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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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97화
197화 천계 & 돌아온 탕아(1)
성태는 허공을 유영하고 있었다.
위아래가 없는 이차원의 가운데.
육체라는 속박을 넘어선 세계였다.
그곳이 바로 천계.
‘흠, 이곳이 천계로군.’
영적인 상태로 천계에 들어선 그는 이 신비로운 세계를 전신으로 느끼면서 유영을 계속했다. 성령의 힘에 가득 차 마음이 계속 씻겨 나가는 듯하다는 것 외에는 다소 심심한 곳이란 인상이 깊었다.
‘뭐 별거 없는 곳인데…….’
성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평탄한 세계는 의미가 없다. 그는 육체와 감각의 세계에서 왔다.
비교하자면 이 세계는 이념과 사고의 세계. 사고는 형체가 없는 만큼 하나의 형상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평탄한 상태가 지속되어야 한다. 반대로 육체는 단단하고 지속성이 있어서 감각적인 변화를 격렬하게 느껴도 괜찮다.
지극한 강자의 세계에 들어가면 꼭 그렇지도 않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런 차이가 있다.
성태는 오이겐에게 들은 대로의 좌표를 찾아 들어갔다.
라파엘과 가브리엘이 유폐된 곳이다.
형상이 의미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그의 영기는 손쉽게 좌표를 향해 흘러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중간중간에 문을 지키는 여러 천사들이 있었지만 그들 중 아무도 성태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성태는 마나의 근본을 다루기 때문에 그것이 성휘이든 마기이든 별 차이 없이 속이고 조작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는 거대한 마나의 덩어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인가.’
한눈에 보기에도 이 특이한 세계 가운데 유독 단단한 질감을 느끼게 하는 힘으로 꽁꽁 묶여 있는 거대한 에너지의 구였다.
성태는 그 구를 자신의 에너지로 후려쳤다.
텅!
반응이 있었다.
그는 그 반응을 좇아 문을 찾았다. 곧 문이 존재하지 않는 봉인임을 알았다. 이 에너지 층 전체가 문이자 벽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이 에너지 자체를 해체해 버리면 자연히 내부에 갇혀 있는 것도 같이 해방될 것이다.
성태는 곧장 작업을 시작했다.
우웅…….
우웅…….
우웅!
퍼즐의 아귀를 맞추듯 흘러 들어오는 성태의 힘에 구체의 에너지가 공명을 시작했다. 그 공명이 점점 더 커지면서 이내 강하게 번쩍이며 반응했다. 곧장 에너지 전부가 폭발하면서 이 강대한 봉인이 해제될 것 같았다.
하지만 공명이 절정에 이르고서도 구체는 계속 빛을 내며 떨리기만 할 뿐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성태가 어찌 된 일인가 살펴보려 할 때였다.
-소용없습니다.
-우리는 신의 힘으로 봉인된 몸.
구 속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희미하지만 이 구를 뚫고 의지가 전달되어 왔다는 점에서 본래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틀림없이 목표인 두 천사, 라파엘과 가브리엘이었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서둘러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이곳의 상황을 알려졌을 터.
그들은 걱정스럽게 성태에게 충고했다. 물론 성태가 그런 충고를 들을 리는 없다.
-아, 그건 곤란한데. 나는 당신들이 미카엘의 폭주를 막아주길 바라고 온 사람이라서 말이지.
성태가 미카엘의 폭주를 막아주길 바라고 찾아온 사람이라는 말을 듣자 그들은 더욱 초조해진 모양이었다. 의지의 파동이 속사포처럼 성태를 향해 전달되어 왔다.
-미카엘은 주의 부재 이후 이미 자제를 잃고 말았습니다.
-스스로의 사명에 함몰되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게 된 그는 우리를 이렇게 봉인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무도 그를 막지 못합니다.
-물론 이 봉인 역시 해체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신에게 허락받는 자의 위업이 필요하기에.
-그러니 서둘러 떠나십시오.
요는 서둘러 도망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태는 그런 의견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작업을 계속했다. 마나를 흘려보내면서 구를 구성하고 있는 마나의 구성을 파악한 것이다.
다소 위험할 수 있지만 지금 기회를 놓치면 모든 일이 파탄 난다. 그건 지구에 있는 이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기에 성태로서는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흠…… 그렇군.’
성태가 마나의 구조를 대략 파악하고 이 마나 구성이 미카엘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공명시켜도 미카엘의 파장과 동일한 힘이 아니면 궁극적으로 봉인이 해제되진 않는다는 걸 알아냈을 때 즈음이었다.
찬란한 광휘가 주변을 덮었다.
이어 성태가 포위됐다.
-네놈은 누구냐!
-봉인에 손대려는 자!
-이차원의 더러운 오물인가!
권품천사 무리들이었다.
미카엘의 첨병인 그들은 성태를 보자마자 분노에 불꽃을 이글거리면서 마나를 끌어모았다. 이내 주변은 살의에 가득한 성광이 번뜩였다.
