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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6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6화

신세계

 

 

유림교 대화전(大華田).

예전, 마교의 제단이 있었던 곳에 강호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여럿 도착했다.

무림맹 맹주 곽이천.

카르베니아 군주 윌레이커 카이스.

그리고 이하 문파들의 수장들.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인물들이지만, 운집 지시를 낸 사람이 무신이었다.

그들 모두 무신보다 한참 아래의 무위를 가졌으니 지시에 따를 수밖에.

무신도 물론 마왕전 대비에 바쁠 그들을 이래저래 불러 모으기는 싫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하려는 일만 잘되면 마왕전 대비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되리라.

 

“…지금 말하는 게 정말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허허.”

 

무신이 하려는 일은 간단했다.

천마가 다녀왔던 곳에 자신과 여기 이 고수들도 다녀오는 것이다.

 

도원경(桃源境).

 

신선들의 터전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 짓는다는 바로 그곳을.

곽이천이나 윌레이커 카이스나 다 무신의 말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지 못했다.

상대가 무신이 아니었다면 무슨 개소린가! 하고 핀잔을 줄 만큼 어처구니도 없었다.

세상에 도원경이라니.

그것은 설화에나 나올 이야기였다.

그런데, 경험자가 나타나니 말이 달라졌다.

 

“뭐, 뭣이?”

“거, 거짓말 말게!”

 

처음에는 아무도 경험자의 실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뜻하는 문양과 갖가지 무공들이 확실한 증거가 돼주었다.

무엇보다 아직 기운이 남아 있는 마교의 제단이 그의 손짓 한 번에 몸을 일으켰다.

쿠웅!

꽃이 뒤덮여 있던 곳에 장대한 판이 하나 올라왔다.

마교가 제물을 바치던, 말 그대로 진짜 제단이었다.

 

곽이천이 놀라 소리쳤다.

 

“처, 천마!”

“저도 우연찮게 발견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도원경보다 더 설화 같던 이였다.

존재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무도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곽이천, 그리고 이하 모든 무인들이 놀란 이유는 천마가 나타나서가 아니었다.

마교의 큰 축.

강호를 호령했던 무시무시한 무위.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웠던 자가 입에 재갈을 문 채 묶여 있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구타라도 당한 듯이.

 

무신이 웃고 있었다.

 

“아, 제 발로 나타났단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군요. 그래서 얼른 이렇게 잡았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보시는 이 천마가 도원경에 다녀온 장본인입니다.”

“…….”

“놀라셨지요들?”

 

놀라기만 했다면 다행이었다.

다들 말만 안 할 뿐, 머리가 띵했다.

누가 뒤통수에 대고 망치질을 해대는 기분이었다.

 

윌레이커 카이스가 물었다.

 

“어, 어찌 잡으셨소?”

 

그의 말투는 무신에게 패배한 직후부터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하대를 하다 혹 무신의 심기를 거스를까 싶어.

물론 존대를 하든 하대를 하든 상관하지 않을 무신이지만.

 

“그냥 잡았소.”

 

대답은 그것이면 됐다.

모두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겪어봤으니까.

특히 검까지 직접 부딪쳐본 윌레이커 카이스가 가장 격하게 수긍했다.

하지만 천마를 돌아보면 또 아니었다.

피 칠갑이 된 상태임에도 그는 온몸에서 방대한 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어지간한 고수는 저것에 살짝 닿기만 해도 녹아내릴 것이다.

실제로, 증명되고 있었다.

몇몇 무인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무신이 천마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얌전히 있으라니까 왜 지랄이야, 지랄은?”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천마의 몸뚱이가 땅에 처박혔다.

손가락만 튕겨도 호수를 가르는 게 무신의 힘이었으니 후려치면 버틸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방금 전 손짓에는 내공도 실려 있었다.

 

천마가 컥컥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참으로 진풍경이었다.

 

무신이 말했다.

 

“어쨌거나, 우리네 고수들도 도원경으로 넘어가자 이 말입니다.”

“도원경에 뭐가 있나? 거기 가면 뭐가 되는데?”

 

무신은 발로 톡톡 천마를 가리키며 답했다.

 

“이놈이 도원경에서 신화경에 올랐답니다.”

“신화경?”

 

곽이천이 모르겠다는 듯 되묻자, 무신은 친히 설명했다.

 

“저번에 자연경이란 것을 말씀드렸을 겁니다.”

“그랬지.”

“신화경은 그것을 뛰어넘은, 신(神)의 경지입니다.”

