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20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01화
201화 황궁으로(2)
“그렇군요. 이번 기회에 천족 놈들을 모조리 해치우고 마계의 위대함을 알리게 되겠군요.”
사브나크 역시 잇몸을 드러내면서 진심으로 기뻐했다.
마계에 살면서 오래도록 염원하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흥분감이 일어났다.
‘지긋지긋한 천족 놈들을 이번 기회에 끝장낼 수 있다 이거지?’
생각만으로도 온몸에 쾌감이 밀려온다.
부우웅…
콰광! 콰과광, 콰광…
<키아악!>
<쿠웨에에에!>
.
.
.
“……?”
기분 좋은 미소를 짓던 사브나크의 얼굴이 굳어졌다.
멀리서 아련하게 들리는 괴상한 폭발음과 언데드가 내지르는 괴성.
“베리스님!”
“나도 들었다. 그래 봐야 인간 놈들의 군대겠지. 흑기사 놈들이 알아서 막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그저 마르바스님께서 방해받지 않도록 이곳에 들어오는 놈들만 해치우면 되는 거다.”
베리스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느긋하게 말했다.
100만이 넘는 언데드와 황궁의 입구에는 500의 흑기사를 배치해 두었다. 한때 근위기사였던 놈들이라 대부분이 마나의 축복을 받은 놈들.
그런 근위기사를 흑기사로 부활시키면서 전원이 한 단계씩 수준이 높아졌다. 하나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들이라 어지간한 기사단은 공포에 질려 싸울 엄두도 낼 수 없다.
‘녀석이 있으니,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쉽게 처리하긴 어렵겠지.’
베리스는 근위기사단장이었던 ‘로랑 드 리샤르’를 떠올리면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녀석을 강화해 주었다. 약간의 마력 손실이 있었지만, 황궁 앞에 알짱거리는 존재를 확실하게 처리하라는 의미에서 손해를 감수한 것이다.
바우우웅…
텅! 터덩, 텅…
금속성을 내면서 무언가가 바닥을 퉁기면서 굴러 왔다.
의아한 얼굴로 소리가 들려온 방향에 고개를 돌린 베리스는 굴러 온 물건의 정체가 투구를 쓴 인간의 머리라는 걸 깨달았다.
“…기사단장?”
베리스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기운을 나눠 준 ‘로랑 드 리샤르’의 머리였기 때문이었다.
***
“윌슨! 놈들이 너무 많아! 속도가 안 나온다!”
세인트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황궁이 가까워지면서부터 가로막는 언데드의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탄력을 받아 돌진하던 30톤이 넘는 육중한 탱크의 속도가 줄어들 정도로 말이다.
“더 느려지면 곤란해져!”
세인트에게 소리쳤다.
말이 전력 질주하는 속도로 달리던 탱크가 인간이 달리는 정도의 속도로 느려졌다.
더 느려진다면 그저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던 언데드가 탱크에 들러붙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는 탱크가 멈추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언데드에 둘러싸여 꼼짝도 못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유일한 방법은 마왕이 있는 곳에 도착하는 방법뿐이다. 전에 아이언 영지에서 마왕 안드라스와 싸울 때 흑기사들이 무릎을 꿇고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보았다.
마왕이 있는 곳으로만 간다면 언데드와 싸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제기랄! 시안!”
“예! 영주님!”
긴장한 채로 눈치를 보던 시안이 재빨리 대답한다.
‘크로노스 아공간!’
아공간을 열어 열한 개의 수류탄 박스를 꺼냈다.
메시틴 제국의 휴멜로트 공작과 더글라스 용병왕이 있지만, 신무기의 존재를 숨길 상황이 아니다. 어차피 탱크까지 공개된 마당이니까.
오히려 우리 엘튼 제국의 신무기를 보여 주어서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편이 전쟁 억지력을 높이는 일일 터다.
하지만 신무기의 제작법까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시안을 부른 거다.
물론 시선은 함께 있는 아이언 기사단 전원을 훑었다. 시안을 포함해서 전부 10명.
레이놀드 영지에서 병사 시절부터, 혹은 그에 버금가는 시간을 함께해 온 녀석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의 눈빛이 무엇 뜻하는지를 녀석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상기해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은 녀석들이 아니라 메시틴 제국의 휴멜로트 공작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사람들에게 하는 경고였다.
