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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9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99화

199화 쉽지 않은 결정(2)

 

 

 

 

***

 

프레하 제국 수도 뒤리퐁의 황궁 정원.

각종 화초와 희귀한 꽃으로 아름답게 조성되었던 황궁 앞의 정원은 화폐화되어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시커먼 암흑의 기운에 뒤덮인 황궁의 정원에는 살아 있는 생명체라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흔한 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다 죽여 놓고서 그따위 가면은 왜 뒤집어쓰고 있는 겁니까?”

 

근위기사의 갑옷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디리온 황제와 눈을 맞추면서 인상을 썼다.

 

‘제길, 오랜만에 인간 세상에 나와서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근위기사가 입맛을 쩍 다시면서 속으로 툴툴거렸다.

 

“베리스, 그러는 네 녀석은 어째서 아직도 근위기사 흉내를 내는 건가?”

 

“그거야 억울해서 그런 겁니다, 억울해서! 재미 좀 보려고 했는데, 이게 뭡니까? 사브나크,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베리스는 옆에서 뚱한 얼굴로 서 있는 근위병에게 입술을 비죽거렸다.

 

“…….”

 

‘사브나크’라는 이름의 근위병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에 힘을 얻은 베리스가 노골적으로 짜증을 드러냈다. 간만에 인간 세상에 나와 시녀들을 후리고 다니면서 재미(?) 좀 보나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르바스가 미친 짓을 벌였다.

시종장의 역할을 수행하던 마르바스가 황제로 변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황제가 되고부터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프레하 제국의 수도를 기점으로 마계화(魔界化)를 진행했다.

 

‘이래서야 마계와 뭐가 달라?’

 

베리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마르바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모처럼 만에 얻은 인간계의 생활을 망친 게 기분 나빴으니까.

 

“베리스! 우리의 사명이 무엇인지 잊었나? 바알님께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르는가?”

 

“압니다, 알아! 젠장…….”

 

베리스가 와락 얼굴을 구기고는 시선을 피했다.

인간계를 뒤흔들어 마계 서열 1위인 바알을 강림시키는 게 이들의 임무였다. 바알이 마계 서열 1위라고는 하지만, 인간계에 나타난 지 오래되어서 인간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중이다.

두려움과 공포를 비롯한 인간의 마이너스 감정을 먹고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마왕들.

여전히 마계의 서열은 유지되고 있으나, 아주 위태롭게 유지되는 중이다. 서열 2위의 마왕인 아가레스와 바알의 힘 차이가 어느새 비등해지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바알이 자신의 존재감을 인간의 뇌리에 각인시키려고 이번 안간계 침공을 계획한 것이다.

 

“인간은 얼마가 죽어 나가도 상관없다. 바알님을 비롯한 우리의 존재를 인간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심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마라, 베리스, 사브나크!”

 

“…알겠습니다.”

 

“네.”

 

마르바스가 기세를 드러내고 경고하듯 말하자, 베리스와 사브나크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마계에서 떠나기 전, 바알의 각오를 직접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숫자가 얼마가 줄어들든 그것은 관심 밖이었다. 남은 인간들의 기억 속에 바알과 자신들의 두려움을 심어 주는 게 목적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바알의 힘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물론, 이번 일에 동참한 자신들 역시 강해질 터였다. 어쩌면 이번 기회로 마계의 서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

 

“인간계를 우습게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드라스를 해치운 놈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나도 좀 더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아 두길 바란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마르바스가 묵직한 음성으로 말하자, 베리스와 사브나크가 거의 동시에 용서를 빌었다.

 

“오늘이 바로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바알 님을 영접하는데 약간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될 일이야.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마계를 잇는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인간들이 여기까지 진격해 온다면 전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마르바스님!”

 

“맡겨 주십시오.”

 

두 마왕의 믿음직한 대답을 들은 마르바스가 그제야 굳은 얼굴을 풀었다.

 

‘부디 아무 탈 없이 바알님을 영접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마르바스는 멀리 몽뒤스 요새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운에 눈살을 찌푸렸다.

 

***

 

한편,

몽뒤스 요새에서는 장벽 근처로 몰려온 언데드를 처리하느라 한바탕 난리가 나고 있었다.

