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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8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89화

189화 변화 (2)

 

 

 

 

“대체 뭐란 말인가!”

 

듀카스 대공이 힘 빠진 음성으로 중얼거린다.

그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내가 느끼는 놀람과는 약간 다르다.

공간을 억지로 벌리면서 빠져나오는 거대한 구조물의 정체를 아는 까닭이다.

철탑(鐵塔).

무척이나 익숙한…

그랬다!

공간을 뚫고 튀어나온 거대한 구조물은 ‘죽음의 대지’에 세워진 철탑이었다. 세인트가 크로노스 갑옷의 주인을 기다리면서 지내던 곳.

어째서 저게 여기서 튀어나오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크훠허엉!>

 

그러는 동안에도 검붉은 구체에서는 맹수의 울부짖음보다 더한 괴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금방에라도 검붉은 막(膜)을 찢고 나올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린다.

 

쿠구구구구…

 

마침내 뇌전에 휩싸인 공간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철탑.

 

“……!”

 

“아이언 백작! 저게 무엇인가!”

 

듀카스 대공이 눈을 크게 떴다.

공간을 빠져나온 철탑의 외벽에 선이 그어지면서 붉은 화염이 새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문을 모르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

 

철컹! 터덩! 투가각…….

 

화염이 솟구치면서 갈라지던 철탑에서 금속음이 연달아 흘러나왔다.

처음엔 느릿한 듯 일어나던 변화가 탄력을 받아 빠르게 모습을 바꾸었다.

 

“저, 저건 대체…”

 

“총사령관 각하! 저것이 세인트가 전해준 대비책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성으로 돌아가 병력을 이끌어 주십시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듀카스 대공을 성으로 돌려보내는 게 먼저다. 그가 아이언 성의 병력을 지하로 대피시키든 싸우든 판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엄청난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물건이군. 알겠네! 그럼 조심하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가슴에 오른손을 대고서 약식 군례를 올렸다.

세인트가 마왕을 상대할만한 ‘힘’이라고 했으니, 믿어보는 수밖에 없겠다.

막연하게 믿기만 하는 건 아니다. 가슴에 박힌 드래곤 하트에서 엄청난 기운이 용솟음치고 있다.

마음 같아선 지금 상태로도 마왕과 화끈하게 싸워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는다.

 

“건투를 빌겠네, 아이언 백작!”

 

“감사합니다.”

 

듀카스 대공이 나의 어깨를 두들기고는 몸을 돌리는 것을 확인하고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철탑은 아직도 변화를 일으키는 중이었다.

제길!

뭔가 그럴싸한 느낌이 들기는 하는 데, 변화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럴 것 같으면 차라리 탱크를 끌고 와서 상대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철탑의 변화가 끝나길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이,

 

쿠구궁!

 

엄청난 폭발음이 지척에서 들려왔다.

그와 함께 음습하면서도 강렬한 기운이 훅 스치고 지나갔다. 기운이 폭발한 근원지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크워어어어!”

 

족히 10 미터는 훌쩍 넘을 듯한 괴상한 생명체가 포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씨바!”

 

욕밖에 안 나온다.

근육질 남성체의 몸에 등에는 한 쌍의 날개가 달렸고, 부엉이와 비슷하게 생긴 머리가 달렸다.

손에는 인간의 모습이었을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메이스가 들려 있다. 메이스까지 커다랗게 변한 건 좀 살벌하다. 검붉은 구체를 찢고 나온 안드라스의 모습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마왕이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괴랄한 외모다. 귀가 아플 정도로 포효하던 안드라스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들어 놈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버겁다. 놈의 눈이 동그란 탓에 순하게 느껴지는 생김새다. 그러나 눈썹과 귀가 이어진 눈썹이 놈을 화난 얼굴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인간 따위한테 나의 모습을 드러내게 될 줄이야!”

 

나와 눈을 마주친… 솔직히 눈이 마주쳤다고 하기엔 놈의 눈동자가 어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아무튼, 방금 안드라스가 툴툴거린 ‘인간 따위’라는 말에 나를 지칭한다는 건 확실하게 알겠다.

