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21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10화
천하혈란(天下血亂) 무너지는 무림 (2)
타다닥!
막사 안으로 무인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맹주님! 요동혈맹이 쳐들어옵니다!”
“요동혈맹이 먼저 움직였단 말이냐!”
사마운정이 미처 다시 말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했다. 먼저 요동혈맹을 맞아 싸워야 할 것이다. 사마운정이 장로들을 설득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요동혈맹이 먼저 움직임으로서 애초에 세워 두었던 계획을 펼칠 수 없게 되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자만 때문에 눈앞의 적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만약이라는 말은 후회와 직결된다. 그 만약이 현실이 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게 된 후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결국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으면 중원 무림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맹주인 현도진인이 일어섰다. 우선은 가장 먼저 닥친 일을 해결하는 것이 순서였다. 요동혈맹의 공격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놈들에게 중원의 저력을 보여줍시다!”
요동혈맹을 이끌고 온 흑룡대주 모용수였다. 그는 전갈을 받는 즉시 움직였다. 무림맹에서 군사가 이쪽으로 왔으니 시간을 주지 말라는 지시였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귀찮아지니 어쩔 수 없지.”
사마운정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머리가 뛰어난 자들일수록 주변의 시기를 받는다. 또한 시기를 극복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림맹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공격을 하게 되면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싸워라! 비참한 최후가 너희를 기다릴 것이다! 크하하하하!”
모용수는 통쾌한 듯이 웃었다.
그의 뒤로 수많은 요동 무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모용수가 준 공포의 힘으로 움직이는 나약한 놈들이었다. 그렇지만 소모전을 위한 소모품으로 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살아난 자들이 있다면 강자일 것이고, 죽는다면 버려져도 상관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것이 모용수의 논리였다.
‘살아남아라! 그때에는 쓸모 있게 써주마!’
혈룡교는 강자를 대우한다. 강자 이외의 것들은 나약한 쓰레기로 치부한다. 강자가 된다면 그만한 보상과 대우가 있을 것이다.
모용수가 요동혈맹의 무인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나가서 싸워라! 이기는 자, 그 모든 것을 가질 것이다! 살아남는 자, 쓰러진 자의 모든 것을 가진다! 싸워라! 싸워서 모든 것을 가져라!”
모용수의 외침은 무인들에게 투쟁 본능을 일으켰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자는 강자라는 것을 인식시켰다. 강자지존, 약육강식의 철저한 법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했다.
와아아아아!
그들은 함성 소리와 함께 중원 무림을 향해 돌진했다. 두려움보다는 그 후에 얻어질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요동혈맹의 투기는 가히 해일과 같았다.
모용수의 옆으로 흑룡대의 조장 두 명이 모였다.
“너희들과 내가 무림맹주를 맡는다.”
“충!”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그것이 흑룡대였다. 그들에게 흑룡대주는 어떤 명령을 내려도 수행해야 하는 절대적인 인물이었다.
모용수는 상황 판단이 정확하고 철두철미했다. 그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수하와 더불어 대결을 벌이려고 한다. 어떤 돌발적인 상황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요동혈맹의 투기를 지켜본 무림맹주 현도진인의 눈이 심각해졌다. 보통의 기세가 아니었다.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강호 중원 십대고수 중에서도 가장 강한 일성이마 중 한 명인 태극검성이었다. 절대고수가 이 정도로 압박감을 받는데 다른 무인들은 말을 해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어려울 수 있겠군!’
어렵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려워도 극복하고 이겨내야 했다. 현도진인은 맹주가 아닌 한 사람의 무인으로 돌아가 중원의 혼을 일깨웠다.
“중원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의 것이다! 중원 무림의 힘을 놈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현도진인의 투지를 느꼈을까! 무림맹의 무인들은 느낄 수 있었다. 투기가 전달되어 점차 확산이 되었다.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혈투가 시작되었다.
양쪽으로 보이는 무인들은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다. 이제 막 새싹이 나오는 들판을 까만 머리카락이 뒤덮었다. 해일처럼 쏟아지는 파도의 물결과 같았다. 서로의 중간 지점에서 파격(破格)을 맞았다.
