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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22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20화

혈룡교와의 결전 (2)

 

 

풍운장원의 정문에 사람이 모여 있었다.

 

부서진 정문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 천악이 인부들을 데리고 왔다. 천악이 나와서 견적을 뽑고, 그 옆으로 조성빈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정문 앞으로 조각상을 만드는 게 어떠냐?”

 

“그거 좋겠네요. 크고 위엄 있게 만들까요?”

 

거대하고 큰 조각상이 물론 좋은 것일 수 있겠지만 너무 크면 괜히 관심만 끌게 된다. 천악은 크기보다는 미적 감각을 우선시하고 있었다. 장원의 정문에 어울리고 주변에 잘 조화가 되는 것 말이다.

 

“차라리 장주님의 조각상을 만드는 게 어떠세요?”

 

“내 조각상이라.”

 

천악은 조성빈의 말에 약간은 고민을 해보았다. 풍운장원의 장주이니 그 장원의 주인 얼굴을 만들어놓는 것도 괜찮은 생각일 수 있었다. 돌로 만든 조각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괜찮은 생각이다.”

 

“그럼 장주님의 조각상을 만들게요. 그 옆으로 하나의 조각상을 더 만들면 괜찮겠네요.”

 

“나는 장인이 아니니, 네가 알아서 만들도록 하여라.”

 

천악은 조성빈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었다. 장인의 기술은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노력하고 즐겁게 만들어야 더 나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충일,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이 정도는 오 일 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행이군.”

 

천악은 담장이 부서진 것을 아쉬워하면서 놈들이 벌인 만행에 어떻게 단죄를 해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딱히 방법을 세우지는 않았다. 놈들이 몰려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한곳에 모일 때 단숨에 처리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천악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상당히 떨어진 거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천악을 지켜보고 있었다. 천악이 무엇을 하는지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귀찮군.’

 

누군가 감시하는 느낌은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는 것 가지고 죽일 수도 없는 일이니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정오가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풍운장원의 주방이 일찌감치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천악이 식사하는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천악은 천천히 자신의 집으로 걸어갔다. 그 옆으로 어느새 여인들이 따라붙었다.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이 한 무리를 이루고 그 옆으로 동떨어져서 냉상아가 뒤를 따랐다. 홀로 뒤떨어져 있는 냉상아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나만!’

 

천악이 자신의 애처로운 처지를 생각해서 한마디 말이라도 해주면 고맙겠는데, 그런 말은커녕 봐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

 

‘내가 제갈지보다는 예쁜데!’

 

제갈지가 이 중에서 가장 떨어지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제갈지보다는 자신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제갈지가 있기에 더 포기할 수 없는 것인지 몰랐다. 이 사실을 제갈지가 알면 상당히 기분 나쁠지 몰랐다.

 

‘계속 이럴 수는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계속해야 돼!’

 

한 번 싫다고 했지만 계속 말을 하면 언젠가는 소득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천악은 식사를 끝내고 평소처럼 차를 마시며 한가하게 보냈다. 여인들과 같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보면 점차 사람이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게 사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일상적인 일의 반복이다.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사는 것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군가가! 정말 고마워요, 아버지를 구해주셔서!”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

 

남궁태희는 진심으로 천악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녀에게 있어 천악은 사랑하는 사람이며 남궁세가의 은인이었다. 남궁태희는 천악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만 좋아해준다면 바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었다. 특히 천악은 사람의 진심을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좋군.’

 

누군가가 사랑해 준다는 것 자체는 기분 좋았다. 남궁태희뿐만 아니라 금은혜, 운정, 제갈지에게서도 비슷한 감정이 전해지고 있었다. 약간씩 서로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인간인 이상 그 정도도 없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저도 아버지를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온몸을 바쳐 노력할 기회를 주세요!”

 

냉상아가 아주 직설적으로 말을 해버렸다. 다른 여인들의 양 볼을 붉게 물들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북해의 여인답게 빙빙 돌려서 얘기하지 못하는 성미를 가지고 있었다.

 

‘재밌군.’

 

여인이 좋아해준다는데 마다할 사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혼인은 아니었다. 그녀와는 아직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물론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천악은 살면서 세상이 뜻대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북해빙궁과 황궁에서 벌어지는 일을 어렴풋이 예상했으면서도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또한 풍운장원의 건물이 부서지는 일생일대의 참사가 벌어지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역시 세상은 예상할 수 없군.’

