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2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2화
천룡무관
무신의 생각 이상이었다.
윌레이커 카이스는 마물화했던 마운현보다도 강했다.
자연경의 힘을 끌어 쓰지 않았다면 지금 윌레이커 카이스 대신 무릎을 꿇고 있었을 것이다.
무신은 빙룡검을 한쪽 어깨에 걸치며 물었다.
“이보시오, 군주?”
“크윽.”
앓는 소리를 내던 윌레이커 카이스가 급기야 쿨럭 피를 토했다.
아무래도 꽤 내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빙룡검과 무형검에 난타를 맞았으니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나는 나쁜 사람이 되기 싫소. 어서 대답부터 하시오.”
“…….”
비단 고통 때문에 대답을 않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자존심.
카르베니아 군주로서의 긍지.
이것저것 감정들이 뒤섞인 탓이리라.
무신은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군주란 자리에 있던 자가 남의 밑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는 않겠지. 내 그것은 이해하오. 헌데 말이오.”
무신의 얼굴이 싹 굳어졌다.
“군주도 잘 알다시피 강호는 오로지 힘으로만 돌아가는 세상이오. 힘을 가진 자가 세상을 제패하지. 헌데 나는 군주보다 강하오. 지금 이렇게 증명됐듯이.”
싸늘한 목소리에 윌레이커 카이스의 몸이 바짝 굳었다.
윌레이커 카이스는 이제 무신을 쳐다볼 엄두조차 못 냈다. 완전히 기가 죽은 것이다.
그러니 그의 입에선 곧 무신이 원하는 답이 나왔다.
“…좋다. 협조하마.”
“오, 그래주겠소?”
무신은 빙긋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알고 있겠지만 내 다시 한번 말해드리지. 말이 협조지 실상은 내 지시에 충직하게 따라야 함을 명심하시오.”
“…….”
“알겠소?”
“…그러지.”
윌레이커 카이스의 목소리에는 힘도 없었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뒤통수 맞을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그는 결코 그렇게 행동할 수 없을 테니까.
이유?
그는 그냥 진 게 아니었다.
‘압도’당했다.
무슨 수작을 부려도 무신을 이길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니 충직한 개가 될 수밖에.
거절하면, 저 푸르르한 빙룡검에 그대로 제 목이 날아갈 것을 윌레이커 카이스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이제 첫 번째 협조를 부탁하겠소.”
고개를 떨구고 있는 윌레이커 카이스에게, 무신이 대련장 주위의 카르베니아 기사들을 아우르며 말했다.
“카르베니아의 무공을 강호에 전파하시오.”
***
“카르베니아의 군주가 패배했다는군!”
“뭐? 그게 정말인가?”
모든 일은 충격적일수록 더 빨리 전해지게 마련이었다.
최무신과 윌레이커 카이스의 대련.
그 승패에 관한 내용은 불과 보름 만에 카르베니아를 넘어 강호까지 퍼졌다.
“강호는 이제 유림교 교주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
“강호뿐인가? 중원 전체가 그 사람 것이네.”
“하기야 마교 교주까지 단신으로 잡아냈다니 더 볼 것도 없겠지.”
그리고 최무신의 입지는 끝을 모르고 더욱 치솟았다.
강호 어디를 가도 최무신의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황제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황제에 어찌 비하겠느냐마는, 그는 실제로 황제를 찾아갔다.
“강호가 곤경에 처할지도 모릅니다.”
“곤경?”
유일하게 힘보다 직위가 더 인정받고 우대받는 곳.
황실.
그럼에도 최무신은 전혀 기죽지 않은 채 말을 했다.
“마계가 두 번째 침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그때만 해도 마계에 관한 이야길 아는 자는 무림맹과 카르베니아 소속 무사들에 불과했다.
황제에겐 너무 뚱딴지같은 소리였다.
최무신은 간추려 말했다.
“산서 부근이 난리가 났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산서 부근이라면… 동영 무사들을 말하는 겐가?”
몇 개월 전, 정마대전의 빈틈을 노리고 강호를 습격했던 동영무사들.
황제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들 때문에 그쪽이 쑥대밭이 되었지.”
“그들을 죽인 자가 마계의 마왕입니다.”
이미 지난 일이었다.
사족이 길어봐야 잡담일 뿐이었다.
최무신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고, 황제는 놀라 물었다.
“마왕이라니?”
최무신은 이번에도 짤막하게 요점만 설명했다.