“내가 나눠 줄 물건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만지게 하지 마라! 알겠나!”
“네! 영주님!”
녀석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박스에서 수류탄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건 수류탄이라는 무기다. 사용법은 둥근 몸체를 쥐고 고리를 잡아당긴다. 그럼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이렇게!”
딸칵!
“버튼을 누른 다음엔 최대한 빨리 탱크 밖으로 던지는 거다!”
설명하면서 세인트의 운전석 옆에 뚫린 환풍구를 통해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이동하는 방향으로 던졌기 때문에 최대한 멀리 던지는 편이 안전하다.
잠시 뒤,
콰아앙!
“우웃! 뭐, 뭐지?”
휴멜로트 공작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엄청난 폭발음이 그를 놀라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답해 줄 시간이 없다.
“이해되었나!”
[네! 영주님!]
시안을 비롯한 부하들이 긴장한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탱크가 은은하게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폭발음에 수류탄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인지한 게 틀림없다. 까딱 실수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각자 환풍구 하나씩 맡아서 수류탄을 투척한다. 실시!”
[실시!]
녀석들이 수류탄 박스를 하나씩 들고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나 또한 마지막 수류탄 박스를 집어 들고 세인트 옆에 섰다.
그러고는 미친 듯이 수류탄을 전방으로 던져댔다. 전방에 대한 수류탄 투척은 다른 녀석한테 맡길 수가 없었다. 약간의 실수로도 자폭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콰과광! 콰광! 콰과광…
엄청난 폭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언데드의 괴성이 더욱 커진다.
마나의 축복을 받은 흑기사와 달리, 언데드들은 상처를 입으면 복구하지 못한다. 머리가 손상되면 마기가 흩어져 움직임을 멈춘다.
수류탄은 언데드에게 확실한 효과를 발휘했다. 수류탄에 적용한 폭발 마법은 화염계 ‘파이어 버스트(Fire Burst)’.
후끈한 열기가 언데드의 괴성과 함께 환풍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온도유지 마법에 의해 탱크 내부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워어어! 윌슨! 속도가 나고 있어!”
세인트가 신이 나서 소리친다.
녀석이 호들갑을 떤다. 실제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 수류탄의 버튼을 누르고 더욱 멀리 던져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영주님! 수류탄이 떨어졌습니다.”
“가져가!”
아공간에서 수류탄 박스를 꺼내 녀석들이 가져가는 걸 확인하면서 전방의 환풍구로 수류탄을 던졌다.
녀석들은 이제 두 박스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나는 벌써 네 번째 박스를 사용 중이다. 이런 식이라면 프레하 제국의 황궁에 도착하려면 보유한 수류탄을 모두 날려 먹을 각오 정도는 해야 할 듯싶다.
일단 아깝다는 생각은 패쓰.
마왕을 처치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프레하 제국의 황궁 근처에 생성된 음습하고도 강렬한 기운.
무언가 또 다른 존재를 소환할 거라는 건 바보도 알 일이다. 아마도 소환의 대상은 마왕이 될 것이다. 그것도 마왕들이 직접 소환할 정도라면 어설픈 놈이 아닐 것은 분명하다.
“세인트! 놈들이 누굴 불러내려는 것 같냐?”
환풍구를 통해 밖으로 수류탄을 던지면서 질문을 던졌다.
“뻔하자나, 바알이겠지.”
운전대를 잡은 세인트가 뭘 물어보나 마나 한 것을 묻느냐는 태도로 대답한다.
마계 서열 1위라는 바알을 부른다는 건데…
이런 대형 사건이 시큰둥하게 내뱉어져도 괜찮은 일인가?
생각해 보니 세인트는 마왕이다. 바알이 마계 서열 1위라고는 하지만 그와 대적하는 다른 마왕의 편에 서면 그만이다.
세인트가 인간계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걸고서 지킬 정도는 아닐 수도 있다.
“서둘러!”
전면에 수평으로 길게 갈라진 세로 4cm 정도의 창문을 통해 황궁의 모습을 발견하고서 세인트를 다그쳤다.
