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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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85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8권 - 10화
“제국 전쟁이라니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 루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잘 못 아신 것 아니십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지금 이런 상황에서 카르타 제국과 키에브 제국이 전쟁을 벌일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가스파의 말에 가일은 반대되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 아니었습니까? 저만 그런 건가요?”
“예상되긴 뭘 예상돼!”
루카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 따윈 진절머리 날 정도로 적응이 되었다는 듯 가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꾸했다.
“형님은 도대체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뭐?! 이 자식이!!”
“카르타 제국이 연금술사의 탑을 바이텐 제국으로 인정했다는 것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이미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둘 사이에 뭔가 더러운 거래가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가일의 말에 오브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지.”
이어 아일린과 아시크 등도 동의하자 가일은 그것보라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루카를 바라봤다. 그런 가일의 모습이 얄밉게 느껴진 루카가 주먹을 들어 올렸지만 바스틱 백작의 말에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가일 경의 말대로 상황이 제법 심각해졌네. 두 제국이 전쟁을 벌이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더욱더 힘든 전쟁을 해나가야 할 거네. 최악의 경우에는 바이텐 제국군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지.”
“바이텐 제국군이라면, 그 배반의 무리들 아닙니까?”
커닝의 물음에 바스틱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그따위 배반이나 일삼은 군대는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내 손에 걸리면 모조리 대갈통을 박살내버릴 겁니다!”
가스파가 대머리에 핏대를 세우며 열을 올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된 발달 원인은 바이텐 제국군 즉,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4군이 갑작스럽게 등을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결코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네.”
콜러 백작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연금술사들 몇이 움직이는 몬스터만 상대하는 것과 정규훈련을 받은 인간 군대까지 상대해야 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네. 단순한 수치로만 따져도 그 전투력은 족히 두 배 이상일 것이네.”
가스파도 순간적으로 열이 올라 쉽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인간의 군대까지 합세한 몬스터 무리와 전투를 벌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몬스터들이 단순한 본능에 의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전략전술!
전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략전술을 몬스터들이 펼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바이텐 제국군들이 몬스터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부릴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앞으로의 전투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진다는 사실이군요.”
위드의 말에 바스틱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이 맞네. 더욱이 이번에 키에브 제국 병사들까지 철군을 하면서 그 수는 물론이고, 사기까지 떨어져 걱정이네.”
“총사령관님도 그 점을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실 것이야.”
병력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제5군은 80%가량이 페르만 왕국군으로 이뤄져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사기의 변화는 막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전투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병사들의 사기다. 어떻게든 떨어진 사기를 다시 끌어 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제국 전쟁이 벌어지면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클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위드의 물음에 바스틱 백작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대륙 전쟁으로 번질 위험성도 배제할 순 없네.”
대륙 전쟁이라는 소리에 모두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연금술사의 탑과의 전쟁으로 인해 대륙이 크게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멀리 떨어진 오란 왕국, 하라 왕국, 코노 왕국은 큰 변화가 없었다. 초기 대륙 공황 시기에 잠시 힘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대륙 전쟁이라면 그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륙 전쟁이라고 하더라도 전투가 벌어질 곳은 최대 4곳뿐일 것이네.”
콜러 백작의 말에 가일이 재빨리 물었다.
“4곳이라면 어디 어디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키에브 제국과 카르타 제국의 경계선이 그 첫 번째. 두 번째는 카르타 제국과 오란, 하라 왕국의 경계선이 될 것이네. 그리고 세 번째는 키에브 제국과 바이텐 제국의 경계선 즉, 옛 그라다 왕국의 경계선이 될 것이고, 마지막은 우리가 디디고 선 곳이지.”
콜러 백작의 말에 커닝이 물었다.
“다른 곳은 다 알겠지만 오란 왕국과 하라 왕국, 카르타 제국의 경계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는 것은 좀 의외입니다. 제 생각에 두 왕국이 카르타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고 여겨집니다만?”
“물론, 상식적으로 오란 왕국과 하라 왕국이 미치지 않고서야 카르타 제국에 칼을 세울 이유가 없겠지. 하지만, 그 중간에 키에브 제국이 개입되어 있다면 어떻겠나? 오랜 세월을 카르타 제국에 의해 시달림을 받아온 두 왕국이네. 어쩌면 이번 기회가 그들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을 것이네.”
루카가 자신의 볼을 긁적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두 제국 전쟁을 기회로 여긴다는 건가?”
그의 중얼거림에 바스틱 백작이 대꾸했다.
“루카 경의 생각대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가능성은 키에브 제국이 직접 두 왕국에 도움을 요청했을 수도 있다는 거네.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지만 내 생각은 두 왕국이 무턱대고 제국 전쟁을 기회로 여겼을 리는 없네.”
“그러니까 더 기회라 여기고 달려들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동등한 전력을 지닌 키에브 제국과 맞서려면 카르타 제국으로써는 최선을 다해야 할 테고, 그러니 두 왕국으로써는 자신들의 힘이 약하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카르타 제국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여기지 않겠습니까?”
루카의 말에 바스틱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키에브 제국도 마찬가지이네. 바스틱 제국이 남부 지방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두 왕국으로써는 더 몸을 사려야 하겠지.”
“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바스틱 백작의 말에 루카가 깜빡 했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가일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루카 형님, 뭔가 말을 하기 전에는 두 번 이상은 곰곰이 생각을 하시기…… 꾸엑!”
“어디서 가르치려고 들어!”
잽싸게 가일의 머리를 후려갈긴 루카는 두 눈을 사납게 치켜뜨고 있었다.
