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6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64화
164화. 또 졌네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 움직이려면 아무래도 눈에 띄기 마련이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병장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구성원만 보아도 스물이 넘는 노인에 중년미부 하나, 젊은 놈 하나였다. 비구니가 하나에 땡중이 둘이요, 도사도 여럿 있어 누가 봐도 이상한 조합의 행렬이었다.
일행에게 이런 상태로 이동할 순 없다고 의견을 구했더니 황보 노인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위장? 그런 것이 왜 필요해? 누가 우릴 건드릴 수 있다고. 그렇지 않습니까? 선녀님?”
“성마다 깔려 있는 관군을 보지 못했소이까? 거는 시비 다 받아주면 올해 안에 황궁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오.”
검마의 이견에 황보 노인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럼 따로 나눠서 가면 되겠네. 이동속도도 빠를 테고 우스운 꼴로 변장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본질적인 문제보다 둘 사이에 묘한 감정의 기류가 느껴졌다. 물론 문제의 원인은 두 사람에겐 별 생각도 없는 혈화선녀였고 말이다.
‘이래서 사내연애를 금지하는 건가?’
애정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거사를 치르기도 전에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 날 수도 있으니까. 안되겠다 싶어 얼른 나섰다. 두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니까.
“혈화선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말코도사와 땡중들이 모여 다니면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보이겠지. 북경까지는 몇 무리로 나눠서 이동해 집결하는 것이 좋을 듯하네.”
황보 노인이 자신의 편을 들어줬다고 희희낙락했지만 어쨌든 일건 낙착이었다. 내친 김에 조를 나누는 것도 선녀에게 미뤘다.
“예,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럼 어떻게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까?”
“정사마가 모였으니 그렇게 나누면 되겠구나. 구파와 세가의 인원이 많으니 따로 나누면 될 것이고.”
네 개조로 나누자는 혈화선녀의 말에 몇몇 노인네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사황련 아니 혈화선녀와 함께 하고 싶은 눈치가 역력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혈화선녀의 제안은 일견에도 합리적인 방법이라 반대할 명분도 없었다. 결국 마교와 사황련, 구파와 세가의 네 개조로 나뉘어 북경에서 집결하기로 했다.
나도 남궁, 황보 노인과 함께 가려고 일어서는데 혈화선녀가 불렀다.
“한 장주는 우리와 함께 가지.”
사황련이 넷이고 세가도 넷이다. 난 상 장로가 불편한 혈화선녀는 피해야 했기에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아닙니다, 전 세가의 어르신들과 함께 이동하겠습니다.”
내 거절에 못마땅해 하는 혈화선녀의 표정을 보고 이때다 싶어 황보 노인이 얼른 나섰다.
“선배, 그럼 저희와 함께 이동하는 것은 어떠시오?”
“흥! 됐다. 그럼 북경에서 보자꾸나.”
혈화선녀는 콧바람 소리와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휘릭! 휘리릭!
뒤이어 마교와 구파도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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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북경에 도착해 약속한 객잔에 도착했더니 이미 다른 조들은 도착해 있었다. 아마도 내가 모르는 사이 각 계파 간에 빨리 도착하는 것에 대한 자존심 싸움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각양각색의 노인이 서른 명이나 함께 있으면 의심을 살터라 객잔도 조별로 따로 얻었다. 그런 다음 각 계파의 대표자만 모였다.
마교는 검마가, 구파에서는 화산의 전대 매화검선이, 세가에서는 남궁 노괴가 대표로 참석했다. 사황련은 당연히 혈화선녀였고.
나는 모든 계파와 연을 갖고 있었고 또 이번 거사를 주도한 주재자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비록 가장 어렸지만 그나마 가장 중립적인 내가 중재자 겸 대표 비슷한 위치가 된 것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혈화선녀는 이미 결정된 사항을 고지라도 하듯이 입을 열었다.
“황제는 내가 처리할 테니 선봉은 우리 사황련에게 맡기도록 해라.”
물론 시선을 나를 보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할 말은 있어 보이나 눈치를 보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화경에 오른 고수들도 위아래는 있는 모양이었다.
반대가 있으면 지금 말하라는 뜻으로 둘러봤지만 모두 시선을 피했다. 난 누가 뭘 하든 목적만 달성하면 되기에 흔쾌히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선녀님께 부탁드리려 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견異見은 없는 듯하니 선녀님께서 맡아 주십시오.”
내겐 황제를 누가 처리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내 실력으로 황제를 이길 자신도 없었다. 또 남궁세가주의 말대로 후일을 위해서는 직접 손을 쓰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정말 내가 처치해도 괜찮겠느냐?”
혈화선녀는 그런 내 모습이 의외였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마도 내가 직접 나서겠다고 할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예, 하지만 황제의 무공이 범상치 않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선녀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별히 주의하셨으면 합니다.”
“알겠다. 그런 문제라면 걱정 말아라.”
역시 내 주의는 한 귀로 흘리는 혈화선녀였다. 물론 자신감의 발로였고 언젠가 된통 당해야 정신 차릴 것이라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예, 그럼 선봉은 결정됐고 공격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솔직히 황궁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여러분께는 죄송할 뿐입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서른 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 번에 움직이기에 황궁은 너무 폐쇄적인 곳입니다. 경계하는 군사도 많고 수준도 알 수 없으며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몰라 걱정입니다.”
사실 이 점이 가장 걱정이었다. 명색이 황궁이었고 제갈 세가의 입김이 닿아 있는 곳이다. 동창과 금의위는 물론이고 경비하는 군사들의 무공 또한 예사롭지 않을 것이고.