그러는 중에도 환풍구를 통해 수류탄을 계속 던져댔다. 수류탄의 공세가 조금만 느슨해져도 금세 언데드가 몰려와 앞을 가로막는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손가락이 부러지라 수류탄의 버튼을 눌러 대었다. 30발씩 담은 수류탄 박스를 두 개 정도 남겼을 때쯤, 드디어 앞을 가로막은 언데드가 사라졌다.
“귀찮게 됐네…….”
쓴웃음이 나온다.
언데드가 탱크에 접근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500명의 흑기사가 황궁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 아니, 흑기사 때문에 언데드가 다가오지 못하는 건 아닌듯하다.
음습하고도 강력한 힘을 지닌 기운이 황궁 안에서 솔솔 풍겨 나온다. 마왕의 기운이 틀림없다. 이런 기운을 언데드들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냥 탱크로 밀고 들어갈까 생각했지만, 기각당했다. 황궁의 벽을 수놓은 기하학적인 무늬 때문이다.
마법과 물리 공격력을 방어하는 마법진이라고 하니, 탱크로 밀고 들어갔다간 황당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최근에 새겨 놓은 거다. 마왕 놈들이 해 놓은 짓이겠지. 바알을 부르려는 게 확실하군.”
세인트가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해제할 수 있겠어?”
“할 수야 있겠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인간계의 서클 마법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방해를 받으면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 예상할 수 없어.”
쓰게 입맛을 다시는 세인트.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몽뒤스 요새에서부터 줄기차게 탱크를 몰고 온 상태에서 마법 해제를 하는 상황이라 귀찮은 게 틀림없다.
흑기사 놈들을 탱크로 깔아뭉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놈들은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존재다. 언데드처럼 멍청하지도 않고 움직임도 빠르다.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은 탱크로 놈들을 잡는다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수류탄의 존재도 직접 눈으로 본 놈들이라 경각심을 가지고 있을 터.
복원 능력까지 있으니 수류탄 정도로는 그저 약간의 타격을 주는 게 고작일 거다.
“총사령관 각하! 흑기사 놈들을 해치워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듯합니다.”
“나도 들었네.”
듀카스 대공이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일일이 보고하는 것도 우습고 세인트에게 보고하라고 하기도 그래서 대화를 나눈 게 통했다.
귀찮은 보고 따위는 이렇게 간단하게 생략할 수 있었으니까.
“아이언 백작과 세인트 경의 얘기를 들으셔서 알겠지만, 우리가 직접 나가서 흑기사를 처리한 뒤에 황궁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듀카스 대공이 휴멜로트 공작과 더글라스, 그리고 다이안 대신관을 차례로 둘러보면서 말했다.
“여기까지 편하게 왔으니, 이젠 움직여 줘야 할 때지요.”
“그렇지 않아도 몸이 근질거리던 판입니다. 화끈하게 놀아봅시다.”
“저들에게 헬리온 님의 안식을 선물해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답을 하면서 무기를 점검하는 소드 마스들과 대신관.
이들이라면 500명의 흑기사쯤은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을 듯하다. 특히 다이안 대신관의 경우 신성 마법을 사용해 흑기사들의 능력을 떨어뜨리는 데 유용한 인물이다.
실력자들이 내리겠다고 결정했으니, 나 역시 명령을 내려야 할 때다.
“시안!”
“예, 영주님!”
“이제부터 네가 탱크를 조종한다. 멀리 가지 말고 근처의 언데드만 처리해. 지친다 싶으면 근처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라. 언데드 놈들은 안쪽으로 넘어오지 못하니까.”
“영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시안이 군례를 올리면서 각오를 다진다.
녀석들을 데려온 진짜 이유가 이것이다. 탱크를 이용해 조금이라도 언데드의 숫자를 줄여 줄 인원이 필요했다.
노느니 개 팬다고, 시안 일당이 언데드를 줄여 줄수록 뒤에서 진군해 오는 본진이 편해질 테니까 말이다.
“세인트 가자.”
“혼자 가라.”
“…….”
기껏 폼 잡았는데, 세인트가 삐딱하게 나온다.
이 자식…
이런 상황에서 그따위로 대답하면 내가 뭐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