“그러니까 백작님 생각은 오란 왕국과 하라 왕국이 움직일 때 그 이유는 분명 키에브 제국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까?”
위드의 물음에 바스틱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은 그렇네. 적어도 오란 왕국과 하라 왕국이 카르타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때는 분명 키에브 제국과 연관이 있을 것이네.”
분명 바스틱 백작의 말은 가장 그럴듯한 이유였다.
커닝이 물었다.
“백작님은 제국 전쟁을 어떻게 보십니까?”
“서로의 목적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질 것이네. 두 제국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일방적인 승리를 원하고 있다면 분명 전쟁의 여파는 엄청날 것이네. 최악의 경우 전쟁에 패배한 제국은 더 이상 제국이라 불릴 수도 없겠지. 뿐만 아니라 전쟁에 승리를 한 제국이라 하더라도 그 후유증을 감당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네. 이러한 결과들은 결국 프라디아 대륙 전체를 어려움에 빠트릴 거야.”
바스틱 백작의 생각은 정확했다.
소위 프라디아 대륙을 잘 먹고 잘 살게 돌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카르타 제국과 키에브 제국이 동등한 힘을 지니고 균형 있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두 제국은 어느 한 곳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결과는 결국 자국뿐만이 아니라 주변 왕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바로 대륙 전체를 살찌우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균형이 깨어지면 어떻겠는가? 그건 두 제국뿐만이 아니라 주변 왕국에게도 커다란 악영향을 몰고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국 프라디아 대륙 전체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바스틱 백작은 단순하게 두 제국의 전쟁을 통해 대륙 전체의 상황까지도 예측한 것이다.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막사에 모인 일행들은 이러한 사정을 확실하게, 혹은 어렴풋이 이해했다.
“전쟁의 승패는 어떻게 보십니까?”
위드의 물음에 바스틱 백작은 쉽게 대답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네. 사실, 카르타 제국과 키에브 제국의 전력차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거짓이 아닐 정도로 동등하네.”
“하지만, 연금술사의 탑으로 인해 키에브 제국이 카르타 제국보다 많은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까? 그러한 결과로 봤을 때, 전력상 카르타 제국이 우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니클의 말에 이번에는 바스틱 백작을 대신하듯 콜러 백작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물론, 실질적으로 키에브 제국은 많은 영지를 바이텐 제국에 빼앗겼었네. 그것만 보더라도 분명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카르타 제국이 키에브 제국에 비해 우세한 입장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러한 차이는 실질적으로 두 제국 사이의 전력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네. 자네가 용병이었으니 더 잘 알겠지만, 두 제국의 핵심이라 부를 수 있는 제국군은 모두 수도 인근의 영지와 두 제국 사이의 경계에만 밀집되어 있네. 즉, 키에브 제국의 많은 영지들이 바이텐 제국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제국 전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전력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지.”
콜러 백작의 설명에 니클은 물론이고, 오브라인언과 아일린 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두 제국의 가장 핵심적인 전력에 대해서 말이다.
“결국,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나 그 상황을 알기 전까지는 섣부르게 승패를 예상할 수 없다는 말이군요.”
위드의 말에 바스틱 백작과 콜러 백작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없군.”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샤프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에게 두 제국의 전쟁은 그저 탐욕스런 인간들의 추악한 행동일 뿐이었다. 누가 이기던 상관하고 싶지도,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이해할 수 없다니?”
위드가 샤프를 향해 묻자 그가 대답했다.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비슷한데 어째서 전쟁을 벌이는 것이지? 인간이라는 종족 자체가 탐욕스럽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 만큼 이성적이기도 하지. 그 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욕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라 하더라도 멍청하게 전쟁을 벌일 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전쟁 자체를 이해할 수 없지.”
샤프의 말에 위드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한 존재. 샤프의 말이라면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실로 인정하기 싫은 후바 만이 두 눈을 부릅뜨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내가 말을 해주도록 하겠네. 제국 전쟁의 발달 원인을 잘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네. 제국 전쟁의 발달 원인은…….”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소. 카르타 제국이 바이텐 제국을 제국으로 인정하면서 전쟁이 발달된 것 아니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카르타 제국이 바이텐 제국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오.”
차가운 샤프의 얼굴 표정에 바스틱 백작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만약, 그가 위드와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샤프는 어디서 자신을 무시하냐며 거침없이 핀잔을 주었을 것이다.
그제야 일행들은 샤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샤프는 단순하게 두 제국의 전쟁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었다. 좀 더 넓게 생각한 것이다.
제국 전쟁의 원인은 샤프의 말처럼 카르타 제국이 바이텐 제국을 인정하면서부터였다. 물론, 그 속에 키에브 제국에 대한 카르타 제국의 은근한 협박이 있었다는 것까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제국 전쟁은 시작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러한 상황 자체가 샤프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제 아무리 바이텐 제국의 도움이 있다 하더라도 카르타 제국은 결과적으로 악의 편에 선 것이다. 그 말은 최악의 경우 바이텐 제국을 제외한 프라디아 대륙 모든 나라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약, 바이텐 제국이 몬스터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며 페르만 왕국과 키에브 제국의 영지를 빼앗던 시기라면 이해라도 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 반대의 상황이었다. 빼앗았던 영지를 계속해서 다시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 카르타 제국이 바이텐 제국과 손을 잡은 것이다.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겠지!”
조용해진 막사 안의 분위기가 싫은지 후바가 던지듯 툭! 내뱉었다.
“음…….”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이텐 제국의 또 다른 힘을 카르타 제국만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도 아니라면 카르타 제국에 숨겨진 힘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일행들은 저마다 각자의 생각을 말했지만 결국 정답이 무엇인지를 아무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