 

예상할 수 있다면 재미가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범위가 정도 이상이라면 당연히 화를 내고 보복을 해줄 생각이었다.

 

“혈룡교가 안휘성으로 온다고 무림맹에서 대비를 하고 있어요.”

 

“그런가.”

 

“마교하고 북해빙궁이 움직이는 것은 군가가의 뜻인가요?”

 

“아니.”

 

천악이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놈들이 마교와 북해빙궁을 흔든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움직인 것뿐이었다. 마교와 북해빙궁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제갈지는 차를 마시면서 군천악의 의향을 물었다.

 

“군가가는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내 일을 방해했으니 그 대가는 주어야겠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말이야.”

 

섬뜩한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고 있었다. 또한 놀라운 것은 여인들도 이제는 만성이 되어서 그 정도에 놀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혈룡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위험에 몰아넣고 있었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악의 축으로 명하는 바였다.

 

정오가 지나자 오후의 햇살이 창살을 통해 비추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가 맑고 깨끗했다. 황사가 시작되는 시기여서 비가 오지 않고서는 사막의 모래바람이 여기까지 들이닥친다.

 

“이번 일이 끝나면 다시 여행이나 같이 가자.”

 

“정말이요?”

 

“나도 여행은 좋아한다. 그러니까 자주 가는 거지.”

 

천악도 여인들과 같이 여행 가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별다른 일이 아니라면 공사가 완비되는 대로 여행을 다시 한 번 가볼 생각이었다.

 

 

 

똑! 똑!

 

천악의 오 층 거실로 왕삼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무림맹의 군사께서 오셨습니다.”

 

천악도 누군가 왔다는 것을 기운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별 볼일 없는 기운이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운으로 보았을 때 여자였다. 무림맹의 군사라면 나이가 지긋한 노인으로 생각했는데 이미지가 전혀 달랐다.

 

“들어오라고 해라.”

 

“예, 장주님!”

 

여인들 중 제갈지는 무림맹의 군사를 생각하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지낭이라는 평가를 받는 제갈지였지만 백봉 사마운정에 비해서는 한참이나 격이 떨어져 있었다. 항상 비교를 당했고, 경쟁의식과 열등감이 자리했던 여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열등감을 털어버린 상태였다. 이미 자신에게는 천악이 있었다. 그가 있으니 부족한 것은 채워지고도 남았다.

 

사마운정이 계단을 올라서 거실로 들어왔다. 사마운정 역시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대단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무림맹 내에서 그녀를 욕심내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마운정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앉으시지요.”

 

사마운정은 앉아 있는 여인들을 보며 내심 놀랐다. 하나같이 보통 여인들이 아니었다.

 

‘역시 보통이 아냐!’

 

이 많은 여인들을 아무렇지 않게 데리고 있을 정도면 정말 보통이 아닌 사내였다. 군천악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 번 내리게 되었다.

 

“무슨 일로 온 겁니까?”

 

“혈룡교와의 일전에서 공을 세우신 영웅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려고 온 거예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잘도 말을 하고 있었다. 사마운정은 금은혜와 짝이 맞을 정도로 말을 잘하는 여인이었다. 더불어서 자신에 대한 자랑을 서슴없이 했다. 그래도 밉지 않은 것은 사실을 말하는 맑은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 때문입니까?”

 

“사실 군 대협의 도움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만큼 무림맹이 힘드니까요, 중원 무림이 흔들리는 상황이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에요!”

 

사마운정은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말을 했다.

 

“난 무림맹에 가입하지 않습니다.”

 

“이미 당 대협께 들은 일이에요. 군 대협은 귀찮은 일은 싫어하신다면서요! 하지만 이번 혈룡교는 군 대협을 많이 귀찮게 했으니 알아서 나서주실 거잖아요.”

 

“음!”

 

사실을 있는 대로 말을 하니 천악이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고,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은 놀라고 있었다.

 

‘저… 여우같은 년!’

 

너무 천악을 잘 알고 있는 듯하지 않는가! 천악의 성격을 처음 보자마자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대하고 있었다. 천악은 거짓말을 본능적으로 파악한다. 그렇기에 거짓을 말할수록 점점 더 냉정해지는 것이 천악이었다. 하지만 사마운정을 대할 때 천악은 평소와 같았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은근히 사마운정을 경계하는 여인들이었다. 먼저 온 냉상아보다 나중에 온 사마운정이 더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생기신 분일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멋지게 생기셨네요!”