‘혹여 진법이라도 설치되어 있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고.’
하지만 짧은 시간에 황궁의 평면도나 내부 정보를 구하는 일은 어려웠다. 때문에 사실상 이들의 무력에 의존해 공격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나마 당가 노인도 있고, 화경의 절대고수라면 최악의 경우라도 제 목숨은 건사할 테니까.’
과연 혈화선녀 역시 너무나 부족한 정보에는 선뜻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선녀의 눈치를 살피던 검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혈화선녀 선배님, 두 무리로 나누어 잠입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결국 목표는 황제가 기거하는 영락전이 아닙니까? 만일 어느 한 쪽이 발각되면 소란을 떨어 이목을 집중시켜주면 다른 한 쪽은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오군도독부에서처럼 말이냐?”
“예, 선배님. 설령 발각되어도 몸뚱이 하나 빼내지 못하겠습니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난 혈화선녀가 내게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역시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린 마교와 함께 하겠다.”
선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예, 선녀님. 그렇게 하시죠.”
즉답에 선녀는 기분이 좋은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런 일은 오래 끌어 좋은 일이 하나도 없는 법이니 오늘 밤 바로 시작하도록 하자.”
“예, 선녀님.”
“그럼 우린 남문을 통해 잠입하도록 하겠다. 너희들은 북문으로 잠입하도록 해라.”
친절하게 잠입 경로까지 지정해 주는 혈화선녀였다. 나는 물론 아무도 이견을 말하지 않았고.
“그럼 건투를 비마.”
“예, 선녀님도 조심하십시오.”
그렇게 두 개 조로 나뉘어 황궁에 잠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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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막 이경을 지났을 무렵.
저벅저벅. 척척척!
경비를 서는 군인들의 발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황궁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이지만 주변까지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린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니니까.’
스스슥.
십여 명이 일사불란하게 어둠속을 뚫고 황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그 많은 수의 경비 병사들은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휘리릭. 휙휙휙!
구파와 세가의 노인들과 함께 달밤의 황궁 북문을 소리 없이 넘었다. 과연 절대고수들이라 한 점의 기척도 내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담장에 올라섰다.
‘헉! 이건 도대체!’
겉에서 본 황궁도 대단하긴 했지만 담장에 올라 쳐다보니 끝없는 전각들이 운해雲海처럼 펼쳐져 있었다.
‘제길! 다신 규모에 놀라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괜히 또 한 번 진 기분이 들었다. 일행들도 마찬가지인지 한동안 눈앞의 장관에 넋을 놓고 있는 듯했다.
-쩝!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남궁 노괴의 답답하다는 듯한 전음에 정신을 차렸다.
-일단 중앙을 향해 이동하죠. 아무래도 중앙에 있지 않겠습니까?
-이놈아, 원래 중앙은 황제가 정사를 보는 곳이고 내원은 좀 더 후미진 곳에 있는 법이야.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확실을 기하기 위해 일행에게 물었다.
-혹시 이곳에 와 본 분은 안계십니까?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무림에서 한 가닥씩 하는 사람들이라 한번쯤은 와봤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여기서 오래 머물 수도 없으니 일단 중앙으로 잠입하죠. 그곳에서 한 명 잡아 물어보면 될 겁니다.
-그러자꾸나.
스스슥.
다시 어둠에 몸을 싣고 중앙부를 향해 달렸다. 두세 개의 전각군을 지나자 풍경이 확 바뀌었다. 살벌한 전각들의 무리에서 기화이초가 만발한 정원이 나타난 것이다.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며 일행에게 물었다.
-혹시 이곳이 내원이 아닐까요?
-아니다. 남문에서 너무 가깝지 않느냐. 내원은 더욱 깊숙한 곳에 있을 것이다. 그러지 말고 여기서 한 놈 잡아 물어보는 것이 빠를 듯하다.
말을 마친 남궁 노괴가 담장 밑으로 신형을 날려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조심하십시오.
나머지 일행은 담장에 넙죽 엎드려 남궁 노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데 꽤 시간이 흘렀지만 노괴는 돌아오지 않았다.
황보 노인이 전음을 보내왔다.
-병사 한 명 제압하는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지 않느냐?
-예,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상 장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날리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달빛이 사라지며 귀를 찢는 듯한 파공성이 들려왔다.
핑! 피빙! 피융!
쐐애액. 쐐애액.
수많은 화살이 달빛을 가리며 밤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인 채 우릴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강철의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화살은 사방에서 날아오고 있어 달리 피할 곳도 없었다.
“헉! 발각 당했습니다! 모두 조심하십시오!”
호신강기를 일으켜 몸을 보호하고 검을 뽑아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며 소리쳤다.
터덩 텅!
서걱서걱!
노인네들도 각자의 병기를 꺼내 화살비를 막아내며 말했다.
“이까짓 화살쯤이야! 한데 놈들이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나 역시 그게 궁금했다. 경비 병사들은 절대 우리의 기척을 느낄 수 없을 테니까. 그때 쏟아지는 화살을 쳐내며 고개를 갸웃하던 당가 노인이 화살비의 정체를 알아낸 듯 소리쳤다.
“화살을 봐라! 병사들이 쏘는 화살이 아니라 기관으로 쏘아내는 화살이다! 우리가 기관을 건드린 모양이야.”
제갈 세가를 제외하면 기관에 제일 해박한 지식을 가진 곳이 당가였다. 때문에 가장 먼저 비천의 암수에 멸문지경에 이르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