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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2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2화

또 다른 검

 

 

전장은 매우 넓었다.

사방이 탁 트인 초원 위였으니 어마어마하게 컸던 혈교의 교원도 이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좁게 느껴졌다.

조금만 달려가면 그 끝이 느껴질 것 같았다.

이유는 저기 저 두 고수에게 있었다.

무림맹주 곽이천.

마교 교주 마운현.

그들의 움직임이 드넓은 초원을 죄다 터뜨린 탓이었다.

이곳은 더 이상 초원이 아니었다.

폐허였다.

땅은 쩍쩍 갈라져 있었고, 나무란 나무는 모두 뽑혀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산새나 들짐승 따위야 진즉부터 종적을 감추고 없었다.

남은 것은 이곳을 사수하고자 애쓰는 정파인들과 마교인들뿐이었다.

 

“커헉!”

 

하지만 그들도 땅이나 나무와 별다를 것 없는 신세였다.

살갗은 갈라지다 못해 터지고.

머리통이 뽑히고.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비위가 약한 자는 이곳에 아주 잠깐만 서 있어도 구토에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이다.

물론 무인들에겐 익숙한 상황이었다.

산 채로 배를 갈라 창자를 줄줄이 꺼내 아작아작 씹는 광인(狂人)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약과였다.

그러나 목적이 다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기존의 익숙한 상황은 그저 본인의 목숨, 크게 봐야 문파를 수호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본인의 목숨.

문파의 수호.

거기에 세력의 다툼.

여기서 밀리면, 세력은 그대로 끝이었다.

정파가 됐든.

마교가 됐든.

 

“부교주께서 당하셨다!”

 

그러니 무신의 활약의 여파는 상당히 컸다.

그에 앞서 마준환에 십칠강룡에 허대균까지 당했으니 남은 마교인들은 죄다 우왕좌왕이었다.

더 이상 그들을 지휘할 이가 남아있질 않았다.

마운현?

그는 곽이천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애당초 전장이 이렇게 초토화된 데에는 무신의 영향보다 말했듯 두 고수의 영향이 더 컸다.

그런데…….

 

“매, 맹주님!”

 

누구와 싸우다 다쳤는지 왼쪽 팔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제갈령이 소리쳤다.

그의 시선은 죽기 일보직전의 곽이천을 향해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호각을 다투는가 싶었던 마운현과 곽이천의 대결은 이제 보니 전자가 압도하고 있었다.

곽이천의 팔에서 제갈령의 것보다 더 많은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왜 저리된 것인지는 마운현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처음 볼 때와 다르게 두 배쯤 불어난 몸.

얼굴에 두드러진 돌기.

그리고 관자놀이 양쪽의 뿔.

마운현도 마물화를 꺼내 든 것이다.

그것은 마정태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형상만 비슷할 뿐, 퍼지는 기운이 곱절에 곱절은 더 되었다.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인데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무신 또한 그랬다.

그는 답답한 속을 달래려 서너 번 헛기침도 했다.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야.’

 

그의 눈이 빛났다.

곽이천은 마운현의 마물화에 당황한 모양이지만, 무신은 처음부터 예상했다.

그래서 마정태가 그랬을 때도 별다른 동요 없이 해치웠다.

깔끔하게.

더 이상 손 쓸 필요 없게.

이제는 마운현을 그렇게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곽이천은 이미 한계였다.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으나 가만 놔두면 곧 곽이천의 목에 마운현의 검이 박힐 것이다.

정파의 수장.

무림맹의 맹주가 사망하는 것이다.

그것은 못 볼 꼴이었다.

다른 이는 몰라도 맹주는 죽으면 아니 되었다.

정파도 결국 하나의 국가.

통치자가 사라지는 것은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하는 법이었다.

라고는 해도 사실…….

무신은 곽이천이 죽든 말든 상관 없는 입장이었다.

정파에 몸담은 입장이 아니었으며 맹주야 다시 뽑으면 그만이었다.

다만 그가 우려하는 것은 마교가 강호를 지배하는, 그 빌어먹을 경우였다.

그 꼴만은 못 볼 것 같았다.

