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9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93화
193화 몰라 (2)
***
백여 척의 거대한 함선이 물살을 가르면서 베링 요새에 접근 중이었다.
그들은 요청을 받아 엘튼 제국을 지원하러 온 메시틴 제국의 최정예 병력이었다.
가장 앞에서 돛을 부풀리면서 이동하는 함선의 중앙에 위치한 조타실에 건장한 체구의 중년인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총사령관 각하! 베링 요새가 보입니다!”
에시드 백작이 손가락으로 점처럼 보이는 베링 요새를 가리켰다.
“드디어 도착한 것인가!”
휴멜로트 공작이 부사령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우리 메시틴 제국의 위상을 알릴 때가 되었습니다.”
“자네… 즐거운 모양이군.”
상기된 얼굴로 주먹을 움켜쥐는 에시드 백작에게, 휴멜로트 공작이 빙그레 웃었다.
부사령관의 마음을 아는 탓이다. 그 또한 직접 파병에 자원했을 정도로 전쟁을 잔뜩 기대하는 중이었다.
“총사령관 각하께선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에시드 백작이 설렌 얼굴로 눈을 반짝거렸다.
“당연한 걸 묻는군. 빌어먹을 휴전 협정으로 얼마나 답답하게 살았는지 모르네. 이번 기회에 프레하 제국 놈들에게 메시틴 제국의 힘을 보여 줘야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는 건가?”
휴멜로트 공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꺼운 표정이었던 에시드 백작이 주변을 살피면서 말끝을 흐렸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엘튼 제국이 승리하면 샤론드 왕국을 도모한다는 게 사실인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눈치를 보면서 속삭이듯 말하는 에시드 백작.
“그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가?”
“황제 폐하를 모시는 최측근 중에 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허, 허… 입이 가벼운 사람이 황제 폐하의 곁에 있었군. 맞네, 사실일세. 우리의 동맹국인 엘튼 제국과 반대편에 섰으니, 추궁을 받아 마땅하지 않겠는가? 아마 지금쯤, 에쉬튼 공작이 병력을 이끌고 샤론드 왕국의 국경을 넘었을 걸세.”
“놀랍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에쉬튼 공작과 나,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 내린 결정일세. 오랜 휴전으로 귀족들이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흐뭇한 표정으로 휴멜로트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경을 맞댄 샤론드 왕국과 휴전이 길어지면서 병력이 풍부해지면서 제국에 문제가 생겼다.
넘쳐 나는 병력을 주체하지 못한 귀족들이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영지전을 벌여 댔다. 외부의 위협이 없으니 힘을 과시할 곳이라곤 영지전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칫 반란으로까지 치달을지 모를 상황에서 엘튼 제국이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샤론드 왕국을 침략할 수 있는 명분의 제공.
동맹국인 엘튼 제국을 구원하기 위해서 프레하 제국에 협조하는 샤론드 왕국을 치겠다는 명분 말이다.
“일부러 엘튼 제국의 동맹과 파병 요청을 응하셨다는 것이로군요.”
“그렇지. 엘튼 제국의 필립 황제가 보통 영악한 게 아니야. 우리 메시틴 제국으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네. 그러니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만 하는 걸세.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물론입니다. 총사령관 각하!”
에시드 백작이 주먹에 힘을 주면서 대답하고는 베링 요새로 시선을 돌렸다.
***
<선단이 몰려옵니다!>
베링 요새의 해안가 방향을 지키던 망루에서 프레하 제국의 기사가 마나를 담아 크게 소리쳤다.
“뭣이?”
“사령관 각하! 메시틴 제국의 깃발이 걸려 있습니다!”
경고성을 들은 베링 요새의 사령관 앙드로 백작은 망루에 도착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런 빌어먹을 경우가 있나!”
해안가를 살핀 그가 답답한 마음에 욕설을 흘렸다.
아직 프레하 제국의 지원병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베링 요새에 잔류한 병력은 진군한 아군 병력의 보급을 위해서, 남겨진 것에 불과하다.
수는 기껏해야 5천 남짓.
