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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20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04화

204화 격돌(2)

 

 

 

 

***

 

뿌드득!

 

“…멍청하기는!”

 

황궁의 가장 높은 탑에서 마계와 통하는 게이트를 건설하던 마르바스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마계에서 데려온 부하 중 하나의 기운이 사라졌다.

 

‘남은 녀석이 사브나크인가? 이쪽으로 도망쳐 오는 꼴을 보니 맞겠군.’

 

입맛을 쓰게 다셨다.

그가 아는 베리스라면 차라리 끝까지 싸울망정 도망치진 않는다. 마왕 체면이 있지…

바닥에 새긴 마법진이 아직도 활성화하지 않은 상황.

 

‘아직 바알 님을 부르기엔 부족해.’

 

보름달이 뜬 것을 확인하고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엄청난 기운을 퍼부었음에도 아직 게이트가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건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시간만이 해결해 줄 문제.

그러나 방해자가 나타난 이상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차피 이제부턴 자신이 있으나 없으나 게이트가 열리는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 충분한 마이너스 에너지만 공급되면 마법진이 활성화할 테니까.

아울러 일정 수준으로 마법진이 완성되면 자체 보호기능이 가동할 터. 그때까지 마르바스 자신과 사브나크가 힘을 합쳐 적을 막아 내야 한다.

다만, 탑의 상공에 떠 있는 마이너스 에너지의 손실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인간들이 방해하러 온 이상, 마이너스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베리스가 역소환된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녀석은 그놈의 빌어먹을 불덩이를 피우느라 마나 낭비가 심해.’

 

이유는 그거였다.

육체 능력을 위주로 힘을 쓰는 사브나크가 지금 상황에서는 더 유리하다.

상공에 뜬 마나를 그나마 최소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바로 마르바스 자신처럼 말이다.

한차례 마법진을 내려다본 마르바스는 탑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투두두둑!

 

탑에서 뛰어내린 마르바스의 몸이 순식간에 커지면서 입었던 옷이 터져 나갔다.

그의 발이 땅에 닿을 때쯤,

 

꾸우웅!

 

거대한 본체로 변신한 마르바스가 사슬을 손에 쥐고서 황궁의 성문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마왕 주제에 금빛의 갑옷을 입은 모습은 천계의 기사들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흑발을 등까지 길게 늘어뜨리고서 손에는 거대화한 그의 팔목 두께만한 사슬을 쥐고 있다.

사슬의 끝에는 금빛의 해골로 만들어진 추가 매달려 있었다.

 

절그럭!

 

사슬을 고쳐잡은 마르바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마르바스니임!>

 

“…덜떨어진 자식.”

 

마르바스가 나직하게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어쨌든 함께 싸워야 하기에 녀석이 듣지 못하게 한 것이다. 사브나크의 뒤를 쫓아오는 검은색 강철 거인.

 

‘저놈이었군. 베리스를 되돌려 보낸 놈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사브나크의 뒤를 쫓는 강철 거인을 노려보았다.

그와 동시에 마르바스의 몸이 지면을 박차고 쏜살같이 날아갔다.

 

‘한 번에 꿰뚫어 주마!’

 

몸을 날린 그가 손을 움직여 사슬을 힘껏 휘둘렀다.

 

“!!”

 

단번에 사슬로 강철 거인을 때려 부수려던 마르바스의 눈이 커졌다.

사브나크를 뒤쫓아 오던 강철 거인의 가슴에서 붉은빛이 튀어나오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마르바스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도주해 오는 사브나크를 노린다고 보기엔 붉은빛이 향하는 위치가 이상하다.

 

“차앗!”

 

기합성을 지르면서 이미 뻗어 나가는 사슬을 비틀었다.

 

촤롸락!

 

“어억! 마르바스님! 아, 안 돼에!”

 

쇠사슬에 휘감긴 사브나크가 마르바스와 뒤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푸화하학!

콰두두두두!

 

사슬에 휘감긴 사브나크의 몸으로 위기를 모면한 마르바스가 훌쩍 몸을 띄웠다.

 

“마르… 바스… 니임…….”

 

사브나크가 붉은빛을 몸으로 받아 내며 놀란 얼굴로 경련을 일으켰다.

 

“미안하다. 게이트가 완성되면 다시 부르도록 하마.”

 

마르바스가 사브나크의 가슴에 손을 얹고서 나직하게 말했다.

상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고기 방패로 사용하기 위해서 고정해둔 것에 불과하다.

