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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32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32화

132 은휘패와 라마혈교의 문(4)

 

 

 

 

 

“언니, 그럼 방법은 있는 거예요?”

 

옆에서 쭉 지켜보던 능미류가 얼굴에 화색을 띠고 물어보았다. 아이네스도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띠웠다.

 

“응. 난 저들이 진을 마음대로 발동시킬 수 있는 줄 알았지 뭐야? 마음대로 발동을 시킬 수 있다면 방법은 오직 파괴나 봉인뿐인데, 저 이상한 까까머리들이 작동을 못 시킨다면 작동을 멈추게만 해도 봉인된 거나 다름없잖아?”

 

조금 전까지는 차노우의 말에 함께 기분 좋게 웃던 라마승들이 아이네스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솔직히 그녀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언제 열릴지 기약 없던 문이 갑자기 열리자 환호성을 지른 그들이다.

 

그런데 다시 문이 닫히게 되면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다시 열릴 가능성이 없다.

 

차노우가 당당하게 말한 것은 그들이 문을 닫는 방법도 모른다는 것인데 설마 눈앞에 있는 서역의 여자가 방법을 알고 있을지는 생각도 못 했다.

 

“웃기지 마라. 저게 어떤 문인데 그리 쉽게 닫힐 것 같나? 네가 그런 능력이 있을 리 없어!”

 

차노우는 마지막 희망으로 처절하게 외쳤다. 그가 말한 것은 눈앞의 여자가 문을 닫을 능력이 있다는 가정에서 기밀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여자가 문을 닫을 능력이 없다면 그 사실은 기밀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네스의 얼굴이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그를 보자 차노우는 자신의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불안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게 너희들이 검은 안개 속에서 다니기 위해 필요한 패지?”

 

아이네스는 차노우의 목에 걸려 있던 현류패를 잡아챘다. 차노우가 떨리는 눈빛으로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을 보며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은휘패를 꺼내 보였다.

 

“이건 내가 만든 거야. 너희들의 패보다 훨씬 예쁘지?”

 

차노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마혈교에서는 현류패를 만들 능력이 없었다. 대법을 받은 자들이 오랜 시간을 연구하였으나 비슷한 것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그럼 그 패가?”

 

“입구에 있는 검은 안개를 우리가 어떻게 통과했다고 생각해?”

 

아이네스의 말에 중원의 무사들이 모두 입가에 득의양양한 웃음을 띠며 목에서 패를 꺼내 보였다.

 

은색으로 빛나는 은휘패를 보며 라마승들은 모두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이 백 년 넘게 노력을 해도 만들지 못한 것을 이들은 단지 몇 달 만에 만든 것이다.

 

“그, 그럼……?”

 

“오호호호호.”

 

아이네스는 이겼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번에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마음껏 웃었다. 그녀와 그녀의 일행을 비웃던 그의 처참해진 얼굴에 조금 전에 쌓인 울화가 확 풀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유쾌하게 웃은 게 얼마 만인지.’

 

무혼과 몸이 바뀌기 전에는 간혹 이렇게 웃을 만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무혼이 저지른 일로 인해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이면서 웃음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얼굴에 느껴지는 이것은 사람들의 눈길이다.

 

‘어라? 지금도 웃고 있네?’

 

그러고 보니 너무 기분을 낸 듯하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웃다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자 아이네스의 웃음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훔훔.”

 

손바닥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헛기침을 한 아이네스는 아직도 입을 벌린 채 그녀를 보고 있는 라마승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 패를 만드는 것보다 저 문을 닫는 게 더 쉬워!”

 

그리고 등을 돌려 한쪽으로 걸었다.

 

등 뒤의 시선을 느끼며 아이네스는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는 듯 화끈거린다. 아무래도 여기서도 더 이상 내숭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어휴. 이런 실수가…….”

 

한숨을 내쉬며 멀어지고 있는 아이네스를 보던 팽조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남궁 형님, 저렇게 웃으면 보통 숨이 막히지 않습니까?”

