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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21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16화

그는 영웅인가? (2)

 

 

“그놈이 누구냐?”

 

약간은 목소리에 힘이 들어 있었다. 어떤 놈이 귀한 손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할아버지로서 반드시 알아야겠다는 사명감마저 들었다.

 

당묘정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졌다. 독봉이라고 하여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는 여인으로 정평이 나 있었던 당묘정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일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었다.

 

“황보세가의 황보현성 공자예요!”

 

당지독의 이마에 골이 파였다. 황보세가라면 분명 좋은 가문이었다. 더군다나 정도 십룡 중 한 명인 권룡(拳龍)이라면 부족하지 않은 청년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군천악과 비교하면 태산과 돌맹이의 차이였다. 실력적인 측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당지독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계획에 차질을 빚는다. 당지독은 어떻게 해서든 천악을 손녀사위로 만들어 상전 대접을 받고 싶었다.

 

‘이럴 수가!’

 

그때에 때마침 눈치를 보던 당사현이 끼어들었다.

 

“황보현성이라면 제법 괜찮은 젊은이라고 생각한다.”

 

황보세가가 무너지기는 했지만 아직 주력은 남아 있는 상태였다. 사람이 있다면 다시 세울 수 있고, 능력만 된다면 얻지 못할 것이 없었다. 당사현이 괜찮다는 듯이 말을 하자 갑자기 한기가 돋았다.

 

찌릿!

 

당지독이 당사현을 노려보았다. 당사현은 왜 그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할아비와 손녀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서 요점을 잘못 파악한 결과였다.

 

‘이런 눈치 없는 놈!’

 

그렇다고 당가의 가주인 아들에게 소리 지르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저 알아서 빠져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할아버지, 그 사람은 이미 여럿의 여자가 있잖아요. 하지만 현성 공자는 그렇지 않아요. 또한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됐어요! 보시면 반드시 마음에 들 거예요!”

 

당묘정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군천악에게 여자는 많았다. 과연 손녀가 그 여인들을 제치고 사랑을 차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사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었다.

 

당지독이 당묘정의 눈을 보았다. 흔들림 없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또한 요근래 진전이 있었는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당묘정의 마음이 확고하니 당지독의 마음이 흔들렸다. 억지로 혼인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손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으며 산다면 그것도 고려해 볼 만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었다.

 

“내 자식들이지만 고집 하나는 대단하구나!”

 

“할아버지 손녀잖아요!”

 

“그렇긴 하지.”

 

가족 간의 대화가 평화와 타협으로 이루어져 갔다. 상당히 화기애애하고 평화적으로 보인다.

 

‘응?’

 

당지독의 기감에 무언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대규모로 움직이고 있었다. 상당히 수상하면서도 소름끼치는 기운이었다. 굉장한 기운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밤중에 이처럼 움직이는 집단이 좋은 의도로 남궁세가에 올 리 없었다. 언뜻 살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당지독은 즉시 당사현에게 말했다.

 

“어서 빨리 무사들을 대비시켜라. 묘정이 너는 즉시 남궁세가의 가주에게 적의 침입을 알려라!”

 

“할아버지, 갑자기 왜 그러세요!”

 

“적이라니요!”

 

“어서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당지독의 목소리에 장난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자신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의 기운이 상당히 되었다. 천수암제 당지독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기운이라면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당지독이 급히 말을 하자 당사현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즉시 사천당가의 무인들을 소집하고, 사천에서 모인 무인들을 깨웠다. 당묘정도 바로 남궁세가의 가주실로 달려갔다.

 

 

 

남궁세가를 지척에 둔 혈룡교의 무인들이 잠시 멈추어 섰다.

 

암천신검 독고성은 눈이 번쩍였다. 기습할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미리 대처를 하고 있는 남궁세가의 움직임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모두 자고 있다면 이러한 기운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아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고수가 있었나 보군!’

