 막강한 반응은 그 자체만으로 주변의 모든 사물을 지워버리면서 거대한 구가 되어 확장되어 나갔다.
그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힘에 희열마저 느끼면서, 그는 자신이 손에 넣은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했다. 남자의 양 손에서 미친 듯이 날뛰던 에너지는 금세 셀처럼 새로이 구성되면서 새로운 형태를 이루었고, 그것은 우주의 섭리 그 자체를 넘어서거나 붕괴시킬 태초의 서원으로 바뀌어 갔다.
모든 힘은 본래 의지였다.
이제 그 의지를 육체에 다시금 담아, 우주를 거기 복종시킬 때였다.
“내 앞에서 건방떨던 새끼들은 다 뭉개 주고...!”
확장되어가던 힘이 멈췄고, 한 곳에 수렴되어 장대한 법칙의 그물을 만들어 나갔다. 그 그물이 이내 세상을 덮어 수정을 시작했다. 세상은 새로이 맞이한 절대자의 의지 앞에서 미친 듯이 아우성치다가 결국 순종해 변혁되어 나갔다. 그러나 이 우주를 상대로 한 권능이 정말로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은 진정한 신들에게조차 위업이라 불릴만한 일이다.
“콧대 높던 년들은 다 내 배 아래 깔아 주고 말 테다...!”
빛은 확장됐고,
세상 전부를 덮었다.
“그래. 그러니까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모조리 다 구해낼 테다!”
오래된 미친 신을 죽이고
새로이 등극한 이 외로운 절대자의 이름은 강성태다. 그는 외로운 신으로의 위치를 버리고 인간으로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우주를 왜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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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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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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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