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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8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8화

옥새

 

 

마왕.

최하급부터 최상급까지 나뉘는 마물을 통솔하는, 강호로 치면 무림맹주나 마교 교주쯤 되는 존재였다.

본인이 직접 소개했듯이 무신의 앞에 나타난 자는 개중 72위에 속하는 안드로 말리우스였다.

황색 머리칼에 황색 눈알에 황색 복장.

온몸이 황색으로 뒤덮인 놈이었다.

무신은 놈의 팔을 주시했다.

지금은 인간의 그것 같아도 본체로 돌아가면 뱀으로 바뀔 것이다.

회귀 전에 들은 기억이 있었다.

 

“웬 놈인가 했더니 잔챙이가 왔군.”

“…뭐야?”

 

시시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무신에게 안드로 말리우스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세상에 마왕을 잔챙이라 표현하는 자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안드로 말리우스는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 큭큭 웃었다.

모르니까 저러는 것이다.

마왕의 힘이 어떤지 모르니까 콧대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무신은 너무나 잘 알았다.

심지어 안드로 말리우스가 어떤 능력을 사용하는지도 머릿속에 다 들어 있었다.

물론, 다 떠나서 안드로 말리우스는 서열 72위였다

가장 최하위.

위치만 보면 무림맹주나 마교 교주쯤 될지 몰라도 힘은 그 아래의 아래의 아래의 맹도나 교도들만도 못했다.

굳이 빙ㅍ하자면.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안드로 말리우스를 죽일 수 있는 무신이었다.

하지만 잠깐 미루었다.

한 가지 확인해 볼 것이 있었다.

 

“마물들을 소환당한 것 때문에 왔나?”

“잘 알고 있구나.”

“오래전, 너희들이 이곳을 침략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별일 아닐 텐데.”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그렇게 답하며 안드로 말리우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무신은 개의치 않고 계속 물었다.

 

“그동안은 왜 조용했나?”

“뭘 그리 구구절절 캐묻느냐?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 발악을 하는 겐가?”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 발악할 것이었으면 애당초 제 발로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안드로 말리우스는 지금 굉장히 어처구니없는 반문을 던지고 있었다.

무신은 이번에도 개의치 않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궁금하잖나. 수백 년 동안이나 조용했으니.”

“뭐, 인심 베풀어 알려주마. 천계 놈들 까부는 것을 정리하느라 이때까지 늘어지게 되었다.”

“천계 놈들?”

 

무신은 되물음과 동시에 스스로 알아냈다.

천계.

대천사장을 필두로 한, 말 그대로 천사들의 세상이었다.

강호가 정파와 마교로 나뉘듯이 그곳도 천계와 마계로 나뉘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군.”

 

무신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혹시나 싶어 확인해 본 것이었는데, 강호에 피해가 갈 만한 일은 아니었다.

마계가 천계와 전쟁을 벌이는 것은 순전히 그곳만의 마찰이니까.

 

“그래서 천계를 제압하고 다시 강호를 치겠다, 이건가? 마침 우리 쪽에서 너희 졸개들을 강제로 소환시키기도 해서?”

“그런 것이지.”

“헌데 왜 혼자인가?”

 

이번에는 알면서도 물어봤다.

워프 게이트.

그것이 온전치 않으니 서열 72위의 ‘말단’ 안드로 말리우스가 정찰을 나온 것이리라.

 

“무림맹주니 마교 교주니 하는 벌레들 죽이는 데에 선배님들까지 올 필요가 있겠느냐?”

 

안드로 말리우스는 자신이 나름 중책을 맡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혼자 온 게 확실하다면, 무신으로선 반가운 일이었다.

저놈을 족쳐도 뒤탈 걱정이 없단 뜻이니까.

무신은 더 볼 것 없다는 듯 빙룡검을 뽑아 들었다.

고요한 초원 위에 돌연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빙룡의 영기와 무신의 내공의 합작이었다.

 

“응?”

 

처음에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던 안드로 말리우스였다. 바람이 거세다 못해 창공을 찢을 정도로 커져도 그러려니 하는 얼굴이었다.

마교 교주나 무림맹주.

그만큼의 힘은 쓴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빙룡검 위로 수십 장에 달하는 내공이 솟고, 무신의 몸에 깃든 기압이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지자 안드로 말리우스도 달리 반응했다.