 

남궁세가에 검왕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대막 무림을 막으러 가 있는 검왕이 여기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직 모든 무인이 모이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했지만 머릿수에서는 밀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승패는 머릿수로 나지 않는다. 결국 무공의 질이 평가를 내줄 것이다.

 

독고성이 이끌고 온 무력부대는 암룡대(暗龍隊)와 비룡대(飛龍隊)였다. 암룡대는 암천신검 독고성이 대주를 맡고 있는 부대였으며 비룡대는 구극검귀 최상락이 대주를 맡고 있었다. 암룡대와 비룡대가 있는 이상 오합지졸에 불과한 놈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미리 방비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해주마!”

 

독고성의 명령이 떨어졌다.

 

남궁세가를 향해 암룡대와 비룡대가 달려 나갔다.

 

 

 

“적이닷!”

 

댕! 댕! 댕!

 

남궁세가에 비상종이 울리면서 모든 무인들이 적의 침입을 대비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지만 천수암제 당지독이 빨리 알아챈 덕분에 기습을 면할 수 있었다. 대비하고 있다면 적이 많건 적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은 혼란을 초래하고 모든 것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 있었다.

 

당지독이 남궁세가로 접근하는 놈들을 맞이하기 위해 먼저 움직였다. 놈들이 기습을 할 수 없음에도 쳐들어온다는 것은 실력에 자신이 있기에 한 결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유리했다. 전투에서 중요한 것은 기세였다. 미리 지고 들어가는 것만큼 불리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기를 충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기선제압이었다.

 

당지독은 겉멋만 든 무림고수가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실전을 겪으면서 상황을 파악하는 눈이 누구보다 예리했다.

 

당지독은 당가의 전설적인 신공인 만류귀원신공(萬流歸元神功)을 운용했다. 만류귀원신공은 모든 독의 정화를 하나로 이어주는 천고의 신공이다. 전신에 퍼진 기운을 암기에 불어 넣었다. 만천화우(滿天花雨)를 초장부터 펼치려고 준비를 했다. 만천화우야말로 모든 암기수법의 최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순식간에 수만 개의 암기가 온 하늘을 뒤덮기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 천악에게 사용하고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촤라라라락!

 

밤하늘에 암기의 빗방울이 벼락처럼 뿜어져 나갔다. 놈들이 닫아놓은 남궁세가의 문을 부수며 들어올 수도 있으나 수가 많으니 담벼락을 타고 넘어올 것이다. 그 틈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당지독이었다.

 

당지독의 만천화우가 펼쳐지자 그 기운에 남궁세가에 있던 무인들 모두 기겁했다. 사천 제일고수라고 불리는 천수암제 당지독의 힘은 그들이 상상하는 이상이었다.

 

남궁혁성조차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전보다 더욱 강해지셨구나!’

 

과거에 본 것보다 훨씬 강해진 당지독이었다.

 

슈슈슈슝! 슈슈슝!

 

“크아아아악!”

 

혈룡교의 무인들 중에 삼십 명 정도가 담을 넘다가 만천화우의 강력한 암기수법에 당하고 말았다. 만천화우의 강력함이 발휘되었다. 피떡이 되어 쓰러져 나가는 혈룡교의 무인들이었다. 삽시간에 삼십 명이나 되는 무인이 죽어 나갔다.

 

당지독의 만천화우는 굉장한 위력이었다. 담벼락 자체를 모두 박살을 내버릴 정도였다. 나중에 남궁세가가 다시 수리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굉장한 위력과 놀라운 솜씨에 무인들의 사기가 충천해졌다. 그럼에도 당지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고작 삼십 명이라!’

 

만천화우가 펼쳐지는 것을 느낀 놈들이 즉시 방어 자세를 취하며 막아내었다. 삼십 명의 피해를 내긴 했지만 원래라면 일백 명 이상을 죽일 수 있어야 했다. 놈들의 실력이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다.

 

‘쉽지 않겠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비룡대원 삼십 명을 잃은 구극검귀 최상락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위력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이런 암기술을 가진 자는 좀처럼 보기 힘들겠지!”

