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9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98화
198화 쉽지 않은 결정 (1)
브뜨아 요새에서 이틀을 머물고서 프레하 제국을 지키는 마지막 관문을 돌파하기 위해서 행군 중이다.
도주한 놈들이 한 짓 때문에 이가 갈린다. 채소류와 곡식에는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오물에 버무려 놓아 못 쓰게 만들었다. 육류와 말린 고기에 분뇨를 퍼부어서 도저히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게 만들어 놓았다.
버릴지언정 절대로 군량을 엘튼 제국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팍팍 느껴지는 행위.
하지만 우리에게는 세인트가 있다.
수계 마법을 사용해 모든 군량을 세척 하고, 정화 마법으로 한차례 소독을 거쳤다. 그렇게 처리한 곡물과 육류를 건조 마법으로 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말렸다.
약간의 구리구리한 냄새가 난다는 것과 군량의 원래 상태를 보았던 탓에 기억에 남은 찜찜함. 그래서 도저히 맨정신으로 저걸 먹을 순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일단은 세인트에게 챙기라고 말해 두었다. 하지만 메시틴 제국에서 엄청난 군량을 가져온 덕택에 굳이 군량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도 같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군량이 유실되면 저거라도 먹어야 할 터다.
물론 다분히 만약을 대비한 것이긴 하지만, 때려죽여도 저걸 먹고 싶지는 않다.
나쁜 자식들! 먹는 음식에 몹쓸 짓을 하다니…
먹을 거로 장난질 치는 것들은 사형시켜야 한다는 게 평소에 가졌던 생각이다. 차라리 후퇴를 위해서 태웠다면 이해나 하겠다.
그렇게 도주한 프레하 제국군에게 이를 득득 갈고서 행군하는데,
“응? 저건 무슨 뜻이지?”
듀카스 대공이 의아한 음성으로 중얼거린다.
가파른 언덕에 세워진 엄청난 규모의 몽뒤스 요새에 백기가 걸려 있었다.
“놈들의 유인 작전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메시틴 제국의 휴멜로트 공작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몽뒤스 요새에 걸린 백기를 노려보았다.
내 생각에도 놈들이 뭔가 꼼수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든다.
갑자기 항복이라니…
저것들이 누굴 바보로 아나…
하지만 의심을 버려야 했다.
그그그그극!
몽뒤스 요새의 견고한 성문이 위로 서서히 들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무장으로 갑옷만 입은 채 걸어 나오는 세 명의 기사들.
세 명 다 제법 나이가 지긋한 사내들이었다. 하나같이 손에 백기를 들고서 걸어 나온다. 싸울 생각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랄한 짓(?)을 하고서 도주한 놈들치곤 너무나 어이없는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놈들을 만나 보는 게 어떻습니까, 듀카스 대공.”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고서 턱짓으로 몽뒤스 요새에서 나온 기사들을 가리키는 휴멜로트 공작.
<항복합니다! 어떠한 다른 목적도 없으니, 우리의 항복을 받아 주십시오.>
잠시 의견을 나누는 사이, 몽뒤스 요새에서 걸어 나온 세 명의 기사 중에서 중앙에 선 인물이 크게 소리친다.
오히려 저렇게 말하니까 더 의심스럽게 느껴진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그러나 듀카스 대공은 천천히 말을 몰아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 뒤를 휴멜로트 공작과 더글라스, 그리고 내가 따라서 움직였다. 무려 소드 마스터급 기사가 네 명이다. 놈들이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뭔가 일을 꾸몄다면 장벽 위에 궁수들이 가득 깔렸어야 하는데 너무나 깨끗하다. 진짜로 항복하려고 밖으로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믿을 수 없는 놈들이라, 색안경을 쓰고 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항복하겠다는 게 진심인가?”
듀카스 대공이 눈살을 찌푸린 채로 질문을 던졌다.
자신만만하게 엘튼 제국을 침공했던 놈들이 최후의 관문인 몽뒤스 요새를 이토록 쉽게 포기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을 거였다.
“진심입니다. 우리는 엘튼 제국과 싸우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자비를 베풀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네 이름이 뭔가?”
“앙투안 드 로베르 백작입니다.”
“좋은 이름이군. 그런데 참 뻔뻔하다고 생각지 않나, 로베르 백작?”
듀카스 대공이 비틀린 입술을 하고선 빈정거렸다.
“제국이… 우리 제국이… 언데드 천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뭐라?”
