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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0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0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10화

 

 

한참을 고민하며 서성거리던 에리카는 뭔가를 결심한 얼굴로 급히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체술 수련장에서 체술을 수련하던 위드는 조금 전 에리카와의 일이 문뜩 떠올라 유쾌하다는 듯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체술을 수련하던 몇몇 학생들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지만 이내, 관심 없다는 듯한 얼굴로 손과 발을 움직이며 수련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마법학부 최고의 미인이라 불리는 에리카.

얌전하고 성격 좋으며, 모든 것을 배려할 것만 같은 그런 얼굴에 실질적으로도 그런 모습만 보여 왔던 그녀였지만 정작 감추어진 진실한 성격은 굉장히 거칠었다. 

뭐, 나쁘게 말해서 그런 것이지 좋게 생각하면 털털하다는 면이기도 했으니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각기 있는 셈이었다.

한참을 웃던 위드가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는 체술 수련을 하려던 찰나.

“어라? 에리카 아니야?”

“에리카? 마법학부의 이로라와 함께 최고의 미인이라는 에리카?”

“그래! 마법 실력도 굉장하다고 하던데?”

수련에 집중을 하려던 위드는 갑작스럽게 몇몇 학생들이 소란스럽게 떠들자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

“어라?”

위드의 눈에 체술 수련장으로 들어서는 에리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꽤나 얌전한 발걸음으로 체술 수련장으로 들어왔는데 위드와 눈이 마주치자 그에게 곧장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거 뭐야?”

“에리카가 저 준남작에게 가잖아?”

“설마, 에리카가 저 준남작하고 아는 사이인건가?”

“에?!”

하지만, 지금 위드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말보다도 전혀 다른 모습을 한, 말 그대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어울리는 에리카의 행동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위드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에리카. 그녀는 오로지 위드에게만 보이게 얼굴을 찌푸리고는 역시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심한 자식들!”

“큭큭!”

결국, 참았던 웃음이 터지고야 만 위드의 모습에 에리카는 눈을 매섭게 부라리며 여전히 그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웃지 마, 이 자식아!”

“큭! 큭큭! 하하하하하!!”

아무리 에리카가 말을 해도 위드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 웃겨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터져 나온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 준남작 뭐야? 왜 저렇게 웃는 거야?”

“빌어먹을! 보나마나 준남작이라는 되지도 않는 작위로 에리카를 꼬신 거겠지 뭐!”

“준남작도 작위라고 하는 꼴하고는!”

“재수 없는 놈이군!”

위드가 준남작이라는 것보다는 마법학부 최고의 미인이라 불리는 에리카가 그의 바로 곁에서 뭐라고 소곤거리는 모습이 부러웠던 학생들은 저마다 시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기에 바빴다.

“오호! 네 녀석이 그 유명한 카일러 준남작이었군.”

에리카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제야 자신의 본모습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위드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뭐, 원치는 않았지만.”

간단하게 말을 마친 위드는 이내 깊게 숨을 내쉬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에리카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날 찾아온 거 같은데 이유는?”

‘쳇! 내 약점을 잡았다 이거지?’

에리카는 지금까지 자신의 앞에서 이토록 무관심하고 태평한 남자는 처음이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앞에서 허둥거리거나, 말을 더듬거리며 자신의 의사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물론, 고위 귀족의 자제들은 조금 달랐지만. 어쨌든 그들이라고 하더라도 위드처럼 자신에게 무신경한 남자는 결코 없었다.

에리카는 위드가 자신 앞에서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가 자신의 약점-본모습-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자 참았던 화가 치솟고, 그의 모습이 더욱더 꼴배기 싫어졌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까의 일은 깨끗하게 잊어버려.”

에리카의 말에 위드는 주먹을 내지르며 대답했다.

“아까 약속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앗-!”

쉬익-!

오른 주먹을 회수하고, 왼 주먹을 뻗어내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주먹에 담겨 있는 힘과 속도는 기본기가 아주 훌륭하다 칭찬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에리카는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멍히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눈을 찌푸렸다.

“널 어떻게 믿지?”

“그럼 믿지 말던가. 찻-!”

뻗었던 주먹을 회수하며 발을 차올리는 위드.

에리카는 동작 하나, 하나가 어쩜 이렇게도 깔끔할 수 있을까 하고 감탄을 하다가 다시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사람이 말을 하면 성의 있게 들어!”

“난 내가 할 만큼 하고 있어! 하압!”

파팟!

허공을 연속으로 가격하는 오른발의 바람소리에 에리카는 또 다시 감탄을 할 뻔한 자신의 모습과 계속해서 자신을 무시하는 위드의 모습에 주변에 다른 이들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소리를 빽! 지를 뻔했다.

“이 자……!”

에리카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살짝 웃었다. 

그녀의 웃음에 방금 전 그녀가 소리를 지르려 했다는 것도 잊은 채, 주변 남학생들이 입을 헤벌쭉 벌렸다.

“굉장한데? 역시 남자의 힘보다는 여자의 미모가 더 위인건가? 타핫-!”

위드는 대단하다는 듯 말을 하고는 쉬지 않고 주먹과 발을 찌르고, 뻗어내고, 차올리길 반복했다.

에리카는 위드를 향해서 웃는 얼굴로, 그렇지만 한없이 차가운 살기를 머금은 음성으로 말했다.

“잠깐 멈추고 나랑 얘기 좀 하자.”

위드는 단번에 거절했다.

“미안, 지금은 수련중이라서. 하얍!”

생각만 같아서는 위드의 목덜미를 붙잡고 질질 끌고 가고 싶었지만 에리카는 주변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결코 그러한 짓은 할 수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기다릴 테니까 빨리 끝내! 이…… 빌어먹을 자식아!”