비윤리적인 것이 강호에 물드는 게 싫었다.

사파, 북해빙궁, 해동, 동영 등의 세력이 남아 있다고는 하나 그뿐이다.

그곳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설령 윌레이커 카이스가 버티는 카르베니아라 할지라도 마찬가지.

강호를 평정한 마교를 부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천하를 지배할 상이라더니 별것 없구나, 곽이천이여!”

 

호탕하게 웃어젖히며 곽이천을 농락하는 마운현.

저자가 마교의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끝은 마교의 창시자이자 강호와 중원 모두를 지배한, 그러니까 천하를 호령했던…….

 

천마(天魔).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오금을 저린다.

아닌 말이 아니라 시장 객잔에서 천마에 대한 이야길 꺼내면 열에 열 자리를 떠난다.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죄였다.

너무도 대단한 존재였기에.

 

‘천마는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는 한데…….’

 

무신은 애매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회귀 전에 그랬다고 해서 지금도 그러리란 법은 없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마교가 위험하지 않았으니까.

마운현이 직접 곽이천과 맞붙는 것도 앞으로 몇 해나 더 지나야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면…….

무신은 머쓱하게 웃었다.

이 모두 그가 만든 상황이었다.

백야평야에서 마향대와 성태귀를 잡은 것이 이렇게까지 연결된 것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폭풍을 만든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구나.’

 

무신은 고개를 두어 번 젓고는 그만 상념에서 벗어났다.

천마든 뭐든 당장 현재는 벌어지지 않은 일이었다.

이 순간에선 그저 마운현만 신경 쓰면 되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마침, 제갈령이 제 상대를 때려눕히고 마운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굳이 따지자면 마운현보다는 곽이천에 가까웠다.

그래봤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텐데, 마운현의 상태는 아까보다 더 심각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망룡의는 명함도 못 내밀 걸출한 옷자락도 죄 찢어져 있었다.

옷이 저 지경인데 살갗은 멀쩡할까.

뼈가 드러나 있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물론 검상이야 강기만 제대로 쳐도 결코 남지 않을 상처였다.

하지만 곽이천에겐 그럴 여건이 없었다.

과장 조금 보태어 곽이천은 지금 마운현이 숨만 잘못 쉬어도 죽을 목숨이었다.

무신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생사경.

상황이 저렇다고는 해도 곽이천은 강호에 중원 전체를 통틀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였다.

그런 자가 맥을 못 춘다는 것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지금 마운현은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무신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마운현이 강한 게 아니라, 그만큼 마기를 더 끌어다 썼단 뜻이다.

무신은 그 부분이 조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마공이 제 살을 깎아먹는 짓이라면, 마기는 무인으로서의 생명을 버리는 짓이다.

백번 양보해 마정태까지는 그럴 수 있다 쳐도 마운현은 왜 저러고 있을까?

지면 끝이라서?

쓰지 않고선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무신은 금방 답을 찾아냈다.

 

‘마운현은 마기를 쓰는 데에 지장이 없어. 마물화도 물론이고.’

 

확실했다.

조금 전, 마운현이 분명…….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천하를 지배할 상이라더니 별것 없구나, 곽이천이여!”/(이탤릭)

 

라고 했으니까.

마물화하면 인간의 언어를 내는 게 불가능하다.

그게 어찌 가능한지는 무신도 몰랐다.

 

‘굳이 궁금해할 필요는 없지. 그냥 싸우면 되는 거야.’

 

무신은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곽이천이 무너졌으니 이제 마운현을 상대할 이는 그밖에 없었다.

그는 왼손에 내공을 모아 힘껏 던졌다.

그것은 여전히 곽이천을 맹폭하고 있던 마운현의 팔뚝까지 날아갔다.

맞으면 꽤나 아플 것임을 마운현이 모를 리 없었다. 몸을 살짝 틀어 그대로 빗겨냈다.

찰나의 틈을 이용해 곽이천이 위기에서 벗어났다.

곽이천을 구하려 뛰어든 제갈령이 얼른 곽이천의 앞에 섰다.

제갈세가.

검 대신 붓만 들어 은근하게 멸시를 받는 가문.