저것은, 저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인간의 힘이 아니었다.

최소 마왕급, 아니, 그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안드로 말리우스보다도 강한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안드로 말리우스의 입이 경악스럽게 벌어졌다.

그는 벌어진 상황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지 못했다. 말했듯 상대가 인간이 낼 수 없는 힘을 내고 있으니까.

 

“마계의 위대하신 마왕님께서 벌레한테 놀라면 쓰나.”

 

반면, 무신은 피식 웃으며 이죽거릴 정도로 심신이 편안했다.

그에게 이 정도 내공은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정도였다.

만약 전력을 냈다면 안드로 말리우스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자못 궁금했다.

하지만 굳이 또 볼 필요까지는 없겠지.

무신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며 안드로 말리우스에게 달려갔다.

초원 위에 부는 거센 바람도 그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했다.

그는 그만큼 빨랐다.

그러니 안드로 말리우스의 몸뚱이에 빙룡검이 박혀 들어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커헉!”

 

마물보다 몇십, 몇백 배는 높다는 마왕도 결국 한낱 생명체였다.

안드로 말리우스의 입에서 누런 액체가 쏟아졌다.

잘린 가죽 사이에서는 창자인지 뭔지 모를 것이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고통스러우리라.

하지만 숨통을 끊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무신은 빙룡검을 뽑아 다시 한번 놈의 몸통을 찔렀다.

사실 무형검을 썼으면 굳이 이런 노고를 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언제 또 마왕과 박투를 벌여보겠는가.

좀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호오, 그게 변형이란 건가.”

 

두 번 찔리고 나서야 본체로 돌아가는 안드로 말리우스를 보며 무신은 재미있다는 듯 중얼거렸다.

듣던 대로 안드로 말리우스의 팔뚝이 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얼굴과 몸에는 오돌토돌한 돌기가 돋아나고 있었다.

마교인들이 보여준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기다려 주마. 힘을 키워보거라.”

 

무신은 팔짱을 끼면서까지 안드로 말리우스가 하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자만하려는 게 아니었다.

확실하니까.

이길 게 확실하니까.

그뿐이었다.

물론 애당초 안드로 말리우스의 변화가 끝나기까지 눈 두어 번 깜빡일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화락!

불꽃이 타오르듯 안드로 말리우스에게서 기압이 터졌다.

정확히는 마기.

예사롭지 않았다.

직전보다 갑절, 아니, 그 이상이었다.

무신은 조금 놀랐다.

안드로 말리우스가 저 정도인데 더 위의 놈들은 어떨까.

특히 서열 1위라는 바알은 과연 얼마나… 상념은 거기까지였다.

안드로 말리우스가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달려들고 있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에서 진득한 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봤자였다.

한 주먹거리인 것은 똑같았다.

무신은 가볍게, 아주 가볍게 팔만 뻗었다.

그의 손에 들린 빙룡검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안드로 말리우스와 정통으로 부딪쳤다.

까앙!

둔탁한 소리가 났다.

물론 호각이 난 것은 아니었다.

안드로 말리우스의 두개골이 갈라지는 소리였다.

툭.

눈도 채 못 감은 머리통 하나가 수풀 위에 떨어졌다.

서열 72위이기는 해도 나름 마왕이란 대단한 존재가 오합도 못 견디고 죽은 것이다.

무신은 사체가 된 안드로 말리우스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오늘 처음 보기에 감회가 새롭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신기했다.

마왕을 이렇게 간단히 요리할 정도로 강해졌다는 게.

하지만 안주하기는 일렀다.

안드로 말리우스는 전초일 뿐이었다.

몇 년 후면 71위, 70위, 69위… 이어 수도 없이 강한 마왕들이 강호를 침략해 올 것이다.

종국에는 서열 1위 바알도 나타날 것이고.

게다가 마교의 진짜 끝이라는 천마도 아직 행방이 모연했다.

해결할 일이 산더미였다.

무신은 주먹을 말아 쥐며 마교 교원으로 돌아갔다.

그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수련.

그때까지 더 강해져야 한다.

아무도 이곳을 넘보지 못하게.

 

***

 

그해 가을.