“그런 게… 있단 말인가?”

“예.”

 

무신은 윌레이커 카이스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소드 마스터 위에 그랜드 마스터가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럼 그랜드 마스터보다도 위란 말이오?”

 

듣고 있던 윌레이커 카이스가 끼어들었다.

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리고 그랜드 마스터야 자연경의 극(極)에만 달해도 넘을 경지요.”

“그럴 리… 아니, 그렇겠군.”

 

말했듯 무신에게 패배를 경험한 윌레이커 카이스였다.

무신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리라.

 

곽이천이 물었다.

 

“허면, 자네는 신화경에 도달한 천마를 이겼단 겐가?”

“그렇진 않습니다. 애당초 이놈은 방금 말한 자연경의 극에 도달했을 뿐, 신화경에는 결코 못 갔습니다.”

“헌데 왜 그리 말했을꼬?”

“그냥 그렇게 느꼈겠지요. 너무 강했으니까.”

 

애매모호한 말이었지만 곽이천은 금방 이해했다.

포박돼 있음에도 어마어마한 기를 내뿜었던 천마.

그냥 그렇게 느꼈을 만했다.

 

무신이 말했다.

 

“다만 도원경이 이놈을 한 단계 올려준 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그걸 노리자 이겁니다.”

“우리가 가능하겠나?”

“뭐든 가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야 한데…….”

“어차피 뭐든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무신의 눈이 빛났다.

 

“마왕전에 대비하려면 말이지요.”

 

***

 

마계 흑화성.

서열 12위 마왕 시트리가 부리나케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서열 12위쯤 되면 단신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드물지만, 목적지가 흑화성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네 발로 기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가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왜 이리 늦었느냐!”

 

이렇게 바알으로부터 꾸중을 듣게 되니까.

시트리는 냅다 ‘죄송합니다!’ 하고 사죄부터 구하며 들고 온 소식을 전달했다.

 

“워프 게이트 가동을 조금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된 상황인지는 대강 들었으니, 그거나 말해보거라.”

“그거… 라면……?”

 

바알이 마기를 튕겨 시트리의 귀 한쪽을 날렸다.

상관이 묻는 것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죄였다.

너무 큰 벌이 아니겠느냐마는, 바알의 성격은 그만큼 잔혹했다.

같이 자리하고 있던 서열 2~10위의 마왕들이 헙 하고 입을 다물었다.

 

바알이 물었다.

 

“그래서 워프 게이트가 정확히 언제 작동하냐, 이 말이다.”

“아, 앞으로 1년이면 될 것 같습니다!”

“1년?”

“예!”

 

시트리가 고통도 잊고 퍼뜩 고개를 대답했다.

바알이 ‘좋아, 좋아’ 하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당초 5년이 예상됐는데, 1년이면 많이 앞당겼군.”

 

안드로 말리우스가 죽은 이후 3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1년까지 총 4년이 걸리는 셈이었다.

닦달한 게 아무래도 효과가 있었다.

바알이 마왕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확실히 준비하거라. 다른 인간들은 몰라도 그쪽 인간들은 차원이 다르니까.”

“알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순간 바알의 말에 의아해한 마왕들이 많았다.

아무렴 강하다고 해도 ‘차원이 다르다’란 말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하지만 오히려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첫 번째 침략 때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바알은 그때 직접 참전했기에 그쪽 인간들의 무서움을 아는 것이다.

물론, 위험하리란 생각까지는 안 했다.

 

“천계를 무너뜨렸듯 그곳도 처참히 박살 내줄 것이다.”

 

***

 

도원경.

신선들의 세계.

그러니 입장이 가능한 기준 또한 최소 생사경에는 맞춰져야 했다.

하지만 무신은 현경의 무인들도 죄다 운집시켰다.

모르는 거니까.

그들도 입장이 허락될 수 있으니까.

 

무신은 무인들을 한쪽에 대기시킨 후, 천마를 바라보았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콧구멍에서 피가 죽죽 흘러내리는 것을 보노라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보기에 안쓰럽단 것이지 사람으로선 오히려 통쾌했다.

천마.

강호를 마(魔)의 세계로 몰아넣으려 했던 장본인.

이와 같은 꼴은 다 그때의 업보였다.

 

무신은 막대기 하나를 쥐고 천마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자, 이제부터 네가 나설 차례다.”

“…….”

“나를 포함, 여기 있는 전원. 네가 다녀온 곳으로 안내하라. 도원경으로 말이다.”

“…….”

“허허, 답이 없구나.”