물리적인 힘을 가진 오라였기에 거기 갇히면 그것만으로도 피해를 입게 된다. 마나의 절대량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성태로서는 싸움을 서둘러 끝내야 했다.
‘웃기는 소릴.’
그는 자신을 포위한 권품천사의 무리를 짜증 난다는 듯 쭉 훑어보고는 의지를 구현했다. 에너지로 가득한 이 세계는 기실 성태에게는 모든 것이 무기나 마찬가지다.
공간이 성태의 주변에서 흔들리더니 그곳에서 번개 같은 전격이 일었다. 단순한 번개가 아니었다. 그 번개가 파직거릴 때마다 공간이 돌을 맞은 수면처럼 요동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엇?!
-뭐냐?!
-겁먹지 마라!
-공격해!
천사들조차 경악해 대처할 바를 몰랐다.
그것은 짧은 망설임이었다.
그러나 성태가 상황을 지배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손을 휘둘렀다. 그가 형성해 둔 에너지가 얇은 실처럼 펼쳐지며 포위하고 있던 천사들을 향했다.
쩡.
공간과 동시에 천사의 무리가 베였다.
-억……!
천사들은 한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방금 공간의 흐름과 함께 그들을 베고 지나간 힘의 궤적에 따라 천사들은 동강 나 쓰러지고 있는 중이었다.
-믿을 수…….
-어떻게 이런…….
이곳은 이념과 사상의 세계.
그렇기에 육신이 본래 의미가 없는 세계.
때문에 그들의 육체는 어지간히 파괴된다 해도 별반 의미가 없다. 아니, 없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 성태의 공격은 그러한 세계의 원리를 넘어서 천사들을 일거에 쓸어버렸다.
이건 거의 신적인 위업이었다.
천사들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둘러야겠군.’
그러나 천사들을 순간적으로 처리한 성태도 급한 상태였다.
그도 무한히 싸울 수야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나가 근본적으로 많은 세계라곤 해도 본인의 마나양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닌 만큼 지구력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이 세계에서는 지구에서처럼 마나를 스텟화하는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아예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성태는 순수하게 마나에 대한 자기의 이해력만으로 움직여야 했다.
‘음…….’
성태는 다시금 구 속에 마나를 흘려 넣어 그 구성을 분석해 나갔다. 공명의 형태를 역산해서 미카엘의 마나가 가지고 있는 구성을 알아내려는 것이다.
마나의 파장이란 초끈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시공간적인 미묘함을 지니는 극히 해석하기 어려운 것이라 거의 양자 암호 수준의 보안성을 자랑한다. 때문에 본래 이런 시도는 제아무리 마나를 잘 다루는 자라 해도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성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인과율의 차원에서 세상의 섭리를 해석하고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존재니까!
‘이거군.’
곧 그는 미카엘의 파장을 완전히 해석해 냈다.
그는 뜸 들이지 않고 해석한 결과를 구체에 적용시켰다. 구체가 번쩍이더니 차원의 벽보다도 단단하게 내외를 격리하고 있던 마나의 벽이 천천히 해체됐다.
동시에 그 속에서 찬란하고 거대한 두 개의 힘이 해방됐다.
미카엘과 동격인 천사 중의 천사, 라파엘과 가브리엘이었다.
-이건 대체…….
-당신은 누구지?
해방된 대천사 둘은 성태를 향해 물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대응일 것이다. 그러나 성태의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한 물음이라 어울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런 질문보다 급한 게 있지 않나?
-급한 것이라니?
-이렇게 풀려난다고 해도 천계는 미카엘이 여전히 장악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이 꼴이 된 천계를 원래 상태로 돌려야 하지 않겠어?
가브리엘과 라파엘의 광휘가 갑자기 강해졌다. 그들의 격렬한 감정을 설명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흔들림이 다소 진정된 다음에야 가브리엘로 짐작되는 천사가 말했다.
-미카엘과 싸우라는 건가?
-그래. 그와 싸워 당신들이 이긴다면 천계는 다시 평정을 되찾겠지.
-하지만 형제를 어떻게…….
-그렇다. 비록 길을 잘못 들었다 하나…….
성태의 권유에 그들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카엘 같은 무투파와 달리 이들은 형제와 싸워야 한다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하는 모양이었다.
성태는 저들이 이 꼴이니 천계를 빼앗긴 것이라 생각하면서 호통쳤다.
-병신 같은 소리 하긴! 바로 그 때문에 당신들은 나와 함께 가야 한다! 미카엘은 자신의 독단으로 우리 세계에 침입해 이미 엄청난 전쟁을 치르고 있고 내 친구들을 죽이려 하고 있으니까!
성태의 지금 외침은 제법 들어 먹힌 모습이다. 경직된 빛이 마치 비명 소리를 내듯이 짧게 퍼져 나갔다.
-미카엘이…….
-본래 과격한 면이 있긴 했으나…….
-자세한 사정은 가면서 설명하지. 미카엘이 원래의 길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당신네들은 나와 함께 가 줘야겠어! 수십억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 못 가겠다는 소리는 접수하지 않아. 두들겨 패서라도 데리고 간다!