 

‘엄청난 위력! 이런 게 인간계에 존재할 수 있었단 말인가! 이건 드래곤 브레스와 맞먹는 위력이 아닌가! 분명 드래곤들은 모두 지워 놓았을 텐데!’

 

마계화가 진행된 곳에서도 사브나크가 타들어 갈 정도로 강력한 무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한낱 인간이 만든 강철 괴물이, 이토록 강력한 위력을 만들어 낼 줄이야!

마침내 붉은빛이 잦아들었을 때, 사브나크는 처참한 몰골로

 

“끄으으으… 마르바스님!”

 

“말하라!”

 

“재수 없는 새끼! 다시는 네놈들 편에 서지 않겠다아아악!”

 

푸스스스스…

 

사브나크가 이를 갈면서 소리치고는 육체가 부스러져 갔다.

 

“…….”

 

뜻밖의 얘기에 순간적으로 마르바스가 멍해졌다.

명령하면 명령하는 대로 따르던 사브나크의 마지막 절규가 그를 잠시 공황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지금의 섭섭함 때문에 마계로 돌아가면 아마도 마계 서열 2위인 아가레스의 밑으로 들어갈 모양인 듯했다.

 

“망할 자식!”

 

짧게 욕설을 내뱉은 마르바스가 산산이 흩어지는 사브나크의 가루에 대고서 욕설을 흘렸다.

상관없다.

바알이 인간계에 튀어나오면 서열 2위인 아가레스가 감히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의 격차가 생길 테니까.

 

지이이잉…

 

씁쓸한 얼굴로 흩어지는 재에 시선을 던지던 그의 기감에 강렬한 파동이 전해져왔다.

 

“됐군!”

 

사브나크의 눈빛이 달라졌다.

드디어 마법진이 일정 수준 이상 활성화된 것이다. 탑 전체가 시커먼 어둠에 휩싸이는 모습.

외부에서의 공격은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촤롸락!

 

“벌레 같은 놈들! 모조리 죽여주마!”

 

마르바스가 사슬을 한차례 흔들면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검은색 강철로 이루어진 거인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네 명의 인간이 꼬물거리면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차례 살벌한 비웃음을 던진 마르바스가 사슬을 잡은 손을 크게 휘둘렀다.

금빛 해골 형태로 만들어진 추가 어둠에 물들면서 검은빛으로 타올랐다.

 

슝슝슝!

 

“……!”

 

사슬을 휘두르던 마르바스가 다시금 눈을 크게 떴다.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면서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파웃!

 

“…이런 개 같은!”

 

어깨와 목 사이의 승모근을 가르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통증에 마르바스가 이를 득득 갈았다.

사브나크가 역소환되면서 지껄인 얘기에 잠시 마음이 흔들린 탓에 반응이 늦은 탓이다.

곧바로 바닥에 착지했다.

 

꾸웅!

 

착지하는 와중에 오른손을 휘둘러 강철 거인을 향해 사슬을 던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촤르르륵!

 

“귀찮게! 디바인 소드!”

 

윌슨이 길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뻗어 오는 사슬을 향해 왼손에 쥔 크로노스 소드로 후려쳤다.

그러고는 뒤로 물러나면서 오른손에 생성된 디바인 소드로 꺾어 들어오는 사슬을 연달아 때렸다.

 

투가각! 투각!

 

한 걸음 더 물러나면서 상체를 숙이는 동시에 두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디바인 소드와 크로노스 소드가 사슬에 휘감기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제법이군.”

 

마르바스가 튕겨져나가는 사슬을 회수하면서 여유롭게 말했다.

마법진이 활성화하면서 보호막이 생성된 지금, 위협이 될 만한 건 없었다. 꼬물거리는 네 명의 인간 중에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신성력을 지닌 인간 하나뿐.

 

‘저따위 보잘것없는 신성력이라면 무시해도 되겠어.’

 

다이안 대신관을 발견한 그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마계화가 진행되지 않은 곳에서라면 어느 정도 위협이 되겠으나, 현재 황궁은 마계화가 진행된 상태다.

흙탕물에 깨끗한 물 한 방울이 들어와 봐야 티도 안 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보면 맞겠다. 그러니 마르바스가 가소롭게 생각하는 것이고 말이다.

나머지 인간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인간 세상에서야 대단한 존재들이겠으나, 오러 블레이드로 마계 금속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뚫기는 무리다.

숫자가 지금보다 대여섯 배쯤 많다거나 뛰어난 마법사가 있다면 몰라도 말이다.