듀카스 대공이 눈을 껌벅거렸다. 뜻밖의 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몽뒤스 요새의 모든 병력은 무장을 해제하고 안에서 대기 중입니다.”
로베르 백작이 쓰라린 얼굴로 말했다.
“진심으로 항복한다면 받아 주긴 하겠지만, 허튼수작을 부리는 거라면 소드 마스터가 어째서 일인 군단이라 부르는지 확실하게 보여 주겠네, 로베르 백작.”
“물론입니다. 저항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안으로 드십시오.”
으스스한 눈빛을 받은 로베르 백작이 몸을 움츠리고는 시선을 피하려 했다.
셋의 뒤를 따라 몽뒤스 요새의 성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엄청난 숫자의 병사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그들의 것이었을 것이 분명한 창과 방패, 그리고 검이 잔뜩 쌓여 있었다.
“진짜로 항복할 생각이었군. 하지만 저들은 뭔가?”
몽뒤스 요새의 내부를 살핀 듀카스 대공이 프레하 제국 방향에 세워진 장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요새 안에 무릎을 꿇은 다른 병사들과 달리 중무장을 한 채 활과 크로스보우로 무장한 상태였다.
“저들은… 말보다는 직접 올라가 보시면 더 확실하게 알 겁니다.”
한층 어두워진 얼굴로 로베르 백작이 대답하고는 중앙의 탑을 향해 걸어갔다. 엘튼 방향의 장벽과 달리 프레하 제국 방향으로 세워진 장벽은 계단이 없었다.
중앙에 세워진 탑을 이용해서 프레하 제국 방향의 장벽에 올라갈 수 있는 구조인 듯싶다.
저항할 의사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희망을 잃은 노인을 보는 느낌이다.
그의 뒤를 따라 중앙의 탑에 올라가 처음 접하게 된 광경은…
“저게 무엇인가!”
내 궁금증은 듀카스 대공이 대신해서 물어봐 주었다.
프레하 제국의 수도로 짐작되는 곳의 하늘이 이상하다. 시커먼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듯한 광경.
그리고 시커먼 구름과 프레하 제국의 황궁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마치 황궁을 기점으로 검은 회오리가 하늘로 뻗어 나간 것과 같은 형태.
<캬아아아…>
<크훡! 쿼어어어!>
괴상한 광경에 한눈파는 데 짐승의 울부짖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호기심이 동해 장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쓰바…….”
시체들이 올라오려고 아우성을 쳐 대는 꼴이 역겹기 짝이 없다.
장벽과 이어진 돌계단에 언데드로 되살아난 시체들이 몸부림치는 중이다. 그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무장한 병사들이 돌계단과 이어진 입구를 장애물로 막아 놓고서 밀어내는 중이었고.
“보름 전부터 검은 구름이 생겨나더니, 저렇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언데드가 하나둘씩 장벽에 접근하더니, 지금처럼 변했습니다. 인근에 살던 마을 주민이었는데…….”
꾸물거리는 언데드를 내려다보는데 로베르 백작의 음성이 들려온다.
인근 마을까지 죽음의 기운이 뻗쳤는데, 몽뒤스 요새는 피해가 없었다는 건 조금 이상하다. 어쩌면 프레하 제국의 마왕이 일부러 제외한 것인지도 모른다. 엘튼 제국과 전쟁을 벌이는 중이었으니까.
“다이안 대신관님을 불러 와야 저게 무엇인지 정체를 확실하게 알 수 있겠군. 언데드의 처리도 시급하고 말이야. 아이언 백작!”
“네! 총사령관 각하! 다이안 대신관님을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곧바로 부동자세를 취하면서 대답했다.
계급이 깡패다.
다이안 대신관을 불러오라는 얘기다. 굳이 나머지 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
여기에 온 사람 중에서 내가 제일 짬밥이 어리니 갈 사람은 나밖에 없다.
“저, 저기…….”
막 몸을 돌려 내려가려는데, 로베르 백작이 곤란한 얼굴로 말끝을 흐린다.
“뭡니까?”
어정쩡하게 앞을 가로막는 그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듀카스 대공이 허리춤의 롱소드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로베르 백작의 행동이 수상쩍었기 때문이었다.
다이안 대신관을 부르러 가려는 나를 막아섰으니까.
“먹을 것이 있으면 나눠 주십시오. 나도 그렇고 병사들도 너무 오래 굶었습니다.”