백 척이 넘는 메시틴 제국의 함선은 하나같이 거대했다. 배를 움직이는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함선 하나당 최소 400명의 병력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는 것은 메시틴 제국이 적어도 4만의 병력을 이끌고 찾아왔다는 의미.
현재의 병력으로는 감히 맞대응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트레뷔셰를 준비하라! 놈들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올 때까지 대기한다!”
앙드로 백작이 크게 소리쳤다.
10배에 이르는 병력 차이라고 해도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생겼다. 아이언 영지를 공략하러 나선 아군이 약간의 공성 병기를 놔두고 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가 도착하기 전에 트레뷔셰를 활용해 최대한 피해를 입힌다면 싸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정 안 되면 후퇴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앙드로 백작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무리하지 않고 후퇴하여 베링 요새를 지원하러 오는 병력과 합류해 다시 도모하면 그뿐이었다. 아이언 영지로 떠난 병력까지 반전해 온다면, 메시틴 제국군은 베링 요새에 갇힌 꼴이 될 터다.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피해를 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겠어.’
결심을 마친 그는 메시틴 제국군이 해안에 도착할 때까지 트레뷔셰를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었다.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절대로 먼저 발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예! 사령관 각하!]
앙드로 백작의 명령에 베링 요새의 병력은 일제히 대답하면서 트레뷔셰를 붙들고 바삐 움직였다.
<사령관 각하! 아군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엘튼 제국의 방향을 감시하던 망루의 기사가 크게 소리치자, 앙드로 백작이 당황하고 말았다.
‘돌아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프레하 제국의 총력이랄 수 있는 군대가 다시 베링 요새로 되돌아온다는 건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후퇴한 것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제발…….”
불길함이 느껴지는 중얼거림과 함께 앙드로 백작이 서둘러 엘튼 제국 방향에 세워진 망루로 달려갔다.
“이, 이럴 수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도주해 오는 아군을 발견한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선두에서 말을 타고 도주해 오는 지휘관의 숫자는 불과 둘.
소드마스터급 무력을 지닌 귀족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16만에 이르는 위풍당당한 군대가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숫자만 남아서 도주해 오고 있다.
대로와 야산 할 것 없이 도주하는 아군의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을 정도.
그 뒤를 엘튼 제국군이 쫓으면서 사정없이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무력하게 학살을 당하면서 도주하는 병사들에게선, 프레하 제국의 정예병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섯이나 되는 소드 마스터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광경에 앙드로 백작은 멍해지고 말았다.
흑기사는 물론이고 일반 기사까지 거의 눈에 띄질 않는다. 그에 반해 아군의 뒤를 쫓는 엘튼 제국군의 기사 전력은 적어도 8~900은 되어 보인다.
선두에서 아군을 쫓는 기사는 단박에 병사의 머리를 장난처럼 슥슥 베어 버린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놈들이야.’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추격해 오는 엘튼 제국군은 실력자로 이루어진 기사가 8~900명에 병사들의 수는 대략 4만.
바다를 통해 이동해 오는 메시틴 제국군이 어림잡아 3만 이상.
그에 반해 베링 요새의 병력은 기껏해야 5천.
정예는커녕 보급에나 겨우 이용할 정도로 형편없는 잡병들이다.
“공성 병기에 불을 지르고 전원 브뜨아 요새로 후퇴한다!”
앙드로 백작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명령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럼 저들은 어떻게 합니까. 사령관 각하.”
아군이 되돌아온다는 보고를 올렸던 기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가서 도와주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네. 난 죽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잠시 걸음을 멈추었던 앙드로 백작이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
한편,
엘튼 제국의 부탁을 받아 병력을 이동 중인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용병 왕국이었다.
메시틴 제국과 인접한 작은 섬을 차지해 용병들이 모여서 만든 나라로, 액수만 맞는다면 어떤 의뢰든 받아들이는 곳이다.
“더글라스 대장, 저곳인 거 같은데?”
콧수염을 기른 잘생긴 중년 사내가 손가락을 들어 멀리 보이는 항구를 가리켰다.