성태는 대천사 둘을 윽박질렀다.
그 기세에 압도당한 것처럼 가브리엘과 라파엘은 순순히 그를 따랐다. 곧이어 그들의 기척은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서야 구름 떼 같은 천계의 군세가 그곳에 도착했고, 해체된 구속을 확인하고 전율했다.
두 대천사가 풀려났다. 이것은 반드시 이 천계의 변혁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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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아
연구실 내부는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실은 이것도 싸움의 규모에 비하면 이상할 정도로 파괴되지 않은 것이다. 본래 여기 있는 존재들은 강철 덩어리를 마치 솜사탕처럼 찢어발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것은 마법으로 주변을 강화하고 파괴력을 주변으로 분산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설비를 지키기 위한 마법적 방어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거의 한계에 달했다.
“크윽…….”
“억…….”
그리고 그 파괴된 연구실 내부 공간을 지키던 성태 일행은 모두 처참한 모습으로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뿐, 피투성이가 아닌 이들은 전혀 없을 지경이었다. 심지어 미스터 로드의 경우 팔이 하나 뽑혀 버렸고, 성남경 역시 다리 한쪽이 절단된 상태였다.
이석훈도 전신의 뼈가 다 부러지다시피 한 것을 검을 지팡이 삼아 겨우 버티고 서 있는 형편이었다.
그들 앞에서 여전히 강대한 힘을 자랑하는 흑과 백의 덩어리가 있었다. 그들이 이제까지 상대하던 칠흑과 미카엘이었다.
전혀 쇠하지 않은 둘의 힘은 소름이 끼쳤다. 인류 최대의 힘이 모여 저들을 막으려 했음에도 조금도 소용이 없었다는 걸 강렬한 힘의 파장은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제법 버텼군.
-그러나 역시 이것이 한계.
-이제 끝낼 때가 됐다.
칠흑과 미카엘이 함께 힘을 끌어 올렸다.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태양처럼 모여들었다. 공간이 흔들리면서 파괴된 연구실이 한층 더 파괴되며 주변에 금이 쩍쩍 갔다.
“이대로…….”
“한심하군.”
이석훈과 미스터 로드는 분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분전했으나 더 이상은 무슨 수를 써도 버틸 수가 없다. 성태가 두 대천사를 구출해 돌아오는 것만이 희망이지만 지금 상황을 보자니 그런 희망이 성취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미카엘과 칠흑은 무의미한 희망에 종지부를 찍듯이 그 힘을 해방했다.
저주스러운 검은 파동과 영광의 성휘가 파괴의 물결이 되어 성태 일행을 향해 넘실거리며 흘러갔다. 데몬 프린스라 해도 이 양자의 공격 앞에서는 결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미스터 로드와 이석훈의 앞 공간이 갑자기 찢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으로부터 불현듯 무언가가 걸어 나왔다.
검을 든 청년이었다.
쩡!
강렬한 검음이 한 차례 일고는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달려들던 에너지의 파도가 완전히 사라졌다.
-음?!
-이건…….
지금 광경에는 칠흑과 미카엘조차 놀라 굳었다.
지금 등장한 이의 실력은 그럴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특히 칠흑이 경악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건 단순히 지금 나타난 청년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그의 정체가 경악스러웠기 때문이다.
사실 칠흑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아아…….”
“이런…….”
칠흑과 마찬가지로 성태 일행 가운데서도 감탄 이상으로, 지금 나타난 청년의 정체에 경악하고 놀라워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공간을 찢고 나타나 들이닥치던 파멸을 일거에 격퇴시킨 청년은 불과 얼마 전까지 인류 최대의 배신자이던 이영빈이었으니까!
영빈은 두 초월 존재 앞에 강하게 자세를 잡고서는 말했다.
“늦었습니다.”
“그렇군. 너무 늦었다.”
아들의 등을 보면서 이석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담담한 말은 기실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오히려 담담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영빈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고 답했다.
“가지고 올 것이 있었던지라.”
그의 손에서 검이 빛나고 있었다.
평범한 검은 아니었다.
특이한, 마치 생물의 손이 잘린 듯한 손잡이를 한 물건이었다. 바로 크라운의 손이다. 대종사 이건의 힘과 데몬 프린스 크라운의 힘이 서로 반발하며 검의 형태로 갈무리된 절대 절단의 힘을 가진 그것은 현존하는 모든 아티팩트를 통틀어서도 최강이라 여겨지고 있다.
어쩌면 그 위력만을 생각한다면 천상의 뿔피리에 비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빈이 이 싸움에 이제야 참여하게 된 이유는 실은 바로 이 검을 가지고 오기 위해서였다. 이석훈은 고개를 짧게 흔들고는 말했다.
“허락한 적은 없다만…… 어쩔 수 없군. 잘 사용해라.”
“네.”
답은 짧았다.
하지만 그 짧음이 도리어 단단하게 들렸다.
알파메일 1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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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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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