“…….”
***
몽뒤스 요새의 병사들은 여러 개의 솥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엘튼 제국의 군대가 전해 준 군량을 받아 수프를 만드는 중이었다.
언데드 때문에 보급이 끊긴 지 오래다. 언데드가 없었어도 프레하 제국에서 군량을 보내올 것 같지도 않았다.
군량이 간당거리는 상황에서 에브욤 백작이 최소한의 무장으로 퇴각한 탓에 식량난이 더 심각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멀건 수프로 끼니를 때우던 상황에서 3만의 병력이 더 추가되었으니…
항복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배를 곯아 가면서 싸울 수 없는 노릇이었고, 싸운다고 하더라도 며칠 버티지 못했을 터였다.
“차라리 잘 된 거야. 조만간 탈영할 생각을 했다니까?”
프레하 제국의 병사 하나가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나도 계속 싸우자고 했으면, 엘튼 제국으로 넘어갈 생각이었어. 언데드가 득실거리는 꼴을 봐. 우리 제국은 끝장이야, 끝장.”
조금 전 중얼거리던 병사의 옆에 앉은 동료 병사 역시 한껏 소리를 죽인 채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은 나직하게 주고받은 대화를 끝으로 솥에 시선을 던졌다. 어서 빨리 수프가 끓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고기와 밀을 잔뜩 넣고 수프를 끓이는 걸 보았다. 얼마 만에 되직하게 끓는 수프를 보는 것인지 모른다. 절도 침이 고였고, 뱃속에선 빨리 음식을 보내달라고 난리를 피워댄다.
드디어 솥에서 수프가 끓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두 사람을 비롯한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침을 꼴딱꼴딱 삼켰다.
하지만,
“……!”
“…어디서 구린내가 나는 것 같지 않아?”
조금 전에 탈영 운운했던 병사가 코를 킁킁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간을 찌푸리면서 냄새가 풍기는 진원지를 찾던 그는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 수프에서 약간의 구리구리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런 냄새가…….”
“뭘 따져? 오래 묵혀 두어서 냄새가 나는 거겠지!”
동료 병사가 곁으로 다가가며 침을 질질 흘렸다. 냄새 따위에 거부감을 느끼기엔 너무나 배가 고팠으니까.
***
“키킥!”
웃음이 절로 나온다.
몽뒤스 요새의 병사들이 수프를 배급받아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묘한 희열이 생겨난다.
그렇다.
세인트를 시켜 브뜨아 요새에서 가져온 군량을 모조리 몽뒤스 요새의 병사들에게 뿌린 거였다.
제 놈들이 싸질러 놓은 똥으로 버무린 음식을 입에 넣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짜릿한 쾌감이 밀려온다. 어째 변태적인 느낌이지만, 복수하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흐흐흐…….”
“너도 참 별난 놈이다. 변태 같은 자식.”
옆에서 세인트가 미친놈 쳐다보듯 한다.
“재밌잖아.”
“하긴… 토 쏠리긴 한데 재미는 있네. 크흐흐흐…….”
몽뒤스 요새의 기사나 병사가 너 나 할 것 없이 허겁지겁 수프를 떠먹는 모습을 보면서 세인트가 킬킬거린다.
놈들이 먹어 대는 음식의 원 상태(?)를 아는 까닭에 세인트의 눈살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입가는 야릇한 미소가 걸려 있다.
이 자식, 누구더러 변태래?
자기도 좋아할 거면서…
“아이언 백작, 지금 뭐하는가?”
“흠, 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듀카스 대공이 곁에 다가온 것도 모를 정도로 집중해서 프레하 제국 놈들을 감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프레하 제국의 수도 뒤리퐁으로 진격할 방법을 의논하기 위해서 찾아왔네만… 어째서 둘이 친구인지 확실히 알았네.”
듀카스 대공이 메스껍다는 표정으로 걸신들린 놈들처럼 수프를 먹는 몽뒤스 요새의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요새에 몰려든 언데드를 모두 처리한다면 방법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장난은 여기까지다.
본격적으로 프레하 제국을 도모하기로 한 이상, 이제부턴 조금 진지할 필요가 있다.
“으윽… 저걸 저렇게나 맛있게 먹다니…….”
하지만 듀카스 대공은 몽뒤스 요새의 병사가 수프에서 건진 고기를 쪽쪽 빨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진저리치고 있었다.
나…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