 

“천수암제가 있는 모양이오!”

 

암천신검 독고성이 상대를 파악했다. 천수암제가 아니라면 이만한 위력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천수암제를 맡겠소!”

 

비룡대의 대주인 구극검귀 최상락의 검에 살기가 배어 나왔다. 수하를 잃었으니 그에 대한 답례를 해주어야 했다.

 

‘면 장로! 최 장로를 도와주시오!’

 

‘알겠네!’

 

독고성은 좀 전에 보인 암기의 위력이 범상치 않음을 파악했다. 최 장로가 강하다 하지만 상대는 오천존의 일인이었다. 괜히 방심하다 큰 낭패를 당할 수 있었다. 독고성이 일도불패 면역상 장로에게 최 장로의 뒤를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양쪽의 무인들이 일제히 부딪쳤다.

 

“와아아아아!”

 

카카캉!

 

“커어어억!”

 

“아악!”

 

쳐들어오는 적들의 수는 남궁세가에 모인 이들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오분지 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맨 처음 일제히 부딪치자 일방적인 사상자를 내는 것은 숫자가 많은 쪽이었다.

 

남궁혁성과 당사현이 놈들이 가진 무력을 파악했다.

 

‘강하다!’

 

일대일 실력에서 남궁세가 연합은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숫자적으로 우위를 점하기에 대결이 되고 있는 편이지만 점차 어려워질 것을 보았다.

 

파파팡! 카캉!

 

천지를 울리는 굉음에 장법과 검법이 부딪쳤다.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여 펼치는 장법은 빠르고 강력했다. 그와 더불어 상대하는 구극검귀 최상락의 검법도 상당히 빨라서 서로 부딪치는 흔적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최대한 빨리 끝을 내려고 한 당지독이 무형지독(無形之毒)을 사용하였다. 무형의 독이 삼양신장(三陽神掌)을 타고 방출되었다. 정확하게 최상락의 정면을 향해 하독했다.

 

무형지독은 말 그대로 무형의 극독이었다. 상대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중독시켜 버리는 무서운 독이다. 일단 중독되면 해독할 수 없기에 무형지독이야말로 천상지독(天上之毒)이라 불리고 있었다.

 

파팡! 파아앙!

 

검과 부딪치면 장법을 통해 방출된 무형지독이 검을 타고 놈에게 전이될 것이다. 그것으로 놈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에 일도불패 면역상이 뇌정폭풍도법(雷霆暴風刀法)의 뇌정만폭(雷霆萬暴)을 뿌렸다. 당지독의 장법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을 알아채고 최상락의 탈명검(奪明劍)이 닿기 전에 도강(刀剛)을 날렸다. 뇌의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삼양신장과 부딪치자 시꺼먼 연기와 더불어 뇌기가 불을 뿜어내었다.

 

최상락은 갑작스럽게 대결에 끼어든 면역상을 탓하지 않았다. 삼양신장이 뿜어져 나올 때 느껴진 기운이 불길했다는 것을 그도 알기 때문이었다.

 

당지독은 갑작스럽게 끼어들어 무형지독을 막아낸 놈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한 놈이 아니라 두 놈이나 나의 독을 막아내다니!’

 

당지독은 승부가 쉽지 않음을 알기에 최선을 다했다.

 

암천신검 독고성은 상황을 보면서 남궁세가의 고수들을 적당히 처리하고 있었다. 그의 특기가 바로 암습이었다. 일시에 뿜어져 나가는 무형일검(無形一劍)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적의 뇌리를 꿰뚫었다.

 

슈슉!

 

“크악!”

 

독고성의 가공할 암습을 버티는 무인이 없었다. 독고성은 유령처럼 유유히 움직이며 상대할 자들을 찾았다. 적당히 고수들을 암습해서 해치우면 나머지는 암룡대와 비룡대가 알아서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독고성의 눈에 한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으면서도 굉장한 검법을 구사하는 여인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공수의 수발이 자연스러운 검법이었다. 여인의 실력이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에 놀랍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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