카카카캉! 파팡! 타탕!
함성과 기합, 병기와 병기의 소리가 아우러졌다. 누구의 것이 먼저인지 알지도 못할 정도로 치열했다. 양쪽 모두 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혼전이 계속되었다.
혼전이 지속될수록 무인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한쪽이 우세하지는 않지만 시간은 죽음과 직결이 되고 있었다.
혼전 중에 태극검성 현도진인의 검이 빛을 발했다. 한 수에 수십 명을 베어버리는 엄청난 검기의 향연이었다. 보이는 족족 머리가 잘려나가고, 가슴이 베어졌다. 현도진인과 더불어 그의 제자인 무당일검 청풍의 검도 날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폐관수련을 마치고 돌아온 청풍의 기도는 절정고수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운 검의 궤적과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타아앙!
현도진인의 검이 처음으로 막혔다. 바로 앞에 검은 무복을 입은 중년인이 버티고 있었다. 요동혈맹의 맹주 모용수였다. 모용수와 더불어서 흑의무복을 입은 두 명의 무인이 접근했다.
모용수의 검은 예리했다. 철저히 상대를 죽이려고 하는 실전검법이었다. 양옆에서 현도진인의 검을 노리는 흑룡대원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검이 정확하게 현도진인의 사혈(死血)을 노렸다.
세 명의 합공을 받고 있는 현도진인이었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으며 받아넘겼다. 서서히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현도진인의 내가기공이 검으로 전해져 무형의 기운이 검으로 형상화되었다.
모용수 역시도 검은빛의 기운이 검으로 뿜어져 나와 강기가 되었다. 모용수의 내공은 흑룡마공(黑龍魔功)으로, 성취가 높고 순도가 높을수록 강기의 색이 점점 더 흑색으로 변하게 된다.
유운신법(流雲身法)을 펼쳤다.
유려하게 날아가는 구름의 모습과 같다고 붙여진 이름 그대로 구름처럼 움직인다. 적의 기운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을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정중동(停中動)의 묘리가 스며들어 있었다. 부드럽게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모용수가 공격하는 지점에서 한 치 간격으로 여유롭게 피하더니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공격의 회피는 유려하게, 공격은 표범과 같았다.
슈슉!
하지만 공격이 성공하기 전에 두 개의 검강(劍剛)이 현도진인의 다리를 노리며 들어왔다. 뼈를 주고 살을 주는 계책을 쓰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런!’
헛바람을 삼킨 현도진인이 즉시 허공을 밟고 튕기듯이 뒤로 물러섰다. 그런 상황을 짐작한 모용수가 즉시 흑룡보(黑龍步)를 펼쳐 빠르게 찔러 들어갔다.
-흑룡검법(黑龍劍法)-제4식-흑룡섬격(黑龍閃擊).
흑룡검법의 가장 빠른 검초였다. 상대의 허점을 봤으니 망설이지 않는다. 세 명이 합공한다고 비겁하다는 생각도 없었다. 이기는 자가 강자이고, 살아남은 자가 강자였다. 죽은 자는 약자에 허세를 부린 쓰레기에 불과했다.
현도진인은 가슴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모용수의 가공할 쾌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파팟! 슈우웅!
모용수의 검이 허공을 꿰뚫었다. 바로 그 순간에 현도진인이 허공을 밟고 극속으로 뛰어올랐다. 공중으로 뛰어오르자마자 튕기듯이 반대쪽으로 벗어났다.
“역시 중원 십대고수구나!”
중원 십대고수라고 해봐야 별것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모용수였다. 합공을 하기는 했지만 시간을 줄이려고 한 흔적이 강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맹주의 실력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검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도진인은 가슴 한쪽에 한기를 느꼈다.
‘이런 놈들이 있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방금 전 잘못했으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생각지도 못한 강자들이었다. 바로 앞에서 공격하는 자 말고도 그 옆으로 공격하는 두 명의 무인도 절정고수의 실력을 넘어섰다. 빨리 끝내려는 생각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이대로는 절대 승부를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현도진인이 마음을 다잡았다.
