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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8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5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8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8권 - 6화

 

 

전쟁은 시시하리만큼 쉽게 끝이 났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전쟁들과 비교했을 때, 시시하다 여길 수 있는 것이지 결코 말처럼 간단한 전쟁은 아니었다.

33만의 병력 중 3만의 병력이 희생당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가볍게 여길 전쟁은 아니었다. 전쟁의 승리는 그 어떤 음식의 맛보다도 달콤하다. 하지만, 동시에 입안을 쓰디쓰게 만들기도 한다.

전쟁을 치른 후, 나타나는 양면성이다.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다시 한 번 삶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안도감과 환희. 그러나, 그러한 감정들이 지나가고 나면 곧바로 곁에 있던 동료의 죽음이 그 달콤하고 달콤했던 맛들을 한 번에 빼앗아간다.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전쟁을 감당해야만 하는 생존자들은 이후의 전투에 다시 커다란 긴장감을 느껴야만 한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후엔 승리를 하거나, 패배를 하거나 술을 마셔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 많다. 아무리 엄격한 군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30만 명이라는 대규모의 군대가 한꺼번에 술판을 벌였다. 곳곳에 횃불을 밝혀놓고 끼리끼리 모여 앉아 갖가지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술을 마시는 병사들. 최소한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들의 어깨를 내리 누르던 긴장감과 숨통을 움켜쥐고 있던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총사령관 막사 안의 니드먼 후작과 가르샤 후작은 단 둘이서만 주거니 받거니 술잔에 가득 담긴 술을 넘기고 있었다.

“굳이 그러한 명령까지 내릴 필요가 있었나?”

가르샤 후작은 현재 대륙 연합군 제5군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술자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어차피 전쟁을 치른 후이기에 병사들이 술 생각을 간절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술판을 벌이도록 명령을 내릴 필요까지는 없었다.

“자네는 싫은가?”

니드먼 후작의 되물음에 가르샤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술을 먹지 말라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병사들은 크게 안도할 것이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보네.”

“그렇군.”

니드먼 후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보게.”

“자네가 보기엔 어떻던가?”

뜬금없는 물음에 가르샤 후작이 말없이 니드먼 후작을 바라봤다. 갑작스런 물음이었기에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도 병사들은 한창 그에 대한 이야기뿐이겠지.”

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며 니드먼 후작은 술잔의 술을 들이켰다. 그런 그의 모습에 가르샤 후작은 그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가르샤 후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난생 처음으로 황홀하다는 표현을 해야 할 정도로 머릿속에 기억되는 존재를 보았다. 지나가는 자리엔 그 어떠한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았다.

홀로 히드라를 물리치는 모습은 전설을 노래하는 바드의 노랫가사와 같았다.

 

혼란한 세상을 구할 유일한 존재!

그의 검은 태양이요, 빛이다!

그가 검을 휘두르면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는 태양처럼 대지에 작렬한다.

그가 검을 내지르면 한 줄기의 빛이 캄캄한 어둠을 뚫고 질주한다.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따스하게 만들어줄 그의 검.

어두컴컴한 세상을 한 줄기 빛으로 밝혀줄 그의 검.

그를 막을 자는 없다!

그를 막아서는 안 된다!

그는 이 혼란한 세상을 구할 유일한 존재!

세상의 모든 악은 그의 검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아아…… 황홀하구나!

 

가르샤 후작은 니드먼 후작이 어째서 그를 ‘건드리지 말아야 할 적’이라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서 싸우는 그의 모습만으로도 온 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의 능력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훗!”

갑작스런 가르샤 후작의 웃음소리에 니드먼 후작이 궁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왜 그러나?”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엉뚱한 생각?”

궁금하다는 듯 니드먼 후작이 묻자 가르샤 후작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궁금함에 니드먼 후작은 말해보라고 재촉했다.

가르샤 후작이 어색하게 웃었다.

“정말로 이 대륙의 혼란을 잠재울 유일한 존재가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 내가 생각해도 참 웃기는 생각이지만 말일세.”

그렇게 말을 하고 가르샤 후작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니드먼 후작은 결코 웃지 못했다.

“자네 말이 맞군.”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말대로 현재 대륙의 혼란을 잠재울 사람이 있다면 그건 위드 카일러. 그가 아닐까? 싶군.”

“이보게! 어떻게 한 명의 사람이 대륙의 혼란을 종결시킬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 그가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홀로 이 대륙의 혼란을 다스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네! 인간은 인간일 뿐이지 결코 신이 아니네.”

“인간은 인간일 뿐이지. 하지만, 그가 지나간 자리는 분명 뚜렷하게 그 존재가치가 증명되고 있네. 그것만으로도 그가 이 전쟁에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것 아니겠나?”

“그건…….”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낮에 있었던 전투에서 가르샤 후작 두 눈으로 확인한 위드 카일러 그의 존재감은 분명 독보적이었다. 그 외엔 그 어떤 누구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존재였다.