그리고 바로 결론으로 들어갔다.
“그러니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마왕전에 대비할 수 있게 협조를 좀 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감히 황제 폐하께 협조라니!”
“자네의 위치를 망각하지 말게!”
기다렸다는 듯 신하들이 끼어들었다.
그들의 눈에 최무신은 ‘마교 교주에 카르베니아 군주까지 이겼다고 콧대가 한껏 올라 감히 황제 무서운 줄도 모르는’ 한 명에 검객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황제 또한 심히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최무신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이렇게 말했다.
“자칫 다 죽게 생겼는데 제 위치고 뭐고 따질 게 있겠습니까? 다시 말씀드립니다. 협조를 좀 해주십시오.”
“저, 저 사람이 그래도!”
“밖에 누구 없느냐! 어서 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을 끌어내라!”
이런 식이면 어쩔 수 없다.
무릎을 꿇고 있었던 최무신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황실도 결국 강호 안에 있습니다. 강호의 법도대로 움직이기 전에 알아서 잘 판단해 주십시오.”
“뭐, 뭣이?”
황제 그렇게 소리치는 순간, 최무신의 손에 시퍼런 기가 번쩍였다.
무공으로만 따지면 이류무사도 채 안 될 황실인들.
그들에게 저것은 살상 무기였다.
황제도 물론 마찬가지였고.
최무신이 덤덤한 어투로 물었다.
“어쩌시겠습니까?”
***
길어봐야 몇 년.
정확히 따지면, 약 5년이나 될까.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마왕전’에 대비하는 시간으로는 너무나도 짧다.
무신은 그래서 초장부터 미리 계획을 세웠다.
5년 간 강호를 수호할 무사들을 양성하자고.
그 첫 단추가 바로 카르베니아였다.
강호와는 다른, 그런데 파괴력은 훨씬 높은 그곳의 검술을 전파시키기 위해.
물론 문파가 자신들의 비기를 감추듯 카르베니아도 마찬가지였다.
꺼려할 게 당연했다.
/“알겠소. 전파하겠소.”/(이탤릭)
하지만 순순히 승낙을 받았다.
심지어 군주의 입에서.
당연했다.
대련에서 이긴 날부터 카르베니아나 그 군주나 실질적으로 무신의 지휘 아래 있었다.
무신은 대신 그들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베풀었다.
남궁세가.
사천당문.
화산파.
소림사.
등등 정파 명문 문파의 수많은 비기들을 넘겨주기로 약조한 것이다.
물론 정파 쪽 허락은 쉽게 얻어냈다.
“싫소?”
“아, 아닐세.”
그들에겐 좀 협박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서로의 이점만을 공유해서라도 힘을 늘려야 마왕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데.
“…황실에 간다 했는가?”
하지만 무신이 황실에 간다고 했을 때는 그들도 뜯어말렸다.
천 년도 넘게 쌓여온 그곳의 권위.
건드리기에는 너무도 드높았으니까.
그런데 무신은 기어이 갔다.
그리고 기어이 원하는 바를 이뤄냈다.
/“그래, 알겠네. 지원해 주지.”/(이탤릭)
마왕전에 대비한 무사양성.
황제로부터 그에 필요한 식량이나 물자를 정기적으로 받기로 했다.
물론 무신도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업을 이루기 위해선,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만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게 잘 풀리면 악역도 사정이 있어서 그랬음을 알아주겠지.’
무신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바삐 움직이는 사이 한 해가 또 훌쩍 지나갔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서른 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회귀 전의 서른 살은 어땠었나.
이제는 그날이 까마득했다.
아니, 사실 기억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망령의 숲에서의 22만 년.
기계가 아니고선 다 담기 어려운 시간이다.
무신은 옛 마교, 현 유림교로 통하는 교원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매일매일 한 번도 거르지 않는 운기조식.
이내 곧 온몸에 내공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눈 깜짝할 새에 단전이 내공에 가득 찼다. 불꽃처럼 이글거리며.
무신은 세 시진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오늘은 수확이 제법 컸다.
잠재기가 꽤나 풍부하게 나왔다.
얼마나 실력이 올랐을까.
얼마나 달라졌을까.
무신은 순간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어서 빨리 마왕들을 만나고 싶다고.
힘을 겨뤄보고 싶다고.
무신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비단 무사 양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떠나서 그도 장담할 수 없다.
중하위 서열의 마왕들은 손쉽게 잡아내겠지만, 그 위로는 버거울지도 모른다.