“큭큭!”

에리카의 말에 위드는 한 차례 웃음을 흘렸지만, 이내 정신을 집중해서 체술을 수련했다.

체술을 수련하는 위드와 그런 그를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에리카. 

이 두 사람의 모습은 당연히 체술 수련장의 모든 학생들에게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왜? 도대체 왜!

에리카는 어째서 위드의 체술 수련을 지켜보는 걸까?

에리카는 나름대로 살벌하게 노려본다 노려보고 있었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위드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눈빛으로도 보였던 것이다.

“에리카가…… 어째서 저 자식을…….”

“젠장! 나도 빨리 준남작이라도 되야 하려나?”

주변 남학생들의 푸념에 에리카는 속이 부글부글 끌어 올랐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저 위드의 체술 수련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는 더 이상 에리카에게 시선을 주는 남학생이 없을 정도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에리카는 위드의 수련 모습에 푹! 빠져 있었다.

짧지만 박력 있는 기합성. 

비록 어설프기는 하지만, 어쨌든 에리카도 체술을 배우고 있는지라 지금 위드의 수련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황홀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기본기 수련을 하는 위드의 모습. 진지하게 수련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움직일 적마다 허공에서 흩날리는 땀방울들과 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이는 땀 냄새는 묘하게 에리카를 자극시키고 있었다.

“후우!”

멋지게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마무리를 한 위드.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기분 좋다는 듯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저, 자식이 저렇게 잘 생겼었나?’

객관적으로 위드는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잘 생기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자치고는 선이 고운 얼굴이었고, 무엇보다도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는 확실히 매력 포인트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 머리카락도 남자치고는 꽤나 부드러운 편이었기에 지금처럼 땀에 젖어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분명 여자들을 자극시키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이봐.”

“……응?”

“이봐!”

“……!”

위드의 외침에 잠시 넋을 잃고 있던 에리카가 급히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위드의 몸에서는 후끈하고, 끈적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기분 나쁘지 않은 냄새가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뭐, 뭐하는 거야?”

황급히 뒷걸음질을 치는 에리카의 모습에 위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위드의 반문에 에리카는 순간적으로 자신 혼자 너무 당황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쳇! 여자를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만들다니 너란 녀석은 정말로 최악이군!”

에리카의 말에 위드는 피식 웃기만 했다.

 

“그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체술 수련장의 한쪽 구석에 마련된 커다란 나무 밑에 나란히 않은 위드와 에리카. 그들이 함께 있는 이유를 모르는 이들의 본다면 분명 오해를 할 만한 그런 모습이었다.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정말 최악의 남자로군.”

에리카는 자꾸만 자신들을 힐끔거리는 이들의 눈초리에 웬만하면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그런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또 다시 수련을 해야 한다는 위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오해의 눈초리를 받아야 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면 그냥 가면 되잖아?”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이러는 거지!”

에리카의 외침에 위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말했지만 난 아까의 일은 절대로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흥! 네 녀석 따위를 믿으라고?”

“내가 너한테 거짓말이라도 했었던가?”

“그건…….”

에리카가 잠시 말을 멈추자 위드는 내 말이 틀렸으면 말해보라는 듯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흥!”

결국,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진 에리카는 콧방귀와 함께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몇 마디나 나눴다고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겠는가? 아니, 거짓말을 할 만한 기회라도 있었다면 할 말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위드는 위드 나름대로 방금까지 있었던 체술 수련으로 인한 체력을 회복하기에 바빴고, 에리카는 그녀 나름대로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하는 거야? 에리카! 이 녀석에게 확실하게 말하고 자리를 떠! 뭘 주저하고 있는 거야! 이런 건 에리카 너 답지 않아! 말 해! 따끔하게 말을 하고 당당하게 돌아가란 말이야!’

사실, 위드를 찾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말 것과 만약에라도 그것을 어길 경우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결코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무서운 협박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 이만.”

몸을 일으키는 위드를 따라서 에리카도 엉겁결에 몸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입을 열었던 에리카는 갑작스런 제3자의 등장으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위드!”

위드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달려온 라이너였다. 라이너는 위드의 곁에 나란히 서 있는 에리카의 모습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

위드와 라이너가 동시에 같은 말로 물었다.

물음을 건네 놓고 라이너는 곧바로 에리카를 향해 제법 그럴듯한 자세로 얼굴 가득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저는 위드와 같은 반인 검술학부 3반의 라이너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레이디의 고귀한 이름을 들을 수 있다면 이는 신께서 제게 주신 최고의 행운이 될 것 같습니다.”

라이너의 모습에 위드는 ‘큭큭’거리며 웃음을 참았고, 에리카는 보기 좋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대답했다.

“마법학부 에리카라고 해요.”

‘이 느끼한 자식은 뭐야!’

겉과 속이 판이하게 다른 에리카.

그런 것을 알지 못하는 라이너는 에리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아! 레이디께서 바로 마법학부의 시들지 않은 두 송이 꽃 중 한 송이셨군요! 이거 아무래도 신께선 오늘 하루뿐만이 아니라 한 달, 아니! 일 년 중 최고의 행운을 제게 선사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과분한 칭찬이네요.”

‘자식! 그대로 너는 네 친구라는 놈과는 다르게 보는 눈이 있어서 다행이다.’

살짝 웃으며 대꾸하는 에리카는 슬쩍 위드를 바라보며 너도 보고 배우라는 듯한 눈총을 보냈다. 그녀의 눈총이 아니더라도 위드는 라이너의 행동과 말에 진지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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