“인정해야 한다면 인정해야 하네.”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수십 년을 정치판에서 살아온 니드먼 후작과 가르샤 후작이다. 니드먼 후작이 현재 페르만 왕국 내에서 권력의 핵심 인물로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상황 판단 능력이 커다란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인정해야 할 일은 인정한다. 그리고 나서 그것이 자신에게 약이 되는지, 독이 되는지 판단하고 그에 맞춰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빈틈을 보이면 그대로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곳이 바로 정치판이다.

“자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수십 년을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로 지내온 가르샤 후작이다. 그의 판단이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가 머무는 곳마다 그의 존재가 빛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혼자서 이 대륙의 혼란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는 여전히 반대되는 입장이네.”

“나 역시 의문스럽네. 다만, 현 시점에서 연금술사의 탑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건 위드 카일러 뿐이라는 것이네.”

“음…….”

가르샤 후작은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들이키는 술의 양만 늘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가르샤 후작이 입을 열어 침묵을 걷어냈다.

“곧바로 레켄 영지로 향할 건가?”

“그래야겠지.”

“그 이후엔 어쩔 셈인가?”

레켄 영지를 수복하고 나면 곧바로 프레타 영지다. 그리고 그 프레타 영지는 다름 아닌 위드 카일러의 영지였다.

“브리자스 영지로 향할 것이네.”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니드먼 후작이 대답했다.

 

***

 

후우우우웅-!

검은 밤하늘을 빠르게 날아가는 수백 기의 비행 몬스터. 그 모습은 마치, 때 아닌 폭우를 동반한 먹구름마냥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밤하늘을 아무도 모르게 날아간 수백 기의 비행 몬스터. 그로 인해 프라디아 대륙이 다시 한 번 급변하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Chapter  4 두 제국!

 

콰앙!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살을 부들부들 떨며 외치는 60대 초반의 중년인. 그는 야수, 그 중에서도 제왕이라 부르는 사자와 같은 눈빛으로 좌중을 노려보고 있었다.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거대한 기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인지, 후천적으로 만들어 진 것인지 알 순 없지만 중년인의 몸에서 풍기는 그 거대한 기운은 결코 간단하게 받아 넘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침묵.

중년인의 거친 외침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그대들은 모두 입이 얼어 붙었는가! 그도 아니면, 내 말엔 대답할 필요성이 없는 건가! 두 가지 모두 아니라면 당장 말들을 해보게!!”

심장박동마저 압박하는 호통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것이…… 너무 갑작스런 일이어서 상황 파악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습니다. 더욱이, 전쟁터에 있어야 할 그들이 본국을 공격하리라고는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이라 이런 참변이 일어난 것이옵니다.”

이후로의 말들 역시 자신들로써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들뿐이었다.

쾅!

자신의 앞에 놓인 금빛 찬란한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중년인이 몸을 일으켰다. 분명, 왜소해 보이는 몸집이었지만 결코 그렇게 볼 수만은 없는 이유모를 기품과 기백이 풍겼다.

“그래서! 그래서 이대로 당하고 있어야 한단 말들인가! 정녕, 그것이 이 카르타 제국의 꼴사나운 모습이란 말인가!!”

“…….”

“…….”

또 다시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대전 앞에서 소란스런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네놈은 누구냐!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함부로 침입한단 말이냐!!”

“나는 카르타 제국의 황제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이다. 길을 비켜라!”

“이런 미친 놈! 당장 놈을 잡아라!!”

그리고 고함소리와 함께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대전 안에 모인 이들은 모두 황당하다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허!”

중년인. 프라디아 대륙의 실질적인 지배자 중의 한 사람이라 부를 수 있는 사하라 이르스타 프리샤 듀 마일리 3세는 분노를 넘어 기가 막혀 더 이상 말도 나오지 않는다는 얼굴로 서 있었다.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이 어디던가?

카르타 제국의 심장 중에서도 그 중심부다. 그런 곳에 침입자가 당당하게 들어와 칼부림을 일으키고 있다니! 이건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처음으로 겪는 치욕이었다.

“도대체 이 나라 꼴이 어떻게……!!”

콰아앙-!!

사하라 황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전 문이 열렸다. 그리고 검을 늘어트린 한 명의 사내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뚜벅…….

고요함을 깨트리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뚝. 뚝. 뚝. 뚝.

검신을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

대전 앞을 지키던 근위병들은 저마다 신음을 흘리며 꼴사납게 나뒹굴고 있었다. 정체 모를 사내가 대전의 반쯤을 걸었을 때에야 황성 근위병들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멈춰라!!”

“당장 저놈을 잡아라!!”

“황제 폐하를 보호하라!!”

근위병들이 대전으로 들어설 때, 사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주 크게.

“황제 폐하!”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사내의 목소리에 좌우의 귀족 대신들은 움찔 거려야만 했다.

사하라 황제는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사내를 직시했다. 그의 검이 당장 자신의 심장으로 파고든다 하더라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을 듯한 모습이었다.

“어서 황제 폐하를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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