특히 10위권 내의 마왕들은 더더욱.
개중 서열 1위의 바알은 아마 신(神)적인 힘을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크게 걱정은 없다.
신(神)적인 힘.
유림의 검.
무신도 이미 소유하고 있었다.
아직 찾지만 못했을 뿐.
‘슬슬 찾아올 거 같기도 하고.’
무신은 일전에 유림을 만났던 것을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유림의 검의 주인이 나타났으니 일단 구부능선은 넘은 것 아니겠는가.
“교주님, 말씀하신 분들을 찾았습니다.”
“그래?”
봄이 다가오던 날.
무신은 유림교 정문 앞에 도착한 어느 마차에 마중을 나갔다.
익숙한 얼굴의 여인이 그를 보며 뛰쳐나왔다.
유청하.
해주에서 인연을 쌓았던 여인이었다.
예전에는 볼 때마다 얼굴이 수척했는데, 지금은 보기 좋게 살이 올라와 있었다.
그럴 것이 그녀는 이미 복수를 성공했다.
화산파에게 스승의 복수를 말이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그녀가 모두 해낸 것은 아니었다.
절반은 무신의 도움이었다.
화산파 장문 백형도.
그가 유해주를 찾아가 정식으로 사죄를 구하게 했으니까.
유청하는 고민하다가 그것을 받았다. 죽이기보단 용서를 택한 것이다.
물론 회귀 전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겠지.
하지만 무신의 행동이 그녀의 마음을 바꿨다.
비단 그녀만이 아니었다.
“최 소협!”
여전히 무신을 소협이라 부르는 하성운도 회귀 전과 다르게 유림교로 합류했다.
정확히는, 무신의 부름을 받았다.
하성운.
그리고 유청하.
회귀 전에 이름을 날렸던 실력이라면, 분명 마왕전에 도움이 돼줄 테니까.
이어 예상치 못한 인물도 등장했다.
그 사람은 직접 무신을 찾아왔다.
“잘 지내셨나요?”
해동 여인 이유주.
그녀는 여전히 무신의 파천검을 들고 있었다.
무신은 놀라 물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해동까지 소문이 다 났는 걸요. 무사님에게 보탬이 되고자 왔어요.”
“…….”
“안 반가우신 건 아니죠?”
“그럴 리 있겠습니까.”
말 그대로 그럴 리가 없었다.
이유주는 재능이 뛰어나 누군가 짚어주기만 하면 대성할 무사였다. 당장 지금도 그때 만났을 때보다 실력이 일취월장해 있었다. 풍기는 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모두들 고맙고 고맙습니다.”
무신은 유청하, 하성운, 이유주까지 모여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짧았던 만남에 풀 회포가 뭐 있겠느냐마는, 강호란 곳은 그렇다.
스쳐 지나간 것도 인연이다.
워낙에 넓으니까.
그러니 말을 섞거나 검을 부딪쳤다면 더욱 진득한 관계가 될 수밖에.
“가시지요.”
다음 날.
무신은 세 명의 인연, 그리고 때맞춰 도착한 카르베니아 기사들과 함께 강호의 중심으로 움직였다.
섬서성.
화산파와 종남파의 땅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곳은 마왕전에 대비한 무사 양성의 장소였다.
천룡무관(天龍武館).
무신은 그곳에 거대한 무관을 하나 세웠다.
이름 난 무사들이 즐비했으며,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새싹들을 교육했다.
물론 마왕전까지 남은 기한은 불과 5년.
그러니 절정 이하의 무사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수들은 있어봐야 방해만 될 테니까.
“화합의 시대임을 알아주십시오.”
정파의 각 문파.
카르베니아 기사들.
뒤이어 도착한 북해빙궁 무사들까지.
무신은 그들이 한데 모이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딱 한 마디만을 덧붙였다
“제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말이었다.
회귀 전에는 이 시기에 이런 일이 없었다. 마왕전은커녕 정마대전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향대를 궤멸시켰던 그 작은 불씨가 정마대전을 거쳐 마왕전이란 불꽃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니 무신으로선 책임지고 일을 해결할 수밖에.
나 몰라라 하기에는 너무 큰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대비는 모른 때 어려운 것이지 알면 땅 짚고 헤엄치는 것보다도 쉽다.
물론, 그만큼 열심히 준비를 한단 전제하에.
“다들 열심히들 해봅시다.”
그 말을 기점으로, 천룡무관의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