 

“글쎄? 그렇게 생각은 드는데 아이네스 소저를 보니 숨이 막히지 않나 보군.”

 

“혹시 아이네스 소저가 사용하는 주술을 익히기 위해서 폐활량이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급난개가 대화에 끼어들자 남궁장천과 팽조덕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명우도 심각한 얼굴로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혹시 아이네스 소저의 큰 가슴이 모두 공기를 채우기 위한…….”

 

쒸이이이잉.

 

고명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의 얼굴로 향했다.

 

“어? 어? 왜, 왜들…….”

 

그리고 사람들은 거의 동시에 고명우로부터 등을 돌렸다. 고명우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유일하게 자신을 봐주고 있는 공극소를 보며 반색하며 뛰어갔다.

 

“공 소협.”

 

그러나 화룡마편은 눈을 살짝 찌푸리고서 고명우를 향해 말했다.

 

“고 소협, 만일 아이네스 소저가 자네의 말을 듣고 자네를 꽁꽁 얼린다 해도 전혀 말리지 않을걸세. 그건 인과응보라고 생각이 드는군.”

 

그 말을 끝으로 공극소도 등을 돌리며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고명우는 하늘을 보며 외쳤다.

 

“내가 뭐 어쨌다고.”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 혼자만의 외침이었다.

 

 

 

 

 

그날 저녁, ‘마라혈교의 문’에서 삼십여 장 떨어진 곳에 노숙 준비를 마친 중원의 무사들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모였다.

 

“언니, 저 문은 언제쯤 닫을 수 있을까요?”

 

“아까도 말했듯이 은휘패를 만드는 것보다 더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재차 확인한 그녀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안도를 했다. 그중에는 라마승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 아이네스가 허세를 부린 게 아닐까 걱정하던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 라마승들은 혈도가 잡힌 채 진의 옆에 묶여 있으니 그녀가 허세를 부릴 이유가 없다.

 

“잘 되었군요.”

 

“하하, 만일 닫을 방법이 없었다면 힘으로라도 때려 부수고자 했는데…….”

 

“그랬다면 우리는 팽 소협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요.”

 

팽조덕의 호언장담에 아이네스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 중원에 왔을 때는 여유가 없어 자세히 살피지 못했지만 지금 보면 아주 위험한 진이었다.

 

“아이네스 소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남궁 소협이 무혼 경과 함께 이 계곡에 빠지기 전에도 여러 명의 무사들이 이곳으로 들어왔었다면서요?”

 

아이네스의 물음에 남궁장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종후와 추청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음모에 빠져 이곳에 들어온 무림인들이 꽤나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한 명도 보지 못했죠?”

 

“그렇습니다.”

 

장천은 그도 이상하게 생각하던 부분이었기에 아이네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건 저의 생각인데요. 여러분들이 무사한 것은 저 진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아이네스가 손을 가리키는 진을 한 번 본 사람들은 다시 시선을 그녀에게 돌린다. 그때 남궁장천은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무릎을 살짝 쳤다.

 

“우리는 공야 소협의 모습을 보고서 위험하다고 생각을 해 들어가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들어가서 사라졌다는 말인가요?”

 

“반은 맞았어요. 진을 조심히 살펴보았는데 정확하지 않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진뿐만이 아니라 계곡 내에 몇 개가 더 있을 수도 있고요.”

 

“그 정확하지 않은 곳이라는 게 어디를…….”

 

“말 그대로예요. 땅속일 수도 있고 바다 한가운데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구름 속일 수도 있죠.”

 

“…….”

 

그 말을 들은 남궁장천은 약간 씁쓸한 표정을 하였다. 계곡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찾을 방법이 있을까 하고 은근히 기대를 했다.

 

그러나 아이네스의 이야기대로라면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뜻한다. 그들이 살아 있고 중원으로 돌아올 방법이 있었다면 이미 그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화룡마편은 고개를 한 번 갸웃하더니 아이네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공야 소협도 무사했고, 아이네스 소저도 이곳에 왔을 때 저 진을 무사히 빠져나오지 않았습니까?”