‘태극무한검을 사용해야겠구나!’
태극무한검은 최후에 사용하려고 했다. 강력하기는 하지만 내력의 소모가 만만치 않아서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태극신공(太極神功)이 사지백해로 퍼져 나간다. 태극은 음양의 조화. 음과 양은 만물이 모두 내포하고 있는 것. 자연과 우주, 자신의 모든 것이 음과 양을 이룬다. 음과 양이 서로의 힘을 합치하여 태극을 이루고, 태극의 한계를 벗어나 무극(無極)에 도달한다. 무극의 힘이 바로 태극무한검의 시작이었다. 무극은 한계가 없으며 끝도 없다. 끝이 없으니 막을 수 있는 것도 없다.
태극무한검은 마음의 신공. 그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도진인의 마음도 무극에 이르러야 한다. 불완전한 인간이 생사경의 간격을 넘어서는 검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힘은 느낄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다만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오싹!
모용수는 순간적으로 한기(寒氣)를 느꼈다. 현도진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다가온다는 것을 무인의 감각이 자극하고 있었다.
모용수가 흑룡대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흑룡대원이 현도진인을 향해 튕기듯이 날아갔다.
사악! 사악!
검이 움직였다.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무언가 움직였고, 그 자리에 흑룡대원이 멈추어 섰다. 현도진인이 그 둘을 남겨두고 모용수를 향해 걸어갔다. 현도진인의 뒤로 남겨진 흑룡대원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 둘은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고 죽었다.
모용수는 느낄 수 있었다.
‘설마! 심검(心劍)?’
심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경을 지나 생사경의 경지에 이르러야 쓸 수 있는 검의 절대경지 중 하나였다.
‘느꼈다!’
심검은 느낄 수 없다고 전해졌다. 아직 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면 심검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모용수는 그 느낌을 인지하며 이를 악물었다. 흑룡마공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현도진인의 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현도진인은 되도록 빨리 끝내려고 했다.
‘시간이 별로 없군!’
고작 몇 번의 움직임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심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빨리 끝내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나은 판단이었다.
현도진인과 모용수가 부딪쳤다. 모용수는 단 한 번의 궤적을 파악하고 막아섰다. 그럼에도 온몸에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모용수는 충격을 받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사마운정은 전투가 쉽지 않은 것을 파악했다. 전력은 무림맹이 앞선다고 하지만 압도적이지 않았다. 또한 맹주님을 가로막는 적의 수괴는 보통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이겨도 이긴 게 아니었다.
사마운정의 옆으로 철혈판관검 제갈천기가 다가왔다.
“사마 군사! 제갈세가가 당한 것이 사실이오?”
제갈천기는 외부 지형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실이에요. 다만 제갈세가는 별다른 피해 없이 빠져나갔다고 들었어요!”
제갈천기가 다소 안심을 했다. 그리고 어디로 빠져나간 것인지를 물었다. 안휘성이라는 것을 알자 마음이 편안했다. 안휘성이라면 괴물이 있는 장소였다. 괴물의 영역은 성역과 같았다. 제갈천기의 이율배반적인 생각이었다. 괴물이 두렵지만 그곳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제갈천기가 주변을 살피다가 이상한 무리가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
“저놈들은 뭐야?”
“바로 저들이에요! 제갈세가와 황보세가, 무림맹을 친 무리예요!”
암중세력의 무인들이 요동혈맹과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무림맹쪽의 힘이 급격하게 밀리고 있었다. 보통이 넘었다. 놈들의 실력은 개개인의 실력이 모두 절정 이상의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마운정과 제갈천기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밀물이 들어오듯이 무림맹의 무인들을 쓸어가고 있었다. 삼천의 숫자보다 그들이 보여주는 가공할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럴 수가!”
“이대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아요! 물러서야 해요!”
사마운정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전력상 놈들을 이기려면 고수가 더 많이 필요했다. 이곳에서 고수의 손실은 중원 무림의 궤멸로 이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