 

이미 예상한 바였다.

무신은 막대기에 내공을 주입한 후, 천마의 허벅다리를 가볍게 찍었다.

정말 가볍게.

톡 두드리듯이.

하지만 파장은 엄청 났다.

살갗이 쩌억 갈라지며 피가 솟았다.

푸슛!

그 속으로 허연 뼈가 그대로 돌출됐다.

강인한 자연경의 무인에게도 그것은 큰 고통이었다.

내공이 실려 있었으니까.

 

“크아아아아악!”

“또 씹으면 이번에는 머리통에 찍어버릴 테니 그리 알도록.”

 

무신은 가볍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우릴 도원경으로 안내해라.”

“…알겠다.”

“그래, 그래. 네놈도 거기 가서 같이 요양도 좀 하고.”

 

무신은 막대기를 저 멀리 내던지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수하들을 시켜 치료제를 좀 들고 오도록 했다.

천마가 안내 정도는 할 수 있게.

 

“그래서 방법이 뭐야? 도원경으로 가는.”

 

급한 대로 지혈부터 끝낸 천마를 보며 무신이 물었다.

천마가 아직 고통스러운지 켁켁거리며 답했다.

 

“방법은 따로 없다. 그저 문을 통해 들어가는 것뿐.”

“문?”

“우선 저 뒤로 넘어가 설명하지.”

 

천마가 손가락을 쭉 뻗어 어떤 산 하나를 가리켰다.

마교가 멸교하면서 지금은 이름을 잃었지만, 얼마 전까지 마둔산(魔屯山)이라 불린 곳이었다.

무신은 우선 알겠다고 하며 천마를 따랐다.

무인들도 바로 그 뒤를 이었다.

 

목적지까지는 금방이었다.

깨달음의 경지, 거기서도 두세 단계를 더 뛰어넘은 자들에게 산 하나 오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폭포가 보이는 중턱에서 천마가 걸음을 멈췄다.

 

“이곳은 과거, 원래 은거기인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얼핏 들은 것도 같았다.

자연의 정기가 워낙 풍부해 일부러 속세와 연을 끊고 이곳을 찾는 자도 많았다고.

확실히 몸으로 와닿기도 했다.

숨만 쉬어도 단전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무신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 은거기인들이 수행 끝에 도원경으로 넘어갔다?”

“뭐 그런 셈이지.”

“너는 어떻게 알게 됐지?”

“나 역시 수행 도중 우연찮게 넘어가게 됐다.”

 

그래서 갑자기 자취를 감춰 버린 것이었나.

회귀 전의 기억으로도 풀 수 없었던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

무신은 흥미롭단 미소로 물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봐라.”

“간단하다. 저기 저 폭포로 뛰어들면 된다.”

“뭐?”

 

무신은 순간 천마가 말장난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참말이었다.

 

“머, 먼저 가 있겠네!”

 

한번 해보겠다며 나선 곽이천이 그대로 폭포 너머, 아니, 도원경으로 사라졌다.

무신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무슨 SF영화 같은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해는 됐다.

마계에서 인간계.

그것을 잇는 워프 게이트보단 오히려 저 폭포가 더 현실적이었다.

 

“나도 가보겠소.”

 

다음은 윌레이커 카이스였다.

그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기에 그다지 놀라는 기색 없이 가… 지 못했다.

도원경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의 동공은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당연했다.

신세계(新世界)를 경험하는 일인데.

 

다만, 이후는 없었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패했다.

역시 생사경이 아니면 안 되는 건가.

무신은 아쉬움을 삼키며 그들에게 ‘천룡무관에서 힘써주시오’ 하고 부탁했다.

그리고 천마를 돌아보았다.

 

“너도 가라.”

“뭐, 뭐?”

“아까 말했지 않느냐. 함께 간다고.”

 

무신은 천마를 강제로 폭포까지 집어 던졌다.

다쳤어도 경지는 생사경 이상.

천마는 문제 없이 도원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다면, 이제 무신의 차례였다.

그는 짧은 심호흡과 함께 마찬가지로 폭포에 몸을 던졌다.

 

쿠웅!

무언가 땅이 흔들리는, 아니, 뒤틀리는 소리가 울렸다.

절로 눈이 감겼다.

이승과 저승을 오갔던 그때.

그때와 비슷했다.

오묘한 기분을 만끽하던 무신은 집 채만한 무언가를 느끼며 눈을 떴다.

 

“……!”

 

마둔산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기.

그야말로 별천지(別天地)가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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