 

“다이안 대신관께서 수고해 주신 덕분에 몽뒤스 요새 부근의 언데드는 모두 처리할 듯싶습니다.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듀카스 대공이 인자한 미소를 짓는 다이안 대공에게 정중하게 군례를 올렸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모두가 헬리온님의 은혜로움일 뿐입니다.”

 

입가에 더욱 짙은 미소를 흘리면서 다이안 대신관이 두 손바닥을 마주 대고 가볍게 답례했다.

훈훈한 광경이었으나, 답례를 받은 듀카스 대공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밖에서는 괴랄한 군량(?)을 먹고 힘을 회복한 몽뒤스 요새의 병력이 성수(聖水)에 적신 창과 화살로 언데드를 처리하는 중이다.

 

“몽뒤스 요새 주변의 언데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프레하 제국의 마왕입니다. 그러나 황궁으로 가기까지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를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언데드뿐만 아니라, 흑기사가 몇이나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언데드를 다 해치우고 가려면 엄청난 시간을 허비하게 될 거요. 듀카스 대공.”

 

육포를 우물거리면서 말하는 용병왕 더글라스.

전혀 심각하게 들리지 않는 음성이었으나, 그의 말을 들은 지휘관급 사람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의 심드렁한 얘기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엘튼 제국만 해도 제도의 인구가 120만 명이다. 프레하 제국은 그보다 더 많은 인구가 살았을 게 분명하다. 엘튼 제국보다 프레하 제국의 인구가 월등하게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불과 몇 천에 불과한 언데드를 처리하는 것에도 몽뒤스 요새의 병사들이 애를 먹었다. 헬리온 교단의 신관들이 아니었다면 처치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터다.

프레하 제국으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을 언데드의 숫자가 적어도 100만 단위.

비록 병사들로 구성된 언데드가 아니라지만, 언데드가 된 이상 병사와 다름없다. 오직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증오만 남은 존재들.

어마어마한 숫자 앞에서는 병력의 구성원이 무엇이건 의미 없는 일이다. 그러니 지휘관급 인물들이 긴장할 수밖에.

 

“우선 여러분들의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현재 증원군과 동맹국의 지원군은 우리가 지나쳐 온 지역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메시틴 제국과 용병왕국의 병력을 합하면 우리는 10만에 이르는 대군입니다. 그러나 프레하 제국의 언데드는 100만 이상으로 추측합니다.”

 

[으으음…….]

 

듀카스 대공의 말에 지휘관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최소 10배가 넘는 언데드와 싸워야 하는 상황. 상대가 무기조차 쥐지 않은 존재라고 할지라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죽음의 위협조차 통하지 않는 존재를 상대해야 한다는 건 더 괴롭다.

거기에 더해서 언데드를 상대하는 게 마왕을 상대하기 위한 전초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더욱 절망스럽다.

 

“프레하 제국의 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계와 통로를 만들기 위함 것으로 판단하오. 놈들이 뭔가 일을 꾸미는 게 분명하오. 최대한 빨리 황궁으로 입성해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러나 언데드를 힘으로 통과하려는 거라면…….”

 

휴멜로트 공작이 뒷말을 삼키고 고개를 흔들었다.

마저 얘기하지는 않았으나, 이어질 말이 부정적인 내용일 거라는 건 그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민감한 얘기에 천막 내부에 침묵이 감돌았다. 어쩌면 싸워야 할 인원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몽뒤스 요새의 사령관이 뵙기를 청합니다.>

 

침묵을 깨는 음성이 천막 밖에서 들려와 경직된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안으로 들라 하라.”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돌려 묵직한 음성으로 승낙했다.

가라앉은 분위기도 환기할 겸, 몽뒤스 요새의 사령관이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알고 싶어서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막에 들어온 로베르 백작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혼자 오지 않았다. 브뜨아 요새에서 후퇴한 에브욤 백작과 앙드로 백작을 대오한 채 안으로 들어왔다.

셋 모두 비무장이었다.

항복한 탓에 그들에게 무기를 쥐여 줄 순 없었다. 심지어 마나까지 제압된 상태다.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소. 로베르 백작?”

 

“우리도 싸우고 싶습니다.”

 

[…….]