놈의 손에 쥐어진 거대한 메이스가 나를 노리고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부우웅!

 

거대한 기둥이 떨어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다.

비룡보법, 토룡출세(土龍出世)의 수법을 사용해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콰아앙!

 

메이스가 지면에 충돌하는 충격이 나의 전신을 두들긴다.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충격이 전해진다.

폭발 때문에 튀어 오른 흙덩이가 크로노스 갑옷에 부닥치는 바람에 허공을 날아가는 나의 몸이 제멋대로 방향이 뒤틀린다.

염병!

가슴에 솟구치는 엄청난 기운 덕에 하늘을 찔렀던 자신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다.

저런 괴물을 현 상태로 싸워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게 얼마나 멍청했던 것인지…

 

“어딜 도망가! 아까처럼 까불어봐라, 이놈!”

 

“치사한 자식!”

 

공격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곧바로 메이스를 휘둘러 오는 안드라스.

첫 공격과 달리 이번엔 내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메이스를 빗질하듯 쓸어온다. 덩치에서부터 반칙을 쓰는 자식이, 이런 식으로 공격해 오다니!

덩치 큰 놈은 느릴 것이라는 편견을 확 깨버린다. 거의 아름드리나무 굵기의 메이스 자루가 바싹 추격해온다.

 

콰두두두…

 

어지간한 바위만큼 커다란 메이스의 헤드 부분이 땅거죽을 마구 파헤치면서 위압감을 더한다.

바닥에 발이 닿는 순간, 곧바로 지면을 박차고 뒤로 몸을 날리면서 공중제비를 돌았다.

 

파앙!

 

밑으로 지나치는 메이스의 끔찍한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싸해진다.

저런 걸 맞았다면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것만 같았다.

 

부우웅!

 

“?”

 

공격을 피해냈다고 생각한 순간, 묵직한 파공음이 들려온다.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와아악!”

 

놀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비명부터 질렀다.

거대한 손바닥이 덮쳐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잡겠다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활짝 펼쳐진 손바닥의 모양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허공에 뜬 상태라 방향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

설사 방향을 바꿀 능력이 있다고 해도, 나의 몸보다 서너 배는 커다란 면적의 손바닥을 피하기에는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다.

 

“우웁!”

 

몸을 바짝 웅크리고서 내공을 끌어 모아, 크로노스 갑옷에 호신강기를 둘렀다.

 

떠엉!

 

호신강기를 완성하기 무섭게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 전신을 덮쳤다.

몸이 제멋대로 회전을 일으키면서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간다. 내공으로 온몸을 보호했음에도 울컥 토악질이 치밀어 오른다.

 

“우웁!”

 

비릿한 맛이 목구멍을 타고 입안에 번진다.

전력을 다해 호신강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차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쾅! 우직! 콰과과광! 콰드드득! 쿠웅!

 

“커헉!”

 

몇 그루의 나무를 몸으로 부러뜨린 다음에야 지면에 처박혀 멈출 수 있었다.

억지로 참았던 핏물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어야 입술을 뚫고 기어 나온다.

 

“빌어먹을!”

 

해롱대고 있을 틈이 없었다.

몸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전력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와드드득! 콰앙!

 

높이 자란 나무를 부러뜨리면서 거대한 메이스가 틀어박힌다. 피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피떡이 될 뻔했다.

 

“쥐새끼처럼 도망 다니지 마라!”

 

“…그게 나한테 할 소리냐?”

 

고함을 지르는 안드라스에게 기가 막혀서 툴툴거렸다.

이건 ‘싸움’이라는 말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다.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수준.

아니, 공격당한다는 말도 지금 상황을 너무 미화한 것이다. 이건 마치 파리채를 피해 도망치는 파리 신세와 다를 바 없는 상황.

안드라스라는 놈, 양심에 털 난 새끼가 분명하다.

근데, 저 자식!

마왕이라는 정체가 발각되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에이 씨!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냐!

 

“디바인 소드!”

 

손바닥이 간질거리는 감촉을 느끼면서 디바인 소드를 불렀다.