 

“그렇습니까.”

 

잘생겼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겠는가. 천악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녀의 말에서 진실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면서 보니 건물이 정말 예술이에요. 이런 예술 작품을 몰라보고 부숴뜨린 혈룡교가 정말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해요!”

 

“보는 눈이 좋군요.”

 

천악이 듣고 기분 좋아하는 말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 정말 예리한 눈이 아닐 수 없었다. 천악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건물을 짓고 감상하는 것이었다. 그런 눈을 가졌다면 충분히 좋은 눈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한랭전설이 부딪쳤다. 그 중간에서 고기압이 형성되어 비가 올지 몰랐다.

 

천악과 사마운정의 대화가 계속 이루어졌다. 그녀는 편안하면서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재료에 대해서부터, 동해 앞바다 밑에서 나는 철의 재료까지도 말이다.

 

남궁태희, 금은혜, 운정, 제갈지, 냉상아는 서운했다. 천악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게 질투가 나서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점차 침울해지는 분위기에서 여인들의 얼굴을 펴게 만드는 말을 천악이 했다.

 

“이분들은 어떻게 되는 사이예요?”

 

“혼인할 사이입니다.”

 

“아, 그러세요. 역시 군 대협처럼 매력적인 사내를 몰라본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사마운정은 왠지 모르게 승부욕이 생겼다. 천악과 말을 해보니 그다지 이기적인 사람 같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또한 아는 것도 많으며 여인들이라고 무시하지도 않았다. 이런 사내라면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람이 많으니 한자리 더 들어가도 되겠지.’

 

그동안 사내라고 해봤자 자신의 미모와 배경에 아부하는 녀석들뿐이었다. 그에 반해 천악은 홀로 일어선 사내였다. 특히 그가 가진 강력한 힘과 자유로움이 부럽기까지 했다.

 

“그럼 다음에 또 놀러 와도 되나요?”

 

“다음에는 장원을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사마운정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온 것이다. 아직 할 일이 많아 오래 있을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전투 태세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기에 일어섰다.

 

“일어서지 마세요. 괜히 저 때문에 번거롭게 한 것이 아닌지 미안하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잘 가십시오!”

 

사마운정은 여인들에게는 인사를 하며 미안함을 드러내었다. 약간은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느꼈기에 사마운정이 먼저 사과를 한 것이다. 나중에 자리에 끼어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찍히는 행동은 금물이었다.

 

사마운정이 가고 난 후에도 천악은 차를 마시며 여인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괜찮은 여인이었어.”

 

“그런가요?”

 

“질투하나?”

 

여인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천악이었다.

 

“해요!”

 

“잘됐군.”

 

여인들도 천악을 알기에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 질투를 한다는 것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감정이 없는데 질투를 할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비뚤어진 질투는 큰 사고를 친다. 미리 말을 한 것은 그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저 할 말이 있어요!”

 

냉상아가 갑자기 말을 했다.

 

“하시오.”

 

“아까 사마 군사가 이분들이 누구냐고 했잖아요.”

 

“그렇습니다.”

 

“저도 그 안에 포함이 된 거잖아요.”

 

“그렇군요.”

 

“그리고 말하길 혼인할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그 안에 나도 포함이 되니 이제 저도 군가가라고 부를래요. 그러니 군가가도 제게 말을 놓으세요!”

 

어이없는 논리를 당당하게 꾸며대는 냉상아였다. 이상한 논리지만 귀엽기까지 했다. 여인들 모두 황당해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다만 천악은 그런 농담으로 상대를 인정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궤변으로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내가 혼인할 사람이라고 한 것은 오래 보고 같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냉 소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냉상아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보통의 사내라면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겠지만 상대는 천악이었다. 천악은 여인이 흘리는 눈물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었다. 보고 있는 나머지 여인들마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거짓 눈물은 원치 않습니다.”

 

멈칫!

 

고개를 숙이던 냉상아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안 통하네요. 그런다고 포기할 줄 아세요?”

 

여인들 모두 속은 연기였다. 이제는 냉상아마저 무섭게 느껴졌다. 보통을 넘었다. 역시 여인들 모두 한 가닥씩 가지고 있었다. 그냥 쓰러질 수 없는 장점이자 독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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