그런데 용맹하게 맹주를 지키려 한다.

이 한 몸 희생하겠단 각오였다.

하지만 각오와는 다르게 제갈령의 얼굴은 곧 죽을상이었다. 곽이천도 막지 못한 자를 그가 막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무신이 끼어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맹주님을 잘 모셔주십시오.”

“자, 자네……!”

“긴말할 시간 없습니다.”

 

무신의 단호한 어조에 제갈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

곽이천이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무신은 귓등으로 흘렸다.

무신이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오로지 마운현이었다.

그는 마운현과 잠깐 얼굴을 마주했다.

방금 전 내공으로 인해 거리는 이십 장 이상.

그런데 바로 코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운현이 기운이 살갗을 파고드는 기분이랄까.

묘하고도 놀라웠다.

잠재기를 쓰게 만들었던 마정태도 마운현에 비하면 코흘리개 애 수준이었다.

무신은 곽이천이 무너진 이유를 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정파의 마지막이 설마 자네였을 줄이야.”

 

마운현이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에겐 곽이천이나 무신이나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

 

“어떻게, 날 이길 술수가 있는가?”

 

괴물의 모습을 한 자가 그렇게 물어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압적이었다.

여타 무인이었다면 정말 제자리에 주저앉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신은 달랐다.

표정 하나 변하질 않았다.

그냥, 이기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일은 알아서 해결될 것이다.

무신은 웃으며 받아쳤다.

 

“그럼. 얼마든지.”

“얼마든지라. 허세가 아니란 것은 알겠구나.”

 

마운현의 고개가 마정태에게로 돌아갔다.

그것은 더 이상 마정태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몸이 아주 박살이 나 있었기에.

마운현이 놀랍다는 듯 말을 이었다.

 

“신성이니 강한 것은 대충 예상했다만, 부교주까지 저리 만들리라고는 꿈에서도 몰랐다.”

“저까짓 벌레 한 마리 잡은 게 무슨 대수라고.”

 

벌레.

대수.

허대균이나 마정태는 그 도발에 넘어가 격분했지만, 마운현은 아니었다. 오히려 계속 웃기만 했다.

 

“부교주에게서도 보았을 것이다. 그놈이나 나나 마물화란 것을 이루고 있지.”

 

남의 입에서는 처음 들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수 없이 맴돌았기에 무신은 마물화란 말에 어색하지 않게 반응했다.

 

“그래서?”

“마물화한 마정태는 저기 저 늙은이와도 맞먹을 게다.”

 

쭉 펴진 마운현의 손가락은 빈사상태의 곽이천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까지는, 무신도 몰랐다.

그럼 방금 전 마정태는 생사경과 같았단 말인가?

무신은 부정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군.”

“내가 생사경보다 강하단 것을 증명하면 되는 겐가?”

“뭐?”

“그러니까 내가 마물화로 경지를 한 단계 뛰어넘었음을 증명하면, 부교주도 한 단계를 뛰어넘은 셈이지 않은가?”

 

마운현이 ‘아차차’ 하며 바로 덧붙였다.

 

“참고로 부교주는 현경의 경지였네.”

 

그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마물화가 경지 하나쯤은 우습게 넘어선다는 것도 사실이었고.

하지만 생사경 다음은 다른 문제였다.

자연경.

아무리 봐도 마운현은 거기까지 다다르지 못하… 순간, 마운현의 손에 두 개의 검이 쥐어졌다.

하나는 마라검.

다른 하나는…….

 

“자네가 어찌 생사경에 버금가는 힘을 얻었는지는, 그래, 백번 양보해 이해하지. 허나 이것은 힘들 게야.”

 

심검(心劍)이었다.

오로지 내공만으로 검의 형상을, 아니, 진짜 검을 만드는 검술의 극(極).

마운현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이미 승리를 장담하는 얼굴이었다.

무신은 같잖지도 않았다.

저 정도야 그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이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반대쪽 손에도 검 하나가 생성됐다.

마운현의 것과 같은, 생사경의 심검이었다.

 

“……!”

 

심지어, 마운현의 것보다 응축된 내공도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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