 

물어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앞뒤 다 생략하고서 말하는 로베르 백작을, 천막에 모인 지휘관들이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스스로 항복해 왔기 때문에 손쉽게 몽뒤스 요새를 손에 넣었을 뿐이다. 몽뒤스 요새의 병력은 50,000명이 넘었다. 브뜨아 요새에서 후퇴한 병력과 합쳐져 대군이 되었기 때문이다.

듀카스 대공을 중심으로 뭉친 엘튼 연합군의 절반에 이르는 엄청난 병력.

그들을 가두는 것만으로도 큰일이었다. 애초에 보급 기지 역할을 하던 몽뒤스 요새라 창고를 감옥 대신 겨우 가둬두고 있을 뿐이다.

기사들은 따로 모아 마나를 봉쇄하고서야 겨우 한시름 돌리는 중이었으니…

 

“같이 싸우고 싶다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듀카스 대공!”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제국을 언데드가 판치도록 놔두느니, 우리도 함께 싸우고 싶을 뿐입니다. 제 가족은 물론 병사들의 가족들도 괴물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안식을 주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듀카스 대공.”

 

로베르 백작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으음… 곤란한 부탁이오. 로베르 백작.”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대의 표정이나 행동과 말투에서 진심이라는 건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안 될 말이다.

믿을 수 없는 병력을 배치했다가 언제 돌변해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 위험부담을 안고서 적진을 향한다는 건 불꽃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과 다른 바 없는 일.

그래서 듀카스 대공은 허락할 수 없었다.

 

“자발적으로 돕는 거라면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언 백작. 섣부른 판단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법일세.”

 

듀카스 대공은 눈에 힘을 주고서 윌슨을 나무라듯 말했다.

로베르 백작에게 괜한 기대를 심어 주고 싶지 않아서다. 가뜩이나 엽합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가 포로라서 버거운 상황이다.

그런 몽뒤스 요새의 병력에게 병기를 쥐여 주고서 한데 뒤섞는 건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

 

“저들을 포함해서 기사들과 백인장급 병사들에게 ‘노예의 인’을 받게 하시면 감히 딴마음을 먹지 못할 것입니다.”

 

“그건 기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일세, 아이언 백작.”

 

윌슨의 제안을 들은 듀카스 대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나를 봉쇄당하고 밥만 축내는 것보다는 ‘노예의 인’을 받고서라도 싸우는 게 더 기사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정도도 감수하지 못하고서 함께 싸우겠다는 게 더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단순히 ‘노예의 인’이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라면, ‘기사의 맹세’ 정도로 명칭만 바꾸면 되는 거 아닙니까. 총사령관 각하.”

 

윌슨은 말을 마치고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그의 말에 지휘관들은 물론, 로베르 백작 일행도 눈을 껌뻑거렸다.

 

“로베르 백작이라고 했습니까?”

 

“그렇소.”

 

“신뢰를 주려면 약간의 안전장치는 필요합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없었던 일로 하고 돌아가시는 게 더 나을 듯합니다. 보셔서 알겠지만, 말로만 하는 약속을 믿어 주기엔 프레하 제국에 쌓인 게 좀 많습니다.”

 

윌슨은 어떻게 하겠느냐는 표정으로 로베르 백작과 나머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역시 동생은 확실해서 좋다니까? 족쇄를 채워 준다면 나도 반대하지는 않겠어. 듀카스 대공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용병왕 더글라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쾌활한 음성으로 말했다.

 

“저도 합당한 조치라고 생각하오. 험, 험…….”

 

휴멜로트 공작이 헛기침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기사 출신인 그였기에 차마 자신의 입으로 ‘노예의 인’ 운운하는 건 얼굴이 화끈거렸다. 신뢰문제만 해결된다면 같이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계산이 섰다.

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게다가 명칭만이라도 ‘기사의 맹세’ 정도로 순화한다면, 기사로서 크게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소한 ‘노예’ 운운하는 마법적 시술을 받는 건 아니게 되니까 말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었지만, 말이란 건,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니까.

 

“어쩌시겠소. 로베르 백작? ‘기사의 맹세’를 받으시겠다면 저도 찬성하는 바요.”

 

“…받아들이겠습니다.”

 

로베르 백작이 에브욤 백작과 앙드로 백작의 표정을 살피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이 문제는 해결된 것 같고, 총사령관 각하께 한 가지 제안 드릴 작전이 있습니다.”

 

윌슨이 자리에서 일어나 듀카스 대공과 시선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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