“나도 알아. 데카바크.”
용병왕 더글라스가 별다른 감흥없이 대답했다.
용병들인 까닭에 ‘왕’이라는 호칭 대신에 ‘대장’이라는 호칭에 익숙한 두 사람이었다.
왕국을 건설했음에도 딱히 권위적이지 않았다. 명예 따위에도 관심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에게는 오직 ‘돈’만이 전부였으니까.
“엘튼 제국의 필립 황제가 제법 거래를 할 줄 아는 모양이야, 더글라스 대장?”
“그러게. 우리 같은 놈들한텐 다른 거 다 필요 없지. 프레하 제국의 황궁 보물창고의 10%를 준다는데 돕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검지와 엄지를 맞붙여 동그라미를 만들고서 한쪽 입술을 말아 올리는 더글라스.
프레하 제국은 오래전부터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국가다. 인구가 세계 최고로 많으며, 드넓고 기름진 땅을 소유했다. 그런 곳의 보물 창고라면 상상할 수 없는 보물을 쌓아두고 있을 거란 계산이 나온다.
“하긴, 메시틴 제국과 북부의 왕국까지 가담했다면 이기는 싸움이지.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니야?”
“글쎄, 쉬운 일에 거금을 약속할 멍청한 놈은 아니겠지. 어쩌면 우리의 도움이 절실했었을 수도 있겠고.”
데카바크의 말을 받으면서 더글라스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어떤 쪽이든 상관없었다.
엘튼 제국의 필립 황제가 멍청해서 거금을 약속했든, 용병왕국의 도움이 절실해서 거금을 약속했든…
일이 끝나면 거금을 손에 쥔다는 것만으로도 움직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라고 주의 줬겠지?”
더글라스가 확인하듯 물었다.
그러자 데카바크가 엄지를 척 들고서 콧잔등이 일그러지도록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이지! 자연스럽게 내려가서 깽판 치면 되는 거잖아.”
“맞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더글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운 게 없는 용병 출신들이었기에 복잡한 작전 따윈 불가능하다. 일단은 항구에 배를 정박하고서 무사히 밖으로 나가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다행히 프레하 제국의 ‘소비에뜨’는 온갖 나라의 배들이 드나드는 무역항.
수상한 기색만 드러내지 않는다면 하선에 문제는 없을 터다. 용병 왕국에서도 물건을 구입하려고 자주 드나들었던 항구니까.
다섯 척의 대형 범선에 4천 명의 실력 있는 용병을 꽉꽉 채워서 나선 참이다. 뱃일할 줄 아는 용병들이 많기에 가능한 일.
이제 항구에 도착해 프레하 제국의 군대를 공격해 혼란을 주는 일만 남았다.
“더글라스 대장, 근데 소비에뜨 항구가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으응? 그러게?”
소비에뜨 항구를 관찰하던 데카바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사람이 돌아다니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활기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항구와 500미터도 남지 않은 거리라면 활기차게 떠드는 사람들의 음성이 들여와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무런 말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심지어 항구를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이상하지?”
“충분히 이상한데?”
떨떠름한 표정으로 더글라스가 말하자, 데카바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쳤다.
소비에뜨 항구에 용병들을 태운 배가 거의 다다랐을 때쯤, 이제껏 어슬렁거리면서 걸어 다니던 항구의 사람들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캬아아아!”
“킁, 킁… 크와아악!”
.
.
.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더글라스가 진저리 난 얼굴로 말했다.
멍하게 걷던 항구의 사람들이 용병들이 탄 배로 몰려와 짐승처럼 소리를 질러 대는 모습에 놀란 것이다.
배로 덤벼드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퀭한 얼굴에 눈의 초점이 사라져 있었다.
“언데드 같은데? 맞나?”
“그런 것 같다.”
데카바크의 말에 더글라스가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배 돌려!”
***
아이언 성 외곽의 폐허가 된 연무장.
“ЩДФБЁЮ… БЁЮ! 파이어 스톰(Fire Storm)!”