녀석의 손바닥에 얻어맞는 충격으로 놓친 까닭이다. 진짜 무인은 절대로 손에서 병기를 놓지 않는다는데, 나는 아직 수준 미달인 모양이다.

놈의 거대한 몸과 손에 쥔 디바인 소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비율적으로 따지면 디바인 소드가 이쑤시개 정도나 될까?

이런 걸로 놈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지나 걱정스럽다. 검강을 날린다고 해도, 놈에게는 그저 따끔한 정도로 끝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하지만 해보지 않는 이상은 모른다.

혹시 알아?

저 자식 덩치만 컸지, 엄살이 심한 놈일지?

공격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드라스를 죽일 가능성조차 생기지 않는 법이다.

해보는 거다!

전력으로 검강을 일으켰다.

충격으로 발생한 내상은,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드래곤 하트의 기운으로 빠르게 치유되는 중이다.

그나마 싸울 마음이 드는 건 그래서다. 결정적으로 놈이 마왕의 본체를 드러내면서 흑기사들을 비롯한 프레하 제국 기사들이 다가오지 않는다.

흑기사가 아닌 일반 기사들은 질겁해서 도주하는 중이다. 마왕의 모습에 기가 질린 게 분명하다.

멀리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동요하는 것도 마음을 놓이게 한다. 놈들로서도 마왕이 직접 인간계에 현신하는 것이 당황스러웠던 게 틀림없다.

 

“와하하하하! 그래 발악해 보아라!”

 

안드라스가 새대가리의 얼굴로 크게 웃는다.

내가 싸울 자세를 잡는 것을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어깨에 메이스를 얹고서 여유를 부린다.

 

“그래, 이 자식아! 어디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

 

내공을 다리로 보내면서 녀석을 도발했다.

갑작스럽게 당해서 정신을 못 차린 것뿐이다. 마음먹고 보법을 발휘해서 놈의 시야를 어지럽힌다면 아까처럼 쉽게 나를 공격할 수 없을 터다.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

싸우기도 전부터 겁을 먹어서야 죽도 밥도 안 된다.

 

꾸욱!

 

디바인 소드의 손잡이를 움켜쥐고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제부턴 속도전이 될 것이라, 집중을 흩트리면 위험하다. 수십, 수백… 어쩌면 그 이상의 공격을 성공해야 놈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안드라스의 공격은 스치기만 해도 나에겐 치명적이다.

 

“좋다! 이놈! 네놈을 잡아 뼈째 씹어 먹…”

 

안드라스가 과장되게 웃으면서 으스스한 음성으로 말하다가 새의 부리와 같은 입을 헤 벌렸다.

놈의 이상한 행동에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 슬쩍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안드라스의 얼굴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위로 든 상황이라, 그저 약간 움직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

 

나 역시 안드라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것이 하늘에 떠서 무시할 수 없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안드라스에게 집중하느라 이제야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검은색의 강철 거인(巨人).

공간을 뛰어넘어 왔던 철탑이 내가 안드라스에게 공격당하는 사이에 인간의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뭐하는 놈이냐! 정체를 밝혀라!”

 

안드라스가 허공에 떠 있는 강철 거인에게 메이스를 겨누면서 소리쳤다.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다른 마왕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일 거로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강철 거인은 묵묵부답이었다.

 

“나를 무시해? 오냐!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

 

화가 난 음성으로 고함을 지른 안드라스가 등 뒤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엄청나게 다혈질인 놈인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강철 거인을 향해 솟구쳐 오른다.

저 자식…

나와 싸우던 중이라는 걸 잊은 건가?

 

“큭!”

 

자괴감에 절로 비틀린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싸우던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내가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얘기일 터다.

그래, 차라리 잘 됐다.

세인트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힘’이란 게 어떤 건지 구경해봐야겠다.

겉보기로는 강철 거인의 모습이 제법 그럴듯하다. 놈이 강철 거인과 싸우는 틈을 노려 깔짝깔짝 신경을 건드리면 좀 더 승률이 높아지겠지?

그런 생각으로 안드라스가 강철 거인에게 날아가는 걸 지켜보는데,

 

“……!”

 

강철 거인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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