위협이 될 만한 존재라곤…

 

“어이, 쇠뭉치! 덤벼봐라.”

 

계산을 마친 마르바스가 강철 거인을 향해 사슬을 쥐지 않은 왼손 검지를 까딱였다.

 

***

 

“휘유…….”

 

한숨이 절로 나온다.

괴이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기다란 사슬을 늘어뜨린 마왕… 이름이 마르바스라고 했던가?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사슬이라는 무기가 낯설다. 이곳 세상에 와서 저런 형태의 무기를 사용하는 존재는 처음이다.

검강을 담아 후려쳐 보았으나 끊어지지도 않는다. 일반적인 금속이 아니라는 것쯤은 한 차례 격돌해 보고선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끊을 수 없다면 최소한 쳐 내기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검과 부닥치는 순간에 멋대로 휘감아 온다.

게다가 상대의 갑옷.

조금 전에 해치웠던 베리스라는 이름의 마왕보다 더 거창해 보인다. 일단 금빛으로 번쩍이는 게 고급져 보이잖아?

놈의 사슬만해도 검강을 덧씌운 검으로 흠집만 겨우 생길 정도다. 갑옷도 일반적이 않을 거라는 건 쉽게 답이 나온다.

‘파이어 블레스트’는 이제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다. 강철 거인에 장착된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절반 이상 소모했기 때문이다.

무리했다가는 강철 거인이 작동을 멈출 수도 있다. 아까 탑 공격에 성공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설마 부하 놈을 제물로 삼아서 막아 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이, 쇠뭉치! 덤벼봐라.”

 

“…….”

 

놈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는데, 동네 개새끼 부르듯 도발해 온다.

 

“싫은데?”

 

도발 따위에 말려들 내가 아니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짓거리쯤은 한국의 군대에서 고참들이 수도 없이 해 댔던 거다. 고작 그런 짓거리에 울컥하기엔 짬밥이 아깝다.

 

“훗! 여유를 부리는군. 시간이 없을 텐데?”

 

마르바스가 피식 웃으면서 사슬을 살랑살랑 흔든다.

살랑살랑 흔든다고는 해도 땅바닥이 은은하게 울릴 정도로 묵직한 사슬이긴 했지만 말이다.

 

“시간은 많아.”

 

두 자루의 거대한 검(劍)을 꼭 쥐고서 녀석의 말에 여유롭게 대꾸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진룡겁법의 기수식을 잡았다. 쌍검(雙劍)을 쥐었으나 위화감은 없다. 어차피 왼손에 쥔 크로노스 소드는 그저 거들뿐이니까.

크로노스 소드 또한 디바인 소드처럼 소환 주문이 걸려 있기에 마음껏 집어 던져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정말 안 올 건가? 겁먹은 모양이군.”

 

마르바스가 사슬을 조금 더 많이 흔들면서 비웃음을 던진다.

유치한 도발.

내가 먼저 공격해 오는 틈을 노리려는 게 분명하다. 나 또한 녀석이 먼저 공격해 오길 기다리는 건 똑같다.

그가 사용하는 병기에 담긴 힘.

장담할 순 없지만, 일격필살(一擊必殺)을 추구하는 형태의 것으로 짐작된다. 자꾸 도발하는 것은 빈틈을 노려서 한 방에 끝장을 보겠다는 의도일 터.

그래서 나 역시 상대가 먼저 덤벼들길 바라는 것이다. 일격필살의 공격이 실패한 다음에 생기는 틈을 노리면 일이 쉬워지니까.

 

“재미있는 거 하나 알려 줄까?”

 

금방에라도 튀어 나갈 준비를 하면서 녀석이 던진 말과는 상관없는 질문을 던졌다.

 

“궁금해 해주어야 하나?”

 

“상관없어 듣든지 덤비든지 마음대로 해. 성문에 이상한 마법 잔뜩 그려놨더라? 그걸 어떻게 때려 부쉈을까? 무려 마왕씩이나 되는 놈들이 만든 마법진으을?”

 

“…….”

 

말꼬리를 질질 늘이면서 비아냥거리자, 녀석의 눈이 꿈틀거린다.

 

“우리한테 8서클 마법사가 있거든. 여기에 없네? 그럼 뭘 하고 있을 것 같아? 응? 성공했나 본데? 탑이 깜빡거리네?”

 

“…이런!”

 

마르바스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꾸웅!

 

놈의 고개가 돌아가는 것을 신호로 비룡보법을 발휘해 지면을 박차고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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