 

“그건 저 진이 발동되었기 때문일 거예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발동된 뒤 진의 다른 기능들이 거의 멈추어 있는 상태죠. 하지만 팽 소협의 무공으로 파괴하고자 한다면 충격과 자체 보호 작용으로 멈추었던 기능이 순간적으로 발동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팽조덕은 슬쩍 얼굴이 질렸다. 그저 도를 휘둘러 쉽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데 그 생각이 하마터면 자신을 영영 중원을 보지 못하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에휴, 이제부터는 뭐든지 물어보고 해야겠습니다.”

 

“그럼 진을 닫고 버려두면 해결될까요?”

 

예소소가 물어보자 아이네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까지 꽤 오랜 시간 연구를 했으니 문을 닫는 방법을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열린 즉시 닫았어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미 열린 지 오래인 문을 아무런 대책 없이 닫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

 

“문제는 그게 아니야.”

 

아이네스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모여든다. 아무래도 이번 일에 사용된 많은 술법을 해석하고 풀어낼 능력을 지닌 사람이 그녀였기에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중원에 뿌려진 검은 안개가 문제야.”

 

그 말에 이해가 빠른 예소소와 제갈운혜를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닫아 더 이상 안개가 넘어오지 못하게 할 수 있지만 이미 중원에 있는 안개를 문을 통해 되돌려 보낼 수 없으니 그에 대한 방법도 강구해야 했다.

 

“라마승들을 모두 잡아서 없애면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남궁장천의 말에 제갈운혜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어요.”

 

“어째서입니까?”

 

“지금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라마승들이 검은 안개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모여 있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라마승들을 모두 없앤다면 검은 안개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게다가 그들을 잡아 심문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저들은 검은 안개는커녕 저 진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저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셨습니까?”

 

“언제라도 그들을 찾을 수 있어요. 정확히는 검은 안개를 찾을 수 있는 것이지만요.”

 

진의 중앙에서 하늘로 향한 검은 안개가 다섯 방향으로 나뉘어 뻗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게 치솟았지만 아이네스의 마법으로는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바로 문을 닫게 되면 그 연결이 사라져 추적하기가 힘들 수도 있어요. 즉, 이곳의 문을 닫는 것은 중원에 있는 검은 안개가 한 군데만 남고, 그곳을 정확히 알 때 닫아야 하는 거예요.”

 

“그럼 지금으로서는 두고 볼 수밖에 없나요?”

 

“글쎄요. 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해요. 우선 우리가 준비해 둬야 할 것은 ‘라마혈교의 문’을 닫는 방법과 중원에 뿌려져 있는 검은 안개를 묶어두는 방법이에요.”

 

그녀의 말에 모두들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았다. 이제껏 검 한 자루면 해결이 되었던 강호의 사건에 비해 이번 일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기만 했다.

 

드디어 라마승들의 술법과 중원에 자리 잡은 라마혈교의 비밀처를 알아낼 방법을 찾았는데 검은 안개의 해결책이 없어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꽤나 귀찮은 일이기도 했다.

 

“우선은 각각 알려야 할 곳이 있지 않나요?”

 

그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각각 무림맹과 마교에서 명을 받아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보고할 임무가 당연히 있었다.

 

“우선 어딘가에 편안히 자리를 잡아 연구를 시작해야 해요. 우리 서화로 돌아가요.”

 

중원에서는 차노우를 협박하여 알아내고 아이네스가 확인한 검은 안개의 지역을 무림맹과 마교의 무사들이 감시하며 라마혈교의 세력을 압박하자 라마혈교의 세력은 수축되어 제대로 된 활동을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안개의 해결책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아 압박만 할 수 있을 뿐 더 이상의 진전을 보이지 않았고 무림맹과 마교의 수뇌부는 세 여인의 연구가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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