대막(大漠)의 광풍사(狂風沙)는 회귀 전과 똑같이 황실에서 옥새를 훔쳐갔다.

정마대전으로 인해 강호가 어수선했기에 그들의 도둑질은 회귀 전보다 더 쉽게 끝났다.

 

“옥새를 빼앗긴 황제의 몰골을 한번 봤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크하하하하하! 그러게 말이다!”

“속이 시원합니다, 아주!”

 

그들은 잔뜩 들떠 있었다.

황제에게 땅을 빼앗겼단 것에 대한 복수.

그리고 옥새에 깃든 미지의 힘을 이용해 무사들을 양성.

흥분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자, 마셔라! 마셔!”

“키야!”

 

그들은 날이 새도록 술판을 벌이며 축포를 터뜨렸다.

물론 방비는 단단히 했다.

혹시 모를 추적이나 침입자에게 역으로 다시 옥새를 털리지 않기 위해서.

광풍사란 걸출한 이름을 달고 있으나 결국 대막.

새외무림에 불과한 곳이 방비를 단단히 해봐야 얼마나 단단하겠느냐마는, 카르베니아나 북해빙궁만큼은 못 돼도 그 바로 아래는 되는 게 대막의 광풍사였다.

단단한 방비라 하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 누구십니까……!”

“옥새는 어디 있지?”

 

검풍만으로 광풍사의 수많은 무사들을 잠재우고, 심지어 광풍오검(狂風五劍)까지 일격에 쓰러뜨렸다는 것.

그는 강했다.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강했다.

그러니 옥새를 찾는 그의 말에 광풍사관(狂風沙官) 도소광은 얼른 갖다 바쳤다.

목숨을 걸고 털어온 황제의 그것을.

아쉬움은 없었다.

아쉬움을 부렸다가는 죽을 게 뻔했으니까.

도소광은 싸워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게 황제의 옥새로군.”

 

정체모를 사내는 한참 옥새를 들여다보다 홀연히 사라졌다.

한마디만을 남긴 채.

 

“내가 누구냐고 물었나?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다.”

 

새로운 세력.

얼마 전 마교가 멸교하면서 말 그대로 새롭게 세워진 ‘유림교’란 세력.

그렇다면 사내의 정체는…….

 

“최무신이라고 하지.”

 

사내는 선뜻 자신의 이름까지 밝혔다.

굳이 감출 이유가 없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소광마저 죽여 버리면, 흔적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니까.

 

***

 

강호 남부의 어느 이름 모를 산.

바위 위에 올려둔 황제의 옥새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다르게는 천룡주(天龍朱)라고도 불린다더니 직접 보니 왜인지 알 것 같았다.

보면 볼수록 신비스러웠다.

영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감탄할 때가 아니지.’

 

무신은 그만 눈을 감으며 찬찬히 내공을 끌어 모았다.

막 단전에 축적되어 막 꺼내진 내공.

그것은 어미의 품처럼 따뜻하고 높다란 산기슭의 계곡물처럼 맑았다.

귀찮더라도 이렇게 해야 한다.

아니하면 옥새의 ‘미지의 힘’이 나타나지 않으니까.

무신은 일각이 넘도록 신경을 기울였다.

그러다 문득, 눈을 떴다.

그의 손에 희뿌연 내공이 가득 잡혀 있었다.

양은 극히 적었다.

얼마 전 안드로 말리우스를 잡았던 내공이 백이라면 지금은 일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양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순도.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무신은 짧은 호흡과 함께 내공을 옥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쉬웠다.

말 그대로 밀어 넣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콰쾃!

역시나 바로 반응이 왔다.

황금빛이 감돌았던 옥새가 내공의 희뿌연 빛을 띠기 시작했다.

미지의 힘이 발동되고 있단 방증이었다.

무엇일까.

어떤 독특한 것이 튀어나와 무(武)에 도움을 줄까.

회귀 전의 기억에도 배춘삼의 정보에도 옥새의 미지의 힘에 대한 것은 없었기에 알 도리가 없었다.

목구멍 속으로 꿀꺽 침이 넘어갔다.

안드로 말리우스나 마운현을 죽일 때도 아무 이상 없었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렇게 일각쯤 지났을 때.

내공을 잔뜩 머금은 옥새가 광채를 일으켰다.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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