세인트의 입에서 뜻을 알 수 없는 주문의 영창이 끝나자, 화염의 회오리가 일어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롹!”
“크워어어억!”
.
.
.
맛이 간 눈을 하고서 덤벼들던 흑기사들이 화염의 회오리에 휘말려 비명을 지른다.
놈들은 세인트의 마법 화염에 휩싸여 재로 변하고 갑옷은 쇳물이 되어 화염의 회오리에 마구 뒤섞였다.
폐허가 된 연무장과 야산에 불이 붙어,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ФБЁЮЩДФ… 아이스 스톰(Ice Storm)!”
세인트가 또다시 주문을 외워 마법을 발현하자, 이번에는 얼음의 폭풍이 일어나 사방을 덮쳐갔다.
치이익! 치이이…
화염이 솟구치던 공간에 얼음의 폭풍이 휘몰아치자, 불이 꺼지면서 사방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후우, 이 자식들 갑자기 왜 눈깔이 돌아서 난리 피운 거야?”
얼음에 뒤덮여 있음에도 아직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 내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우두머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소드 마스터급 흑기사가 나머지 놈들을 제어했었어. 마왕까지 죽어 버렸으니, 놈들이 미쳐 날뛰는 게 당연하지. 살아 있는 것을 증오하는 게 언데드니까.”
“징그럽네 진짜… 어? 저것들이 성까지 공격하네?”
아이언 성으로 돌아가려고 시선을 돌렸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성을 잃은 일부 흑기사가 나와 세인트에게 덤벼드는 대신에 아이언 성으로 진격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시안 녀석의 지휘 아래 기사와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방어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내 안심할 수 있었다.
“이제 슬런더 요새를 공략할 차례인가? 지친다. 지쳐!”
“나는 여기까지다. 윌슨.”
싸움을 끝내고서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할 생각에 심란해 죽겠는데, 세인트 녀석이 고개를 짤짤짤 흔든다.
이 녀석이 빠지면 곤란하다.
마왕들이 얼마나 괴상한 짓을 하는지 직접 경험한 다음이다. 세인트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슬런더 요새를 공략하는 것만으로도 오래 걸릴 게 분명하다.
비록 슬런더 요새에 주둔 중인 프레하 제국군의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결정적으로 마왕이 셋이나 존재하는 프레하 제국을 공략해야 하는 마당에 세인트가 빠지면 곤란해질 것은 당연한 일.
“이제 와서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이언 성을 지키는 것까지가 내가 한 약속이잖아. 인간의 일에 너무 깊숙이 개입되면, 나중에 마계로 돌아갔을 때 마왕들의 협공을 받을 수도 있어.”
세인트가 씁쓸한 얼굴로 대답한다.
생각보다 너무 진지해서 ‘개소리 떨지 마!’라는 얘기를 차마 할 수 없었다.
“마계로 돌아갈 거였어?”
“네가 죽은 다음엔 인간계에서 무슨 재미로 살겠나? 인간의 수명은 짧잖아.”
“…….”
거기까진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 녀석 내가 죽은 다음의 일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인가?
이해는 된다.
녀석도 마계의 72 마왕 중 하나다. 다른 마왕의 일을 방해한 것이 알려지면 녀석도 곤란하게 될 터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녀석의 도움이 절실하다. 무려 셋이나 되는 마왕을 몇몇 소드마스터와 내가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
“엘튼 제국의 황녀를 소개해 주마.”
생긴 걸 떠나서, 아리아 황녀의 타이틀만 따지면 최고다.
“…정말? 황녀라면 화려한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그런 여자잖아!”
세인트가 꿈을 꾸는 듯한 눈을 하고서 중얼거린다.
“드레스를 입기는 하지.”
찔리지만, 일단은 녀석을 낚는 게 우선이다.
“까짓거! 마계 따위 안 돌아가면 그만이지. 가자, 윌슨!”
“그, 그래…….”
녀석이 너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니, 나중에 어떻게 반응할지 찜찜해진다.
아이 씨! 몰라!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